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직 이 게임 맛을 못 봐서 그래! "츄라이 츄라이"

기획기사 | 양영석,정재훈,정필권,김규만 기자 | 댓글: 39개 |



게임 기자는 취재, 칼럼, 기획, 리뷰 등 온갖 기사를 고민하고 소재를 찾아다니는 직군입니다. 필연적으로 다양한 게임들을 접할 필요가 있고 플레이할 의무를 갖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게임 기자들도 사람이자 한 명의 게이머라는 정체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기자마다 서로의 취향이 있고 업무 외적으로 즐기는 게임이 다릅니다.

보통은 팀원들 또는 친구와 함께 모여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이 가진 정체성은 잘 변하지를 않습니다. 각자의 라이브러리 또는 구매 내역에는 유독 다른 사람은 잘 플레이 하지 않는데도 본인만 꾸준히 하고 있는 게임이 하나씩 있기 마련입니다. 일단 시간부터가 최소 400시간은 훌쩍 넘어갔으니, 제삼자가 보기에는 의아할 만하죠. 대체 저 게임을 왜 재미있어하는지, 저렇게 오랜 시간 하고 있는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만화 식객에서 나온 유행어, "헤이! 츄라이 츄라이"를 외치며 자기만 열심히 하는 게임을 설명하고 영업해 볼 시간입니다. 작성 도중 기자끼리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가 오고갔지만, 비난은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저희는 남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Pekke - 이것은 우주 엄마가 높게 평가, '워프레임'
로켓 타고 사라진 우주 엄마를 찾아서

▲ 출처: 유튜브 Porphi 채널

'워프레임'은 없는 게 없는 게임입니다. 2013년 출시되어 '오래된' 수식어가 붙는 게임이지만, 2018년 지금까지 게임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인 콘텐츠의 양, 질과 다양한 플레이 방식이 추가됐고요. 처음의 가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워프레임을 했던 사람이 게임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면, 졸업하고 살이 쭉 빠진 동창생을 본 느낌일 거에요. 그만큼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워프레임을 평하면 적어도 못 만든 게임으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TPS + RPG 장르에서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스팀 동접자 순위도 10위권 안을 계속해서 유지 중이기도 하고요. 거기다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까지 현존 모든 플랫폼에서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게 망겜일리 없잖아요?

자, 일단 워프레임은 전반적인 지향점이 다른 게임과는 조금 다릅니다. 크게 총기와 근접 무기를 이용해서 다수의 적을 쓸어 담는 시원시원함이 핵심입니다. 일종의 엘리트 몬스터도 있어서 대응 방법이 조금씩 달라지니까, 전투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죠. 캐치프레이즈인 'NINJAS PLAY FREE'라는 말 그대로, 닌자와 같이 빠른 움직임과 스피디한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이펙트도 화려하니, 눈도 즐겁죠.



▲ 스-타일리쉬 한 전투, 파쿠르, 소위 '간지'나는 슬라이딩 등등

또한 게임 내에는 다른 게임에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워프레임들이 57종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자 독특한 능력과 외형을 가지고 있고, 서로 할 수 있는 역할도 달라서 다양한 워프레임을 제작하고 육성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필요에 따라서 외형과 색까지 수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도 갖췄습니다. 때문에 애정이 생긴 워프레임은 능력부터 색상까지 나만의 존재로 꾸려나가게 됩니다.

더불어 주무기와 보조무기, 근접 무기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만큼의 무기들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성능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능력치와 속성을 붙이면, 무기의 진정한 능력을 끌어낼 수 있죠. 둠가이처럼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무기, 레이저로 적을 지져 죽이는 무기, 우주 채찍과 칼날 샷건, 내 피를 뽑아 총탄으로 쓰는 소총까지 신기한 무기들 천지입니다. 그냥 마음에 드는 무기를 골라잡으면 됩니다.



