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인은 비활동적? 자전거로 통근하는 그들의 두 바퀴 찬가

기획기사 | 이현수 기자 | 댓글: 30개 |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인근의 자전거 퇴근 행렬]

자전거 사용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지만, 2017년 서울의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2%에 머무르고 있다. 네덜란드의 36%는 물론, 일본의 17%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는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뜻으로 그만큼 차량정체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량정체를 피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게임인들이 있다. 이른바 자출족. 최근 인적자원관리에 있어 사원들의 건강도 회사가 책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그 수도 점점 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회사에 따라 자출을 권장하기도 한다.

자출 중인 넥슨의 김관중님(법무), 넷마블의 강복구님(아티스트), 카카오게임즈의 차유라님(사업), NHN엔터테인먼트의 노수리님(브랜딩) 그리고 회사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스타트업의 최효선님(개발)을 만나 이들의 두 바퀴 찬가를 들었다.

※ 인터뷰는 따로 진행했으나, 편집 및 전달의 용이함을 고려 단체 인터뷰 형태로 작성했다.


언제부터 자출했어요?
어쩌다가 시작하신거죠?

김관중: 2009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회사가 선릉역에 있었고 저는 복정에 살던 때였습니다. 우연히 집 앞 탄천을 나갔다가 자전거 도로를 발견했고, 지도를 보니 회사까지 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퇴근길에 회사 근처 샵에서 미니벨로 한 대 구매해서 타고 퇴근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자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차유라: 2012년부터 했으니 햇수로는 6년째에 접어들고 있네요. 12년도에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할 무렵에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매일 타고 싶은데 주중에는 시간이 잘 안 나서 선택한 게 자출이었어요. 그리고 차를 타고 출퇴근할 때 워낙 차가 막혀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자전거는 그런 게 없을 것 같아서 시작했죠. 생각보다 차를 타고 출근할 때랑 그렇게 차이가 안 나요.

노수리: 자전거로 출퇴근한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미국 유학생 시절에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귀국했는데 부모님이 MTB를 주셨어요. 부모님이 MTB 동호회 활동도 하시고 자전거를 많이 좋아하시거든요. 저도 마침 회사 근처로 이사도 왔고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게 됐습니다.



▲ [MTB를 타고 자출하는 노수리님, 흔치 않은 상황에 미캐닉이 놀라기도 했다고.]

강복구: 회사에서 나오는 복지비를 가지고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자전거를 사기로 했습니다. 전에는 샤방샤방 한강 변에서 하이브리드를 몇 번 타봤는데, 한 번에 카본 입문 급으로 올라갔어요. 타보니 매일 타고 싶기도 해서 자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회사랑 자전거 전용 도로랑도 가깝고. 좋더라고요.

최효선: 저는 올해 3월부터 했어요. 여기 이현수 기자 덕분에 아니,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남편이 자전거를 타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자꾸 용돈이 부족하다고 그러고, 주말에 계속 일 나간다고 나가서 녹초가 돼서 들어오더라고요. 너무 이상해서 한 번은 몰래 따라 나가봤는데 이현수 이 인간 집에서 옷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나오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자전거랑 옷이랑 액세서리랑 다 이기자 집에 보관해놓고 둘이 주말에 몰래 타고 있었던 거에요. 너무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죽했으면 내 눈치를 보고 몰래 탔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같이 타보기로 했어요. 실제로 큰 재미는 못 느끼는데, 자전거값이 아까워서 자전거 타고 출근하고 있답니다.



[최효선님은 아직도 길거리에서 누구 덕분에 비앙키를 보면 배신감이 든다고 그랬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자출하세요?
자출 거리랑 루트가 궁금해요

강복구: 편도로 23Km 정도 됩니다. 고양시에서 출발해 행주대교를 넘어 안양천으로 들어오면 바로 회사 앞까지 올 수 있어요. 일주일에 3번 정도를 목표로 타고 있습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이요. 차량으로 출근하면 반드시 막히는 구간이기 때문에 시원하게 바람맞으면서 출근하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씻지 않고 나와도 되서 편하기도 하고요(웃음).

