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 HD 방송 유료화, 시청자가 불편한 '진짜' 이유

칼럼 | 김지명 기자 | 댓글: 521개 |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유저들의 최대 관심사 아주부 더 챔피언스 리그 섬머를 중계하고 있는 온게임넷이 이번에 HD Live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것을 밝혔다. 기존에는 SD와 HD 화질 모두 무료로 제공하면서 VOD만 유료로 판매했으나, 20일(금)부터는 HD 생방송 시청을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 원문 : 온게임넷 HD Live 유료화 안내(클릭!!)


온게임넷의 HD Live 방송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은 우선 14,000원. 이 금액의 HD VOD 패스를 구입하면 이후 30번의 HD 컨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계산해보면 1회 시청당 책정된 비용은 약 467원이 되는 셈.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방송되는 챔피언스 섬머 리그를 시청한다고 생각할 때, 30회는 15주 동안 방송되는 챔피언스 리그 HD 생방송을 볼 수 있는 분량으로 이는 대략 14,000원 결제로 이후 진행될 챔피언스 섬머 리그를 모두 볼 수 있다 뜻이다.


과자를 하나 사도 천원은 우습게 지불해야 되는 요즘, 회당 500원이 안되는 가격에 한 번 결제하면 시즌 전체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은, 가격적인 부분에서 비싸게 책정되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금액이다.






[▲ HD Live 시청은 이제 결제를 해야만 가능, 가격은 대략 편당 467원 정도]




기존의 이스포츠 종목에서는 HD급의 화질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깨끗한 화질이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HD 화질이 아니라는 점이 불편으로 다가올 정도는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보이는 만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다.


최대 10명의 챔피언이 난전을 펼치는 장면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챔피언의 능력치와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경기가 몇 분을 흐르고 있으며 양 팀의 골드 획득량은 얼마인지, 각 선수의 CS의 상황과 KDA 상황 등 작은 '문자'를 확인해야 제대로 된 경기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온게임넷의 HD Live 유료화가, 더 나은 화질의 고품질 HD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조치로, HD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해 창출된 이익을 재투자 하여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얼마든지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이와 정반대다.





유료화 OK, 하지만 서비스는?




정액제 모델이 없다는 아쉬움을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유료화 가격이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은데도, 유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물론, 무료로 이용하던 서비스가 유료화가 되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수준.

 
























[▲ 유료화 공지에 대한 유저들 반응 중 일부. 다른 유저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하다]




유저들이 이러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유료화와 책정된 가격보다는 오히려 지금까지 온게임넷이 보여준 HD 서비스 품질과 대회 운영에 대한 불만, 그리고 유료화 시기 등 대회 중계 서비스 전반에 걸친 불만이 HD 유료화를 계기로 터져나온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HD 서비스



유저들이 이번 유료화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첫 번째 요소로는 HD 서비스 자체의 질을 들 수 있다.


최초에 온게임넷이 HD 화질 서비스를 발표했을 때 많은 유저들이 환영하고 이를 반겼다. 기존 SD 화질에서 생겼던 아쉬움들이 HD 화질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모두 해결될 것이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때, 의외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기존에 서비스했던 SD 화질보다는 확실히 나은 화질을 보여주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HD 화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릴 때 중계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으며, 중계 도중 HD 송출이 중단되어 SD 화질로 전환되어 관전 중이던 경기 대부분을 SD 화질로 봐야했던 때도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HD 페이지인데도 SD 화질로 경기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HD 송출의 안정성,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태였던 것이다.






▲ 리그오브레전드의 다른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나이스게임TV의 HD 화질






▲ 온게임넷이 송출중인 HD 화질. 같은 HD지만 확실히 화질의 차이가 느껴진다.








 온게임넷 대회 운영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



온게임넷이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이번 챔피언스 섬머 리그를 진행하고는 있다지만, 스폰서의 대회 지원은 상금과 운영비 정도. 실질적으로 대회 운영으로 온게임넷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광고와 VOD 판매 정도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어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는 것은 보다 질 좋은 대회 운영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긴 하다.


하지만 현재는 온게임넷의 대회 운영과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있는 상태다.


지난 챔피언스 섬머 리그 예선, 같은 날 치뤄진 다른 게임의 경기가 길어짐에 따라 챔피언스 섬머 리그 중계가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늦게 시작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중계를 맡은 전용준 캐스터의 설명 외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상황이 유저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현장을 찾은 이들은 물론, 집에서 방송을 시청하려는 유저들 역시 영문을 모른 채 시작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지난 11일 챔피언스 섬머 리그 B조 1일차 중계날에는 경기를 진행해야 할 클라이언트의 문제로 1시간 동안 중계팀과 관중들 모두가 기다려야 했으며, 다음에 있었던 B조 2일차 중계날에는 그보다 더 한 문제가 발생하여 평소보다 약 3시간 가까이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물론, 이날의 지연은 온게임넷의 문제라기보다는 클라이언트와 서버에서 생긴 문제였던 만큼 이를 제공했던 라이엇게임즈의 문제로 봐야 한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에서는 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현재는 오류를 발견하여 수정된 상황임을 별도의 공지로 안내하기도 했다.


