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과 마약 그리고 아름다운 TV의 중독

칼럼 | 박규상 기자 | 댓글: 28개 |
1970년대 부터 TV가 급속도로 보급이 되며 그에 따른 안타까운 사건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현재 게임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한 지금. 당시 TV를 바라보던 사회적인 시선이 닮아 있었습니다. 따라서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며 함께 고민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래 내용은 전 한국 간행물윤리 위원장을 지낸 민병욱님이 쓴 "슈퍼맨, 원더우먼들의 죽음" 이라는 네이버 캐스트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흥미로울것 같습니다.

▶ 그 시절 그 이야기 - 슈퍼맨, 원더우먼들의 죽음




▷ TV 보급률이 늘어나며 발생한 안타까운 이야기들.


TV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써놓은 민병욱님의 글중 몇가지만 인용해 봅니다.


1970년대 당시 인구가 3146만명이었고, 63년 3만 67년 7만 대였던 TV 보급률이 1970년 30만대로 무려 15배 늘어났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1천만대가 넘는등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TV 시장은 성장했습니다. 빠른 성장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슈들이 생겨났고, 특히 TV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여러 프로그램들로 인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 레슬링 놀이를 하다 숨지다.

70년 4월 5일 서울 상도동 공터에서 동네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 엉켜 프로레슬링 경기 흉내를 내다 1명이 그만 목 졸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장 "TV가 어린이를 죽였다"는 지적이 튀어나왔다. 언론은 "잔혹물이 어른들 세계에선 배설물이 된다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에게까지 브레이크 없이 공급된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6백만불의 사나이 모방하다 목숨 잃은 5살 아이

그러던 77년 9월2일. 서울 풍납동 천호대교 남단 다리 위에서 놀던 5살 남자아이가 5.8m 아래 자갈길에 뛰어내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함께 놀던 친구들은 "원래 다리 밑에서 놀고 있었는데 ㅇㅇ이 갑자기 '나도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다리 위에서 뛰어내릴 수 있다'고 외치더니 다리 위로 가 나는 시늉을 하며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숨진 어린이가 "TV에서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방영될 때면 잠도 자지 않고 끝나는 시간까지 한눈도 팔지 않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의자나 화장대 위에 올라가 영화장면처럼 날아다니듯 뛰어내리는 흉내를 잘 냈다"고도 했다. TV극의 초인 주인공을 흉내 내다 숨진 데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신문들은 당장 'TV 해독'이란 제목을 뽑고 숨진 아이가 날듯 두 팔을 벌린 사진까지 구해 크게 실었다.



그러면서 TV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아래와 같이 마무리를 합니다.


...TV가 가구당 1대에 육박하던 70년대 말, 80년대 초 사고가 집중적으로 난 것도 특이하다. 그 이후 사고가 준 것은 TV가 어엿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지만 거기서 보여주는 현실은 '가상'이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됐기 때문일까. 그래서 아이들이 나도 슈퍼맨 원더우먼이 될 수 있다는 꿈에서 깨어났기 때문일까...




▷ TV는 악마의 미소를 지었고, 게임은 마약과 똑같은것


TV 보급이 급속도로 증가한 그 옛날의 수많은 사건사고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게임 산업이 처한 여러 현실과 비슷한 측면이 많아보였습니다. 당시 주류 미디어인 신문들은 특히 날을 세워 TV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TV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어 그들의 입지가 좁아질까봐 경계를 했지요.







