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규모는 작지만 맵다! 일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CEDEC2013 후기

칼럼 | 노시흥 기자 | 댓글: 2개 |



인벤에서는 모바일 개발사 ROOT93의 노시흥님이 일본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CEDEC 2013에 다녀와 작성하신 후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ROOT93은 지난 3월 인벤에서 '스타트업 탐방'이라는 주제로 소개했던 모바일 게임사로, 현재 '프로젝트 P(가칭)'와 ‘프로젝트 C(가칭)’의 런칭을 준비중입니다.

CEDEC(Computer Entertainment Developers Conference)은 일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협회(CESA)의 주최로 열리는 게임 컨퍼런스로,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노시흥님의 후기는 개별 강연에 대한 정보보다는 GDC, KGC, NDC 등 국내외 컨퍼런스와 어떻게 다른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1~23일까지 3일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게임 컨퍼런스 CEDEC2013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개별 강연에 대한 정보보다는 GDC, NDC, KGC 등 다른 컨퍼런스와 어떤 부분이 다른가 하는 컨퍼런스 자체에 대한 리뷰나 감상이 주 내용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 GDC, NDC, KGC 등의 컨퍼런스에 대한 기본 정보가 없으시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팁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기대에 벗어날 수도 있으므로 미리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한 번의 참관 경험을 토대로 성급하게 일반화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른 직군의 관점이나 보다 많은 참관 경험이 있으신 분께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행사장 입구 모습



■ CEDEC이란?

Computer Entertainment Developer Conference의 약자로 매년 8~9월 경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게임 컨퍼런스입니다. CEDEC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분위기는 넷텐션 배현직 대표님의 기고에 잘 나와 있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해당 기고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일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가보셨나요? 넷텐션 배현직 대표의 CEDEC 2012 후기


■ 참관하게 된 과정

최근 몇 년 간 개인적으로 GDC, NDC, KGC 등 국내외 컨퍼런스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고, 엔트리브 내부의 컨퍼런스를 기획, 운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임 컨퍼런스에 대해 약간 시들해진 면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찾자면, 정보의 레벨이나 깊이가 그다지 높지 않고 디테일한 정보보다는 통찰이나 원칙 위주의 강연들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뭔가 듣고 있으면 다 맞는 말인데 실은 다 맞는 말이어서 문제라는 거죠. 제가 가지고 있던 해당 부분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거나 새로운 자극을 주거나 '새로운 해결법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강연은 생각보다 만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강연을 고르는 제 선구안이 나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개별 강연자 분들이 일부러 의도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런저런 소위 말하는 '어른의 사정'에 의해서 수 차례씩 정제되다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컨퍼런스를 운영해보니 알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대부분 청중의 평가지에 강연 피드백을 의존하고 있으며, 좋은 평가가 일정 보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발표자 입장에서도 강연의 깊이보다는 강연 내용을 매끄럽게 가다듬고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부분에 포커스가 위치하도록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컨퍼런스에 가면, 강사의 이력을 보는 편입니다. 유명한 분들보다는 기존 회사를 나와서 창업하시고 약간의 홍보를 겸하러 나오신 분들의 강연을 주로 듣는 편이죠. 이런 분들은 큰 회사 안의 '어른의 사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되 기존 회사의 정보는 잘 알고 계시고, 평가지에 따른 보상보다는 실제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성립되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보니 깊이있는 내용을 잘 알려주시는 경향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비슷한 이유로 CEDEC에 대해서도 큰 기대치가 없었습니다.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가서 참관해보는 것은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 게임 컨퍼런스에 관심이 많은 지인 김기웅님께서 비용을 제공하면서 등을 떠밀었고, 그 외에 여러 도움을 받게 되어 마침내 게으름을 극복하고 일본행에 올랐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CEDEC은 기존 컨퍼런스들과 뭔가 다른 부분이 확실히 있었습니다. 사석에서 인벤의 오의덕 편집장님과 만나 편하게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기고 권유를 받아 이렇게 기고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참관 준비

CEDEC 참관 준비 과정은 첫 인상부터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문 페이지가 없고, 티켓 금액은 현지 구좌로 계좌이체 해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카드 결제가 안됩니다.

