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심의 수수료 인상, 왜 그리고 어떻게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41개 |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지난 12월 21일 공고한 등급심의 수수료 인상안은 연말 게임계의 핫이슈 중 하나였다. 갑작스러운 수수료 인상안 발표에 업계는 당황했고, 그 인상폭에 다시 한 번 놀랐다. 100% 인상안이라는 말은 수수료 수입 전체 금액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 수수료 인상폭은 많게는 300%나 되었다.


1월 7일. 충정로에 위치한 게임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게임위는 심의수수료 인상안이 게임위의 뜻이 아니었다는 점을 우선 강변했다. 사실 진행상황을 보면 그런 점도 없지 않다.


2006년 10월 탄생한 게임위는 운영경비를 국고에서 얼마 정도 보조를 받는 기관이었다. 그런데 이 국고보조는 처음에 2007년까지만 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국고보조가 막상 끊겨 예산편성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자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국고보조 기한을 조금씩 늘여왔다. 2007년까지였던 국고보조는 이후 2009년으로 연장되었다가, 다시 2011년으로 한번 더 연장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2009년 국회 문방위가 '사후관리는 국고에서 부담하는 것이지만, 사전심사의 경우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게임사가 부담하라'는 원칙을 제시하게 되며, 문화부는 이런 부분을 받아들여 등급심의에 해당되는 부분의 국고보조를 예산에서 제외하게 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게임위. 당장 국고보조가 줄어들자 구멍이 나게 생겼다. 그래서 등급심의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게임위는 말한다.





[ ▲ 게임물등급위원회 이장엽 사무국장 ]




ㅁ 심의 수수료 산정, 어떻게 진행되었나.


게임위는 자체적으로 수수료 인상폭을 결정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듯 하다. 등급분류 심의에 게임위가 얼마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지, 또 그만큼의 비용을 수수료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얼마로 해야하는지 외부의 전문기관을 통해 계산하기로 한 것이다.


외부기관이 조사에 착수한 것은 2010년 6월. 이 때부터 등급분류 업무에 대한 분석과 조사가 시작되었다. 현재 47명으로 구성된 게임위의 인력 구성과 그 중 등급분류 업무와 직접 관련된 인원이 25명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게임물등급분류와 관련된 직간접비용이 38.87억원이라는 원가 산정이 이뤄졌다.


그러니까 1년에 38억 원 정도가 등급심의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라는 것. 이를 심의 수수료로만 충당하기 위해 게임위는 4가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큰 폭의 인상이 업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2년에 걸쳐 인상하는 방안과 등급심의 업무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내용수정 심의에 대한 수수료(심의를 받고 난 뒤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의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내용수정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되어 있다)를 따로 받는 방안 등이 고려되었다.


그러나 내용수정 수수료를 따로 받으려면 현행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의 수수료 인상안에 적용하기는 무리. 그래서 업계의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가 참작되어 2011년에도 얼마간 인상하고, 2012년도에 다시 또 인상하는 방안이 채택되었다.



ㅁ 심의 수수료 얼마나 인상되나


게임위는 아직 수수료 인상방안이 '안'에 머물러 있어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2011년, 2012년 수수료 인상안을 밝혔다. 인상안에 따르면 2011년에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PC, 콘솔, 포터블 등 대부분의 플랫폼 기초가액이 2배 가까이 인상되며, 장르별 계수도 RPG와 베팅성 게임의 경우 4로 올라가게 된다. 또 비한글 타이틀은 1.1에서 1.5로 계수가 늘어나게 된다.


2012년에 다시 인상된다. PC는 75만원으로, 콘솔은 60만원으로, 포터블게임기는 45만원으로, 아케이드 게임은 75만원으로 기초가액이 올라간다. 인상안에 따르면 MMORPG의 경우는 현행 108만원의 수수료를 내던 것이 2012년에는 450만원의 수수료를 내게 되어 400% 이상 수수료가 인상되는 셈이다.





[ 현재 심의 수수료 조견표 ]





[ 심의 수수료 인상안. 2012년에는 기초가액이 모두 50% 더 인상된다 ]



게임위는 특히 인상폭이 큰 베팅성 게임과 MMORPG 장르에 대해서, 온라인 고스톱-포커 등 사행성 모사 게임의 경우 사행화를 방지하기 위해 결제기능과 베팅, 확률 데이터, 내부조작 여부 등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최근 MMORPG가 대형화 되어감에 따라 방대한 콘텐츠와 게임 속 미니 게임들, 그리고 다양한 유료화 콘텐츠와 사행성 아이템 여부를 검토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이나 오픈마켓을 포함한 기타 게임물의 수수료 비용은 1인 창조기업 활성화와 개인제작자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가보다 인상폭을 줄였다고 덧붙이기도.


또 수수료의 150%를 내야하는 재분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분류 결정을 낮추고 있으며, 내용수정신고 후 등급 변경이 없을 경우에는 수수료를 환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ㅁ 정말 제대로 받는 것인가? 업계의 반응


게임위의 입장에서는, 국회 문방위의 '사전 심의는 수수료로 충당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임위 스스로는 "우리는 국가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문화부의 통제를 받고, 국회의 예산으로 운영을 하고, 국고의 지원을 받는" 현실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고보조가 없으면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제로 심의를 하는데 드는 비용만큼 수수료를 받아야겠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심의 수수료 인상안이 얼마나 실제 비용을 반영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런 의문은 특히 콘솔/아케이드 쪽에서 터져나왔다. 아래는 설명회 참가자들이 던진 의견과 게임위의 답변들.







