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3) - 그 때 그 시절 추억의 피쳐폰 연대기

칼럼 | 박광석 기자 | 댓글: 30개 |



[▲ 안현석 에이스프로젝트 팀장]
인벤에서는 게임업계 15년 경력의 베테랑 개발자, 안현석 팀장님의 칼럼을 기고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피쳐폰이 급부상하던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해 엔텔리젼트, 넥슨모바일, 넥슨코리아를 거쳐 현재 에이스프로젝트에서 R&D와 클라이언트 개발팀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에이스프로젝트는 2010년 7월에 설립된 스포츠 게임 전문 개발사로, 시뮬레이션 엔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매니지먼트 게임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 게임으로 '컴투스 프로야구 for 매니저', '9이닝스 매니저'가 있으며, 2017년 3월에는 대만 프로야구 리그를 무대로 자체 서비스 게임인 '직봉총교두'를 출시했습니다.

한편, 에이스프로젝트는 2015년에 잡플래닛과 포춘코리아가 주최한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IT/웹 부문 1위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안현석 팀장님의 칼럼은 '피쳐폰부터 스마트폰까지 모바일 게임 클라이언트의 변천사를 주제로 총 8회가 연재됩니다. 첫 번째 칼럼에서는 '새로운 게임 플랫폼의 탄생, 모바일 게임의 등장'을 다루는데요.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든 모바일 게임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안현석 팀장의 기고칼럼]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1) - 新 게임 플랫폼의 탄생과 모바일 게임 등장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2) - GVM부터 WIPI까지 피쳐폰 개발환경의 변화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3) - 그 때 그 시절 추억의 피쳐폰 연대기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이 나온지도 벌써 10년째다. 올해 9월 아이폰8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에 나온 갤럭시A를 시작으로 갤럭시 시리즈도 어느덧 S8까지 출시되었다.

지금의 스마트폰 발전 속도도 빠르지만, 과거 피쳐폰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랐다. LCD는 흑백에서 26만컬러까지 발전하는 데 불과 6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스마트폰과는 달리 휴대폰의 형태도 다양했다. 보호커버를 달아 키패드를 덮는 형식의 플립폰, 휴대폰을 반으로 접을 수 있었던 폴더폰, 그리고 화면을 한 손으로 밀어 올리면 키패드가 나왔던 슬라이드폰도 있었다.

오늘은 게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던 피쳐폰 변천사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 휴대폰 변화의 시작

▲ 출처: Creative AD ch_2 유튜브
 
'걸면 걸리는 걸리버'라는 CF를 본 적이 있는가? 1997년 현대 PCS폰의 광고 문구다. 그 시절 휴대폰은 전화가 얼마나 잘 '터지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각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에서는 전화가 잘 걸린다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많이 했으며, 삼성에서 출시한 휴대폰 브랜드명은 애니콜(AnyCall)이었다.

이 때만 해도 휴대폰 디자인이 모두 비슷했다. 흡사 무전기 같은 길쭉한 바타입에 키패드를 덮을 수 있는 덮개가 플립 형태로 있었고 통화 품질을 더 좋게 할 수 있도록 안테나를 뺄 수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휴대폰 보급률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기지국이 빠르게 늘었다. 통신 기술도 점점 발전하여 더 이상 전화가 잘 터지는 것은 큰 메리트가 아니었다. 그러자 제조사들은 휴대폰에 전화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휴대폰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음성 인식 기능이 탑재되거나 안테나가 자동으로 나오는 기능도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반으로 접은 폴더폰이 등장했다. 폴더폰은 기존 폰에 비해 훨씬 작았고 키패드와 화면을 반으로 접어 액정화면도 보호할 수 있었다.



