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어디 가지? #4] 정말 이게 다 공짜에요?! 강남 'VR 플러스 카페'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23개 |



※ 'VR 어디 가지?'는 매주 목요일, 전국 방방곡곡의 VR 매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VR. 쉽고 재미있게 체험해보고 싶으시다면 'VR 어디 가지?'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다. 물론 아직 피지는 않았지만, 내리는 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인 개화 시기가 될 것이다. 그 때문일까.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강남역 인근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다. 흐뭇...해 지긴커녕 부럽다. 왜 난 대학생 때 저렇게 놀지 않았을까... 크흑 그저 부러울 뿐이다.

VR 체험존을 하나하나 찾아다닌 지 어느덧 4주차. 이번 목적지는 강남역에 있었다. 오늘은 함께 데려갈 후배 기자를 납치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너무너무 해보고 싶다고 엉겨붙더니 한 번 하고 나면 귀신같이 목요일마다 바빠진다. 왜 사람들은 VR을 좋아하면서 속마음을 숨기는 걸까? 어쩔 수 없이 회사 전체 걸쳐 공개 채용을 진행했고, 입사 6개월이 조금 넘은 운영팀 직원이 지원했다. VR은 처음이라는 이 사람. 오늘의 취재 용병이다.

앞서 말한 오늘의 목적지. 바로 'VR 플러스 카페'다. 부산 남포동점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 국내 지점을 두고 있는 업체이며, 동시에 작년 여름부터 VR 체험존 사업을 진행해온 이쪽 업계의 '원로'중 하나라 할 수 있다.(워낙 역사가 짧다 보니 작년 여름이면 충분히 원로다...)

VR 플러스 카페 강남점은 여러모로 타 VR 체험존과는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일단 '공짜'다. 타 지점이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격을 띄는 것과 다르게 강남 지점은 일단 본점인데다가 B2B, VR 문화 자체에 대한 홍보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 지점이다 보니. 현재는 따로 이용 요금을 받지 않고 시간에 맞춰 오는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VR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취재 용병은 이미 마음의 준비가 다 된듯싶었다. 강남역 1번 출구에서 내린 후 걸어서 2분. VR 플러스 카페가 보였다.


■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 그럴 줄 알고 지도 가져왔습니다




▲ 1번 출구나 3번 출구중 택일. 금방 찾을 수 있다.

● 장소 정보

매장 이름: VR 플러스 카페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4길 14 미림타워 B1
요금: VR 체험 무료, 음료비 별도(음료 구매 필수 아님)
영업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30분 (오후 2:30 ~ 3:30 브레이크 타임)
운영 주체: VR 플러스



■ 요금 결제는..."그냥 들어가셔서 하세요"




▲ 왼쪽 길로 쭉 나가면 1번 출구가 나온다.

솔직히 처음엔 무료인 줄 몰랐다. 표를 끊어야 하나 기웃거리다 보니 한켠에 키오스크가 놓인 것이 보인다. 음 저기서 결제하면 되는구나. 그런데 키오스크가 꺼져 있다.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니 어느새 스탭이 다가와서 말한다. "지금 체험은 무료고요~ 그냥 들어오셔서 하나씩 해보시면 돼요~ 여기 위생 패드 있으니 하나 착용하시고요."



▲ 내부는 이 정도. 광각 렌즈를 산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어... 공짜였구나. 세상에 이걸 지금 알다니. 새삼 마음이 놓인다. 그간 비싸다는 댓글, 비싼데 왜 싼 것처럼 쓰냐는 댓글에 얼마나 상처 입어왔던가. 하하 오늘은 그런 댓글들이 달릴 리가 없으니 아주 좋다. 어차피 난 사진 촬영 및 조율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귀찮은 위생 패드는 쓰지 않았다. 우리 취재 용병은 처음 쓰는 위생 패드가 어색했던지 위아래를 거꾸로 썼다. 위생 패드는 웬만한 VR 체험 공간에서 다 쓰이는데, 모서리가 잘려나간 부분이 위쪽이다. 오늘의 꿀팁 끝.

위생 패드를 쓰고 나면 앞에 놓인 '기어 VR'로 영상을 살짝 시청하면서 본격적으로 감을 잡는다.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영상일 뿐인데, 우리 용병은 벌써 '신기하다!', '우왕!'을 연발한다. 내심 좋은 용병을 뽑은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아무 생각 없이 굴린 가차에서 5성이 떨어진 기분이랄까. 끝나면 맛있는 밥을 사줘야겠다.



▲ "우왕 씐기해!"

이제 워밍업은 끝났다. 용병은 나와 같은 30대의 누추한 몸을 가진지라 내심 걱정되었지만, 왕성한 호기심을 보여주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오늘의 용병은 사적으로 10년 전부터 알던 친구인데(대학 동기다), 크로스핏으로 체력을 다지고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친 우수한 VR 인재다. 지금도 그때의 건강이 남아 있길 바랄 수밖에.



