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강신철 대표 취임 1년 K-iDEA, 무엇이 바뀌었나?

칼럼 | 양영석,이명규,박광석 기자 | 댓글: 16개 |



"온라인과 모바일 모두 점유율 1위 자리를 외산 게임에 내주었고, 자본도 중국에 종속되어가고 있다. 물론 글로벌 개방 경제에서 무조건 외국 자본을 색안경 낄 필요는 없지만,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성장통이 아닌 근본적인 위기에 해당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심각한 규제 탓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반성과 준비가 뒷받침되지 못한 우리 스스로의 탓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강신철 전 네오플 대표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 회장 취임식 연설에서 한 말이다. 당시 기자는 그 현장에 있었다. 업계가 입을 모아 위기를 말하던 시기에 이뤄진 취임이었기에 매우 의미가 깊은 자리였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올해로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강신철 협회장은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를 모바일게임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고, 확률형 유료아이템 자율규제를 정착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올해의 새로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찬 포부'도 비단 강신철 협회장의 대에서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강신철 협회장 이전에 협회를 맡았던 남경필 의원 역시 자신의 임기 기간 중 목표로 '게임산업 자율규제'를 언급하며 큰 포부를 밝힌 바 있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12년간 유명무실했던 협회의 입지를 살리고, '위기'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놓인 대한민국 게임시장의 부흥을 위해 '세 가지 공약'을 밝혔던 강신철 협회장의 약속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강신철 협회장 취임으로부터 1년, 게임업계와 협회는 그가 취임 초기에 그렸던 청사진의 모습을 잘 따라가고 있을지, 이슈점검을 통해 강신철 협회장과 'K-iDEA'의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 봤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그 12년의 역사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인터넷 및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련한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 협회다. 게임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게임문화의 정착은 물론, 나아가 해외 게임시장 개척을 통한 '게임업계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그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2004년, 김범수 NHN 글로벌 대표를 주축으로 협회의 1기가 출범하고, 그로부터 1년 후, 김영만 한빛소프트 대표가 협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영만 회장의 제2기 협회는 '게임가족 체육대회', '아시아 온라인 게임 컨퍼런스 2005'의 서울 개최, '대한민국 게임대상' 개최 등 게임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개최, 유치에 주력했다.

2년 후인 2007년, 권준모 넥슨 대표의 협회장 취임과 함께 협회의 3기가 출범했고, 다시 2년 후,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가 협회장의 자리에 오르며 제4기 게임산업협회가 출범했다. 이 시기의 협회는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됐던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를 부산 벡스코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이전까지의 '지스타'는 각종 편의 시설과 교통, 숙박 시설 부족으로 국내외의 많은 참가자를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 물론, 편의시설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의 온라인 게임 위주의 시장에서는 해외의 콘솔 위주의 전시회 방식이 적합하지 못했고, 결국 지스타는 즐길 것도, 볼 것도 부족한 허울뿐인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산 벡스코로 자리를 옮겨 심기일전한 새로운 '지스타'의 모습은 달랐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부스 구성과 유아놀이방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새로운 지스타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198개 업체가 참여를 이끌며 약 24만 명의 참가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후, 4기 김정호 회장의 자리를 최관호 네오위즈 COO가 이어받아 5기 회장으로 취임, 2년의 임기를 지내고, 2년 후인 2013년 2월, 게임산업협회 출범 이래 최초의 현역 정치인 남경필 국회의원이 게임산업협회의 협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 첫 현역 정치인 대표, 남경필 협회장이 남긴 성과는?

남경필 협회장은 취임과 함께 '자율, 공헌, 성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밝혔다. 이 세 가지 목표를 충족한다면 국민의 사랑 속에 자연스럽게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게임산업 자율규제
    - 게임 규제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셧다운제'는 법적인 조처.
    -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의 2년 유예기간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 사회공헌 확대
    - 게임업계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
    - 많은 게임업체가 사회공헌 활동하고 있지만, 게임의 나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
    - 임기기간 동안 '수익의 1%' 내외의 게임업계 사회공헌 활동 규모를 '2%'까지 늘릴 계획


  • 산업성장 지원
    -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 노력과 사회공헌활동으로 시민 공감을 얻는다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 이후 그는 게임에만 한정된 소극적 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겠다며 협회의 명칭을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로 변경했다.