▲ 출처: '고래의 보물창고' 블로그

이후 PCS폰이 저렴한 가격에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다양한 벨소리가 탑재되어 내가 원하는 벨소리를 선택할 수 있었고, 휴대폰 내장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나만의 벨소리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액정 화면은 단순 흑백에서 16단계의 명암을 표현할 수 있는 16Gray까지 발전했다. 나만의 휴대폰 꾸미기도 가능해졌다. 배경 화면을 다르게 설정하고 '카르페디엠'과 같은 본인만의 명언으로 꾸미는 것도 유행이었다. 제조사에 따라서 간단한 퍼즐게임도 탑재되었다.

데이터 통신 기술도 발전하여 WAP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다채로운 벨소리와 배경 화면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고, 뉴스, 만화, 채팅, 머드게임 등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었다. 이때 단말기에 VM이 탑재되면서 다운로드형 게임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 출처: 뽐뿌 '모토쿼티' 게시글



▲ 출처: cetizen


◇ 컬러폰의 등장

무려 256컬러에 16화음의 사운드를 지원하는 컬러 휴대폰이 등장한 건 2000년이었다. 컬러풀한 화면과 풍부한 사운드를 통해 휴대폰은 카메라, 동영상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로도 즐길 수 있었다. 전화 이외에도 할 거리가 더 많아졌다. 서서히 멀티미디어 기능을 중시하는 휴대폰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 출처: cetizen

컬러폰의 등장은 모바일 게임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속속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매일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었다. 사용자도 정적이고 데이터료를 지불해야 하는 기존의 WAP게임 보다는 어플리케이션(app)형태의 인터랙티브한 다운로드형 게임을 더 많이 즐기기 시작했다.

컬러폰의 해상도는 불과 128x128px이었고 실행할 수 있는 게임용량도 128kb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간단한 미니게임과 퍼즐 게임이 주를 이루었지만, 점차 다양한 형태의 다운로드형 게임이 만들어졌다. 컴투스의 '페노아전기'나 엔텔리젼트의 '삼국지 무한대전'과 같은 RPG류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스포츠 게임도 종종 출시됐는데 포켓스페이스의 '포켓야구'나 게임빌의 '게임빌 프로야구'가 그것이다.





◇ 화면이 커진 만큼 할 거리는 더 많아졌다!

컬러폰이 등장하고 컬러 액정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128x128px이던 해상도는 176x176px를 거쳐 240x240px까지 커졌고 256컬러에서 6만 5천컬러, 26만 컬러까지 발전했다.

컬러액정기술의 발전으로 휴대폰은 점점 더 멀티미디어 기기로 진화하고 있었다. 휴대폰은 DMB를 통해 TV가 되기도 했고 인터넷으로 VOD도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카메라 기능에 집중한 ‘카메라폰’을 이용해 당시 디지털 카메라 성능과 맞먹는 고화질의 사진·동영상 촬영도 할 수 있었다.



▲ 출처: 'DG company' 포스트

이와 같이 휴대폰이 멀티미디어 중심으로 진화하다보니 휴대폰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 주류를 이루던 폴더폰의 경우 폴더가 닫혀 있으면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휴대폰을 닫아도 배터리 상태나 시계 등의 간단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외부 LCD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이 때 슬라이드폰이 등장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슬라이드폰이 등장했을 때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화면을 항상 볼 수 있었고 한 손으로 화면을 위로 밀어올리면 키패드가 나오는 형태였다. 한 손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쏙 들어오는 크기와 그립감… 그리고 화면을 밀어올릴 때 튕기면서 올라가는 느낌은 가히 최고였다.

또한 DMB와 VOD를 휴대폰으로 즐기는 사용자가 많아지자, 동영상을 쾌적하게 볼 수 있도록  세로화면을 가로로 돌릴 수 있는 ‘가로본능폰’도 등장했었다.



▲ SKY 슬라이드폰 (출처: buyking.com)



▲ 애니콜 가로본능폰 (출처: buyking.com)

컬러액정의 발전은 모바일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해상도와 컬러수가 높아져 게임에서 더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 해상도 대응을 해야 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고충이 많았다. 피쳐폰의 낮은 성능으로 확대/축소를 할 수 없었고, 개발자들은 어떤 해상도에서도 게임이 괜찮아 보일 수 있도록 개발해야 했다.