차유라: 집이 아리랑 고개 방향 북악 중턱이라 성북천 - 청계천 - 중랑천- 한강- 탄천 루트를 타고 다녀요. 신호등 한 두 번만 거치면 되니까 회사까지 바로 오는 셈이죠. 다만 지겹디지겨운 탄천을 계속 타야 한다는 게... 마음속의 목표는 매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주 2회는 타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올해는 미세먼지가 심해서 많이 못 탔어요. 저번에 퇴근하고 나서 눈병에 콧물에 엄청나게 고생했거든요. 편도 35Km 정도 되요.



['시간과 정신의 방'에 비견될 정도로 지루한 탄천 자전거길에는 많은 게임인들이 오간다]

노수리: 저는 탄천 따라 5Km 정도 돼요. 금요일은 보통 약속이 있으니까 금요일을 빼고는 거의 매일 타고 있어요. 눈비만 안 내리면... 한겨울에도 길이 얼지 않으면 타는 편이에요. 다른 분들과 비교해서 가까워서 그런지 웬만하면 다 타요. 겨울에도 목도리하고 헬멧 쓰고 있으면 좀 따뜻해지거든요.

최효선: 성수동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까지 20~23Km 정도, 시간으로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 같아요. 몸이 안 좋을 때는 아예 자출을 못하기도 하는데 일단 목표는 주 4회입니다. 하루 정도는 예쁘게 입고 싶을 때 있잖아요.

김관중: 어느 다리로 한강을 건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24~26Km 정도 됩니다. 1시간에서 1시간 15분쯤 걸려요. 평균적으로 한달에 1,000km는 타는 거 같은데 그 중 70% 이상이 자출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는 성수대교 - 한강 - 탄천 - 금토천 코스로 다니고 있고요. 서울숲 인근이라 집도 회사도 자전거 도로에 접근성이 좋아서 비교적 편하게 다니고 있습니다만, 자전거로도 조금 더 편하게 한강의 다리를 건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주 며칠 이상이라는 목표는 없고 눈, 비 오지 않는 날은 자출을 하려고 합니다.



[동호인들의 목표 '月1000'을 달성하는 김관중님의 2017년 로그]


준비물로 뭘 챙겨요?
써보니까 자출이 윤택해졌다든가, 엄청 편해졌다든가... 좋은 거 공유합시다

강복구: 로드용 가방이요. 갈아입을 옷을 챙겨야 하니까요. 지금의 가방을 찾기까지 두어 번의 실패를 겪었어요. 로드를 타는 자세가 좀 다르다 보니 가방이 불편하거든요. 지금은 도이터 가방을 쓰고 있는데 확실히 로드용으로 나온 가방이라서 그런지 편해요. 참 블랙박스도 챙겨요. 생각보다 비싸지 않으니까 꼭 장착하고 타시길 추천해요.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친구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재미는 덤이고요.

차유라: 기본적으로 라이딩할 때랑 똑같아요. 펑크를 대비한 공구와 전조, 후미등 그리고 변색고글을 챙겨요. 탄천 정말 날파리가 많거든요. 빕을 입고 출근해서 봉크백으로 운반해온 옷으로 갈아입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빕은 정말정말 편하거든요. 아 맞다. 그리고 탄천은 너무너무 지루해서 가민이라도 쳐다보지 않으면 힘들어요. 그래서 가민도 꼭 챙깁니다.



[한 번도 안 입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는 사람은 없다는 빕. 사진은 11년 밴더키튼포커스]

김관중: 맞아요. 탄천에 벌레가 맞아서 버프도 챙겨야 해요. 최근에는 미세먼지 대응책으로 산업용 1급 방진 마스크도 이용하기도 하고요. 전 핸들바 백이랑 새들백을 수납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골전도 헤드셋인 AfterShokz Trekz Titanium도 출퇴근의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고요. 사실 중요한 건 준비물이 아니에요. 일기예보죠.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일기예보를 지역별/시간별로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요즘에는 미세먼지 농도까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일기 예보를 보고 오늘의 복장을 생각합니다.

차유라: 미세먼지... 어휴... 새벽에 일어나서 일기예보를 보고 미세먼지가 많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한 적도 있어요 (웃음) 사실 일어나기가 제일 귀찮아서...

최효선: 저는 특별한 준비물이 없어요. 생수통 하나만 챙겨요. 남편이 빕과 저지의 편안함을 엄청나게나게 설파했는데 도저히 쫄쫄이를 입을 각오가 안 생기더라고요. 대신 자전거에 패니어를 달아서 짐 운반 걱정은 없어요. 알고 보니까 패니어가 제 자전거보다 비싼 거더라고요.