    사실 그동안의 게임업계는 정부의 게임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던 중 손인춘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7인이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손인춘법')'을 발의했고, 게임업계 축소에 대한 업계인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져갔다. 이러한 시기 속 현직 국회의원인 남경필 협회장의 취임은 게임업계와 정부 및 정치권의 소통을 강화하고, 갈수록 작아지는 게임업계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불러왔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너무나 컸던 것일까? 협회의 회장으로서 남경필 의원의 행보는 취임 초기에 그가 얻은 기대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2013년 10월, 남경필 협회장은 "4대 악에서 게임이 빠져야 한다."라며, '자율적 셧다운제'를 주장하고, '게임 중독법' 제정에 반대하며 온라인 서명운동 홈페이지를 구축하기도 했으나, 이는 너무나도 미온적인 대응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 '게임 중독법' 제정 반대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 진행 당시의 'K-iDEA' 홈페이지

    이러한 행보 속에서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 발의, 황우여 의원의 게임을 도박·알코올·마약과 동일시하는 '4대악 발언'이 있는 등, 정부 부처의 게임산업 탄압은 날이갈수록 심화됐다.

    결국, 남경필 의원이 협회장으로서 활동한 이력 중 눈에 띄는 것은 협회의 이름을 바꾼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국민과 네티즌의 의견을 물어 인식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을 짓겠다.'라는 당초 계획과 달리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라는 새 이름은 모호하며, 어울리지도 않는다는 평이다.

    이후, 남경필 의원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선출됐다. 도지사 선출과 함께 '국회의원 겸직금지법'으로 인한 협회장 사퇴논란이 불거졌지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은 임기 동안 특별한 성과 없이 2015년 4월, 강신철 네오플 고문에게 협회장 자리를 위임하게 된다.




    신임 강신철 협회장의 취임, 그 기대와 공약




    ▲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회장

    넥슨과 네오플의 대표를 역임한 신임 협회장 '강신철'. 업계는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이전부터 K-iDEA의 협회장들은 대부분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협회의 활동 역시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서는 많이 부족했다.

    '정치인'으로 첫 협회장이 된 남경필 도지사는 그래도 다른 협회장들보다 대외활동이 많긴 했지만, 업계가 만족스러울 만한 개선책을 내놓거나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협회장을 맡았던 인물들 역시 업계에 오래 종사해온 인물들이었지만, 업계의 상황을 개선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볼 순 없었다.

    하지만 강신철 대표는 또한 지난 2013년 대통령이 주관하여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4대 중독법'에 게임이 들어간 것에 반발했고,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성장이 저하되고 있다며 정부의 게임 규제 정책을 일원화 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업계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에 업계 모두 더 나은 협회가 될수 있다고 기대했다.


    ■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던 K-iDEA

    강신철 협회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K-iDEA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전 협회장인 남경필 도지사는 결국 '4대 중독법'에서 게임을 제외시키지 못했으며,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슈는 뜨거웠다.

    가장 큰 문제는 2004년 협회의 발족 이후 약 12년이 지났음에도 K-iDEA가 여전히 게임 업계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게다가 '한국게임산업협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협회는 2013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 명칭을 교체하면서 많은 문제들을 낳았다. 일단 단체의 정체성을 알려줄 수 있는 '이름'에서 게임이 빠졌기에 명확하게 게임업계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부족했다.

    게다가 협회의 명칭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업계 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다소 강행되어 진행된 느낌이 있었다. 이에 반발한 몇몇 개발자들은 협회에 기대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게임개발자연대'와 같은 단체를 만들었다. 또한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등장하면서 K-iDEA는 점점 더 입지가 줄어갔다.

    게다가 가입된 회원사들의수도 점점 감소하면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계속해서 단결력과 업계를 대변해준다는 이미지가 부실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 강신철 협회장이 내세운 세 가지 공약

    강신철 협회장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취임식에서 세 가지 공약을 내걸었고, 이를 통해 협회의 입지와 단결력을 끌어올리고 제대로 게임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의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 자율 규제
    - 입법과 행정규제가 닿기 전에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행하는 규율을 만들겠다
    - 법적 규제가 오히려 "법대로 했으니 난 모른다"는 무책임한 행동을 조장한다.
    - 자율 규제가 더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 진정한 진흥책 추구
    - 그동안 정부에서 요구한 진흥책에 항상 규제를 줄여달라는 소극적 진흥만 언급했었다.
    - 전세계 대부분의 정부가 진흥을 위해 적극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점을 잘 알아야한다.
    - 대표적인 예가 '조세 정책'이며, 우리도 세제개선에 대한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전달해야 할 시점이다.


