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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깝겜은 격주에 한 번 연재됩니다.
이번주에 소개할 첫 게임인 Hero Siege는 사실 묻혔다고 하기엔 애매합니다. 오래 전 출시한 게임인데다 몰입도 높은 게임플레이 덕에 매니아층도 두텁고요. 그럼에도 리스트에 올린 이유는, 안 해본 분이라면 꼭 한 번쯤 해보길 바라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이 게임을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아요. 단점도 많고요. 그럼에도 계속 손이가는... 참 여러 모로 독특한 게임입니다. 물론, 재미는 충분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Overpass와 Blazing Chrome은 출시된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검증이 채 끝나지도 않은 게임을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본문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게요. 마지막으로 Roof Rage. 이 작품은 코너 취지에 딱 맞아요. 그냥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게임입니다.
서문에서 언급했듯 벌써 5살 먹은 게임입니다.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유행이 휙휙 바뀌는 인디게임씬에서 5년은 참 긴 시간이죠. '그럼 구닥다리 아니야?'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2015년에 이 게임을 샀는데, 지금의 Hero Siege는 그 시절과 아예 다른 게임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2.0 패치 적용된 디아블로3처럼.
초창기 Hero Siege는 디아블로 느낌 나는 '로그라이크'에 가까웠어요. 스킬트리는 디아블로2 느낌 그대로였고, '액트'나 '성소' 등 그때 그 시절 밤 새워가며 즐겼던 그 게임의 요소가 꽤 많이 들어있습니다. 게임플레이도 호쾌했어요. 대부분 스킬이 범위형인데다 별 고민없이 펑펑 쓸 수 있어서 몬스터 학살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기본 시스템이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Hero Siege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봅니다.
지금의 히어로 시즈는 로그라이크 요소를 살짝 섞은 '디아블로'풍 게임에 가깝습니다. 룬 시스템은 물론,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독창적인 아이템 구조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죠. 새로운 시스템과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투입됨에 따라 게임의 수명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디아블로 스타일은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데, 그 단점까지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개발진의 목표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어느 정도 하다보면 슬슬 질리고, 솔솔 잠 오는 것까지 디아블로 시리즈의 그것과 똑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 경우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즌이나 업데이트가 나올 때쯤, '다시 해볼까?'라고 혹하게 되는 부분까지 빼닮았어요. 약간 비꼬듯 말했는데, 이런 철새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게임 만드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닙니다. 특히 수명 짧은 인디게임 시장에서는 더더욱 드문 경우죠.
시원시원한 게임 선호하고, 디아블로 선호하고, 자신의 컴퓨터가 고사양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노익장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다만, 게임 본판이 7,500원인데, 클래스 팩이 개당 5,000~7,000원 정도 하는 건 좀... 다 사면 60,000원 넘는데, 솔직히 좀 비싸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Hero Siege는 스위치에 최적화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모든 확장팩과 시즌 패스가 담긴 합본이 30,000원 이내로 출시된다면, 구매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 Hero Siege 스팀 페이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살짝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리는 시점도 독특한데, 노트는 빠르게 화면을 지나가는 오브젝트에 박혀 있어요. 지나치는 풍경을 노선으로 활용한 리듬 게임이라니.
개발팀은 Overpass를 '로드트립 리듬 게임'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길 따라 음악 따라 여행하는, 뭐 그런 개념인 셈인데 시스템도 참 잘 맞춰져 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어느 길을 선택하냐에 따라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죠. 뿐만 아니라, 트랙 에디터를 사용해 자신만의 코스 제작 및 공유도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Overpass의 가장 큰 장점은, 시점 그 자체에 있다고 봅니다. 하늘 한 번 볼 일 없는 팍팍한 삶에 찌든 저같은 직장인이, 게임 속에서나마 청명한 하늘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게임이잖아요.
▶ Overpass 스팀 페이지
개발팀 JoyMasher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이들이 지금까지 만든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보자마자 알 수 있어요. 이 사람들, 완전 레트로 덕후라는걸.
Blazing Chrome은 추억의 아케이드 명작들이 가진 호르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한 작품입니다. 꼼꼼한 도트 그래픽 속에서도 레트로 향기가 진하게 풍기죠. 정확히 말하자면, 슈퍼패미컴 시절 벨트스크롤 런앤건 액션 게임을, 현세대에 끌어왔다고 할까요?
일단, 게임플레이는 '콘트라'와 닮았습니다. 단순히 옆으로 가는 스테이지뿐 만 아니라, 정면으로 나아가는 듯한 스테이지도 삽입되어 감칠맛이 더해졌죠. 심지어 좀 더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함에도, 의도적으로 콘트라의 그 느낌을 재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아케이드 키드를 포함해, 게이머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Blazing Chrome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나 쏜다! 너 파괴한다!로 정리되는 호쾌한 액션, 포장마차 오뎅국물처럼 구수한 미디음의 하모니를 느껴보세요. 전자 오락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 Blazing Chrome 스팀 페이지
BIC 2017에 출품해 '훌륭한 멀티플레이어'상을 받은 게임입니다. 실제로 해보니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안그래도 다른 사람이랑 하면 특히 재밌는 '대난투'식 게임 구성에, 탄탄한 마감새까지 더해진 웰메이드 게임입니다.
개발사 얼리 멜론은 '제레미 클램키' 1인으로 구성된 개발사입니다. 프랑스에서 개발을 시작한 그는, 2016년 경 한국으로 건너와 Roof Rage를 완성했는데요. 이 덕분인지 게임 내 동양적 요소가 많이 들어갔고, 한국어가 들어간 간판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가 꼽는 Roof Rage의 가장 큰 장점은 절륜한 타격감입니다. 캐릭터는 자그마해도, 적당히 과장된 동작에 묵직한 효과음이 더해져 착착 감기는 손맛을 이끌어냈습니다. '대난투'식 시스템에 흡사 무술 영화에서 볼 법한 '합'을 강조한, 보기 드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그 재미를 오롯이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죠. 스매시 브라더스처럼 100시간 훌쩍 보낼 수 있는 싱글 캠페인이 있다면 모를까, 이건 그렇지도 않거든요. 같이 할 친구가 있다면 고민없이 추천합니다만 그게 아니라면... 음, 이런 게임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기억해주세요. 이 게임, 훗날 다시 이야기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Roof Rage 스팀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