노수리: 가깝다 보니까 특별한 장비를 착용하면 우스울 거 같기도 하고 해서 별 장비는 없어요. 라이트 없이 다니면 불안해서 전조등, 후미등을 꼭 챙깁니다. 만약 라이트가 고장 나거나 하면 아예 자전거를 놓고 가요.



[강복구님의 자출 용품]


자출의 선결과제 샤워
어디서 하세요?

강복구: 회사의 샤워 시설이 굉장히 잘되어 있어요. 자출의 최우선 선결 과제 중의 하나가 샤워인데 그 점은 정말 잘 되어 있어요. 자출을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물티슈로 대충 닦기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샤워시설이 없어서. 사실 샤워시설이 되어있는 회사가 몇 군데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넷마블이 라이딩하기에는 참 좋은 조건인 것 같아요.

차유라: 카카오게임즈 사내헬스장 '건강해GYM'에 샤워시설이 있어서 그곳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샤워 용품이랑 수건이랑 모두 갖춰져 있어요. 수건까지도요. 이거 꼭 '실화'라고 써주세요(웃음).

노수리: 굉장히 행복하게도 회사 2층과 10층에 샤워시설이 있어요. 수건도 있어요. 샤워부스가 개인 부스로 되어 있어서 솔직히 제가 사는 집보다 시설도 좋기도 하고요 (웃음).



[넷마블은 샤워장이 1인용으로 나누어져 있다]

김관중: 회사가 선릉역에 있을 때에는 근처 저렴한 피트니스 센터를 1년 결재해서 샤워실만 썼습니다. 처음 결재할 때는 운동도 하려고 했으나... 뭐. 그렇죠. 지금은 회사 지하와 3층 피트니스에 샤워실이 있어서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최효선: 저는 근처 헬스장을 등록해서 샤워실로 이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회사이다 보니 다른 분들처럼 회사에 샤워시설이 없거든요. 대신 회사에서 헬스장 등록비용을 지원해줘요.



[수건에 굉장한 가산점을 준 것 같다. 사진은 카카오게임즈의 '건강해GYM'내 샤워장]

이현수(기자): 샤워도 샤워인데, 아무리 빕과 저지를 입었다고 해도 땀에 젖잖아요. 건조는 어떻게 하세요?

강복구: 따로 건조시설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회사에 빕과 저지를 넉넉히 가져다 놓고 갈아입고 퇴근하고는 합니다.

차유라: 샤워할 때 걸어놓으면 어느 정도 마르잖아요. 그거 다시 입고 퇴근합니다. 꿉꿉하게요. (웃음)

최효선: 저는 쫄쫄이를 입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입고 간 옷은 봉지에 잘 담아서 넣어놓고 새 옷을 입고 업무를 하다가 그 옷 입고 그대로 퇴근해요.

노수리: 워낙 아무 데나 남는 공간이 많아서 대충 걸어놓으면 다 말라요.



[넥슨의 리프레쉬룸, 내부에는 화장대도 있다]


주차문제,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내 눈에 안 보이면 내 자전거가 아니라고 하잖아요...

강복구: 차 안에 보관해요. 자전거가 들어갈 만큼 넉넉하거든요. 처음에는 사무실에 보관했는데 아무리 일찍 온다고 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가 좀 죄송하더라고요. 또 자전거를 사무실에 두면 자꾸 만지고 그래서 신경 쓰여서... 이게 제가 주 3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자출하는 이유에요. 월요일에 차를 가져와서 주차해놓고 금요일에 다시 가져가거든요.

노수리: '바이크 행어'에 보관해요. 외부인은 출입하지 못하고 상주 미캐닉도 있어서 문제 있으면 전화나 쪽지 남겨주시고. 엄청나게 좋아요.

김관중: 지하주차장 내부에 자전거를 위한 주차 공간 '바이크 카고'가 별도로 마련되어있으며, 지하 1층 테라스, 지상 1층 야외에도 자전거 주차장이 있어요. 사원증을 태그해야 문이 열리고 24시간 CCTV로 감시되는 곳이라서 마음 놓고 주차하고 있습니다.