  • 협회의 외연 확대
    - 협회가 협회답기 위해서는 마땅히 산업에 대한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 지난 수 년 동안 규제환경에 대응해오느라 내부의 단합이나 회원사 복지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 회원들이 협회에 가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겠다.





  • 취임 후 1년, 공약은 얼마나 실천되었나?


    어느덧 강신철 협회장이 취임한 이후 1년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그가 말했던 공약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이었고, 이제 남은 시간이 1년 뿐이기 때문이다.

    ■ 게임 산업의 진흥과 법제 개선

    진흥책은 아직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먼저 2015년 5월, 셧다운제는 결국 현행제도를 유지한다는 여가부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콘솔과 모바일은 2년의 유예기간을 가지며, PC온라인의 경우는 현행제도대로 계속 유지가 된다.

    셧다운제 위헌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이끌었던 '게임규제개혁공대위'의 활동 역시 2015년에는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셧다운제 위헌재소송에 대한 계획이나 현재 활동 상황에 대한 고지 역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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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라고 볼 수 있는 건 '웹보드규제'다. 2014년 2월 24일부터 시작된 '웹보드게임 규제안'은 2014년부터 꾸준히 업무부처와 관계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2015년 말, 월 결제 한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되는 등 완화된 규정을 적용됐다.

    하지만 이 규제 하나가 완화된 것은 '게임 업계'를 전체가 건강해지는 '규제 완화'나 '진흥책'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보는 것은 소수의 웹보드 게임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강력하게 주장했던 '조세정책'의 변화는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협회가 주도로 제시하거나 추진한 '진흥책'은 없었다.

    협회의 외연 확대 부문 역시 좋은 성과가 있다고 볼 순 없다. 취임 당시 약 80여개에 달했던 K-iDEA의 회원사는 현재 65개사로 오히려 줄어든 양상을 보인다. 협회는 2015년의 '지스타'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KoCoa' 및 'KMGA'와의 MOU를 체결하긴 했지만 이외에 다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볼 순 없다.

    ■ 핵심공약 '자율규제', 얼마나 실천되었나

    가장 먼저 언급했던 '자율규제'에 대한 부문. 2016년 4월 6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K-iDEA는 강신철 협회장 취임후 꾸준히 자율 규제를 강화해왔고, 미준수 사업자에게 권고 사항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는 자율규제 인증제도를 시행했으며, 현재까지 약 116개의 게임이 이를 따르고 있다.

    ▲ K-iDEA 자율규제 관련 활동 내역

    - 2014년 11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업계 자율규제 발표
    - 2015년 4월, K-iDEA 협회장 취임 및 자율규제 확대·강화 선언 및 자율규제 확대·강화 추진
    - 5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설명회 진행
    - 7월, 게임업계 대상 자율규제 전면 시행 및 자율규제 모니터링 진행. 미준수 사업자 대상 권고
    - 12월. 자율규제 인증제도 시행 (현재까지 유지중)




    자율규제 참여 게임 목록(출처 : K-iDEA)

    그렇다면 게임업계 '자율규제'의 실효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K-iDEA의 자율규제는 두가지 부분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나는 게임 속 캡슐형 유료 아이템, 이른바 가챠 아이템이고, 나머지 하나는 각종 캐릭터 및 아이템 등을 강화하는 유료 인챈트다.

    먼저 캡슐형 유료 아이템은 결과물 목록, 등급, 구간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해당 캡슐에서 나오는 아이템의 목록을 전부 공개하도록 하였고, 아이템의 희소성에 따라 아이템 등급을 구분하고, 각 등급 구간별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확률을 '구간별'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 K-iDEA가 공개한 확률표기 예시문

    이는 실질적으로 가챠 상품의 구성을 고려했을 때 소수점 이하의 차이도 치명적일 수 있는 상위 아이템들의 확률을 사실상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어,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유료 인챈트의 경우 더욱 심하다. 유료 인챈트 관련 규제는 확률이나 위험성에 대한 규제는 단 하나도 없이, 강화 실패시 잃게되는 것이나 그 위험성을 확실히 고시할 것 만을 요구하고 있다. 인챈트 비용이 과도하게 높거나 잃게 되는 것이 지나치더라도 그걸 미리 설명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셈이다.



    ▲ 현재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게임 목록. 자율규제 실시 이후 출시한 신작 게임은 극소수다.