▲ 멋지고 개성 있는 워-프레임 57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도 다양한 모드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몰려드는 적을 상대하고 싶나요? 그럼 생존 미션을 하면 됩니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적진에서 데이터를 빼내고 싶나요? 그렇다면 첩보 미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정해진 타겟을 납치하는 생포, 적진의 중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파괴 공작, 아이템이 가득한 성유물을 캐내는 발굴 미션 등 17종의 미션과 8종의 특수 미션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미션을 도는 것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워프레임의 자랑, '시네마틱 퀘스트'가 있습니다. SF에 기반한 독특한 세계관을 알아볼 수 있는 퀘스트들이죠. 워프레임과 플레이어인 오퍼레이터의 비밀, 플레이어를 돕는 우주 엄마 '로터스'와 관련된 이야기, 각종 팩션들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난이도도 낮고 퍼즐 요소도 많아서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주 엄마가 로켓타고 집을 나가버리는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 시네마틱 퀘스트는 점점 연출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지만, 분량 한계 때문에 전부를 적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모드, 아크윙, 랭크, 등등 다 설명하려면 하루도 모자랍니다. 할 게 너무 많아서 목표를 능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쏘는 맛과 보는 맛, 특유의 트리키한 움직임 등 파고들 거리와 할 거리가 계속 쏟아지는 게임이거든요.

무엇보다 이 게임을 강추하는 이유는 무료 게임이라는 점도, 중2병 가득한 워프레임 디자인도 아닙니다. 개발사인 디지털 익스트림스가 보여주는 모습 때문입니다. 데브 스트림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별도 행사인 텐노콘(Tenno Con)을 개최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하고 추가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자세는 인정해야만 합니다.

올해 행사에서 공개했던 '레일잭(Railjack)'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보여준 로망 넘치는 멘트들. 그리고 "Target Locked, It's Time for the Big Gun!"을 외치며 발사하는 대형 레이저포까지, 팬들을 위한 자세를 높게 평가하겠습니다. 항상 변화하고, 개선하려는 자세. 그것만으로도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히 있는 셈이니까요.

▲ 로망 가득한 플레이. 3분부터 봅시다.


Laffa - 이게 더 재밌음 '토탈워: 워해머'
로망이 차다 못해 뽕이 되고 어느 순간 난 속에서 헤엄치고 있고 못 끊고


'토탈워: 워해머'야말로 없는게 없는 게임입니다. 윗글에 웬 우주 닌자가 없는게 없다고 하니 웃음만 나오네요. 니들이 기병이 있어요? 탱크가 있어요? 엘프 난쟁이 야만인 코끼리는 있나요? 어디서 뻥을 치는지...ㅎㅎ 아 우주선 있다고요? 워해머 세계관에서는 공룡 탄 공룡들이 우주선 타고 세계를 떠납니다. 그런 건 있어요?

자 설명해 드릴게요. '대전략' 좋아하십니까? 턴제로 내정 전투 외교 등등 하는 게임이요. 아하! 실시간이 더 좋다고요? 상관없습니다. 토탈워는 실시간이면 실시간, 대전략이면 대전략. 다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 부분이 궁금하실 겁니다. 토탈워는 '롬2'나 '미디블'이 유명한데 왜 역사 소재로 한 '역탈워'가 아닌 '워해머'를 소재로 한 '햄탈워'인지 말이죠.



▲ 역사 베이스는 초보에겐 조금 어려운 감이 있어요. 사실임

그야 쉽기 때문입니다. '역탈워'는 사실 토탈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덤비기엔 만만치 않아요. 내정도 뭔가 어렵고, 병종들도 다 그게 그거 같습니다. 물론 숙련자들이 보면 다 다른 병종이지만, 초보자 눈엔 다 똑같아 보여요. 쓰는 무기만 조금씩 달라 보이지. 하지만 햄탈워는 쉽습니다. 내정도 간단하고, 병종도 딱 보면 아 얘가 뭘 하겠구나 보입니다. 자 일단 시작은 편하게 하시면 되겠네요.

그럼 이제 진짜 이유로 들어가 봅시다. 우리가 게임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무엇입니까? 재미입니다. 재미. 그럼 이 '재미'가 어디서 올까요? 바로 '로망'에서 옵니다. 새 게임 사고 나면 하기 전에 '아 이렇게 플레이하고 싶다.' 하고 상상하는 거 있잖아요. 그걸 우린 로망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위쳐3'를 살 때 아 들어가서 검술 위주로 육성해서 다 썰어버려야지! 하면 검술에 대한 로망인거고 마법을 주로 써야지! 하면 마검사에 대한 로망인거죠.

'햄탈워'는 적어도 판타지 세계관에 대해서라면 모든 유저들의 이 '로망'을 충족시켜줍니다. 로망이라는 단어는 쓰기 좀 어려우니까 우리 쉽게 쓰는 '뽕'으로 대체해봅시다. 햄탈워를 즐기는 모든 게이머가 인정합니다. 이건 진짜 '뽕'때문에 하는 게임이라고. 사실 게임 이름을 뽕탈워로 바꿨어도 할 사람은 다 할 겁니다.