티켓을 결제하면 우편 배송으로 참석 배지를 받게 되는데요. 어느 정도 예상하셨을 수도 있지만, 해외 주소가 입력이 안 됩니다. 뭐랄까... '웬만하면 오지 말지?'라고 권하는 분위기라서, 이걸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되더군요. 다행히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운영 측과 수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티켓을 현장에서 수령하는 것으로 해서 갈 수 있었습니다.

강연수도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강연장 배정이 나오지 않아서 준비 측면에서도 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참관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내용이 정확한 근거보다는 제가 받았던 개인적 인상이나 짐작에 의한 것이므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규모



복도 풍경. 밀도는 높지만 행사장 규모 자체는 작은 편


컨퍼런스 규모는 NDC나 KGC 정도로 느껴집니다. 일본 게임업계의 위상이나 규모를 생각하면 그리 크지 않다는 인상입니다. 강연장은 최대 10개 정도가 동시에 운영됩니다.

외국인 비율은 대략 3~5% 정도 되어보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습니다. 해외에서 왔다기보다는 일본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 같았습니다. 명찰을 보니 이름이 대부분 영어가 아닌 가타카나로 씌여 있었고 외국인 단독으로 돌아다니는 경우를 거의 못봤거든요. 한국 사람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도 막상 명찰을 보면 일본 사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2) 발표 분위기

CEDEC 전체를 보면 '진지하다'는 느낌이 가장 잘 느껴집니다. 참가자 연령대도 높은 편이고요. 감각적으로 보자면 GDC 정도의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어려보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대략 4~5년 정도의 경력자들이 최저선인 듯 보였습니다. 대략 본 주류 참관객들은 30대 중반의 10년 정도 경력자들이었습니다.



강연장은 외견 상으로 다른 컨퍼런스와 특별한 차이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강연은 촬영과 녹음이 금지돼 있으며, 꽤나 깊이가 있습니다. 진지하다거나 깊이가 있다는 느낌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발표자들의 발언에서도 느껴집니다

'CEDEC에는 어울리지 않는 쉬운 내용이지만…'
'CEDEC 전용으로 준비했는데…'
'CEDEC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서 웃긴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발표자들이 어느 정도 진지하게 준비를 해야하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는 멘트들입니다. 전체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좋은 거 하나 알려줄게'보다는 '이런 연구 결과를 알려드리려 나왔습니다'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중들의 수준이나 경력을 적어도 자신과 같거나 높은 사람으로 상정하고 발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3) 발표 스타일

진지합니다. 제가 본 것 중 웃음을 위한 '짤방' 등이 들어간 발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존의 컨퍼런스 방식을 GDC 스타일이라고 부른다면, 저는 이것을 '위키 스타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기존 방식이 요약이나 핵심 메시지에 집중해서 깔끔하게 발표해주는 편이라면, CEDEC은 위키 백과 사전처럼 해당 주제에 대해 거의 모든 정보를 나열해주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나쁘게 보자면 파워포인트 방식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되려 신선하게 느껴지고, 정보량 자체가 압도적이다 보니 듣고 나서 소위 '망했다'는 생각이 드는 강연은 별로 없었습니다.

내용이 진지하고 정보량이 많다보니 발표를 혼자 하기보다는 2~3명이서 같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강연에서 각 부분을 담당한 담당자들 여럿이 나와서 서로 돌아가며 발표를 합니다. 각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없으면 곤란함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발 프로세스라든가 의사 결정 과정 등을 굉장히 자세히 소개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특별히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디렉터가 어떤 식으로 업무와 골을 설정해 주었는지,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자료와 기획을 공유하는지, 리테이크는 어떤 이유로 어떤 식으로 했는지를 대부분의 강연에서 그 과정까지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세가 게임잼에 관한 강연에서는 내부에서 게임잼을 업무로 볼 것인지, 비업무로 볼 것인지, 네트워크는 내부 네트워크 쓸 것인지, 별도 네트워크로 해서 다룰 것인지,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내부의 논의 과정도 매우 자세히 들려줬습니다.

