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칼럼 | 김수진 기자 | 댓글: 12개 |



게임은 어느새 ‘솔플’ 취미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또 맞는 말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레이드를 하든, 총을 쏘든, 전투를 하든, 온라인 게임들은 분명 게임 속에서 타인과 함께 부대끼며 플레이하지 않나.

하지만 애매하긴 애매하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동해서 게임을 즐기는 건 맞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은 개인이 진행해야 한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다는 목표 아래 수많은 공격대원이 모이더라도 각자의 역할과 임무는 다르다. 승리를 위해 한 팀으로 꾸려지더라도 각자의 킬/데스는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분명 함께 하고는 있는데, 플레이 자체는 ‘혼자’ 한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그리고 이런 솔플적 면모는 패키지 게임으로 가면 좀 더 강해진다. 로컬 플레이나 온라인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들도 많이는 있지만, 대부분 추가적인 선택의 개념에서 그친다. 혼자 한다고 게임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게임의 완성도에 인원이라는 것은 필수 재료가 아닌 약간의 향신료 정도랄까.

그래서인지 게임하면 대부분 혼자, 집 안에서, 컴퓨터나 TV 앞에 앉아 즐기는 취미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인식은 바뀌기 마련이라지만, 아직도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게임을 할 때 부모님의 눈치, 애인의 눈치, 배우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최근 모 기자가 쓴 유부 게이머들의 게이머로 살아남는 방법에 관해 언급한 기사만 봐도 같이 할 수 있는 다른 뭔가를 한 뒤 안전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임은 혼자하는 취미에 가깝다.

그래서 잇 테이크 투는 특별하다. 평단과 대중을 가리지 않고 작년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꼽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작품성과 재미는 당연히 잡았고, ‘함께’라는 키워드를 제대로 살렸다.

▲ 직장 동료와 해도 즐거운 잇 테이크 투

얼마전 연말을 맞아 게임이라곤 평소 롤 아니면 피파, 가끔 문명, 그리고 모바일 게임밖에 안하는 내 기준 ‘머글’인 남동생이 놀러 왔었다. 이 머글 남동생은 그래도 자신이 평소 나름 들어봤던 게임, 바이오 하자드나 바이오 하자드나 바이오 하자드를 할 생각으로 부풀어 있었지만, 그래도 올해 최고로 꼽히는 게임은 해보고 가지 않아야겠느냐는 꼬드김에 잇 테이크 투를 강제로 하게 됐다.

그리고 분명 첫날 핸드폰으로 TFT를 하며 잠깐만 잠깐만을 외치던 동생이, 어느새 나보다 먼저 엑스박스를 켜고, 컨트롤러를 붙잡고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더라. 그리고 엔딩을 본 마지막 날까지, 동생과 정말 많은 (게임)이야기를 하고 서로 (죽이며)웃었더랬다.

이렇게까지 동생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해서 마음을 나눠본 건 처음이었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로즈에게 엄마와 아빠를 돌려주기 위해, 이혼 위기에 선 둘의 사이를 다시 봉합해주기 위해 쉴 새 없이 서로 응원하고, 때로는 탓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연출에 놀라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이 마지막으로 홀가분하게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진짜 재밌었다.” 이어서 한마디 더. “큰누나랑 같이 이거 하길 잘했다.”

사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기에 넘을 수 없는 세대의 벽이 가로막던 동생이었다. 그런데 잇 테이크 투는 그 벽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여 없애버렸다. 게임이라는 ‘놀이’를 ‘같이’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함께 보이스 프로그램을 활용해 롤을 하거나 문명을 할 때와는 아주 다른 진짜 소통이었다.




억지로 어려운 조작이나 문제를 통해 두 사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대신, 잇 테이크 투는 그야말로 물 흐르듯 행동과 행동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자석의 N극과 S극을 각자 주어준다거나, 한 명이 수액을 쏘면 한 명이 거기에 불을 붙이는 등 자연스레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비중이지만 서로 다른 역할을 통해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유도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진행 과정이 어우러지면 완벽한 결과가 도출되도록 말이다. 잇 테이크 투의 ‘함께’는 단순한 협동에서 벗어났다. 목표도, 과정도, 책임도 모두 두 사람이 함께 해야한다.

그리고 시작도 마찬가지. 플레이를 하려면 로컬로 함께 할 친구를 꼬드기든, 온라인에서 구하든 어떻게라도 다른 한 명을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협동 게임들이 어떻게든 솔로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잇 테이크 투는 가차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라는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을 완전히 쳐내버렸다. 혼자서는 시작조차 못 하는 게임이라니!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잇 테이크 투는 어떻게든 친구를 구해서라도 아니면 그저 게임 메이트를 구해서라도 꼭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아니 꼭 해봐야 한다.




누군가는 작년 코로나로 인해 비교적 대작들이 없었기에 잇 테이크 투가 GOTY로 꼽힐 수 있었다고 말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잇 테이크 투는 게임을 혼자가 아닌 함께해도 충분히 놀랍고 즐겁고 새로우며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게임보다 명확하게 보여줬다. GOTY라는 타이틀을 쥐기에 부족함이 없는 잘 만들어진, 그리고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인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보통의 게이머에게 어마어마하게 높은 장벽을 가지고 있기에 그 어떤 게임보다 진입하기 힘들지만, 그리고 올해 수많은 대작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시간이 남는다면 꼭 누군가와 함께 잇 테이크 투를 해보는 건 어떨까.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은 많지만, 두 사람이 함께 기승전결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게임은 그렇지 않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 게임도 맞들면 훨씬 낫다.

이미 2022년 새해는 밝았지만, 아직 7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늦지 않았다. 단, 주의점이 하나, 아니 둘 있다. 최소한 게임 패드에 익숙한 ‘누군가’와, 그리고 서로의 탓을 아무리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하도록 하자.



▲ 서로의 탓을 하더라도 전혀 신경쓰지 않을 친구들과 함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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