▲ 매번 이 화면이 너무 즐거워요. 진짜임

기병 좋아하세요? 브레토니아가 있습니다. 마법요? 쪼잔하게 몹 하나에 파이어볼 쓰지 말고 한번 쓰면 수백 명씩 쓸어담는 화염 폭풍을 쓸 수 있습니다. 중갑 떡대? 초즌이 걸어옵니다. 엘프식 화살비가 보고 싶습니까? 우드엘프 웨이와쳐들은 남들의 세배 정확도의 활을 움직이면서 쏩니다. 진정한 인류만이 세상의 패자입니까? 제국은 언제나 여러분을 반깁니다. 개떼로 몰려드는 호드 아미가 좋다면 그린스킨이 있고, 무한의 수로 밀어치는 언데드가 보고 싶으시면 뱀파이어 카운트가 있습니다. 좀비가 좀 징그럽다면 살 다 떼고 뼈만 남은 툼킹도 있죠.

진짜 다 할 수 있습니다. 중세 판타지물이라고 스테레오타입만 생각하지 마세요. 햄탈워에는 레일건이 있고, 탱크와 헬리콥터가 있으며 공룡 탄 공룡(A.K.A 공탄공)이 뛰어다닙니다. 사촌 동생들도 좋아하겠네요. 다 좋은데 전략을 별로 안 좋아하세요? 능력치 좋은 전설 군주로 RPG를 하셔도 됩니다. 콜렉 선이터 같은 친구들에게 '케인의 검'만 들려주면 혼자 수천 명을 뭉개고 다닙니다.



▲ 쥬라기 원시전2 이후 처음! 여러분은 공룡 탄 공룡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호빗' 보셨나요?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은 3편의 에레보르 공방전입니다. 진짜 다섯 군대가 나와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잖아요. 떡장 난쟁이들하고 제식 오지게 하는 엘프들 나오고... 땅굴 벌레 나오고요. 그게 다섯 군대 전투입니다. 심지어 하나는 군대도 아니에요 무슨 칼 몇 자루 지닌 피난민들이죠.

그런데 아니 이럴수가. 햄탈워는 열네 군대에요. 3편 나오면 더 늘어나서 한 스무 군대 정도 될 겁니다. 다섯 군대 전투만 해도 재밌잖아요. 근데 열네 군대 전투입니다. 산술적으로 따져도 재미가 2.8배에요. DLC를 좀 사야 하는게 문제긴 한데, 그냥 사 줍시다. 다른 게임에서 지르는 것보다 쌀 겁니다.




이정도면 솔직히 저만 하기 아깝습니다. 솔직히 더 쓸 게 너무 많은데 다른 사람들이 본인들 거 없어 보인다고 너무 길게 쓰지 말래요. 그런 게임을 왜 추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을 안할 이유가 있나요? 답은 '햄탈워'입니다. 뽕이 차오를 때마다 해결해도 또 다른 뽕을 채워줄 것들이 너무나 많고, 어느 순간 약물중독에 히끅거리게 됩니다. 부족하면 창작마당을 뒤지시면 더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사세요. 나만 알긴 너무 아까워요.






Lavii - 2D 격투 게임의 희망, '길티기어'
우리는 뉴비가 귀한 걸 알고 있다


'길티기어' 시리즈를 영업할 거라고 하니까, 옆자리에 앉은 라파 기자가 그랬습니다. "그래, 길티기어면 진짜 츄라이츄라이할 숨은 명작? 비주류 명작이지"라고요. 뭔가 인정받은 거 같아서 왈칵하기도 했고, 그만큼 하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니까 화도 났습니다. 근데 뭐 어쩌겠어요. 진짠데.

아무튼 게임을 설명하자면, 길티기어 시리즈는 수십 년 전부터 명맥을 이어온 뼈대 있는 격투 게임입니다. 2D 격투 게임들이 노선을 바꾸거나 3D 격투 게임에 밀려 사라져 갈 때, 길티기어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2D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을 사로잡고, 자신만의 격투 스타일을 고수했어요. 그만큼 전통과 장인 정신이 살아있는 게임입니다. 2015년에 나왔던 Xrd는 충격적인 연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였으니까요.



