[기고칼럼] "진심으로 유저 위한 온라인 게임 필요할 때"

칼럼 | 김동욱 기자 | 댓글: 22개 |


[ ▲ 크리엔트 김동욱 대표 ]

인벤에서는 크리엔트의 김동욱 대표님이 작성하신 "진심으로 유저를 위하는 온라인 게임이 필요할 때" 칼럼을 소개해 드립니다. 김동욱 대표님은 국내 최초 무협 머드게임인 '십웅기'의 핵심 개발자이고, 현재 국산 전차액션 게임인 '블리츠2'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995년 대학교 졸업반 때부터이다.

평소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대학교 때부터 컴퓨터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고, 또 이들과 함께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활동을 하면서 성장해왔다. 아울러 PC통신 등에서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최초의 온라인 MMORPG라 할 수 있는 '쥬라기공원'을 접했다. 나는 MUD(Text based online Game)형태를 띤 그 게임에 완전히 중독되었다. 하루에 12시간씩 그 게임을 즐기면서 내 안에 있는 개발자의 욕구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쥬라기 공원에 중독되었던 이유가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놀이를 통해 그 안에서 친구를 만드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에 중독되었던 것이었다.

이때 하나 생각한 것이 조금 더 건전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세상이었다. 깊이 게임에 빠지고 친구를 사귀면서, 게임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맺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 약자를 돕고, 강해진다는 것은 독불 장군이 아닌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Mud게임은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을 넌 싸움만 잘해도 왕이 된다는 식이었고, 이는 온라인 게임이지만 사람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자와 어울리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나는 이런게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을 쥬라기공원을 만들었던 친구들과 공유한 뒤 '십웅기'라는 최초의 무협머드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다. 당시의 머드게임 시장으로 보면 파격적인 기간과 제작비가 들어간 게임이었다. 전체 온라인게임 시장이 5억도 안되던 시절에 2년의 개발기간, 2억여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출시와 동시에 많은 이들이 십웅기를 즐겨주셨고,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출시후 2년 이상을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성공하게 되었다. 물론 당시에 제작비 2,000만원 내외를 들여서 제작하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수익이 나는 게임이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 시절은 개발비, 서버 운영비, 회선비를 전부 개발사가 부담하고, 3개 대표 통신사는 게이트웨이만 열어준 상태에서 매출의 60%에서 70%를 가져가던 시절이니 회사가 운영될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크리엔트는 대박을 터트리면서 5억시장에서 월 2000만원이상의 운영비를 감당하는 회사가 될 수 있었다. 시장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자가 되는거다.

이때 개발자로서, 게임을 서비스 하는 퍼블리셔의 입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인원 6명의 개발사 크리엔트는 개발, 서비스, 운영, 마케팅, 고객응대, 심지어는 유저와 함께 게임을 하는 운영자 겸 유저까지 모든 것을 소화해야 했고 그 시절의 경험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 차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회사의 초석을 다졌다.

이때의 가장 소중한 경험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개발,서비스, 운영 등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던 어느날 필자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사막님 계신가요?? (당시 필자의 아이디는 '사막대왕'. 무척이나 유치하지만 지금도 난 이 아이디를 사랑한다)

네 제가 사막입니다.

아 제가 긴히 부탁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제가 장애인 입니다.

아.. 네 어떤것을 도와 드리면 되겠습니까?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장난 전화일까? 정말 절박한 부탁이 있어서일까?)

저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뼈가 물러져서 손에 마비부터 와서 온몸이 마비가 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한때는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십웅기를 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매일 채팅을 하면서 이제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십웅기를 안하고는 하루도 살 수 없지만 그 비용을 감당 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택시운전으로 돈을 버시고, 어머니는 저를 간호하시느라 힘드신데, 저는 매일 이 게임을 해야 하고, 어머니 아버님의 수익으로는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당시는 분당 10~20원의 요금이 게임에 부과 되었고, 통신사는 분당 20원의 전화요금을 부과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서비스사는 분당 10원에 부가통신요금에 30~40%의 수익을 받게 된다.) 분당 30원 이상 나오는 통신요금은 저에게 게임을 오래 할 수 없게 되고, 저는 사는 재미도, 또 손가락 마비도 다른걸로 풀어야 하게 됩니다. 이것을 도와 줄 수 없겠습니까?

