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가득 지극히 주관적인 올해의 게임스컴 어워드

기획기사 | 석준규,김강욱,정필권 기자 | 댓글: 7개 |
게임스컴이 끝났다. 올해도 역시 어마어마한 숫자의 시연작과 기대작에 둘러싸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취향 뚜렷한 세 명의 기자가 발바닥에 물집 잡히도록 돌아다니며 이번 게임스컴 최고의 게임을 꼽았다. 아주 사심 가득하게, 아주 주관적으로 말이다.

기자명: Piino  생각없이 다 때려부수는 게임을 좋아한다. 피지컬이 심하게 부족하고 멘탈이 연약해서 난이도가 너무 어려운 게임이나 PvP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한 번 시작하면 일상 생활 불가능할 정도로 빠져들어 자체 봉인 중이다.

1위.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가 이번 쇼 최고의 수확이다. 전작도 좋아했지만 잠입과 암살이라는 컨셉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아 취향에 살짝 안맞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가벼워졌다. 난이도가 쉬워진건 아니지만 적어도 답답하게 숨어다닐 필요는 없지 않나. 레오니다스 형님처럼 스파르타!를 외치며 적을 발로 차버리고 도륙냄은 물론이요, 고대 그리스의 해전을 직접 경험해본다는게 그야말로 감동이다. 블랙플래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낼 수 있을까. 화려한 그래픽, 완성도 높은(걸로 기대되는) 스토리, 어쌔신크리드 특유의 고증이 더해져 어떤 게임이 나오게 될지 너무 기대된다. 취향저격 200%다. 일단 컴퓨터부터 바꿔야지.


2위. 트로피코 6

엘 쁘레지단떼! 게임의 특성상 짧은 시연으로는 많은 걸 보여줄 수 없어 기사가 나가지 않았지만, 트로피코6가 나왔다. 툭하면 시비거는 서방 강대국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맨날 시위하는 데모대를 보고 있자면 1대 독재자라는건 누구보다 똑똑하고 부지런하며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전작에 비해 치밀하고 깊이 있어진 그래픽, 발전된 AI를 바탕으로 주변 요소가 플레이어를 더 창의적으로 괴롭힌다고 하니 두어달은 수면부족에 시달릴 듯 하다. 실제로 해보니 더 복잡해해진 느낌이다. 단순해진것도 있고. 예전에는 트로피코에서 뺨 맞고 문명에서 눈 흘겼는데, 이번엔 어쩌려나.


3위. 레이지 2

시연기에서는 다소 안좋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B급은 B급만의 감성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난 그 B급 감성을 사랑하고. '생각없이 다 때려부수는' 이라는 말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게임이 있을까. 인류애를 담고있는 비장한 스토리와 감탄이 나오는 세밀한 표현은 AAA급 게임에 가서 찾으시라. 난 샷건으로 머리통을 날리고 탄약을 챙길테니. 지금 기대하는건 컨셉만큼이나 약빤 스토리다. 뭔 약을 했는지 미친듯이 히히덕거리는 적을 보면 진지한 스토리는 절대 아닐거다. 약빤 스토리 안에서 약빤 적을 상대로 약빤 플레이. 내년 봄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다.

☆ 번외: 데스티니 가디언즈, 제네레이션 제로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의외의 복병이다. 갬빗모드의 완성도가 대단하다. PvP와 PvE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덕분에 멘탈이 약한 나도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신규 확장팩 '포세이큰'을 보면 개발사인 번지도 약간 정신줄을 놓은 듯 하다. 왜냐고? 무기 옵션이 아주 버라이어티해졌다. 밸런스 따위 개나 주세요 하는 느낌이다.

제네레이션 제로 역시 취향저격...은 맞지만 아직까진 판단 보류다. 축축한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든다. 물론 사전예약은 해뒀다. 언제 시작할진 모르지만 CBT 끝나고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시연은 못했지만…. 앤썸

오호통재라. 이번 게임스컴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앤썸 시연 신청을 안했다는거다. 앤썸은 EA B2B 관에서 사전에 신청한 사람만 시연 가능했다. 동료에게 재밌냐고 물어보니 "거대메카 역관절 개쩔어욧" 한다. 성적 취향을 물어본게 아닌데... 깊이감 있는 전장과 자유롭게 커스텀 가능한 메카로 원하는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다고, 이미 지갑을 벌려놨다고 한다. 이번 기회는 놓쳤으니 다음번에 꼭 해봐야겠다.




기자명: PEKKE  닌텐도 슈퍼 패미컴으로 게이머 인생을 시작하여, 콘솔과 PC, 모바일 가릴 것 없이 관심을 두는 ‘‘닥치고 일단 하는’ 스타일로 라이브러리를 채우고 있다. 다만, 공포 게임은 라이브러리에 몇 개 없다. 그나마 있는 것도 공짜로 배포한 것들일 뿐. 선호하는 장르는 난이도가 조금 낮은 액션 게임. 선호 플랫폼은 닌텐도 계열의 기기들. 게임은 일단 하는 맛이 좋아야 한다고 보는 플레이 우선론자.



