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AR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일까?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18개 |

'현실 세상 속 포켓몬을 상상해보라'

지난 2015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의 트레일러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의 전율과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렸을 적 열렬히 시청했던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머릿속에 자동재생되고, '포켓몬 마스터'의 꿈을 좇아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설렜던 기억이다.

당시엔 AR 기술이라고 하면 단순히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미래 기술로서의 이미지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미래 도시를 상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 중 하나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톰 크루즈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는 당장은 무리일지라도, 언젠가는 당연하다는 듯 보편화될 것이라고 줄곧 꿈꿔왔던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이언틱과 포켓몬 컴퍼니가 함께 공개한 '포켓몬 GO'의 트레일러가 더 큰 충격으로 느껴졌고, AR 기술을 활용하여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험을 떠나는 것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품게 됐다.



▲ 'AR'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 중 하나

하지만 '포켓몬 GO'의 출시와 함께 찾아온 현실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너머로 현실 세계의 풍경과 겹쳐 보이는 포켓몬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딱히 AR 기능을 포함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AR 게임이라기보다,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럼에도 포켓몬 GO는 출시 후 막강한 IP 파워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어냈으며, 이에 편승하듯 국내 개발사들도 여러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들을 줄지어 공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서도 AR은 단순히 '신기한 기술'이라는 단편적인 이미지만 채용된 채, 포켓몬 GO에서 쓰였던 것처럼 부차적인 모습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AR 게임의 큰 변화는 쉽게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AR 기술을 적용한 게임 콘텐츠는 정말 미니게임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걸까?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AR 게임을 바라볼 수 있도록, 현재 AR 기술이 도착해있는 위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포켓몬 GO' 이후 3년, 얼마나 달라졌을까?


진짜 AR 경험은 '안경'에서 시작된다?
안경에 가까운 웨어러블 기기 기술, 관건은 소형화와 인지도 확보

지난 2007년 일본 NHK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전뇌코일' 속 미래 세상에서는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특별한 안경이 등장한다. 초등학생은 물론 청소년,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이 안경을 쓰고 있으며, 이들은 현실 세상과 함께 겹쳐 보이는 가상 공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SNS 메시지를 읽거나 가상의 애완동물을 기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도 모두 안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해진다.

'AR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마트 안경이 먼저'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현실 속에 가상의 정보를 구현하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려면 이를 가능케 하는 장비가 아무런 거추장스러움 없이 일상에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AR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액정을 들여다보거나, VR HMD처럼 거추장스러운 것을 뒤집어써야 한다면,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대중화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 만화 속 근 미래에는 AR이 일상이 된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인지, 최근 AR 업계에서는 안경처럼 작고 가벼운 형태의 AR 글래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AR 산업을 테마로 개최된 글로벌 컨퍼런스 AWE(Augmented World Expo)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도 단연 AR 글래스였다. 많은 기업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의 웨어러블 기기를 출품했고, 이에 발맞춰 소프트웨어와 개발자 프레임워크도 다수 공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하드웨어 제조 기업 엔리얼(Nreal)이 공개한 선글라스 형태의 신형 웨어러블 기기 ‘엔리얼 라이트'다. 엔리얼 라이트는 실제 환경에 디지털 영상을 겹쳐서 보여주는 장치로, 안경처럼 날렵한 외형을 가졌지만, AR 글래스가 아닌 MR(혼합현실) 글래스에 가깝다.