▶ 원문 : THE CHAMPIONS SUMMER 16강 B조 경기 지연에 대해


하지만 긴 지연 시간동안 그저 기다렸어야만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약간의 지연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일반 서버에서 진행을 한다던가 (물론, 실제 게임 서버와 대회 서버는 서로 클라이언트의 버전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진행 상황 등을 유저들과 좀 더 민활하게 소통하여 불만은 최소화하는 식의 운영도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상황은 경기 시작 전 더 많은 테스트로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대회 운영의 아쉬움은 다른 곳에도 있었다. 북미와 유럽의 두 팀이 참여했던 스프링 리그에 비해 중국팀을 포함 총 8개의 해외팀이 참여하며 해외팀의 비중이 더욱 커진 이번 대회에, 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모습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부분.


특히 해외팀의 인터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전담할 통역사가 존재하지 않아 임시로 다른 이들이 통역을 대신 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질문과 답변이 잘못 전달된 사건은, 해당 팀에서 온게임넷 측에 정정을 요구했을 정도.



[WE의 인터뷰 내용에 대하여 WE Misaya의 해명글] 


Misaya:昨天在比?后接受了??方面的采?。我??的速度非常慢?了?????,但是我?有想到???完之?了完全??的解?.

어제 경기후 한국측에서의 인터뷰를 받았다. 난 통역하는 분을 위해 천천히 말했다. 그런데 통역이 완전 잘못될줄은 생각도 못했다.

  
Misaya:?我?“??LOL水平非常强,但WE?代表中?的LOL打出中?玩家?有的水平”的?候,??出??“中?比??强”

난 <한국 LOL실력은 정말 강하다. 하지만 we도 중국 LOL을 대표로 나온것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는데 그녀의 통역은 <중국은 한국보다 강하다>라고 했다.


Misaya:??人底下一片??,我?作?中?代表不可能?如此粗?的?!

한국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중국대표로써 어떻게 그런 예의 없는?(거만한) 말을 하겠는가!


Misaya:明天在比??始前无?如何WE都?要求主?方就?件事做出解?的.
내일 시합하기전에 우리는 주최측에게 해명을 요구할것이다.


▶ 원문글 : 수요일 경기후 WE Misaya 팬들에게 해명글 by 뽀미올레



해외팀의 일정 조율 등에 대해서도 아쉬움은 계속되었다. 얼마전 나이스게임TV에서 진행하는 친선 시합인 배틀로얄에 참여하기로 했던 CLG NA.가 'OGN의 요구에 의해 불참'을 밝힌 사건이나, 곧 경기를 하게 될 CLG EU.의 경우 챔피언스 섬머 리그에서 D조로 배치되면서 월드 챔피언스 리그 서킷 포인트가 걸린 ECC Poland 대회와 일정이 겹치게 된 것 등은, 온게임넷이 조금만 배려했다면 발생하지 않아도 될 사건들이었다.


▶ 관련글 : CLG.EU 챔피언스 일정 조정 불가피? 







 유료화 시기, 그리고 소통의 아쉬움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HD 유료화 서비스를 발표한 시기와 방법이다.


무료로 잘 이용하던 콘텐츠가 어느날 갑자기 유료가 되면 사용자들은 당연히 반발하게 되어 있다. 공짜였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내 지갑을 열어야 한다면, 실질적으로 그렇게 됨으로서 바뀔 미래라던지 상황까지 떠올리기 전에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이야기한 경기 지연이나 통역, 해외팀의 일정 조율 등 다양한 문제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유료화 공지가 발표되었으니 유저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게다가 지금은 리그가 한 차례 종료된 상황이 아닌, 두 번째 리그의 16강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지난 리그를 돌아보며 지갑을 열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해볼 새도 없이 당장 20일부터 유저들은 지갑을 열거나, 아니면 저화질 방송을 봐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고민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유저들이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여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스프링 시즌이 끝난 후 유료화 시기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소통하는 형태로 유료화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갑작스럽고 딱딱하게 유료화를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제공되던 HD 서비스를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고품질로 제공하기 위해 유료화 전환을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며, 다음 시즌부터 유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실제 가격은 부담이 최대한 가지 않는 1일 500원 정도로 책정했으며, 유료화를 통해 더욱 안정적인 HD 서비스를 약속드리겠다" 는 형태로 시청자와 적절한 시기에 소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기업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생산하는 콘텐츠에는 정당한 가격이 매겨져야 하고 고객은 이를 적정한 가격으로 구입하여야만 기업은 이를 재투자하여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HD Live의 유료화는 시기와 신뢰의 문제일 뿐, 사실 언젠가는 더 나은 중계 환경을 위해 진행되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고객들 역시 자원 봉사자가 아니다. 고객의 입장에선 당연히 자주 문제가 생기는 불안한 서비스가 아닌, '정당하고 질 좋은 서비스, 믿음이 가는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싶을 것이다.


중계를 위해 많은 리허설을 했을 것이고,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의외의 문제가 터지는 것은 온게임넷 입장에서도 속이 타는 상황이었겠지만, 그에 대한 후속조치가 아쉬웠다는 점과 이런 불안한 시기에 유료화를 선언했다는 부분까지 좋게 봐줄 수만은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유저들의 신뢰와 호응이 '수익창출'보다 우선시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우리 모두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사례에서 직접 목격한 바 있다.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스킨'을 사면서도 즐겁게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만든 라이엇게임즈의 비결은 수익 보다 서비스의 질을 우선시한 철학에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물은 엎질러졌다. 신뢰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후 온게임넷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가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HD 서비스를 포함한 대회 전반의 서비스의 품질 개선에 대한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지금 온게임넷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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