자료도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편입니다. DeNA의 UX 강연에서는 내부의 실제 UX 테스트 시트를 띄워놓고 설명해줄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좀... 보안상...' 등의 구실로 보여주지 않을 법한 내용들을 비교적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편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발표 스타일은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모바일용 게임)의 사운드 제작 과정에 대해 소개하는 강연에 있었습니다. 먼저 업무가 발생하고 의뢰를 받는 과정, 목표 설정 등을 모두 설명해주고, 그에 따라 나온 기획서를 모두 보여줬습니다. 그 다음, 실제로 노래를 틀어주면서 영화 코멘터리 영상처럼 곡 흐름에 맞춰 해당 기획서가 지나가도록 하면서 작곡가가 설명을 병행하는 방식의 강연이었습니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을 정도였죠. 정말 녹화해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발표 마지막에 강연자의 개인 연락처를 알리거나 발표 종류 후 명함을 주고 받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GDC나 NDC에서 발표 하나가 끝나면 강연자 앞에 줄서서 명함을 교환하는 일을 당연하게 느껴왔던 분들에게는 꽤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4) 트렌드

컨퍼런스 장에서 느끼는 트렌드라는 것은 대개 감각의 영역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배적인 흐름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GDC나 NDC에서는 뭐랄까, 강연자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올해의 흐름 같은 것이 비교적 잘 느껴지는 편입니다. 관련 기사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되는 편이죠. CEDEC에서는 시기도 하반기이고 해서인지 새롭거나 색다른 뭔가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첫 참관이다보니 올해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색다른 뭔가를 굳이 꼽자면 3D 프린팅, 오큘러스, 유니티 정도를 키워드로 꼽겠습니다. 특히 유니티는 딱집어 유니티만 다루는 강연은 그다지 없었으나 강연 중에 언급되는 빈도나 사람들의 관심에서 느껴지는 반응들로 보아 '써야된다'는 당위를 넘어서 '어떻게 잘 써야 하나'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간 듯 했습니다.

그리고, 서양식의 하이퀄리티 추구나 수치적인 유저 분석보다는 애니메이션 표현법이나 감각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높은 퀄리티나 분석적인 접근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으니,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로 느껴졌달까요.

PS4의 성능을 소개하는 강연에서도 미소녀 캐릭터 모델링을 가지고 설명한다거나 2D 캐릭터를 3D로 구현해주는 미들웨어가 나오거나 강연 내용 중에 유저 수치를 분석해서 게임을 조정하는 내용이 없던 것(몰라서 안 하는 뉘앙스는 아니었습니다)을 통해서 이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GDC를 의식하며 흐름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노력들이나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신경쓴다는 점에 있어서는 국내 컨퍼런스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5) 시상식

시상식을 소개하는 이유는 시상을 통해서 해당 컨퍼런스의 성격이나 추구하는 바를 비교적 알기 쉽기 때문입니다. CEDEC의 경우에는 '엔지니어링', '비주얼 아츠', '게임 디자인', '사운드', '네트워크' 로 크게 나누어서 시상을 하는데, 다른 게임 컨퍼런스들과 달리 게임에 대해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요소나 시도에 대해 시상한다는 점이 색다릅니다.

어느 정도 참가자 투표를 받기는 합니다만 심사위원회에서 기본적으로 어떤 것을 후보로 올릴 것인지에서 강하게 컨퍼런스의 관점이 드러나더군요.

따라서 게임이 아닌 미들웨어가 상을 받기도 하고, 엔지니어링 부분에서는 오큘러스가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획 부분에서는 얼마전 세상을 떠난 이이노 겐지 씨가 받았는데 뭐랄까 예의상 준 상 같은 느낌 같기는 했지만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GDC 같은 경우에는 시상식이 쇼에 가까워서 퍼포먼스도 많고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연출되는데 CEDEC은 일단 클래식 음악으로 반주를 하고 강단에서 상받는 스타일이 격조를 좀 따지는 분위기라 많이 엄숙한 느낌이었습니다.