▲ 이것이 2015년의 2D 게임....!

일단 이 게임은,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해요. 어느 캐릭터가 매력적이죠. 격투 스타일도 전부 다 다르고, 외모와 성격도 다른 건 기본인데 이게 진짜 톡톡 튈 정도로 다릅니다. 틀딱 할배(?)부터 봉지 쓴 사이코패스 의사, 기타로 후려치는 누님의 머리카락으로 공격도 하고, 누구는 또 당구도 칩니다. 그림자도 쓰는 사람도 있고, 웬 여자아이는 부케로 치다가 샷건으로 불 뿜고 그럽니다. 뭐, 어느 풍비박산 난 집안이 등장하는 게임도 개성이 뚜렷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있잖아요? 풍신류라던가...?

근데 길티기어는 그렇게 묶기가 힘들 정도로 개성이 뚜렷합니다. 같은 회사 작품인 블레이블루도 마찬가지예요. 아무튼, 그래서 캐릭터 하나하나를 연구해야 합니다. 대충 KOF에서 쿠사나기 쿄 할 수 있다고 K`나 이오리 쉽게 익숙해지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솔 배드가이는 솔 배드가이만의 전법/운용/콤보를 연구해야 되고, 카이는 카이만의 전법/운용/콤보를 연구해야 됩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깊게 파고 들어간 고수라고 할지라도 다른 캐릭터를 잡을 땐 제대로 운용을 못 하는 초보인 경우도 있습니다.



▲ 이 많은 캐릭터들, 겹치는 스타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근데 뭐 알다시피 이거는 장점도 되지만 반대로 단점도 됩니다. 그만큼 알 게 많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대신 그 정도로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게다가 주인공 보정 그런 거 없어요. 역할, 연출상 망가질 땐 확실하게 망가지고 멋질 땐 엄청 멋집니다. 다들 그래요.

연출만 있고 본 시스템은 별로다? 절대 아닙니다. 격투 게임 본질에 이만큼 충실한 게임 없습니다. 콤보에 카운터, 리버설, 블리츠 실드와 버스트 게이지, 가드 크러시 뭐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캔슬 시스템도 있고요. 게다가 콤보 시스템은 다른 게임은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정밀한 포인트를 찾는 맛도 있습니다. 정밀한 콤보라고 해서 대미지가 막 엄청 높지 않아요. 적당히 대충(?)쳐도 기본적인 콤보는 잘 나가요!

▲ 연출 쩔어요. 똥침 맞으면 주인공 보정 같은거 안돼요(출처 : Chaos Productions Inc.)

그리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게 미친 듯이 어렵진 않아요. 어느 게임처럼 프레임 단위로 그렇게 외우고 그러는 거는 초고수급 대전에서나 그런 거지, 우리처럼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당히 시스템만 이용해도 될 정돕니다. 초보자를 위한 콤보 모드도 따로 있으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문제가 인식입니다.

길티기어의 특징은 아무래도 '공격'입니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공격하는 쪽이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대신 수비하는 쪽은 반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시작할 때 괜히 "Heaven or Hell"하는 게 아닙니다. 얻어터지기 시작하면 정신도 못 차리고 두드려 맞고 넉다운되지만, 반대로 패기 시작하면 여러분도 남들이 정신도 못 차리게 패버릴 수 있어요. 진짜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밸런스도 좀 이렇게 맞춰져 있습니다.

어렵다고 쫄지 마십시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습니다. 대부분 연습에서 콤보 정도 연습하고 실전하러 온 사람이 태반이라 엄청 잘 하지는 않습니다. 격투 게임들, 요새 고인물들만 남아서 서로 대전하면서 미친듯이 자신들의 경지를 올리는 데만 열중하지 않아요. 진짜 '고인물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 뭔지 압니까? 바로 뉴비에게 친절하다는 겁니다. 상대가 뉴비라고 느낌이 오면 적당히 상대해주는 매너가 있습니다. 무슨 사자는 토끼 상대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 그거 격투 게임에선 인성질입니다. 고수들도 다 압니다. 아, 물론 기종 표시는 제대로 합시다.




아무튼, 이 게임은 제가 볼 땐 2D 격투 게임의 희망입니다. 격투 게임 유저 자체가 적지만, 이거만큼 짜릿한 성취감을 주는 게임도 없습니다. 격투 게임이야말로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뭣보다 길티기어는 연출도 좋고, 보는 맛도 있는 데다가 연구하고 깊게 파고드는 재미가 훌륭합니다.

