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원작 영화들은 왜 그럴까?

칼럼 | 허재민 기자 | 댓글: 47개 |


▲(이미지 출처: Nerds on the Rocks)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는 망작이 많다. 1993년 개봉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모탈 컴뱃' 등등 다양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개봉했으나, 대부분 흥행하지 못했고,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과를 얻은 작품도 작품성에 대해서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사일런트 힐'이나, '레지던트 이블', '툼레이더' 시리즈 정도가 좋은 평을 받은 편.

왜 게임 기반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나?

졸업작품으로 단편 영화를 제작해본 적이 있다. 당시 시놉시스부터 편집까지 계속해서 교수님의 평가를 받으면서 진행이 되었는데, 시나리오 단계까지는 교수님의 호평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자신 있게 촬영과 편집 단계를 거쳐 완성했는데, 정작 완성작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글로 쓴 다양한 설정과 인물들의 감정을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가지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종류에 따라서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

다시 영화와 게임으로 돌아오자면, 영화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도 영화가 아니고.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이든 아니든 영화로의 이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그 두 포맷의 차이에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긴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진행되며, 스토리의 서사는 유저의 플레이에 맞춰서 진행된다. 반면 영화는 한두 시간의 짧은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있으며, 영상으로 스토리를 전달할 뿐,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게임은 플레이하는 행위 자체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소품부터 연기, 카메라 구도까지 화면의 모든 것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게임과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욱 '다른' 포맷의 미디어다.




지난 3월 개봉한 '툼레이더(2018)'를 두고 이야기해보자. 로아 우다우그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를 좀 더 사실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캐릭터가 아닌 진짜 사람으로서의 라라 크로프트를 그려내겠다는 말이다. 게임에서야 주인공이 넘어지고 떨어지고 다치는 모습을 '다쳤다' 정도로 표현하지만, 영화에서는 정말로 사람이 다치는 것처럼 표현해야 한다. 이런 간단한 부분에서부터 라라가 살인을 하게 되고 거기서 오는 절망감과 충격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잘 표현이 되었는가. 사실 영화 툼레이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보다도 더 사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당혹스러웠던 퍼즐이나 진부한 가족애 등의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문제였던 것은 라라의 감정선이 전혀 공감되지 못했고, 심지어 게임보다 영화에서 더 중요한 '개연성'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화면 자체로 보여줘야 했던 메시지와 배경지식은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지루하게 설명되었다.

그중 가장 이질적인 장면을 꼽아보자. 재밌게도 영화를 보면서 가장 '게임스럽다'고 느꼈던 부분은 라라가 활을 들고 잠입하는 장면이었다. 적들이 사방을 경계하고 있고 주인공이 잠입하는 플레이. 다들 게임에서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게임을 할 때 게이머는 적의 시야와 패턴을 보고 움직인다. 적이 고개만 살짝 돌리고 있는 타이밍에 움직이는 유저. 분명 실제 인간이라면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도 게임의 룰이라는 명목하에 우리는 이 '부자연스러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간다.



▲현실은 영화 속에 창조적인 변형을 거쳐 반영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면 안 된다. 현실은 창조적인 변형을 거쳐 영화 속에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게임처럼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아님에도 연출만으로 그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정확히 말해 관객에게 충분히 설득적이지 못한 장면과 연출은 순간적으로 관객을 영화 밖으로 내쫓는다. 영화에 몰입해야 할 관객은 계속해서 '잉?'하는 반응과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앞서 언급한 라라의 잠입씬도 설득력 없는 장면이었다. 게임이었다면 '잘하는 플레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를 영화 속 라라의 잠입은 실제 인간이었어야 할 적들을 지능이 떨어지는 NPC로 전락시켜버린다.

게임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 감독은 그 게임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그 게임을 클리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게임을 잘하는 유저가 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 게임이 왜 재밌는지, 게임은 어떤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로 구성되어있고,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영화화할 수 있는 요소,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말로만 쉬운 이야기이기는 하나, 결국 두 포맷 사이에서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툼레이더'가 게임이 원작이라는 인식을 잊고 보게 만드는 영화이기를 바랐다. 게임 원작 영화들은 그동안 관객을 게임을 플레이하고 온 원작의 팬들로 봐야 하는지, 그냥 영화를 보러온 불특정 다수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타겟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작에 대한 반영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배경지식을 모르고도 볼만한 영화인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영화 자체가 수작이더라도 똑같은 평을 받는다.

"그래도 원작이 더 재밌다.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영화는 망작이라는 평을 받지는 않는다. 게임 기반 영화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게임을 좋아해 온 팬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 자체로써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그렇듯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온 관객에게 원작의 팬이 원작을 추천할 수 있도록. 영화만을 위한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가 되었을 때, 비로소 게임의 팬들은 영화의 팬으로 탈바꿈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요소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올 뿐인, 흉내 낼 뿐인 영화는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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