1 위. 사이버펑크 2077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것만으로도 게임스컴을 온 목적은 달성했다. 처음 시연을 진행했던 E3 2018과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고, 그 사이에 더 개발이 되었음을 증명했다. 게임은 그저 ‘쩐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일인칭으로 만든 이유도 명확했고, 압도적인 도시의 표현은 자리에 있는 미디어들의 감탄으로 이어졌다. 하... 말로만 설명하려니 이게 잘 전달이 안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상태도 괜찮은데, 개발사가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발은 현재 진행중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분명 더 놀라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더 기다려야 된다. 마지막으로 혼자만 봐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다. 어쩔 수 없다. NDA 어기면 큰 일이 난다.


2위. 앤섬

플레이 자체는 기본을 확실히 지킨 느낌이다. 영상만 본 누군가는 '에이 이게 뭔 기대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플레이한 소감을 말하자면, 이건 분명 괜찮은 게임이다. 총을 쏠 때의 진동과 손맛, 달릴 때의 묵직함은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외골격 슈트인 '자벨린 엑소 슈트'의 디자인도 멋지다. 투박하면서도 근미래적인 저 모습을 보란 말이다.

그리고 꽤나 인상깊은 점도 몇 개 있다. 파티 플레이는 매우 원활하고, 서로의 합을 맞추는 콤보 시스템도 괜찮다. 자연환경도 정말로 세밀하다. 전부 다 영상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사실 시연을 들어가기 전만해도 반신반의 했다. 그런데 막상 시연을 해보니 이건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게임이 틀림없다. 막상 주목을 못 받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한데, 이후 스토리 텔링 시스템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3위. 바이오뮤턴트

시연을 하며 유전자 조합을 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부터 빵 터졌다. 트레일러 주인공처럼 라쿤맨을 만들고 싶은데, 무슨 비루먹은 시궁쥐가 나와버린다. 이후 나머지 부분들도 충분히 좋다. 그래픽도 준수하고, 액션도 시원시원하고. 거기에 마무리 일격도 어디인가 디즈니 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조용히 하세욧'을 외치며 적의 머리를 쥐어박아 모종을 심기도 했다. 분명 저기선 거대한 보스 나무가 열릴 것이다.

B급 전문 퍼블리셔인 THQ가 담당한 게임 치고는 꽤나 완성도가 높다. 이것저것 탈것들도 있고, 능력을 활용하는 위치도 세심하게 꾸려져 있다. 기초 공사는 제대로 해뒀다. 문제는 스토리 텔링과 게임 이후 최적화, 플레이어의 취향 정도인데, 이런 부분은 나중에 정식 출시 즈음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전투만 보자면, 게임스컴의 다크호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시연은 못했지만… '오버킬의 워킹데드'

게임스컴 9관에 위치한 오버킬 부스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캐 했다. 입구 바로 앞에 위치했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일단 미디어 시연이 있는 날에도 대기 시간이 두 시간에 달했다. 일반 관람객 입장이 시작되면서 시간은 계속 급증했다. 세 시간 그리고 네 시간까지 늘어났으니까. 문제는 게임스컴이 무척이나 바쁜 행사였다는 점이다. 두 세 시간을 기다릴 시간이 나지를 않았다. 줄을 서다가 인터뷰 일정이 가까워지면서 눈물을 머금고 대기열을 뛰쳐나오기도 했다. 두어 시간만 더 있었으면 게임을 할 수 있었을텐데, '흑흑... 저 포도는 분명 실 거야'를 외치면서.