차유라: 카카오 건물 내부에 자전거 보관장소가 있어요. 장펌프와 CO2까지 갖춰져 있어요.

최효선: 전 그냥 회사 앞 공공 자전거 주차장에 보관해요. 제 자전거는 아무도 안 가져가더라고요. 그런데 애초에 자기 자전거가 아닌데 손대는 것부터가 이상한 거 아니에요? 정말 왜들 그럴까 정말...



[NHN엔터테인먼트 로비 한편에 자리 잡은 자전거 주차장 '바이크 행어']



[사원증을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넥슨의 '바이크 카고']



[카카오는 사내 복도에 거치시설이 마련되어있다]


회사에서 자출족을 위한 지원이 있나요?
요즘 HR에서는 사원의 건강도 회사의 자산이라고 하던데...

노수리: 바이크 행어에 상주 미캐닉이 계셔요. 하루에 한 번은 꼭 자전거를 보시고 문제 있으면 전화나 쪽지를 남겨주시거든요. 공기압 같은 사소한 거는 말씀 안 하시고 바로바로 고쳐주시고요. 언젠가는 실펑크가 났는데 제가 확인을 못 했거든요. 10시쯤인가 미캐닉이 펑크났다고 전화해 주시고는 바로 교체해주셨어요. 일상점검을 매일 받는 게 엄청나게 크죠. 또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공임비 없이 부품비만 받고 교체해주세요. 펑크 같은 건 공짜로 해주시고요.

최효선: 작은 규모의 사업체다보니 당연히 시설은 없어요. 대신 헬스장 비용을 지원해줘요. 자출인이라 주는 건 아니고 전직원한테 다 해주는 건데 전 평소에는 운동을 잘 안해서 갈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샤워하는데 매우 유용해요.



[NHN엔터테인먼트에서는 미캐닉이 상주하며 일상점검 및 정비를 해준다. 공임은 무려 무료다.]



[친절한 설명은 덤]

차유라: 아침 식사를 줘요. 김밥이랑 샌드위치, 과일 등을 제공해주는데 라이딩하고 먹으면 아주 좋죠. 자전거 동호회가 있는데 회사에서 동호회 지원금을 주기도 하고요. 잘 알다시피 카카오게임즈의 남궁훈 대표님이 자전거를 아주 좋아하시는데 같이 시간 맞아서 타게 되면 맛있는 걸 많이 사주세요. 강제적이지도 않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회사 정책이나 지원은 아닌데, 사내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조등, 후미등을 놓고 왔을 때 그냥 아무한테나 가서 빌리면 돼서 편해요.

김관중: 지하에 자전거 전용 주차장과 간단한 정비 제품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활용 중입니다. 주차 후 이동 경로에 샤워실 (지하 '리프레시룸')과 캐비닛이 있어서 애용하고 있습니다.

강복구: 샤워시설이 가장 큰 축복이죠. 그 외에는 자출족을 위한 시설이라든지 정책은 없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신사옥에는 고가의 자전거도 넉넉하게 보관할만한 주차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자출의 장점?
일찍 일어나기 귀찮고, 유지비도 교통비만큼 나오는데... 왜 자출을 하세요?

차유라: 차를 타고 출근하면 머리가 '띵'한데, 자출을 하면 상쾌해요. 그리고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탈 수 있으니까 일에 도움이 돼요. 탄천이 엄청나게 지루하거든요. 모든 분노와 상념을 담아 페달링으로 승화하면 마음에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배 두께가 좀 덜 접혀서 일에 집중하게 되는 점도 있네요.

강복구: 건강해졌고 활력이 넘치죠. 주말에는 늦잠자고 퍼져있고 그랬는데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죠. 굉장히 부지런해졌어요. 알게 모르게 라이딩 장비 쇼핑하는 재미도 있고요. 라이딩은 RPG 같아요. 혼자 타면 심심하니까 동호회에서 함께 타는데 길드 같거든요. 또 자전거 장비도 RPG의 장비와 흡사하죠. 대회에 나가면 공성전 같은 느낌도 들고요. 게임이랑 비슷해요. 재밌어요. 자출을 하면서 술을 끊었어요. 술을 마시면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거든요.



