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기획②]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전하는 현실적 조언

기획기사 | 김홍제 기자 | 댓글: 94개 |




무더위가 지속되던 어느 여름날, 동료들과 LCK 취재 전 배를 치우기 위해 롤파크 근처 한 식당가를 찾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잠시 뒤 옆 테이블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조심스레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말을 건넸다.

"말씀을 들어보니 게임 업계 종사자분들 같은데, 제 고민 좀 잠시만 들어주시겠어요?" 아주머니의 고민은 이랬다. 중학생인 아들이 갑자기 꿈이 프로게이머라며 e스포츠 학원을 보내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쓴다는 것. 짧은 순간이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평범한 중학생 자녀를 둔 한 가정집의 어머니가 이러한 고민을 한다는 게 그만큼 e스포츠가 우리 생활과 밀접했음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저 빛과 그림자 중 빛만 보고 무작정 덤벼드는 청소년이 많아진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분명한 건 아직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세대는 e스포츠에 대한 배경지식이 일반화되어 있진 않다. 아주머니의 질문에 얼렁뚱땅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프로게이머의 빛과 그림자
왜 아이들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가?





오늘날 청소년들의 삶은 학교-학원-집 3사이클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대략 20년 전부터 자연스레 시작된 이 문화는 지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청소년들에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아니라 '집에 다녀오겠습니다'가 더 어울리는 시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생활을 반복하는데, 스트레스를 풀 창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히려 더 없어진 느낌이다. 그 가운데, 접근성이 가장 쉬운 건 컴퓨터 게임이다. 집마다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고, 친구들을 많이 모을 필요도 없으며, 체력적인 소모도 가장 덜 하다. 하교 후 학원을 가기 전 1시간 동안 할만한 취미가 바로 게임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한다. 게임사들도 10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곧 트렌드를 앞서나갈 최고의 방법이라 입을 모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약 20년 전 등장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어느덧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으로 돈을 버는 시대, 체계화된 프로 시스템, 웬만한 스포츠 스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연봉과 명예.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는 젊은 날 도전해볼 만한 가치를 지닌 직업이 됐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프로게이머는 상위 5%, 1%의 선수들이며,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본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이면의 그림자는 볼 수 없다. 이로 인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쉽사리 도전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프로게이머의 성공 조건
우리 아이의 진심 알아보기,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학생 중 대다수가 그냥 해 본 말인 경우가 많다. 자전거를 사줬더니 1주일만 타고 창고에서 나올 줄 모르는 골동품이 됐고, 떼를 쓰며 졸라서 사준 노스페이스 오리털 점퍼는 1년 만에 입질 않는다. 청소년기는 그만큼 변덕이 심한 시기다.

그럼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어쩌면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긴 학생들도 있다. 이 아이가 진심인지, 아니면 또 작심삼일인지, 그걸 헤아리는 혜안이 필요하다.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 남들이 선택이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처음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느낀 직업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나의 비전과 앞으로의 목표를 확실히 전달했다. 아마 처음이었다. 부모와 그런 대화를 한다는 게 쉽지 않겠으나 평소 부모와 적당히 대화하고, 평범한 가정집이라면 아이의 진심을 헤아리지 못할 부모는 없다. 비록 나는 프로게이머로서는 실패한 케이스였지만, 이 계기로 내 삶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지금도 이렇게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냉정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프로게이머로 성공한다는 건 로또 당첨, 그 이상의 운도 필요하다. 노력은 그다음이다.

먼저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기 위해서 두 가지 필수 운적인 요소가 있다. 첫 번째,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할 것. 지금도 LoL을 플레이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LoL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게임에 재능이 있는지, 그 재능의 수준이 동네인지, 전국구인지, 세계에서 알아줄 정도인지 빠르게 가늠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내가 잘하는 게임이 세계적으로, 혹은 국내 한정적이라도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는가? 아무리 내가 어떤 게임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해도 그 게임이 인기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비인기 종목이라도 탑 수준을 뛰어넘는 절대 부동의 NO.1들은 예외다. 일반적인 경우를 말한 것이다.

가령, '내가 딱지치기의 신이다(첫 번째 조건), 그리고 딱지치기가 글로벌하게 인기가 많다(두 번째 조건)를 충족한다면 나도 오늘날 페이커가 될 수 있다. 현 LoL씬에 빗대어 예를 들어보면, 페이커가 지금보다 더 뛰어난 커리어와 실력을 보유했어도 두 번째 조건인 인기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지금의 페이커는 없다.

지금 시대에선 LoL이 가장 인기가 많고, 프로화도 잘 되어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종목이다.