= 콘솔 쪽 업계인이다. 내용수정이 업무의 3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주로 온라인 게임에 해당되는 내용이 아닌가. 그로 인한 수수료 인상분이 콘솔이나 모바일, 아케이드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에 같이 포함된 것이 아닌가. 이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어긋나고 특정 업계에 피해를 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 그런 점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내용수정 신고 수수료를 따로 법개정을 통해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지적한 부분은 보고하도록 하겠다.


= 콘솔 업계인이다. 장르별 계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차라리 좀 더 항목을 세분화 해줬으면 좋겠다.

- 위원회 스스로 이런 체계를 만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할 것 같아서 외부기관에 의뢰한 것이다. 장르의 구분이 엄격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심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분석해서 비슷한 것들을 묶은 것이라 보면 좋겠다.


= 콘솔은 같은 게임이 여러 플랫폼으로 발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수수료 책정에 반영이 되어 있지 않다.

- 현재 플랫폼 별로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하나를 받으면 나머지는 절반 가격으로 신고만 받고, 미국은 전체를 한 번에 받고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1콘텐츠 1심의의 방향으로 가려한다. 이걸 면제할 것인지 아니면 신고만 하면 되게 할 것인지 문화부가 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동일 콘텐츠를 여러 사업자가 수입하는 병행수입이 가능한 부분에 고민이 있다.


= 수수료를 올리는 건 돈을 더 내라는 것 아닌가. 그럼 심의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 오해가 있을까봐 같이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업무 개선과 서비스 향상에 대한 내용도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하겠다.



ㅁ 심의 수수료 인상 자체가 문제?


심의 수수료 인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게임산업협회 김병국 연구원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대해, 등급심의를 통해 불법게임물이 유통되지 않으므로 국민 전체가 이익을 보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국가기관인 게임위가 재정이 줄어들었다고 민간이 그 부분을 부담하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것.


또 실질 수수료 금액 인상폭이 300%라는 점에 대해서 어떤 문화콘텐츠 산업이나 공공산업의 수수료 인상률도 이렇게 큰 적이 없었다면서, 다른 법률이나 사행 감독 등의 수수료가 10만 원 정도인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심의를 받지 않으면 징역과 벌금에 처해지는 벌칙이 따르는 강제적인 제도인데 수수료를 300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과도하지 않냐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어 인상을 하더라도 게임 심의 비용이 실제로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또 이제까지 들어온 심의 수수료를 어디에 얼마만큼 썼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공개해 업계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게임위는 다음 주 월요일(1월 10일)까지 수수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받은 후 검토과정을 거쳐 1월 12일 최종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의결이 되면 심의 수수료 인상안은 바로 다음 날인 1월 13일 시행된다. 그러면서도 아직 문화부의 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라니, 문화부의 승인을 받고, 문화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하는 기간도 생각해보면 촉박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 전창준 정책지원팀장(좌)은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물의 확인이라는 임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사전 안전검사 제도와 유사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




ㅁ 민간 자율 심의는 언제...


설명회의 마지막, 게임위는 이번에도 해외의 게임 등급 심의 수수료가 얼마인지 설명했다. 미국의 ESRB는 원화로 많게는 46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일본의 CERO는 97만원, 유럽의 PEGI는 312만원, USK는 234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도록 되어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심의 수수료가 뭐 그렇게 비싸거나 하지는 않다는 어필인 셈이다.


하지만 해외는 게임 등급 심의의 주체가 모두 게임사업자 등 민간단체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게임에 등급을 매겨 유통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등급을 부여하지 않으면 시민단체나 게임 이용자, 보호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 때문에 나름의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한다. 민간 자율이기 때문에 등급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등급을 받지 않으면 유통에 제한을 받는 식이다. 적어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고 그러지는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게임위가 심의 수수료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는 국고보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국고보조는 애시당초 2007년까지만 하기로 되어있던 것이다. 처음부터 2007년까지만 국고보조를 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애초에 해외에서 그렇게 하듯 게임 등급 심의를 민간 차원에서 업계 자율로 시행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급박하게 게임위가 만들어지긴 했어도,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연착륙을 하라는 뜻이었다.


그것이 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왜 2009년까지 국고보조를 한 차례 연장했다가 다시 또 2011년까지 또 연장했는가.


게임위의 심의 수수료 인상안이 환영받기는 커녕 공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간 자율 심의 방안에 대한 준비는 전혀 진행하지 않으면서, 국고보조 기간만 연장하는 미봉책이 벌써 4년째다. 미루다 미루다 안되니 수수료를 인상하는 모습이 좋게 보일리 없다. 수수료 인상에 고민하는 것의 절반만이라도, 게임위의 목적이 '게임위의 존속' 그 자체가 된 것은 아닌지를 돌이켜 봐야하지 않을까.


- 다음 기사에서는, 도대체 민간 자율 심의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건지 살펴본다.


※ [돌발사진] 게임심의료 설명회는 SO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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