[라이딩을 RPG에 비교하는 강복구님은 자전거를 위해 술도 끊었다]

최효선: 남편이랑 공통분모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처음에는 연애 8년, 결혼 2년 동안 이 사람을 이토록 몰랐나 싶게 배신감도 들었지만, 지금은 주말에 서로 가까운 근교도 나가고 좋아요. 또 제가 엄청나게 생리통이 심했거든요. 그런데 자전거를 탄 지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좋아요.

노수리: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길에 햇빛도 보고하면 기본이 좋아져요. 겨울에 눈이 와서 자출을 못하면 햇빛도 잘 못 보고 우울해지거든요. 길가에 펴있는 꽃이라든가 풍경을 보고 있으면 행복감이 확 올라와서 '회사 다닐만하네'라는 생각을 하고는 하거든요. 집에서 사무실까지 거리는 가까운데 차가 엄청나게 막혀서 30분 정도 걸려요. 그런데 자전거 타면 15분 정도? 보통 자출을 한다고 하면 좀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전 좀 더 자도 돼요 (웃음)

김관중: 출근길이 즐거워졌습니다. 게으른 사람이라 매일 아침 일어나서 집을 나오는 것이 괴로웠는데, 어서 달리고 싶은 마음에 출근길이 즐거워졌어요. 무엇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 좋습니다. 몇 년 전 부터 NDC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데, 그 발표 중 상당수의 아이디어는 자출하는 도중에 자전거 위에서 떠오른 것들입니다.



[출퇴근 길이 즐거워졌다는 김관중님]


이렇게 좋은데 왜?!
자출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까요? 뭐가 가장 큰 어려움일까요?

김관중: 아직은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자전거도 엄연히 차로 분류돼 도로 하위 차로에서 달릴 수 있지만, 출근길 예민한 차량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아요. 또한, 자전거 도로에서도 불편한 커브, 울퉁불퉁한 요철 등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달려봤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는 때도 있습니다.

차유라: 아무래도 기상령*이... 올해는 미세먼지 때문에 힘들었어요. 작년까지는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건강해지려고 타는데... 뭔가... 좀 그래요.

* 기상+嶺: 기상 시간을 뜻하는 자덕용어로 '기상령을 넘지 못해 집합시간에 늦어 서포트카를 타지 못했어요 ㅜㅜ 잇님들은 일찍자긔' 따위에 사용한다. 자매품으로 마눌령, 후기령이 존재한다.



[서울시 등에서 단속은 하고 있지만, 운전자 인식이 아쉽다 (출처: 서울시)]

강복구: 개인의 컨디션,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게 작게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니까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외적인 요인으로는 날씨, 미세먼지 등이 있겠네요.

최효선: 제가 자전거 초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홍제천을 벗어나면 일반도로거든요. 일반도로에서는 차도로도 못 가겠고, 인도로도 못 가겠고 그래서 좀 많이 끌고 가요. 조금 자신이 붙어서 차도로 주행해봤는데 버스전용차선 때문에 무섭기도 하고. 그리고 상암경기장 앞에는 자전거 우선도로가 있는데 차들이 이곳에 주차하기도 해서 불편해요.

노수리: 역풍이 심해요. 왜 제가 달리는 방향으로만 역풍이 부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데 좀 불편하기도 해요.



[올해는 베이징인지 서울인지 헷갈릴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다]

이현수: 혹시 여자라서 불편한 점도 있을까요? 챙길 짐이 많다거나, 선택할 때 남자들과 달리 더 생각해봐야 한다거나 하는 거요.

차유라: 아무래도 여성용 자전거를 타는 게 편하죠. 몸 구조 자체가 다르니까. 스페셜라이즈드 아미라를 타다가 남녀 공용자전거를 탄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불편하더라고요. 지오메트리가 다르니까. 그리고 옷이나 헬멧 같은 거 싼 거 사겠다고 대충 사지 말고 마음에 드는 걸 사야지 나중에 속상해하면서 중복투자 하지 않게 되요. 한방에 사는 걸 추천해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고글이랑 헬멧은 내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고글이나 헬멧이 나를 간택해주는 거라고. 참 안장도 여성용 안장이 좋아요. 오우라가 좋아요. 빕은 신세계고요! 스페셜라이즈드 직원같은데... 그런건 아니에요.... 사실 스페셜라이즈드 서포터즈라(웃음).