▲ '승부'를 겨루는 직업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정도 공감될 내용. '나루토'도 결국 재능러였다




e스포츠 학원? 아카데미? 그게 뭐죠?
아이들이 보내달라는 e스포츠 학원, 믿고 보낼만한 곳이며, 꼭 보내야만 할까요?

아이의 진심을 확인했다면 두 번째로 재능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 이는 업계 관계자 백이면 백,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아이가 열정적이고,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게다가 재능까지 있다면 뒤에서 밀어주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우리 아이가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일정 기간 안에 특정 등급 이상 달성, e스포츠 학원에 맡겨 보기 정도일 것이다.

특히 요즘 e스포츠 학원이라는 곳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곳저곳 많이 생겨나고 있어, 부모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e스포츠 학원에 맡겨서 제대로 교육시켜봐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단칼에 '아니오'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업계 관계자 다수가 수긍하는 답변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말은 만화, 드라마, 영화 등 각종 미디어, 매스컴을 통해 들어왔다. 그런데, 듣던 것보다 직접 그 세계 속으로 뛰어들면 훨씬 더 차가운 걸 느낀다. 잔인하게도,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은 e스포츠 학원에 가지 않아도 기회가 찾아오고, 그곳에서 배워야만 1류 게이머가 되는 일은 굉장히 희박하다. 아마 그런 선수가 탄생한다면, 그 아이는 e스포츠 학원에 다니지 않았어도 성공할만한 재능을 보유한 아이일 확률이 매우 높다. 혼자서 특정 등급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가 e스포츠 학원을 다닌다고 페이커가 될 일은 거의 없단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예로 과거 2015년 SBS에서 방영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라는 프로그램에서 세계적인 무용수가 되기 위해 코치보다 더 하드한 트레이닝을 강요하는 어머니와 딸이 등장했다. 딸인 김현아 양은 어릴 때부터 각종 대회를 휩쓴 유망주다. 그럼에도 김현아 양의 어머니는 당근과 채찍이 아닌 오로지 채찍질만을 강요한다.

선수 시절 최고의 자리에 올라본 경험이 있는 서장훈은 "본인의 의지로만 1등이 될 수 있다. 어머니의 과한 보조 역할, 관리에 대한 일침을 가했다. 현아 양을 내버려 뒀을 때 스스로 자기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1등이 될 재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에 맞지 않는 다소 냉정한 조언이었지만, 승부의 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e스포츠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프로게이머가 되는데 있어, e스포츠 학원이 절대적 방향이 아니라는 점을 꼭 인지하길 바란다. 그들도 충분히 고객들의 니즈가 있기에 설립 됐고, 심지어 꽤 많은 수강생을 거느리고 있다. 판단은 오롯이 부모와 학생의 몫이지만 조금만 더 신중하길 바란다. '게임코치'라는 e스포츠 아카데미의 경우 "10대들에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굉장히 선망받고 있는데, 정작 어떻게 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다"가 근본적인 설립 목적임을 명시했다.

또한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학생 상황에 대해 보호자분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성적인 부분인데, 게임 내에서 제재를 받는다든지, 가벼운 채팅 금지라도 이게 잘못된 건 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개선과 게임 내적으로 효율적인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게임을 그냥 많이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그런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 e스포츠 아카데미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국 e스포츠 아카데미)
Q4. 게임을 학업 외의 도피처로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A
물론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학생들 역시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적어도 한국 이스포츠 아카데미가 드리는 약속은, 등록한 학생의 프로게이머로의 가능성을 냉정하게 진단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최대 2-3개월 이내에 프로게이머로의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먼저 수업을 중단하고 다른 진로를 권유 드릴 예정입니다.

Q1. 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제까지는 상위 0.1% 이내인 마스터 상위권~챌린저 티어를 달성한 뒤, 프로게임단에서 진행하는 연습생 테스트를 거쳐 내부 경쟁을 뚫어야 프로게임단에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높은 경쟁률과 운적인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한국 이스포츠 아카데미는 상위권으로 안정적으로 실력을 올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코칭하며, 프로팀들과의 넓은 연결고리로 프로 데뷔를 직접 지원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체능 계열과 유사하게 재능적인 부분도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자녀가 진심으로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고 있다면, 먼저 상담을 통해 현재 실력과 마인드를 점검해보시고 지원을 결정해보심을 권유 드립니다.

수긍할만한 명분들이다. 하지만 수강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히려 취미로 게임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적어도 자신의 아이를 e스포츠 학원에 보내려 생각중이라면, e스포츠 시장의 생태계와 기본적인 생리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본 뒤에 판단하길 권한다.





