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극단적 단순함! '하이퍼캐주얼 게임' 시대가 온다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7개 |



요즘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찾다 보면, 인기 다운로드 탭이 어딘가 비슷한 아이콘들로 가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원색의 동그라미가 올라가거나 혹은 내려가는 아이콘, 얼굴이 없는 사람들이 달려가는 아이콘들이 많아졌고, 이름도 마치 '이거 해라', '저거 해라'처럼 게임의 특징을 아주 단순하게 말해주는 것들이 태반이죠.

너무나도 단순해서 캐주얼이라는 글자로는 그 단순함을 더 표현할 길이 없었던 게임들은 이제 '하이퍼 캐주얼'이라는 장르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이러한 단어가 등장했던 2~3년 전보다 훨씬 큰 시장을 만들어 냈죠. 최근 중국의 위챗 플랫폼에서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원간 이용자가 4억 명을 돌파했으며, 중국 앱스토어에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만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장르는 하루아침에 반짝하고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조금씩, 그리고 꾸준한 인기를 끌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플레이 방법부터 유저 인터페이스, 수익화 방식까지 그 모든 것이 단순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은 어떻게 이런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을까요?


캐주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극단적 단순함
얼마나 단순하면 '하이퍼' 캐주얼이라고 부를까?




하이퍼 캐주얼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들은 그 이름 그대로 아주 단순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만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캐주얼 게임보다 더욱 단순하기 때문에 튜토리얼도 필요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 플레이 방식만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물론 수익화 전략까지도 간결하죠. 마치 미니게임처럼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만큼,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은 인앱 구매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때문에 이러한 장르에 속한 게임 대부분은 영상 광고를 송출하는 것을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몇몇 게임은 광고를 제거하는 유료 옵션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은 최근에 막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단순함을 추구하던 게임의 탄생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는 2014년 정도라고 보는 시선이 일반적입니다. 당시 동 응우옌(Dong Nguyen)이라는 베트남 개발자가 3일 만에 '플래피 버드'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미국과 중국의 앱스토어에서 무료 1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일 매출 5만 달러(한화 약 5,900만 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 간단한 재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예전 레트로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이 각종 앱스토어 인기 다운로드 순위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대 말, 2017년대 초부터입니다. 부두(Voodoo), 크왈리(Kwalee), 케찹(Ketchapp)과 같은 퍼블리셔들이 하이퍼 캐주얼 게임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하면서부터죠.

그리고 성장 속도 또한 빠른 편입니다. 앱 분석 업체 앱애니는 지난 2018년 하이퍼 캐주얼 시장이 2017년에 비해 세 배 이상 커졌으며, 글로벌 수익은 2018년 통산 약 2조 9,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죠. 그뿐만 아니라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게이머에게 광고를 노출한 횟수 또한 여타 장르 대비 2배 이상 많은 기록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는 단순한 만큼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렇게 수많은 게임 중에 주목받는 게임은 극소수지만, 지금도 많은 하이퍼 캐주얼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은 광고를 통해 자사의 다른 게임을 권하는 형태의 크로스 마케팅 등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는 어떻게 트렌드가 될 수 있었나
게임 이용자들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극도로 단순한 게임 플레이와 간단한 그래픽으로 이뤄진 '하이퍼 캐주얼'장르, 이렇게만 듣고 보면 그저 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그저 그런 게임으로만 생각되게 마련인데요, 도대체 이러한 게임들이 왜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해외 IT 매체인 벤처비트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이머들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벤처비트는 이와 같은 분석과 함께 오늘날 게임을 즐기는 인구의 1/3이 45세 이상이며, 전체 게임 시장의 55%를 여성 유저가 차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모바일, 태블릿 게임에 대한 EEDAR(북미 전자 엔터테인먼트 리서치 회사)의 보고서는 벤처비트의 분석을 뒷받침해줬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오늘날 사람들이 게임을 소비하는 방법과 시기가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는데요, 요즘 사람들이 가장 게임을 많이 하는 시간은 동시에 다른 일을 할 때고, 다음으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여행이나 휴식 중에, 또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등이 있죠.

EEDAR의 보고서에 적힌 모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즐길만한 게임은 가볍고, 짧은 시간 안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퍼 캐주얼은 시의적절하게도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장르인 셈이고요.



▲ 게이머들은 점점 가볍고, 짧은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합니다 (자료출처: EEDAR)

물론, 인앱 구매가 가능한 게임들에 비하면 광고 송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 게임들은 게임 하나하나를 놓고 봤을 때는 수익성이 좋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개발사들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잠재력에 집중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개발 기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아이디어만 떠오른다면 단기간에 여러 게임을 출시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또 이러한 개발 형태로 포트폴리오가 구축된다면 크로스 프로모션을 통해 서로 다른 게임을 홍보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하이퍼 캐주얼 장르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한 여러 퍼블리셔의 사례로도 이 장르가 계속 성장해나갈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현재 하이퍼 캐주얼 게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퍼블리셔 중 하나인 부두(Voodoo)는 2016년 이후 퍼블리싱 한 15개 이상의 게임을 앱스토어 상위 20위 안에 안착시키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골드먼삭스로부터 2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죠.

또 다른 퍼블리셔인 케찹(Ketchapp)은 다운로드 수로만 보면 손가락에 꼽히는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입니다. 2016년 유비소프트가 인수했으며, 지금까지 약 140여 개가 넘는 게임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 중국뿐 아니라, 국내 인기 다운로드 순위도 하이퍼 캐주얼이 점령한 상태입니다


간단한 모습 속에 숨어있는 '성공 전략'
사실, 단순한 게 생각보다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게임의 구조가 단순하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길지 않다는 특징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는 장르를 크게 제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인 수익구조의 제약 때문에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일부는 게임보다 광고를 더 많이 봐야 한다며 불만 섞인 리뷰를 올리기도 하죠.