또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사용자들이 휴대폰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조건 중 하나가 모바일 게임이 쾌적하게 돌아가는지였다. 그 시절 SKY 슬라이드폰이 그랬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에게 해당 모델은 꽤 인기 있었다.

2006년에는 삼성과 LG에서 3D가속칩을 탑재한 게임전용 폰을 출시했다. 고퀄리티 모바일 3D게임을 원활히 플레이할 수 있었고, 기존 휴대폰보다 성능이 좋아서 일반 모바일 게임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조이스틱 형태의 키패드를 차용하여 실제 게임기와 같은 조작감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건, 크기가 좀 많이 두꺼웠다…)



▲ 3D가속칩이 탑재된 LG 3D 게임폰 (출처: 네이버 포스트 'CTMR의 작업일기')


◇만져라, 반응하리라! '햅틱'

2008년, 피쳐폰 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키패드 없이 터치스크린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삼성의 첫 풀터치폰 햅틱이 출시되었다. 터치폰은 키패드가 사라지면서 화면이 더 넓어지고 두께는 얇아졌다. 디자인이 더 얇고 깔끔해졌다. 또한, 터치스크린은 키패드보다 훨씬 직관적인 입력장치였다. 기능 하나를 찾기 위해 복잡하게 이동해야 했던 메뉴가 더 직관적이고 그래픽적이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기존의 키패드와는 달리 밋밋한 손맛 때문에 제대로 메뉴를 눌렀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그래서 터치할 때 미세한 진동을 발생시켜 키패드를 눌렀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나게 했다.



▲ 삼성의 첫 풀터치폰 햅틱 (출처: buyking.com)

키패드가 사라지고 터치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면서 모바일 게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빠르고 정확한 조작감과 손맛이 필요한 액션게임류는 터치 화면에 버츄얼 패드를 구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조작 실수가 잦았고 조작감이 키패드보다 많이 떨어져 기존의 게임성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였다. 하지만 타이쿤/보드/퍼즐류의 게임은 터치 인터페이스로 인해 더 직관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 오히려 게임성이 배가 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터치폰의 등장은 기존 모바일 게임의 게임성을 뒤바꾸어 놓을 정도의 큰 변화였고 우리는 터치 인터페이스에 어울리는 게임성을 찾아야 했다.



▲ 다양한 버츄얼 패드를 지원했던 메이플스토리 해적편 (출처: 넥슨코리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피쳐폰

2009년 WIPI 의무화가 폐지되고 아이폰을 비롯한 외산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열풍으로 피쳐폰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피쳐폰 모바일 게임 시장도 서서히 지고 있었다. 신작 게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피쳐폰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다.

2011년 하반기부터는 피쳐폰 신제품이 나와도 한두 기종 정도였다. 2015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컬러링, 벨소리, 위치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피쳐폰 서비스를 종료했다. 화려했다면 화려했던 피쳐폰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지금의 스마트폰도 분명 그 시절 피쳐폰 못지않게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그 시절의 변화에 비하면 감동이 덜한 건 사실이다. 이미 너무 발전해버린 탓일까? 아니면 우리의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것일까?

오늘은 과거 피쳐폰 변천사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다. 나는 과거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되면 모바일 게임 개발자라는 핑계로 매번 교체했었다. 그래서 꽤 많은 휴대폰이 필자의 손을 거쳐갔는데 그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피쳐폰은 SKY 슬라이드폰이었다. 여러분의 추억 속에는 어떤 피쳐폰이 있는가?

다음 칼럼에서는 “용량과의 전쟁. 모바일 게임에서 용량이 중요한 이유” 라는 주제로 피쳐폰 시절 데이터 통신료와 다운로드 게임 용량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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