엔리얼 라이트의 안경알 부분에는 공간 인식용 센서가 탑재됐으며, 실제로 사용할 때는 휴대전화나 휴대용 PC에 케이블을 연결해야만 한다. 동작을 위한 모든 프로세서와 배터리를 한자리에 담으려다 보면, 안경 형태의 가벼운 외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노보가 공개한 AR 글래스 '씽크리얼리티 A6'와 먼저 출시된 MR 헤드셋 '매직리프 원'이 그랬듯, 현재로서는 별도의 외장형 컴퓨터 장치에 시각 표시 장치를 연결하는 것이 소형화, 경량화를 위한 대표적인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 외장형 장치와 연결하여 경량화를 꾀하는 것도 최근 트렌드 중 하나

물론 완전한 '일체형 글래스'에 대한 수요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기기의 외관이 조금 커질지언정, 추가 연결을 위한 케이블을 없애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AR 장치 '홀로렌즈2'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안경처럼 보이는 가벼운 외형 또한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편한 사용성만을 극대화하여 압도적인 스펙을 자랑하는 대신, 가격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홀로렌즈2는 400만 원 이상의 가격대에 B2B 대상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최초의 AR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한 구글도 지난 5월,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라는 이름으로 신형 AR 글래스를 공개했다. 전작보다 개선된 디자인과 성능을 탑재하고도 더 낮은 가격대를 갖춘 것이 특징이며, 일반 소비자 대상이 아닌 오직 기업 대상으로만 판매된다.

AR 세상을 가장 먼저 개척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구글 글래스는 투박한 디자인과 사생활 침해 논란 등 여러 가지 악재를 겪은 뒤 2015년 초 사이트를 폐쇄한 뒤 사라졌고, 지난 2017년에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으로 이름을 바꿔 산업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바 있다.

구글 글래스 출시 이후 불거졌던 여러 사생활 관련 문제들, 그리고 낮은 인지도에 대한 명백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AR 글래스가 일반 시장에 퍼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 노동자들의 편의를 도우며 B2B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고, 그 과정에서 소형화를 거듭하며 디자인까지 개선되면 언젠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도 혁신적인 AR 글래스 기술이 널리 전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AR 글래스가 활용되고 있다


통신사와 AR 게임 개발사의 협력
SK 텔레콤의 AR 지역기반 플랫폼 사업 전개, AR 게임의 접근성 높인다

지난 28일, 나이언틱과 WB 게임즈는 '포켓몬 GO'를 잇는 새로운 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한국에 출시했다.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나이언틱이 포켓몬 GO를 서비스하며 쌓은 여러 데이터를 활용하여 더욱 보강된 AR 기술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게임에는 AR 마커로 포탈을 열고 가상의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포트키'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의 한국 출시 소식과 더불어,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의 깜짝 발표가 시선을 끌었다. 나이언틱과의 독점 제휴를 통해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의 제로 레이팅 서비스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제로 레이팅 서비스는 출시 후 약 1년 동안만 유지될 계획이지만, GPS를 상시 활용하여 데이터 사용량이 큰 위치기반 게임을 즐길 때 그 무엇보다도 반가운 혜택이 아닐 수 없다. SK텔레콤은 나이언틱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지역기반 AR 플랫폼을 구축하고, 게임사와의 공동 R&D를 통한 AR 게임 서비스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K 텔레콤 이전에도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4K 무선 VR 서비스인 ‘KT 슈퍼VR', 그리고 5G 네트워크 기반의 클라우드 VR 게임 서비스 계획을 선보였다. 특히 5G 네트워크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유저들은 저가형 VR 기기로도 고품질의 VR 콘텐츠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개인 사용자에게 VR 경험을 위한 초반 인프라 마련은 언제나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이러한 부담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더 넓은 VR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카카오 VR, 롯데월드와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처럼 대형 통신사를 통해 AR과 VR이 일반 시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된 것이 오늘날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미지에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은 탓에 인지도는 계속 바닥을 향하고 있었지만,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로 접점을 가지고 있는 통신사의 시장 참여로 조금씩 VR과 AR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은 곧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지금보다 개선된 AR, VR 기술 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 확실히 주변에서 AR 기술을 접할 기회가 크게 늘었다


