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마추어의 용기 보여준 쇼타임

칼럼 | 김홍제 기자 |



지난 6월 29일 잠실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펼쳐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이하 KDL)' 프리시즌2 쇼타임과 광동 프릭스 대결, 쇼타임이 에이스 결정전 끝에 광동 프릭스라는 대어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다만, 당일 한 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당일에는 '플레어'가 아이템 큐브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규정 위반인지 아닌지에 대해 심판진은 전략적인 주행으로 판단하고 경기를 속행했다. 그러나 다음날 KDL 운영진은 해당 판정을 번복하며 광동 프릭스의 승리를 선언했는데, 7월 4일 역주행 관련 판정 번복 이슈에 대해 운영진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판정을 다시 번복, 쇼타임의 승리를 인정했다.

해당 이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먼저 리그 운영진 측의 실수에 대해서다. 물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라도 깔끔하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깔끔한 대처를 보여준 넥슨이지만, 국내 최장수 e스포츠 리그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카트라이더 리그임에서 아직도 기본적인 운영 이슈가 발생했고, 초기 대처가 좋지 못했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이슈의 당사자인 아마추어팀 쇼타임의 대처다. 사실 아마추어인 쇼타임이 광동 프릭스라는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이번 시즌도 우승 후보인 팀을 잡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고, 이런 언더독이 있기 때문에 e스포츠가 재밌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만에 판정이 번복됐다. 아마추어 입장에서 이럴 경우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렵고 힘들법한 일인데, 쇼타임의 팀장인 '프라운' 윤태웅은 냉정하고 가장 합리적인 대처를 보여줬다. 가장 먼저, 규정집을 살피고 자신들에게 어떤 점들이 불합리한 부분인지 살펴봤고, 미디어에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논리 정연하게 전달해 이슈를 알렸다.

프로팀이라면 코칭 스태프, 사무국 등을 통해 당연히 진행될 절차이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경험이 적은 아마추어에겐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이다. 쇼타임 팀장 '프라운' 윤태웅은 자신들이 내세울 합당한 권리를 잘 행사했다.

살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데, 이번에 쇼타임이 보여준 대처는 프로팀 못지않게 훌륭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거나 어물쩍하게 넘어갔다면 쇼타임 이슈는 언젠가 누군가가 겪어 또 다른 피해를 보는 팀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쇼타임 윤태웅 팀장은 당시 판정 번복으로 인해 팀원들의 사기가 굉장히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경기 패배에 영향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다시 원심으로 돌아가 1승을 손에 넣었으나, 명백히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팀이다.

다시 한번 아마추어팀인 쇼타임의 적절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던 KDL 운영진이지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추후 대처는 매우 뛰어났다. 그리고 아직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프리시즌이다. 프리시즌2가 끝난 뒤 오는 가을에 정규 시즌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정규 시즌에는 더욱 건강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e스포츠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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