글로벌 프로게임단 젠지 e스포츠에서도 지난 6월 24일 글로벌 교육 기업 엘리트 교육 그룹과 e스포츠 전문 아카데미인 'Gen.G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를 한국에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스포츠 선수 트레이닝과 예체능 선수들에게 특화된 미국 중, 고교 교과 과정을 제공하는 전문 인터내셔널 아카데미 네트워크로 첫 캠퍼스는 서울에 9월 중 오픈한다고 한다.

Gen.G e스포츠 아카데미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학생 및 선수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고 한다. e스포츠 훈련은 현 젠지 소속 프로게이머와 동일한 방식으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고 우등생들은 졸업 시 젠지 프로게임단 및 해외 유명 프로게임단 입단 기회를 제공한다.


Gen.G e스포츠 아카데미는 정확히 학업 위주인가, 아니면 프로게이머 데뷔 위주인가?

크리스 박 : 엘리트 교육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만든 만큼 두 부류 모두 수강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두 방향성을 모두 잡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엘리트 교육 그룹과 젠지는 모두 다양한 레벨과 배경, 특징을 가진 학생이나 프로게이머를 육성한 바 있다. 그러므로 개별적으로 세분화된 교육 제공이 가능하다.

아놀드 허 : 이번 질문 자체가 Gen.G e스포츠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이다. 원래 교육 방식에 따르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린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주고 싶다. 대학교에 스포츠 특기생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e스포츠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원활한 해외 진출, 현 소속 프로게이머와 동일한 훈련 방식, 우등생은 졸업 시 젠지 혹은 해외 유명 프로게임단 입단 기회 제공,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고, 지망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귀가 쫑긋할 만한 내용들이다. 작은 기업도 아닌 글로벌 명문 게임단 젠지에서 하는 사업이니 더욱 신뢰도가 높다. 젠지와 엘리트 교육 그룹이 말한 이 모델이 자리를 잡는다면 e스포츠와 교육을 하나로 묶는 엄청난 롤 모델을 성공시키는 셈이다.

우리 아이가 젠지에서 말한 내용대로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영어도 곧 잘하고 해외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으며 생활하는 유명 선수가 될 거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서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날카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그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거다. 페이커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지망생이라면 더욱.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모인 LCK에서 잠을 줄여가며 연습해도 롤드컵 한 번 진출할까 말까다. 한 마리 토끼만 따라가도 잡기 힘든데, 학업과 e스포츠를 '동시에'는 뜬구름 잡기가 될 수 있다.



프로게이머? 재능? 노력?
노력으로는 정말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일까요?






답을 먼저 말하면 '그렇다'. 굳이 비슷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는 건 두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습량만 놓고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했다던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현 LCK 소속으로 활동하는 많은 프로게이머들에게 재능과 노력에 대해 물어봤다.

※ 익명을 요구한 분들이 많은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SKT T1 '칸' 김동하는 "프로게이머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능, 그걸 뛰어넘은 뒤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는 재능과 노력 5:5라고 생각한다. 재능으로 올라올 수 있는 한계치에서 만난 선수들끼리는 그만큼 노력도 중요하다. LoL의 경우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 꽤 있다. 스스로 노력파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일반적인 노력이 아니다. 노력에도 재능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탑 솔러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도 김동하와 비슷했다. "재능이 아예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느 정도 정점에 다가간 뒤에는 노력과 재능 5:5인 것 같다. 재능만 믿고 노력이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고의 스타 '페이커' 이상혁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재능과 노력을 따로 볼 게 아니라 재능도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5:5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자면 챌린저에서 높은 티어를 유지할 정도의 실력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타1 레전드 '최종병기' 이영호는 "재능과 노력 둘 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5:5인데, 사실 노력을 남들보다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인데, 성공한 게이머들을 수없이 많이 봤고, 나도 그랬던 건데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특별함이 최소 하나씩 있다. 그걸 발견하는 것 역시 재능이라면 재능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페이커' 이상혁이나 이영호, '칸' 김동하, '기인' 김기인이 말했듯 우리가 이야기하는 A, S급 선수들은 대체로 비슷한 의견이었다. 재능의 능력치가 100이라고 할 때, 95이상의 능력치를 보유한 선수들끼리 싸움에서는 노력도 5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이었다. 다만, 여기서 선수들이 말하는 노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력과 좀 다르다. 단순히 그들보다 많이 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고차원적인 노력. 노력을 잘하는 것도 재능의 범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팀게임의 탑 클래스 선수들의 의견은 대체로 이랬다. 수학 영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내가 재능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살아남으려면 미친 듯이 노력해야죠'라고 말하는 느낌 이릴까.

