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CK와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에 대한 고찰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54개 |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는 참가한 선수 혹은 팀에게 한 번 패배하더라도 추가로 경기할 기회를 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제도는 경기 수가 증가하여 팬들이 경기를 즐길 기회가 많아지고, 다양한 팀 간의 대결이 성사되어서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등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LCK도 2023년 스프링 스플릿부터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만족스러운 평가를 듣고 있다. 일단, 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일정에 경기 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대회 뷰어십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팬들도 더 많은 볼거리가 생겼고, 팀 입장에서도 팀 브랜드를 더 많이 노출할 수 있다. 결국 대회를 운영하는 LCK와 팬들, 그리고 팀까지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인 셈이다.

이렇듯 LCK에 도입된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은 많은 사람이 만족하고 있지만, 한 가지 생각해볼 만한 이슈도 존재한다. 바로, 모든 참가팀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 두 번의 기회가 결승에 직행한 팀에게는 한 번만 주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LCK 제도 아래서는 결승에 직행한 팀은 최종 결승전에서 질 경우, 그대로 패배가 확정된다. 원칙적으로는 결승에 직행한 팀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져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생각해볼 건 ‘두 번째 기회를 언제 줘야 하는가?’이다. 철권 종목의 경우에는 결승에 직행한 선수가 결승전에서 패배할 경우, 브라켓 리셋(Bracket Reset)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 번 더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는 철권 종목의 특성상 경기가 짧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첫 번째 경기에 이어 바로 두 번째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최대 열 세트를 치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반대로 다음 날 같이 다른 지정된 날짜에 치를 경우에는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를 두 번 꾸린다는 점에서 운영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이유로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를 도입한 대부분의 대회에는 승리조 승자팀에게 어드벤티지를 주거나 패자조 선수에게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브라켓 리셋이 없는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LCK에서도 승리조 승자팀에게 1세트 진영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패자조를 통해 결승에 올라온 팀보다 유리한 일정을 배정 받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1세트 진영 선택권은 과연 승자조 승리팀에게 만족스러운 어드밴티지일까? 고동빈 감독은 이번 미디어데이에서 “역대 다전제에서 보통 블루 팀의 승률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동빈 감독의 말처럼 이번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블루 진영의 승률은 56.5%로 레드 진영보다 높았다. 진영 선택권을 가진 팀은 이렇듯 통계적으로 승률이 높은 진영을 골라 승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결승전에서 진영 선택권은 통계만큼의 승률을 가져왔을까? 재미있게도 결과는 아니었다. 2021년 LCK 프랜차이즈 이후로 열린 다섯 번의 결승전 경기에서 1세트 진영 선택권을 사용한 팀의 승률은 20%, 다섯 세트 중에서 한 세트에 승리했다. 차례로 2021년 스프링 젠지 e스포츠 1세트 레드 선택(패배), 2021년 서머 디플러스 기아 블루 선택(승리), 2022년 스프링 젠지 블루 선택(패배), 2022년 서머 T1 블루 선택(패배), 2023년 스프링 T1 블루 선택(패배) 이다.

그렇다면 관계자들은 진영 선택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A팀의 감독은 “진영 선택권을 갖는다는 건 의미가 있다. 50:50의 싸움에서 상대보다 1%라도 우위를 가져간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승전에 먼저 올라간 팀은 상대방의 경기를 미리 볼 수 있고, 일정도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에 충분한 메리트를 얻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B팀의 감독은 “결승에 직행하는 팀이 한 번 더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건 아쉬울 순 있다. 그러나 직행하는 팀은 경기 수도 가장 적고, 상대방의 경기를 보면서 얻어가는 정보를 무시할 수 없다. 진영 선택권은 부수적인 요소”라는 의견을 전했다.

C팀의 감독은 “경기를 직행하는 게 가장 큰 메리트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준비해서 이겼는지 보고 하는 것이기에 밴픽을 준비하기 편하다. 상위팀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카드를 밴할 수 있어서 하위팀은 보통 카드가 더 필요하다. 하위팀도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기세를 올릴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상대 경기를 보고하는 게 많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다수의 관계자가 진영 선택권보다는 상대방의 경기를 미리 보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승자조에 직행한 팀에게 주어지는 이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현재까지의 흐름은 승자조 결승 팀에게 한 번에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는 것에 특별히 문제될 부분은 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LCK에 적용된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는 같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스포츠에서 중요한 '공정성' 부분에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언제든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더욱 합리적은 방안은 있는지 고민을 이어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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