노수리: 색조 화장을 포기하면 편해집니다. 아이라인, 아이쉐도우 포기하면 편해요.



["헬멧과 고글은 내가 고르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간택해주는 거에요"]


자출 외에 여가선용에도?
평소에 자주 타는 코스 추천해주세요. 화악산 곰돌이 같은 거 말고...

김관중: 아무래도 집에 가깝다 보니, 남북코스를 자주 가는 편이고요, 집 근처에 자그마한 언덕들을 타는 도심라이딩도 좋아합니다. 1년 전 대마도에 방문했는데 경치도 좋고 차도 없어서 매우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복구: 서울에서는 남북을 많이 타고 주말에는 송추나 동부 6고개 탑니다. 분원리도 많이 다니고. 대회 잡아놓고 투어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차유라: 집 바로 뒤가 북악이라 자전거 타는 동네친구랑 올라가서 입터벌*하고 자주 와요. 하지만 기록은 항상 하위권이죠...

*인터벌(interval)에서 유래한 말장난으로 휴식 겸 수다를 뜻한다. "구슬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입터벌을 했어요 #북악#언니랑라파#리커버리#내허벅지는왜이러뮤ㅠ"따위에 사용한다.

최효선: 초보다 보니 장거리는 무리고 주말에 양수리나 양평까지 가고는 해요. 물론 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복귀하지만요. 10년 정도 붙어살다 보니 좀 지루하고 그런 게 있었는데 같이 라이딩을 한 다음부터는 뭐랄까... 좀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자전거가 재미있어서 타지만, 저는 재미있으려고 자전거를 타는 것 같아요.



[김관중님이 즐겨탄다는 남산-낙산- 녹지로 이어지는 도심 업힐코스]




[역시 북악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자출에 도전하려 하는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뽐뿌' 좀 넣어보세요

강복구: 주저 말고 바로 시작하세요. 넷마블게임즈는 샤워시설도 있으니까요. 요즘 같은 시즌엔 퇴근 시간 안양천 합수부에 펼쳐지는 노을이 정말 기가 막혀요. 낚시하면서 막걸리 한잔하는 어르신들의 풍경은 서정적이고요. 고향이 부산인데 서울이 정말 좋다고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자전거 도로거든요. 여러분, 한강의 혜택을 누리세요!

김관중: 꼭 해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거리만 보면 힘들 것 같고, 샤워해야 하고 옷 갈아입어야 하는 등등 많은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이 어려운 법이죠. 금방 익숙해지고,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자전거가 레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황홀한지 모른다.]

노수리: 일단 교통비를 아낄 수 있어요. 혼자 살면 관리비 만원 아끼는 것도 크잖아요. 혼자 타면서 걱정되는 게 정비펑크 등 정비와 관련된 것들인데 NHN엔터테인먼트 직원이라면 유지 보수의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좋은 주차장과 미캐닉이 계시니까요. 망설이지 말고 자출을 해보세요.

차유라: 저와 같이 개미지옥에 빠집시다 (웃음).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풀 수 있어요. 살도 빠지고요. 물론 저 빼고 빠진다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처음 탈 때부터 거리에 욕심내지 않고 늘려가야 해요. 참, 자출할 때는 꼭 전조등, 후미등, 헬멧은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버섯돌이*가 싫었거든요. 쫄쫄이 입으면 찐따 같았고. 편의점도 못 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빕입고 비행기도 타고 못하는 게 없어요. 빕은 엄청나게 편하거든요!

*버섯돌이: 헬멧이 두상에 안 맞아 버섯처럼 보이는 효과. "착용해 보니 버섯돌이가 돼서 방출합니다. 한 번밖에 안 썼고요 현장 네고 안되는 직거래만 합니다. 문자 주세요" 따위에 사용한다.

최효선: 다른 회사처럼 샤워시설이나 보관시설은 없지만, 회사에서 헬스장 비용을 지원해주니까 자출에 도전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초보도 거의 매일같이 하고 있으니까... 활력 지수가 달라지고 삶이 윤택해져요. 개인적으로 내년 2세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확실히 몸도 좋아지는 것 같고요. 그리고 좋은 자전거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장비 다 챙기실 필요없어요!



["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전거만 있다면 준비는 끝! 하이브리드로도 충분해요"]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