6백만불의 사나이를 모방다가 목숨을 잃은 5살 아이와 관련된 동아일보의 칼럼은 "TV가 또한번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며 어린이에게 위험한 프로를 어린이들이 즐겨본다는 이유만으로 어린이 시간대에 편성하려 했던 방송국들, 순수하게 흉내 내려고 할 수 밖에 없는 어린이에게 경고하지 못했던 어른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TV 속에 있던 여러 도움되는 정보들은 싸그리 폄하하며 악마의 미소라는 다섯글자로 정의된 TV를 보며 게임과 마약의 비교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에 속해야 하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 어른들 모두가 반성하는 TV, 게임 산업 너만 반성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


앞서 언급된 칼럼에서도 보면 "어린이들의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감수성과 상상력 때문에 어른들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며, 이번 사고는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빚어진 슬픔이라 표현했고, 재미있으라고 꾸민 거짓말, 사람들은 저럴수 없다며 설명해줘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슈퍼맨 원더우먼 같은 초인 흉내를 내다 숨진 아이에게 당시 프로를 방영했던 방송사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졌다는 얘기도 없습니다. 미국서는 80년대 흉내 내다 숨진 아이의 부모가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패소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른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점은 어떠합니까? 어른들 모두가 반성하는 TV와 게임 산업 너만 반성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달라보입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비난만 있을뿐이지 함께 설명해줘야 한다거나 가족들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시선은 부족해보입니다. TV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확연히 다릅니다.


TV는 본인들도 중독이 되어본 적 있고, 항상 대중적으로 마주치는 시선이기에 이해하려 하고, 게임은 내가 접해보지 않았고, 내가 안해본거니까 그 중독 자체가 나쁘고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시선이 맞춰지지 않는 한 게임 산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들의 먹잇감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 아름다운 중독의 아름다운 묘사


뛰어난 영상미와 탄탄한 극본으로 폐인을 만들었다는 드라마 다모. 다모는 드라마 폐인의 원조이자 그 이후 인기있는 드라마에는 항상 폐인이라는 단어로 붙어다니다가 최근들어 현빈앓이 등 앓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많은 분들이 쓰시더군요.











욘사마에 빠진 일본의 아줌마들을 보며 흐뭇히 미소짓는 대중들과 아직까지 현빈앓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연일 뉴스화 되고 있는 현빈씨의 이슈들을 보노라면 여가부의 드라마의 중독은 아름다운 로맨스고, 게임은 나쁜 행동이라는 인식은 불공평해보입니다.


드라마에 빠진 분들이 게임에 특별히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게임 중독성이 덜한것이 아닐까요?



1. 아름다운 중독의 대표적인 예, 뽀느님


뽀로로를 틀어놓으면 애기들의 식사시간이 30분 단축되면서 뽀로로가 방영되지 않는 다른 나라의 육아는 참 힘들겠다고 하는 아내의 말을 빌려보면, 아름다운 중독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뽀로로" 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기획사 아이코닉스의 대표이자 현재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일 대표가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게 되어 지난 8월 31일 녹화를 마쳤고, 곧 방영된다고 하는데요. 참 부럽습니다.







현실 세계를 조물주가 한땀 한땀 만들었다면, 온라인 세상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캐릭터와 패션 등은 하나하나 개발자들이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것들로 만든 것인데, 똑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데 아름다운 중독과 나쁜 중독의 폄하는 어찌보면 가혹해 보입니다.



2. 아름다운 중독을 위해 게임사들이 노력한것


과거 CCR의 포트리스나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완구로까지 제작되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흥행 및 연령층 공략 실패로 인기를 얻지 못했고, 인기가 없다면 교육적으로라도 도움 되어야 할텐데, 그것마저 없다보니 수익적인 면이나 게임 순기능 모두 실패하면서 잊혀져 버렸습니다. (방영기간 꽤 재미있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도전을 한다면, 흥행보다는 EBS 교육방송과 연계하여 교육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어쩔수 없이 방송해야만 하는 양질의 콘텐츠로 제작되어 게임의 순기능을 널리 알릴수 있는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3.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부모님의 세대 이해하며...