■ 균형 잡힌 콘텐츠 구성,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구나




▲ 꽤 심하게 덜컹거린다. 마지막 코스로 추천

첫 코스는 4DX 의자에 탑승한 채 체험하는 롤러코스터 콘텐츠. 사실 걱정이 좀 되었다. VR 멀미에 강력한 인재라 해도 첫 롤러코스터를 타고나면 눈이 살짝 풀린 채로 작전 타임을 외치기 일쑤다. 다양한 VR 콘텐츠 중에서도 롤러코스터류는 멀미로 이어지는 직행 코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대한육군 포병장교의 포스를 보여줄 생각인지, 우리 취재 용병은 그저 "으하하하하하!"하는 호탕한 웃음을 남기며 콘텐츠를 진짜로 즐겼다. 심지어 코스가 끝나자 "어 끝난 거에요?"라고 물어보며 아쉬움을 표하기까지 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그간 데려온 20대의 막내들은 한두 번의 체험 끝에 휘청거렸는데 30대의 저 노익장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다음에 또 데려와야지...



▲ 저 입가의 미소가 보이는가?

이어지는 코스는 '오큘러스 터치'를 이용하는 암벽 등반 콘텐츠. 사실 이 콘텐츠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대로만 가는 VR치고는 굉장히 정적인 콘텐츠니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이 친구. 고소 공포증이다. 롤러코스터는 돌쇠가 쌀밥 먹듯 술술 넘기던 친구가 체험 중간마다 자꾸 아래를 내려다보고 식은땀을 흘린다. "아래 보지 말고 위만 봐", "손끝만 보면서 움직여". 내가 실제로 한 대사다. 이게 뭐라고 말하는 것만 들으면 엄홍길 대장이 따로 없다.

어찌 됐건, 무사히 등반을 마쳤다. 용병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에 손부채질을 하며 휴식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 다른 의미로는 굉장히 성공적인 체험이라 생각했다. 어찌 됐건 이건 가상 현실이고, 저 친구도 나도 이 모든 것이 결국 시각적인 자극 외에는 아무 본질도 없는 가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몸이 저 정도로 반응했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츠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리라,



▲ 고소공포증 앞에 엉거주춤한 용병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바로 다음 콘텐츠로 향했다. VR 플러스 카페 강남점의 장점이라면 이 콘텐츠의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콘텐츠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총 6종), 그 여섯 종의 콘텐츠가 단 하나의 장르 중복도 없이 균형적으로 짜여 있다. 간단한 영상부터, 탑승형, 터치, 슈팅, 3인칭 게임에 이르기까지. 현재 VR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듯 말이다.

그렇게 등장한 다음 콘텐츠는 바로 '후르츠 닌자'. 아이폰 시절 있던 그 게임 맞다. 공중으로 통통 튀는 과일을 샥샥 썰어주는 게임. 이번엔 VR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취재 용병은 늠름하게 칼을 휘둘렀다. 과일 죽이는 솜씨가 뛰어나군.

▲ 역동적이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VR 어디 가지?'의 유서깊고 찬란한 전통에 따라 모든 콘텐츠를 다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나머지 콘텐츠는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과는 전혀 다르면서도, 그 나름의 매력을 뽐내는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 나의 몸놀림을 봐줘...



▲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취재 용병의 말: 여우야 많이 힘들었지... 내가 패드를 잘못 다뤄서... 너가 계속 물에 빠졌어. 형이 많이 미안해... 다음엔 더 연습 하고 갈게... 물 속에서라도 편하길 바라...('럭키스 테일' 플레이 후 취재 용병의 요청에 의해 삽입된 문구입니다.)


■ 점수를 매기자면? - ★★★★★ 5/5


그렇다. 처음으로 5점 만점에 5점을 줬다. 'VR 플러스 카페'는 지금까지 내가 가본 모든 VR 체험존 가운데 가장 좋았다. 일단 VR 체험존의 만성적인 약점이자, 늘 물리는 단점인 '가격'면에서 완벽하게 자유롭다. 공짜니까. 무료인데 이걸 어떻게 뭐라고 하겠는가. 물론 영원히 무료는 아닐 테고, 언젠가는 요금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말로는 아직 유료화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고, 만약 유료화가 이뤄진다 해도 음료값만 받고 음료를 사면 입장권을 함께 주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하니 크게 걱정이 없다.



▲ '카페'가 괜한 이름이 아니다.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접근성'. 현재 꽤 많은 VR 체험존이 들어서고 있지만, 위치는 약간 편중된 편이다. 젊은 계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우선시되다 보니 대부분 '홍대' 근처에 있기 마련인데, 사실 교통은 강남이 훨씬 편하다.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보니 경기권에서의 접근도 편하고, 온갖 광역 버스들이 강남역을 거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오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힘겹지 않다. (VR 플러스 카페는 현재 전국 단위로 매장을 늘리는 중이니 인터넷을 참고하자. 물론 요금제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무료라는 가격도, 좋은 접근성도, 5점의 이유는 아니다. 내가 VR 플러스 카페에 5점을 준 이유는 바로 '콘텐츠의 구성'이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식전 빵부터 에피타이저, 주요리, 후식과 치즈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와 같은 구성이랄까? 6종의 콘텐츠가 모두 제각각의 지향점을 가진 콘텐츠이고, 멀미 발생 정도도 모두 다르다. 처음 접하는 이라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콘텐츠부터, VR에 이골이 난 나와 같은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까지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요소였고, 처음 VR을 접하는 이에게 추천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더 늦으면 달라질 지도 모른다. VR을 한 번도 못해본 당신. 'VR 플러스 카페'가 준비되어 있다.



▲ 'VR 어디 가지?'.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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