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新카카오 플랫폼 정책, 악수일까 묘수일까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39개 |



찬밥. 이 말보다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다. 스마트폰 초창기, 단순한 메신저였던 '카카오톡'은 게임과 함께 국내 최고의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날아올랐다. 이후 카카오는 뜨거운 이슈가 됐고,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수많은 게임이 카카오를 선택했다.

당연히 몰려들었을 것이다. 밥이 맛있다는데 안 가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손님이 몰렸으면 당연히 가게를 다듬고 메뉴를 더 풍족하고 맛있게, 다채롭게 하고 가게도 꾸미고…아무튼 더 많은 손님을 소화하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음식점이나 그렇듯, 그 음식점을 키워준 메뉴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추억도 담겨 있을 테니까.

하지만, 카카오에서 '게임'은 그런 킬러 메뉴가 되지 못했다. 그냥 말 그대로 식게 내버려둔 '찬밥'이었다.

그동안 카카오는 많은 변화를 추구했다. 카카오 페이, 카카오 스토리, 카카오 스타일, 카카오 웹툰, 카카오 TV, 음악 사업까지 진출했고 그리고 요즘 참 핫한 카카오 택시까지. 수익 모델의 다변화를 꾀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걸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카카오 게임하기는 저 수많은 서비스가 도입되는 동안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변화가 없던 카카오 게임하기. 지금에 이르러 초창기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게임 초대하기는 유저들에게 단순한 스팸 메시지로 남았고, 무심코 누른 하트 주고받기는 불편하게 헤어졌던 옛 연인과 더 깊은 골을 파버렸다. 그리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에 가입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남겼다.

이제 개발사들에게 카카오는 메리트가 아니게 됐다. '탈 카카오'라고 불린 현상도 이어졌고, 카카오 플랫폼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와 희망도 생겼으니까. 그동안 손을 내밀지 않아도 손님들이 찾아오던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제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게 된 셈이다.

이걸 언제까지 그대로 두나 싶었는데…28일, 카카오 게임하기의 2016년 전략이 발표됐다. "카카오 게임,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이 발표된다고 하기에 정말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정녕, 이게 최선입니까?


자, 그럼 발표된 사항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먼저 수수료가 가장 큰 이슈다.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커지고, 수많은 개발사가 카카오에게 바랬던 건 단 하나였다. 안 그래도 모바일 게임은 수익 배분 구조가 빡빡한데 카카오가 가져가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 그래서 그 수수료를 21%에서 좀 더 낮춰달라고 한결같이 어필해왔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인 수수료는 낮아졌다. '조건부'로. 월 3천만 원 이하의 매출이 발생하면 수수료 0%, 3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매출이 발생하면 14%, 1억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면 21%. 카카오가 발표한 '카카오게임 AD+'를 탑재한다면 말이다. 쉽게 말해 광고를 실으면 수익 배분이 좀 개선될 거라고 하는 것이다.



"광고를 탑재하면"

정책자체는 굉장히 상대적으로 보이고 유동적으로 보인다.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임들에게는 수수료의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광고를 탑재한다는 게 그렇게 메리트가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광고 수익률은 7:3으로 배분된다.

월 매출 3천 이하를 기록하는 1인 개발자나 인디, 혹은 소규모 개발사들은 수익 개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월 매출이 1억 원 이상 나오고 있는 게임들에게는 달라질 게 없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10명 정도 인원의 개발사가 월 매출 1억 원 정도가 나온다면, 지금의 매출 배분 구조로는 사실상 게임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이 정책은 아무런 혜택도, 도움도 주지 못한다.

아무튼, 광고로 큰 매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유저풀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카카오가 게임 부문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건 모객이 확실치 않다는 것. 모객이 확실치 않은데다가 카카오 광고로 인한 성공 사례가 나와주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사들이 꼭 카카오 광고를 탑재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탭조이 등 여러 광고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광고 서비스는 이미 노하우도 쌓여 있다. 어느 정도 성공 사례도 있고.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유니티 애즈'와 '카카오게임 AD+'를 비교해보자.