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증서 같은것을 보내 주시면 강구해 보겠습니다. (머리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지만 이 사람이 진짜 그렇다면 도와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한시간도 안되서 그 친구의 장애를 증명하는 증서가 날아왔다.

내 머리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무료로 해주고 싶다면 무료로 해주면 되지만, 당시는 그 친구가 24시간 우리 게임을 하게 된다면, 그 친구의 전화요금, 부가통신요금을 거꾸로 크리엔트가 내야 하는 입장이었고, 연매출 3천만원 내외의 매출중 천만원 내외를 분배받는 크리엔트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마 그친구가 공짜라 24시간 사용한다면 우리가 내야할 비용이 천만원에 달할 지도.

하나하나 해결했다, 그 친구에게는 우리가 게임을 관리하는 통신사 아이디를 주고(개발사 아이디는 관리를 위해서 비용이 청구되지 않는다) 게임을 하게 했다. 부가통신비용을 무료로는 해줄 수 있지만, 우리의 서버는 외부인에게 그냥 오픈되어 있는 거와 같은 상태였다. 그 친구가 착하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전화요금은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용인KT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몇몇 공원의 도움으로 지방에 한 개인을 위해서 전용회선을 설치하게 하였고, 덕분에 그 친구는 최초의 전면무료게임 사용자가 되었다. 전용회선을 설치해 주러 가서 그 친구를 처음 만났고, 지금도 그 친구의 좋아하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서민석과 최초의 인연을 맺었고,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하루는 그 친구의 두번째 소원을 물어 보았더니, 십웅기를 하면서 친해진 소중한 친구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거였다. 민석이의 어머니는 민석이가 그 병을 앓고난 뒤로 집밖을 4년간 한번도 나간적이 없고, 친구들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거였다. 부모를 제외하고는 나를 처음 본것이었고, 그랬던 친구가 여러명을 집에 초청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민석이가 호명한 유저분들에게 한분 한번 전화해서 자초지정을 설명하였고 서울과 지방에서 살고 있던 그들은 기꺼이 민석이를 만나러 크리엔트로 모여주셨다. 나를 포함한 5명은 민석이를 방문했고, 그와함께 삼겹살 파티도 하고, 함께 문파를 이뤄서 십웅기를 즐기기도 했다. 다음날은 민석이가 외출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들과 함께 민석이를 휠체어에 싣고, 크리엔트로 와서 목욕도 시켜주고 일박을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이름이 생생하다.

십웅기 서비스를 8년만에 종료하게 되었을때 전면 무료화후 5년을 유지했고, 크리엔트가 부도의 위기를 겪을때도 유저분께 서버와 모든 프로그램을 이양하여 즐기게 해드렸다. 하지만, 그 이후 민석이와 몇몇 소중한 분들과는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이때의 개발자로서, 유저로서, 운영자로서, 한사람의 온라인 게임친구로서의 경험은 나에게는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하는 프라이드이자,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 ▲ 크리엔트의 기업 지향 ]


대부분의 개발자, 퍼블리셔분들은 게임을 보면서 항상 '대박을 꿈꾸고 대박 나세요'를 인사한다. 물론 대박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대박은 사기고, 한낮에 춘몽 같은게 아닌가 싶다.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문화요, 인적 자산이요, 생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소중한 것을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또는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만으로 생각한다면, 이 세상을 밝고 즐겁게 만들수 있는 아주 소중한 문화가 단순한 돈벌이로 전략하는게 아닌가 싶다.

나도 한때 어렵고 힘들어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의 소중한 경험은 나를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온라인 게임개발사의 사명은 우리가 단순한 오락으로 생각하면 그들에게도 단순한 오락인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커뮤니티가 생기고 관계가 생기는 게임을 제작한다면 그들에겐 소중한 만남과 인연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우리가 돈이 안된다고 모든 사람의 연결 고리를 끊는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온라인게임 업계가 어려워진것은 이러한 진정성과 작은것하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행복한 기억과, 쓰라린 기억으로 '블리츠2'를 제작하였고, 관계의 중심으로의 중요성을 아는 온라인 개발사와 게임의 모습을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약속해 본다. 이것이 성공하여 앞으로 시작하는 작은 개발사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 ▲ 김동욱 대표가 속한 크리엔트 홈페이지 ]



[ ▲ 크리엔트에서 개발 중인 '블리츠2' 현재 비공개 테스트를 준비중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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