반대로 이들보다 커리어가 조금 떨어지는 선수들은 재능 쪽에 더 무게를 많이 둔 답변이 많았다. 많게는 8:2, 주로 7:3, 6:4로 재능에 손을 들어줬다. 재능과 노력, 그 외에 운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나와 맞는 팀, 팀원을 만나는 것은 재능과 노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언가라는 답변이었다.

팀게임과 달리 순수 자신의 힘으로만 경기를 치르는 스타크래프트 출신 선수들의 경우는 95% 이상 통일된 의견이었다. '압도적인 연습량의 차이가 있지 않은 이상 재능의 벽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노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도 안되는 걸 너무 많이 봤다' 등등 재능의 차이를 중요시했다.



프로게이머, 은퇴 후 삶과 진로
화려했던 프로 생활, 은퇴 후 그들은 어떻게 지내나




▲ 이주영, 이영호, 홍민기, 강찬용, 조명환

과거, 프로게이머들의 은퇴 후 진로는 막막했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의 공통된 딜레마겠지만,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사회적 인식이 좋지 못한 프로게이머는 더 그랬다. 그나마 선수 시절 이름을 날린 선수는 해설위원이나 코칭 스태프의 길을 걸었는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경험을 살린 거의 유일한 출구였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낫다.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개인 방송 영역은 상상을 초월했고, 게임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인 개인 방송 영역에서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은 일반인들이 처음 시작할 때보다 확실히 좋은 이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게임과 동떨어진, 어찌 보면 막막한 새로운 도전 앞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은퇴 후 아프리카TV에서 활발하게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최종병기' 이영호는 프로게이머의 은퇴 이후 진로나 삶,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영호는 "일단 지망생들과 그들의 부모님께 한마디 해주고 싶다. 아이의 진정성을 제대로 확인한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줘도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은퇴 이후에 경력을 살릴만한 직업의 폭이 정말 좁았다. 기껏해야 코치, 입담이 좋다면 해설 쪽이 가장 좋은 예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유튜브나 개인 방송이라는 좋은 대안이 있다. 게이머로 성공했다면 개인 방송을 시작할 때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게이머 시절에 인지도가 뛰어나지 않았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들에 비해 분명 강점이 있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면 과정에서 배울만한 것들이 분명 많다. 그것도 또래보다 훨씬 빠르게 말이다. 은퇴를 결심했을 때 후회가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LoL 초창기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포터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내 경우는 2017년 은퇴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했다. '과연 내가 은퇴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예전에는 코치를 꿈꿨다. 그런데 개인 방송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조금씩 취미로 방송을 시작했다. 재밌기도 하고, 나와 잘 맞았다. 운이 좋게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나의 경력들이 도움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신다.

다만, 많은 전 프로게이머들이 개인 방송에 대해 고민 중이고, 자신만의 개성이나 인지도, 경력이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도 꽤 봤다. 나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감히 한마디 하자면 "게임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문화지만, 프로는 다르다. 도전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면 깔끔히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은퇴를 선언해 방송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앰비션' 강찬용도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찬용은 "적당히가 아니라 끝까지 우승할 자신이 있는 사람만 뛰어들어야 한다. 프로게이머는 정당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게 목표다.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 연봉, 해외 진출 등이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어리다고, 학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악을 써서라도 목표한 걸 이뤄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라면 비추한다. 만약 내가 우승을 차지할 자신이 있으면 과감히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라. 다른 선택지는 없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후회 없이 떠나면 된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배우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남들보다 느리게 사회에 나가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배웠던 것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인생에서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진짜 원하는 삶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직업이나 연봉, 같은 걸 떠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가치가 확실히 정리되면 확신을 가지고 추진하면 된다. 오로지 본인 스스로 오래 생각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을 건넸다.

스타2 프로게이머였던 조명환은 앞선 이들과 조금 다르다. 프로게이머로서 실패는 아니지만, 이영호나 강찬용, 홍민기처럼 엄청난 인지도를 얻거나 우승 경력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 학업에 열중하며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해 최근에는 프로게이머를 주제로 한 연극 'PLAYER' 연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조명환은 "우선 프로게이머라는 것을 꿈꾸기 전에 한 번쯤 미래 속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길 바란다. 보통 중학생~고등학생의 나이부터 프로게이머를 꿈꾸기 시작하는데, 프로게이머로 얻는 것도 많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도 상상해보길 권한다.