    또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미온적인 자율규제 방안의 적용 마저도 '게임사의 자율'에 맡겨버려, 이런 규제조차 적용받는 게임이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분명 자율규제의 '자율'은 업계가 스스로 정도를 지키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자율규제는 '하거나 말거나 자기 재량대로'에 가깝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게임협회의 경우, 보다 현실적인 규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단순히 아이템의 확률을 그것도 추상적인 형태로 제공하게 한 경우보다 훨씬 구체적이며 실질 구매액을 제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본 게임협회의 규제안은 최근 변경을 통해 더이상 회원사의 재량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 아닌, 회원사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자율규제를 따르도록 개정했다.




    [취재] 日 게임협회, '랜덤형' 아이템 규제 지침 변경


    최근, 한 모바일 게임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부모님의 카드를 사용해 석 달 간 수천만 원의 과금상품을 결제한 것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물론 해당 게임은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은 아니며, 유통사도 중국계 퍼블리셔의 한국 지사가 담당했다. 하지만 해당 게임은 분명히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한국인들에게 유통된 게임이었다.




    현재 K-iDEA의 자율규제로는 이런 문제를 전혀 방지할 수 없다. 근본적인 1인 결제한도 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결제시 사용자와 결제수단에 대한 교차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자율규제 내용은 실질적으로 현금결제에 대한 게임사의 과다한 책임을 방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의 '자율규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자율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자율규제의 '자율'은 업계가 스스로 정도를 지키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자율규제는 '하거나 말거나 자기 재량대로'에 가깝다. K-iDEA의 '자율규제'는 실효성보다는 그저 면피용도에 가까운 형태인 것이다.

    과연 지난해 취임식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업계 전체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했던 그의 연설에서, '위기'란 누구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었을까.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진, 백년지대계의 협회가 되도록


    강신철 협회장 체제의 K-iDEA의 지난 1년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단적인 예로 지난 한 해 K-iDEA에서 발신한 업무 관련 메일은 '자율규제', '지스타', '대한민국 게임대상', '해외 엑스포 한국 공동관'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전무했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이 내세운 3대 핵심 공약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그 과정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65개사로 쪼그라든 회원사의 수, 구체적인 업계의 회생방안이나 정계활동이 아닌 홍보 업무에만 치중된 대외활동, 말 그대로 '자율'에 머물러 있는 자율규제는 이들 협회의 목적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K-iDEA가 말하는 한국게임산업의 증진이 단순한 몇개 회원사의 이익 불리기가 되지 않으려면, K-iDEA와 2년째를 맞이하는 강신철 협회장의 정책은 좀 더 바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전임 남경필 도지사가 취한 입법 행정 분야에서의 접근은 아직도 유효하고, 게임계에서 가장 목말라하는 부분 중 하나다.

    과거 신의진 의원의 발의를 토대로 이른바 '게임중독법'의 도입 논의가 벌어졌을 때, 미국의 게임산업협회라 할 수 있는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ESA)'는 대한민국 국회에 공식적으로 반대 성명서를 제출한 바 있다. ESA는 과도한 규제로 인한 산업 발전 저하 우려와 의료적 근거가 없음을 들어 반대를 표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협회가 한국 게임업계를 대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협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취재] 미국 게임협회 ESA, 국회에 게임중독법 반대 성명문 제출


    게임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와 마찰 속에 있다. 심의제도부터 셧다운제까지 굉장히 많은 제도들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게임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생겨나고 있다. 그런 게임계 전반에 걸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없이, 오직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미봉책에 가까운 일시적 방안을 내놓기만 하는 것이 과연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이름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 라는 정부 기관 산하의 협회가 할 수 있는 한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K-iDEA와 주요 회원사들은 게임이라는 신흥산업의 핵심이 되어 수많은 것을 쟁취해냈고, 그만큼 큰 책임을 지고 있다. 그들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거나 보신주의에 빠진다면 그들은 절대로 업계 전체를 대변할 자격을 지닐 수 없다.

    금번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김병관 전 웹젠 의장이 게임업계 종사자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정작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방향에서 이런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K-iDEA가 진심으로 게임 업계 전체와 게임 문화를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협조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제 K-iDEA는 선택을 남겨놓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당장의 이익 손실을 겁내고 미미한 '자율'을 외칠 것인가, 아니면 보다 멀리 내다 보고 새로운 수를 준비할 것인가. 물론, 2년이라는 협회장 임기는 다소 짧다. 이제는 취임하는 회장 한명 한명의 리더십에만 의존하지 않고, 협회 자체의 원칙을 만들어 세워야 한다. 한 발자국, 큰 족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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