故 이이노 겐지 씨 대신 부인과 가족이 상을 수상하는 모습



6) 기타 인상적인 장면들

가장 갔다와서 제게 생각해 볼 계기를 준 것은 나이든 개발자들이 현역으로 일하고 있으며, 여전히 트렌드나 공부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버철온'을 만들었다는 나이 지긋한 엔지니어가 게임잼에 참여해서(아무래도 제가 본 게임잼에 대한 인상은 신입이나 업계 진입을 노리는 분들이 해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같이 게임 만들고 스크럼 마스터 자격증도 따고 스스로 유니티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게 그 분만의 무언가 특별한 행동이라는 인상이 없었습니다.

'제비우스'를 만들었던 분이 GDC에 갔더니 올해 내러티브라는 말이 유행이라서 이걸 공부하고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고, '완다와 거상' 만든 기획자 분은 스팀에서 주요 인디 게임들을 체크하며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한국, 미국에서는 이 정도 나이에 경력이 화려하신 분들이라면 레전드 대접받으면서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 대박의 비결' 강연을 하는 편인데 CEDEC에서는 그런 분들이 그런 것 없고 그냥 현역이고, 여전히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으며 그간 공부하고 배운 내용을 공유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노력이나 성향만으로 될 일은 아니고 회사나 업계 전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 같은데,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차이를 만들어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세가, 스퀘어 에닉스, 반다이 남코가 이끌고 간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부분과 겹쳐져 적어도 올해의 CEDEC은 스타 플레이어나 스타 회사가 아닌 기존의 경험많은 개발자들과 회사들이 이끌어갔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는 올해 NDC에서 기존 대형 업체들이 분위기를 리딩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인상을 받은 한편, GDC에서는 해마다 스타 회사들이 등장하는데 일본에서는 모바일로 전환도 기존 업체들-세가, 스퀘어 에닉스, 겅호 등-이 더 잘해내고 있어서 업력이 큰, 물결을 두 번 이상 타넘고 살아남은 회사는 새로운 물결에 대응하는 요령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권 사운드 세션에서 철권 사운드 작곡하신 분이 요즘의 모바일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고민을 사내의 '패미스타'를 개발하신 분께 물어보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대략 요약하자면, '요즘의 분위기는 아케이드에서 가정용 게임기로 넘어가는 시기와 비슷하다. 그때는 아케이드 게임이 진짜 게임이고 가정용 게임기는 내려다보는 인상이 있었다. 그때를 참고해서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국내는 멀리 고민해야 10~20년 정도를 하는데 일본은 확실히 30년, 40년의 경험을 가지고 반응하는구나, 그리고 그런 사람이 사내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구나라고 단적으로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 정리

두서없이 많이 늘어놓은 느낌이 강한데, 변명하자면 CEDEC 스타일로 가급적 정보량을 많이 전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받은 감상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규모는 작지만 알차다'는 것입니다. 참관 절차도 복잡하고 촬영, 녹화 금지 등 까다롭게 굴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는, '불친절한 맛집'과 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촬영, 녹화는 처음에는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나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사진 셔터 소리나 그럴싸한 슬라이드가 나올 때마다 카메라를 든 손이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어 강연에 집중하는데는 도움이 되었고 발언자들도 보다 편하게 속내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되서 나름 장점이 있는 듯 합니다.

가볼 가치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GDC하고 비교한다면 트렌드나 영감을 받아오길 원한다면 GDC에 무게를 두고, 실질적인 내용을 원한다면 CEDEC도 괜찮은 선택일 것입니다. 완전히 주관적이지만 GDC는 업계 초보나 아니면 아예 리더/매니저급에 어울린다면 CEDEC은 실무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보고 듣고 온 CEDEC 2013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시간을 들여서 여기까지 읽으신 가치가 있는 글이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미처 이번 후기에 정리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혹시 CEDEC2013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제게 연락을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