수익구조상의 제약 외에도, 게임이 단순한 만큼 비슷한 게임 메카닉을 가진 유사 게임이 쏟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Voodoo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인 '헬릭스 점프'만 봐도 그와 유사한 디자인의 게임 수십 개가 스토어에 올라와 있으며,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게임 '2048'같은 경우는 아셀 볼머(Asher Vollmer)의 퍼즐게임 Threes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하이퍼 캐주얼 게임 출시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려면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까요? 7월 초 앱러빈이 개최한 'AMPLILFY 서울 워크샵'에 참가해 강연을 진행한 게이샤 도쿄의 타나카 타이세이 대표는 "오로지 데이터로 승부하라"는 조언을 전했습니다.




Voodoo의 게임 Dune!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하이퍼 캐주얼 시장에 뛰어든 타나카 타이세이 대표는 게임 'Snowball.io'를 북미 앱스토어 인기 1위에 올려놓기까지 무려 44개의 다른 게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간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복잡한 게임 메커니즘과 수많은 비즈니스 노하우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1년 만에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것의 그의 이야기입니다.

타나카 타이세이 대표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개발할 때는 "오로지 데이터가 주도하는 방식에 따라가는 것이 좋다"라며, UA 테스트를 진행한 뒤 만족할 만한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다음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now.io 등 게임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더욱 간단하게 설명했는데, 단순한 것을 잘 하는 것이 때로는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이었죠.



▲ 게이샤 도쿄의 타나카 타이세이 대표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월간 이용자가 4억 명을 돌파하고, 앱스토어에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길 정도로 하이퍼 캐주얼 장르가 뜨거운 인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통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는 추세죠.

하지만, 해외 개발사 입장에서 중국의 하이퍼 캐주얼 시장의 인기에 편승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입니다. 이와 관련해 모바일 앱 광고 플랫폼, 민티그럴(mintegral)의 에릭 팽 대표는 중국의 하이퍼 캐주얼 시장을 겨냥할 세 가지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장르 자체의 일반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는 단순하면서 중독성 있는 디자인으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광고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출시 주기가 길어서도 안 되죠. 에릭 팽 대표는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두 번째는 앱스토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앱스토어보다 위챗 플랫폼이 더욱 매력적일 수 있지만, 앱스토어 역시 유통채널로서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이라면 앱스토어에 먼저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출시해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릭 팽 대표는 위챗 입성을 희망하는 개발사나 퍼블리셔의 경우 현지 파트너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이퍼 캐주얼 시장은 다른 장르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각 국가의 현지 상황을 모른다면 그렇지만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이퍼 캐주얼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해외 게임 업계
이러한 변화에 대한 국내 개발사들의 반응은?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급부상은 변화한 게임 이용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하는 게임보다 잠깐 시간이 날 때 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이러한 게임 이용자들의 성향이 다시 새롭게 변화하지 않는 한 전 세계적인 하이퍼 캐주얼 열풍은 지금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와 같은 열풍에 신생 하이퍼 캐주얼 개발사 또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질랜드에서는 신생 하이퍼 캐주얼 게임 개발사인 자파잼(JaffaJam)이 문을 열었는데요, 각종 해외 외신은 디즈니, 마블, 소니픽처스 및 징가(Zynga) 출신의 베테랑들이 모여 설립한 이 회사의 행보를 벌써부터 주목하기 시작했죠.

규모가 있는 대형 개발사로는 유비소프트 등이 하이퍼 캐주얼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하이퍼 캐주얼 게임 전문 퍼블리셔 케찹(Ketchapp)을 인수한 유비소프트는 최근 그린 판다 게임즈(Green Panda Games)의 지분 70%를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그린 판다 게임즈는 2013년 설립 이후 50여 개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비 팩토리(Bee Factory)는 현재까지 1,5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골프 오빗(Golf Orbit)의 경우 광고 수익을 제외한 인앱 구매 매출로만 71만 달러(한화 약 8억 6천만 원)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총 누적 다운로드 8천만 건 이상을 기록한 개발사를 추가로 인수함으로써, 유비소프트는 콘솔과 PC뿐 아니라 모바일게임 사업 또한 강화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캐찹과 그린 판다 게임즈 모두 하이퍼 캐주얼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유비소프트가 하이퍼 캐주얼 시장에 진출할 것은 사뭇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하이퍼 캐주얼 장르가 가져온 변화에 크게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만들어 온 모바일 MMORPG는 계속 개발될 것이고, 스토어 매출 순위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하드코어 한 게임이 대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현재 국내 대형 게임사 중 하이퍼 캐주얼 장르로 눈을 돌린 곳으로는 카카오게임즈가 있습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하이퍼 캐주얼 장르 확대 ▲라이프 MMO 개발 ▲해외 유명 지식재산권(IP) 과의 콜라보 ▲크로스 프로모션 플랫폼과 소셜마케팅 플랫폼의 지속적 발전 등의 전략을 밝혔던 남궁훈 대표는 "이것이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게임들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 시장 동향 최신판을 통해 2018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0위권 모바일 게임들을 국가별로 비교했을 때, 한국은 해외 시장과 유사도가 20%에 불과하다며 갈라파고스화를 우려했습니다. 또한, 자동 사냥과 꾸준한 결제를 통해 강해지는 모바일 MMORPG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며 가벼운 게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고요.

'플래피 버드'로부터 불과 4-5년 만에, 하이퍼 캐주얼 장르는 3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 되었습니다. 장점도, 한계도 명확한 장르가 짧은 시간 내에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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