먼저 '유니티 애즈'는 '길건너친구들'이라는 글로벌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 '카카오게임 AD+'가 '유니티 애즈'와 비슷한 수익 배분율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유니티 애즈를 붙여서 독자 서비스를 하면 개발사에 돌아가는 매출이 더 많다. 게다가 유니티 애즈는 개발툴에 포함된 만큼 개발자들에게는 개발에 더욱 익숙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유니티 애즈와 비교하면 '카카오 게임 AD+'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사회 여러 방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프로모션. 지금 협의 중인 카카오 택시 프로모션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건 이제 시작하는 도전자가 지고 가는 숙제다. 개발사와 개발자들을 끌어당길 '혹'하는 메리트가 부족하다.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광고는 '양날의 검'이다. 매출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광고 때문에 유저들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광고 때문에 게임이 불편하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 효과적으로 광고를 노출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국내 유저들이 광고를 더욱 싫어하는건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반응이 좋은 해외까지 수익을 노려야 하는데, 아직 카카오는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래도 박수 쳐줄 만한 부분도 있다. 바로 카카오 ID가 아니더라도 카카오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이건 글로벌 시장과도 연관이 좀 있는 편이다. 카카오톡은 메신저로서는 가입이 평범한 수준이지만, 게임으로서는 가입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우니까. 이를 개선해 해외 유저들을 모객하려는 의지는 좋다.

다음으로는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스팸으로 취급당하는 '초대하기' 기능. 멀티미디어와 링크의 형태로 전환한 초대하기 기능의 보상도 강화된다. 이전에는 보내기만 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보내도 보상을 받고 그 초대하기로 유저가 들어오게 된다면 초대를 받은 이도 보상을 받고, 초대를 보낸 이는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스팸'으로 취급받는 카카오톡 초대하기의 인식을 바꿔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상이 더 커진 만큼 더 많은 스팸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다른 SNS나 사이트에도 올릴 수 있으니 광고 효과는 확실히 있겠지만, 유저들의 인식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독자 마켓을 꾸리겠다는 건, 당장 판단하긴 애매하다. 국내의 원스토어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그늘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대신 카카오 마켓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의 수수료가 7.5%인 건 좋다. 하지만 마켓은 모객이 잘 되야 하는 성공할 수 있는 법인데 카카오 게임은 예전같은 모객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정책의 다변화를 통해서 유료 게임들도 품으려는 시도도 좋고, 대형 개발사의 광고비를 인디 개발사 및 중소 개발사로 흘러가게 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의도는 좋다. 유저와 유저들이 서로 게임을 추천하고 즐기는 마르지 않는 유저풀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정말 좋다. 하지만 공개된 정책만으로는 이미 카카오를 떠나버린 개발사들의 마음을 확실히 되돌리기에는 부족해보인다.



분명, 이 많은 광고비가 중소 및 인디 개발사로 분배되면 시장에 도움이 된다.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더 고민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훌륭한 모객 효과로 게임을 끌여들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높게 책정된 수수료 때문에 고민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모객 효과가 약해진 지금은 게임사들이 카카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탈 카카오'를 시작했다.

탈 카카오를 선언한 게임사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게임이 성공했을 때 카카오에 돌아갈 수수료를 차라리 마케팅에 사용하고, 그렇게 유저들을 확보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카카오는 게임이 성공해도 게임사에 유저들을 주지 않는다.

여전히 카카오 게임하기에서는 게임 간의 크로스프로모션 등 다른 게임까지 함께 효과를 볼 수 있을만한 프로모션은 아직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제한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카카오 게임' 내에서만 가능하다. 차기작으로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연계시킬 만한 전략을 쓸 상황이 너무 제한적이다. 카카오는 유저들을 모아주기만 했을 뿐, 진정으로 게임사의 유저들을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이런 회사들에게 카카오가 어떤 메리트를 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그들의 최대 관심사인 모객 효과와 수수료 인하라는 핵심을 비껴간 셈이다. 그리고 이번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카카오 게임하기는 찬밥이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제시한 목표와 이상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 이상을 펼치기에 이번에 제시한 정책들은 애매하다. 물론 이 정책이 좋은 효과를 거둔다면, 게임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다시 카카오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생태계를 꾸릴 수 있을 것이다. 장르도 다변화될 테고, 그에 맞춰 서비스까지 개선된다고 하면 이용자 인식도 좋아질 터. 그러면 카카오가 가장 고민하던 '모객'이 약화된 점을 다시 극복하게 된다.


카카오의 새 정책이 게임사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카카오를 선택한 개발사들이 실패를 감안하면서도 따를만한 지원책도 설명되지 않았다. 만약 카카오를 따랐다가 손해를 본다면 그걸 개발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을 수 있다.

소규모 업체나 영세 개발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 등장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물론 전체적인 카카오의 수수료가 줄어든 건 맞다. 하지만 카카오의 모든 파트너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만한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변화가 없다고 하는 게 문제다.

이번에 카카오의 2016년 게임하기 정책, 악수일까, 아니면 묘수일까? 당장 판단하기는 이르다. 카카오는 일단 게임하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말로 게임사가 카카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핵심은 아직 파악이 덜 된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말, 함께해서 더 재미있어지려면 대화와 고민이 더 필요해보인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