인터뷰를 마치고 프레스실로 돌아오는 길, 혹시나 싶은 마음에 9관을 다시 들렸다. 나가기 전에 대기 시간이 2시간 반이었는데, 3시간 반으로 늘었다. 분명 사람은 빠지고 있는데 왜 대기줄은 계속해서 늘어나는지 의문이다. 시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게임 어때요? 나도 해보고 싶은데 간단한 설명이라도 해줘요" / "와우 어메이징 한데요. 그래픽 좋고, 특히...(후략)". 젠장. 신 포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명: LASSO  과거부터 FPS 게임을 주로 즐겨 온 기자. 어느덧 오른쪽 구석에 총기가 나오지 않으면 몰입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 종류는 근미래 혹은 미래를 다룬, 호흡이 빠른 FPS. 대부분의 종류의 FPS를 적어도 한 번은 플레이를 해보려 하며, 퀘이크 시리즈나 언리얼 토너먼트 등의 정신 없는 온라인 FPS 게임도 종종 즐기는 편이다. 중요하게 보는 것은 빠져드는 몰입감과 화끈한 무기의 타격감. 그 것이 아니면 FPS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1위. 배틀필드 5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 트레일러에서 등장했던,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하며 시도한 여러 부분을 보며, 배틀필드 특유의 철저한 고증과 실감나는 전투로 대표되는 게임성에 집중하지 못했을 가능성 역시 상당히 우려되었다. 하지만 FPS 장르의 여전한 큰형님이자 기대작임은 변함이 없는 부분. 영원한 라이벌로 여겨졌던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잠시 주춤한 지금, 전쟁을 다룬 FPS의 대표작으로서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마저 부여된 것이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아닐까. 어쩌면 그렇기에 배틀필드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잘 해야 본전’인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네 시간을 기다려 20분이 안 되는 시연을 했다. 결과는 대 만족. 전장에 들어서자 우려했던 부분들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픽은 이제 정말 실제에 가깝게 되었고, 매캐한 화약과 무거운 짐들, 거친 쇠가 오감을 자극하는 느낌은 역대 최고. 타격감은 타격감대로, 조작감은 조작감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스스로 플레이를 하며 가장 놀란 부분은, 정신 없는 전투를 하며 어렵사리 가늠좌와 가늠쇠로 정중앙 점을 만들고, 적군의 머리를 간신히 올려놓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편리함과 시인성이 뛰어난 현대 FPS를 즐기던 입장에서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몰입으로 다가온 것은, 전반적인 그래픽과 타격감, 조작성들이 모여 ‘이 것은 진짜 전장이다’라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받게 되었기 때문에 느낀 감상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전작들보다도 훨씬 더 유의미한 진보를 이루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치적 올바름의 논란을 떠나, 적어도 게임의 재미만큼은, 배틀필드는 대규모 전쟁 FPS 게임 역사에서 스스로 또다른 한 획을 그을 것이라 생각된다.


2위. 레이지 2

‘이미 끝장났고 미친 놈들이 지배하는 세상’를 다룬 게임은 많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룬 게임들은 으레 네거티브한 분위기에서 꽃피는 액션의 불꽃을 강조해오기 일쑤였고, 이미 앞뒤 안 가리게 된 세상을 기반으로 하여 더욱 윤리를 벗어난 미친 캐릭터와 과감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었다. ‘보더랜드’나 ‘매드 맥스’, 어떤 의미로는 ‘폴아웃’도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었다. ‘레이지 2’의 전작인 ‘레이지’ 역시 참, 열심히, 그러려고 노력은 했다.

‘레이지 2’는 전작이 놓친 부분을 많이 보완하려 노력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전작의 애매한 조작감은 개선했고, ‘지저분함’ 정도로 해석된 지난 묵시록적 디자인은 형광 스프레이와 함께 ‘POP’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무채색이 된 땅에서 존재감을 갖고 싶은, 가질 수 있는 자들의 광기가 표현된 것일까. 전반적으로 광원 효과를 비롯, 무기와 캐릭터의 디자인, 자동차 액션 등 모든 시각적 요소가 조금 더 광적인 세계를 잘 표현해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미학적 요소들을 가장 잘 주무르는 프랜차이즈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직은 갈 길이 남아 있기에, 단점 역시 두드러졌다. 이능력과 총기가 어우러진 정신 없는 액션은 익숙해질 수 있다 치고, 타격감은 트레일러에서 보던 것보다는 다소 애매한 느낌이다. ‘나보다 하찮은 미친 놈들’을 찌르고, 터뜨리고, 부숴 죽이는 게임에서 타격감은 생명일 터. 이드 소프트웨어 특유의 부드러운 모션과 딱딱 끊어져야 하는 타격감의 대비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FPS의 명가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아주 잘~’ 손봐줄 것이라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제는 너무나 흔한 오픈 월드의 완성도에 대한 걱정은, 제작이 조금 더 진행된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자.






시연은 못했지만… 사이버펑크 2077

아직은 공개하기 싫어하는 것은 알겠다.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정말 얼마든지 이해한다. 적어도 기다림을 쉽사리 배반할 CDPR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역대급’ 이라는 기자들의 희귀한 체험 후기 역시 믿는다. 이 믿음 덕분에 이번에 체험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그저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떻게든 상관없다. 제대로만 나와다오-'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플레이를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실제 플레이 장면 조금만이라도 보여주면 정말 안 되겠니? 하물며 동영상 클립이 아닌, 3초짜리 gif라도 보여주면 안되겠니? 이미 ‘쩐다’고 평가가 나 있으면, 조금은 으스대도 되지 않겠니? 운명적인 이상형을 만난 건 확실하지만 이름도 성도 아무것도 모르는 기분. 수많은 기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유저들의 애타는 갈망과 비슷할 것이다. 결국 게임스컴이 끝날 때까지 이번에도 시연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 더 믿음으로 극복해본다.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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