그런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더라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분명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직업인 것은 확실하다. 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 그 길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

프로게이머로 큰 인지도를 가지지 못한 경우, 은퇴 후의 현실은 더욱더 가혹해진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학벌이나 기존에 쌓아왔던 경력을 중시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프로게이머라는 경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때때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전 프로들도 있는데, 청소년기를 함께한 게임을 뒤로한 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예 제로(0)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은퇴 후 자신의 나이를 보면 어느새 20대 중,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좁은 세상에 갇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게임이 전부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은퇴 후 실제로 사회에 나오면 더 넓은 세상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프로게이머로서 그저 그런 선수였어도,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가혹한 경쟁의 도가니 속에서 한 번쯤 뜨거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에서 가져갈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 "치열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치열함은 사회에 나온 전 프로 출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면 신중히 잘 선택해보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또래들에 비해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언어 등에서 좋은 이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본인하기 나름이다. 나의 경우엔 해외팀에서 활동하며 영어를 정말 많이 배워왔다"고 말하며 평범한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삶에 대해 말했다.

마지막으로 과거 스타1 시절 '드론의 아버지'라 불리며 많은 팬층을 확보했던 이주영은 현재 치전(齒專·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치과의사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주영은 "요즘 프로들은 예전과 다르게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여전히 전성기가 짧고, 은퇴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한다면 어느 정도 기간을 정해두고 그 기간 동안은 정말 열심히 노력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되고 난 후에 잘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 경험은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하든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마무리
모르는 게 당연, 아는 만큼 보인다





20년 전에는 게임을 스포츠처럼 보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게임 방송, e스포츠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게임을 가지고 방송을 한다는 게 생소하고 의문이 들었던 시기를 거친 세대와 같은 시각일 수 없다.

매일 아침 출근을 '전쟁터로 나간다'고 말하는 시대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첫 반응은 '거부감'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일궈놓은 '안정감'이 좋다. 하지만, 자녀의 시선에서 이해하고, 확실한 조언을 해주려면 배워야 한다. 수박 겉핥기가 아닌 진심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배경이 필요하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일은 참 어렵다. 남이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 굳은 다짐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그렇다. 아이들이 부모를 설득시키기 위해 내세울 만한 프로게이머 평균 연봉, 시청자 수, e스포츠에 대한 비전, 모두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긍정적 수치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2018 LCK 평균 연봉이 1억 7천 600만 원인데, 우리가 알만한 슈퍼 스타들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해 만들어진 대표적 '평균의 오류'다. 물론, LCK에서 활약할 정도의 레벨이 되면 라이엇이 최저 연봉(2,000만 원)은 기본으로 보장되고, 사실상 웬만한 대기업 초봉 이상의 연봉은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분명,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평균 연봉과는 꽤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프로게이머 지망생 부모 대다수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프로게이머 지망생은 페이커를 꿈꾼다. 하지만 페이커의 자리에 오를 선수는 하나다. 꿈, 목표는 크게 잡되 실패했을 시 리스크에 대한 계획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많이 모자라지만, 선수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아졌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다 오히려 다른 진로(스카우트, 코치, 사무국 등)에 더 적성을 찾고 선회한 경우도 꽤 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도전을 결심했을 때 성공보단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그 실패가 성공적 실패로 이어지게 도와줘야 한다. 오로지 결과로 판단하는 프로의 세계지만, 분명 도전하는 과정에서도 무형의 무언가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전 프로게이머, 지망생들도 많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을 정리하자면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와 지식을 겸비한 뒤 아이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재능 여부를 판단, 그리고 가능성이 보인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적극적 지지, 이게 최선이다. 나머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먼저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내 아이가 정말로 프로게이머 되고 싶어 하는지, 그냥 하는 말인지, 평소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아이가 아니라면 아이의 말을 유의 깊게 들어주길 바란다. 분명 아이도 진심을 입 밖으로 하기까지 큰 결심을 했을 테니까.

아이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면, 티어가 조금 낮더라도 게임을 시작한 지 오래된 경우가 아니라면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둬도 나쁘지 않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해본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행위다. 다만, 의미 없이 기간이 길어져선 안 되고, 특정 기간 내에 특정 등급 도달의 협의점을 잘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e스포츠를 알아야 한다. 적극적인 지지나 칭찬도 알아서 하는 것과 잘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아직도 기지개를 펴나가는 e스포츠라는 분야기에 잘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부디,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100% 정답을 제시할 순 없어도, 잘못된 이정표로 향하는 아이는 바로잡아 줘야 하지 않을까?

■ JOB 기획기사
[①부] '게임 방송' 하고 싶다는 자녀, 부모로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요?"
[②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전하는 현실적 조언
└[③부]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우리 아이! 어떻게 말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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