근데 솔직히 지금 출시된 지 꽤 됐잖아요. 당장 사기는 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이 게임, 스토리만 봐도 영화 애니메이션 몇 시간 연속으로 본 기분입니다. 스토리 모드 진짜 잘 만들었어요. 오죽하면 그거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OST, 락 좋아하는 사람이면 진짜 빠져들 겁니다. 자, 여러분. 같이 길티기어 한 번 해봅시다.


Frann - 친구 없어도 재밌어요, '인왕'
다크소울 한 스푼, 디아블로 한 스푼, 와 완전 갓겜 아니에요?

▲ 출처: 유튜브 Boss Fight Database 채널

여럿이서 같이 하는 게임도 재밌지만, 그래도 저는 혼자서 하는 게임을 좀 더 좋아합니다.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맥주와 함께하는 게임이 세상에서 제일 즐겁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

아무튼 오늘 제가 영업하고 싶은 게임은 '인왕'입니다. 2017년 초에 나왔으니까 벌써 일 년 하고도 반이 넘게 지난 작품이네요. 일본 전국 시대를 배경의 게임이라는 점부터, 다크소울마냥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지향한다는 점까지 비주류 게임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는 게임입니다.




인왕은 영국인 항해사 최초로 일본에 상륙한 실존인물, 윌리엄 애덤스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일본은 전국시대가 배경이지만, 요괴가 들끓어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하고 있죠. 여러분은 주인공인 윌리엄이 되서 역사책에서 보던 전국시대 인물들과 함께 일본 대륙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물론 삼국지나 진삼국무쌍 시리즈로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을 미화하는 데 통달한 코에이테크모 게임즈답게 '인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도 정말 잘생겼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기존 코에이 시리즈로 단련된 분들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시대 배경이 배경인지라 다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왕은 구체적으로는 임진왜란 직후인 16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하셔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학창시절에 읽었던 소설 '대망'의 장면 장면들이 떠올라 인상 깊었어요. 물론 요괴들 잡느라 정신없긴 하지만, 어렴풋이나마 세키가하라 결전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 전국시대 명장 혼다 타다카츠와도 싸울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프롬소프트의 '다크소울'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은 출시 전부터도 말이 많았습니다. 표절이네 벤치마킹이네 따지는 걸 떠나서 '인왕'은 다크소울 특유의 그 조작감을 정말 잘 살려냈습니다. 다크소울을 몇 번 해본 분이 '인왕'을 처음 접한다면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조작감은 살려내면서, 또 자기만의 요소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무기 하나마다 상단/중단/하단 자세를 따로 둔 점이나, 스킬트리, 수호령 같은 시스템을 추가해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 '유다희'만큼 많이 만나는 이 장면

기본 플레이가 그렇다고 '다크소울'마냥 하드코어하기만 한 게임은 아닙니다. 회차를 거듭해 나가면 갑자기 게임이 달라지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어요. 높은 등급 무기가 나올 때까지 열심히 적들을 사냥하는 '디아블로' 같은 스타일로 말이죠. 원하는 아이템이 딱 하고 나왔을 때 쾌감, 다들 아시잖아요. 물론 그 결실을 볼 때까지 살짝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회차가 높아진다고 '다크소울' 같았던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으니 사냥하면서 아예 긴장을 늦추게 되지는 않습니다.

▲ 수리검을 챱! 챱! 끝! (출처: 유튜브 Sessh0maru 채널)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인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게임이 허락하는 얍삽한 방법'이 많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다크소울이랑 비슷하게 여러번 죽고, 보스들의 패턴을 익혀야 하는 게임은 분명하지만, 보스한테 움직임이 느려지는 주문을 걸거나 수리검 공격력을 대폭 늘려주는 장비를 맞춰 얍삽하게(?)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게임 하면서 스트레스를 뭐하러 받습니까? 이렇게 재밌게 할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인왕을 개발한 팀 닌자가 어떤 스튜디오입니까 여러분. 닌자 가이덴! 데드 오어 얼라이브! 카스미와 아야네를 만든 여캐 장인들 아니겠어요? 인왕에서도 이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빚어낸 아름다운 캐릭터들을 질리도록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노출은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시대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그런건 없습니다. 앗, 이건 아쉬운 부분인가?



▲ 팀 닌자가 만들면, 보스도 이렇게 남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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