해외 선진국은 오랜 문화적인 여유가 많았던 탓에 가족과 함께 하는 게임들이 발전했고, 그것이 콘솔 패키지를 주로 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 왔지만, 과거 우리의 부모님들은 급성장한 산업발전으로 인해 문화적인 생활보다 생계를 위해 누구보다 땀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단절되었고, 자식을 잘 키우려는 방법보다는 굶기지 않고 배불리 먹이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가족과의 소통 즉 콘솔/패키지보다는 온라인 게임이 주도적으로 발전하여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 된 또 하나의 이유라 봅니다.그런 상황에서 게임 문화에 부정적인 시선은 어쩌면 당연하고,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님 세대를 설득하는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과 긍정적인 시선이 함께 공론화 되어야 하는데 일방적인 비난이 주류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있고, 가족간의 대화 즉 소통의 문제를 게임탓으로 돌리는 것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논리입니다. 우리나라가 해외 그 어떤 나라보다 레벨업이 빠르고, 단순한 반복작업에 익숙한것은 국내 교육의 현실과 사회 전체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 게임을 그만 둔다고 해서 말없던 가족들과의 말문이 트이는건 아닙니다.

▶ 깔깔 공주들의 네버랜드 블로그




▷ 중장기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 필요한 시기


게임을 학문적인 시각으로 살펴보자는 요구는 여러 칼럼들을 통해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대중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언급된 예가 그리 없는것 같습니다. 저는 야구단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80년대 야구가 출범하면서 각 구단들의 어린이 야구단 창설 같은 중장기적 마케팅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야구는 천만 관중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야 있겠지만, 어린이 야구단의 수십년에 걸친 효과도 야구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엔씨 다이노스 어린이 야구단 정말 기대됩니다.


기자 또한, 어린시절 삼성 야구단 점퍼를 입고 있으면, 왠지 유명인이 된 듯한 기분에 항상 입고 다녔고, 어린이 야구단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했었습니다. 또한 MBC 방송 견학을 하면서 큐 싸인을 외치는 감독님과 생방송 현장을 보며 어릴때부터 꿈을 키워가게 되었지요. 어린이 야구단은 어린이 한명이 2명의 성인 티켓을 확보하기에 단기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어 보였지만, 방송국 입장에서 쉴새없이 떠드는 어린 학생들로 인해 일하는데 방해만 되는 초등학교 견학을 중장기적인 이미지 확보 이외의 목적으로 추진할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어찌되었건 MBC 방송견학과 삼성 어린이 야구단을 통해 그 산업에 대한 호감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코카콜라 공장 현장 방문 프로젝트도 좋은것 같고요.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이 바라보는 게임 회사 직원은 GM 딱 하나 뿐입니다. 장래희망도 게임회사 대표 보다는 GM이 많습니다. 어린이들이 단순히 그래픽 쪼가리로 게임을 판단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코드로 이뤄진 문자열, 복잡한 함수와 네트워크 기술과 보안 등 온라인 세상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게임 개발 과정은 더이상 우리만 알아야 할 절세 무공 비급도 아닐 뿐더러 사회적으로 오픈 되어야 할 과정입니다.


게임 개발 전 과정 담은 작은 전시관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시관은 토/일만 개방해도 좋으니 게임 개발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고,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작업 과정이 3D로 실감나게 표현되었으면 합니다. 카트라이더 등 유명 캐릭터들의 4D 전용관과 탈것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산업이 이렇게나 커졌는데, 게임쇼나 게임대회 말고는 게임에 대해 알려주는 행사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그래픽으로 보여주는게 다입니다. 그러다보니 게임 = 그래픽이라는 판단이 대중들에게 인식되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곧 대형 게임사들이 분당/판교에 이전 준비를 하고 있는데, 통큰 게임사 어디 없을까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네오위즈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네오위즈 가족 사내 견학은 매우 좋은 행사이며 일반인들에게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타 게임사들도 학교나 공무원을 상대로 가끔 하고 있습니다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TV의 사례에서 봤듯이 "어른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며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고쳐나갔는데도 수십년이 걸렸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수 있는 대화의 장과 게임 문화 소개 및 관련된 시설 보급이 절실해 보입니다. 게임 산업과 사회적인 시선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진정 문화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1970년대 핍박받던 선배들을 생각하면 이런 행동은 자제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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