AR 소프트웨어로 앞서나가는 '구글'
AR 기능이 적용된 구글 렌즈와 구글 맵으로 현실을 더 편하게

B2B 시장을 겨냥한 신형 하드웨어 개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현재의 업계 상황에서, 구글이 보여주고 있는 AR 소프트웨어 부문의 노력 또한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구글은 최근 구글 렌즈와 구글 맵, 그리고 검색에 AR 기능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 흔히 사용하는 앱에 AR 기능을 접목하여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먼저 구글 검색과 렌즈에는 동물의 이름 등 특정 키워드를 검색할 시, 해당 결과를 AR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상어를 검색하면, 상어의 사전적 정의와 관련 정보들은 물론, 실제 사이즈로 재현된 상어의 3D 모델링을 함께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구글은 현재 볼 수 있는 AR 이미지가 한정되어 있지만, 추후 NASA, 삼성전자, 볼보 등 여러 기업들과 제휴하여 다양한 AR 이미지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기능들은 사용자가 갖게 된 궁금증에 카메라와 AR 기능을 활용하여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답을 제공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신발이나 옷을 사면 좋을지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실제 상품의 모습을 AR 모델링으로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구글 맵에 적용된 AR 기능은 더욱 획기적이다.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한 장소까지 도보로 이동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이 지도를 잘 못 읽는다거나 심각한 길치라면 혹시 길을 잃어 약속시각에 늦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겠지만, AR 기능을 활용하면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구글 맵의 길 찾기에서 'AR 안내'를 선택하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어떻게 이동하면 좋을지, AR로 구현된 큼지막한 화살표가 정확한 방향을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글은 우리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AR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비단 게임의 형태가 아닐지라도, 마치 현실 속에 반영된 게임 속 네비게이션을 보는 것처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AR이 우리의 일상 속에 지금보다 더 친숙하게 녹아드는 방법은, 어쩌면 더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디어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완벽한 형태의 AR 글래스를 꿈꾸며 하염없이 기다리기 이전에, 여러 형태의 AR 소프트웨어를 통한 경험으로 피드백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쌓인 경험들은 결국 추후 완성될 '혁신적인 AR 게임 경험'에 활용될 수 있다.


AR과 게임,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어스'에서 발견한 AR 게임의 가능성


가끔 나들잇길에서 발견한 넓고 깨끗한 공터나 숲 속의 절경을 보고 있으면, "여기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면 참 좋겠다"라는 망상을 하곤 한다. 내 집 마련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보니, 잠시 행복한 꿈에 젖어 유유자적하는 나를 상상하며 마음을 달래는 방식이다.

그러던 중, AR 게임 '마인크래프트 어스'의 CBT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샌드박스 세상을 현실로까지 넓힌 이 게임 속에서, 유저는 복잡한 땅의 소유권이나 여러 법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구조물을 마음껏 설치할 수 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크리쳐들은 원작과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종류의 블록들도 원작에서 즐기던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트레일러 영상에는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맵 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소재를 모으고, 이렇게 모은 소재를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구조물을 현실 속에 생생하게 구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렇게 만든 구조물은 실물 사이즈로 확대하거나, 직접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CBT 트레일러 이외에 플레이 버전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의 기대감을 키우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공개된 정보들을 종합하여 따져보면 기존의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들의 모습과 '마인크래프트 어스'의 줄기는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모장은 '마인크래프트 어스'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AR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진짜 매력을 최대한 영리하게 활용했다.

여타 '유사 AR 게임'들처럼 AR의 가치를 부차적인 수준으로 배제하지도 않았으며, 현실 세계에 겹쳐 보이는 증강현실이 주는 로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건축물'을 통해 제대로 구현해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감히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여러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이 이 게임을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장관이 펼쳐질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AR과 게임의 만남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AR은 모바일 기기의 발전에 따라 날이 갈수록 개선됐고, 앞으로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게 될 미래의 웨어러블 기기와 만나 또 한 번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그 가능성의 한 줄기 빛을, 최근 공개된 '마인크래프트 어스'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바로 드러나는 성과가 없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AR의 미래가 누구나 꿈꾸는 모습처럼 장밋빛으로 밝게 물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게임과 AR의 만남은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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