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타크리틱 게임 점수로 보는 '2010년대 돌아보기'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6개 |



숫자만으로 무엇이 더 낫고 빼어난지는 온전히 가릴 수 없지만, 모든 기록은 숫자로 남습니다. 많은 게이머와 전문가들이 게임 평가를 참고할 때 메타크리틱을 참고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메타크리틱은 게임 평론가들이 메긴 점수를 가중치에 따라 나열하는 평점 사이트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평론가의 점수가 차곡차곡 쌓인 만큼 무시 못 할 파급력과 영향력을 자랑하기도 하죠. 특히 오랜 기간 쌓인 데이터는 게임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흥행 게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메타크리틱 점수를 통해 2010년 게임 업계를 돌아봤습니다. 참고로 단순 이식작이나 멀티 플랫폼 작품은 1개로 계산했습니다.


여전히 높은 '시간의 오카리나'의 벽
최고 메타 스코어는 97점

일단 최고 점수 게임들부터 살펴보고 시작할까 합니다.

사실 메타스코어 95점이 넘으면 1, 2점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평론가 대다수가 평점 만점을 준 게임들입니다. 대부분이 만점을 받는 게임들 속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게임의 대단함도 새삼 느껴지고요. 그럼 2010년대에는 역대 최고 점수의 게임이 나왔을까요?

답은 'No'입니다. 일단 역대 최고 점수를 받은 게임은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입니다. 만점에서 딱 1점이 빠지는 99점인데요. 2010년대 게임의 최고 점수는 97점입니다. 98점 게임도 없어요. 대신 97점 게임에는 확실한 색이 있습니다. 바로 락스타 게임즈와 닌텐도, 두 회사의 작품이라는 특징 말이죠.

락스타의 '레드 데드 리뎀션2'와 'GTA V',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갤럭시2',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가 2010년대 최고 점수의 게임들입니다. 'GTA V'는 최초 출시된 PS3, XBOX 360은 물론 PS4, XBOX ONE, 이식 버전도 97점을 찍고 PC 버전은 96점을 찍었습니다. 그간 판매량도 1억 장을 돌파하며 가히 최고의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 2010년대 최고 메타 스코어 97점을 기록한 게임들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갑니다
위상 바뀐 개발사들

락스타 게임즈는 출시 게임 수 자체는 적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기업 이상의 성과와 파급력을 가져오는 세계 최고의 개발 스튜디오가 됐습니다. 'GTA 3'를 시작으로 이미 2000년대 그 흥행력을 입증했지만, 한층 물이 올랐다고 봐야겠죠. 높은 강도의 사회 풍자 코드가 담겨있다 보니 주제 의식도 한층 살아났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에서는 별스럽다고 할 정도로 사소한 디테일에 집중하며 서부 시대를 화면 안에 담아내는 장인 정신도 드러냈습니다.

장인 정신이라면 너티독도 뒤지지 않습니다. 크래쉬 밴디쿳이나 잭 앤 덱스터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너티독은 언차티드 시리즈로 PS3의 한계를 넘어선 그래픽을 선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발사가 되었습니다. 신규 IP인 '라스트 오브 어스'는 빼어난 그래픽에 언차티드와는 다른 우울하고 진중한 이야기로 게임의 내러티브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도 받았죠.



▲ 세계 최고의 개발사 반열에 들어선 너티독

반면 200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개발사 소리를 듣던 회사들의 위상 변화도 눈에 띄는데요. 우선은 스팀으로 유명한 밸브입니다. '하프라이프'로 슈터 역사를 새로 쓴 밸브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포탈, 팀 포트리스, 레프트 4 데드 등 IP 하나하나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질 않은 명작들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개발사로서의 밸브는 그다지 인상 깊은 행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탈2'가 나오긴 했지만 3편을 모른다는 밈이 유행할 정도로 시리즈 3번째 작품 개발을 지독할 정도로 피했습니다.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 스팀이 PC ESD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며 개발사로의 인식은 더욱 옅어졌죠. 그 탓에 '도타2' 만드는 스팀 회사 정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 제작을 발표하며 개발도 A급 회사임을 증명하려는 중입니다.

CRPG의 든든한 거목이었던 바이오웨어는 이제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발더스게이트와 네버윈터 나이츠 등으로 서구 RPG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이오웨어. 매스 이펙트로 판타지가 아닌 SF 이해력도 빼어난 개발사로 이름 높았죠. 2010년과 2012년 등장한 매스이펙트의 2, 3번째 작품이 각각 메타스코어 96점과 93점을 기록하며 2010년대도 바이오웨어는 레드카펫 위를 걷는 스타 마냥 화려할 듯했습니다.

하지만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는 든든한 팬덤의 지지에도 메타스코어 76점이라는 실망스런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이오웨어는 2019년 혹평 세례를 뒤집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앤섬'을 출시했는데요. XBOX ONE 버전만 메타 스코어 60점을 넘겼을 뿐 50점대에 머무르며 부활에 실패했습니다. RPG 명가 바이오웨어의 미래는 이제 믿을맨 '드래곤 에이지4'의 성공 여부에 달린 듯 위태로워졌습니다.



▲ CRPG 명가 역사에 오점을 남긴 연이은 실패


게임기 경쟁의 핵심 오브 코어
독점 게임 유치전

세가가 드림캐스트의 실패로 콘솔 개발 시장에서 발을 뺀 이후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닌텐도, 소니, MS의 삼파전 구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2010년대는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 새로운 콘솔 기기가 세대 변화를 이룬 시기인데요. 비슷한 시장 판매가와 제작 비용을 고려하면 셋 모두 압도적인 기기 간 성능 차이를 내기가 쉽지 않죠. 자연스레 소프트웨어에 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개발사들은 우리 게임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퍼스트파티 개발과 스튜디오 유치에 힘썼죠. 이른바 독점작입니다. 그리고 이런 독점작이 콘솔 시장의 성패를 크게 갈랐습니다. 메타 스코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죠.

우선 소니는 SIE 월드 와이드 스튜디오를 통해 너티독, 게릴라 게임즈,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 인섬니악, 서커 펀치 등 든든한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 '갓 오브 워', '언차티드 4', '완다와 거상' 등 PS4로 출시된 독점작 5개가 메타 스코어 90점을 넘겼습니다. 또, 출시 당시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외에 타 기종으로 발매되지 않은 '저니'와 '플라워'까지 있죠. 소니 거치기와 휴대용기기로만 출시된 '페르소나5', '페르소나4 골든', '블러드본'도 90점을 넘긴 작품입니다.

80점대로 내려가면 게릴라 게임즈의 '호라이즌 제로 던'이 89점, 인섬니악의 '마블 스파이더맨'이 87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퍼스트파티 라인업을 자랑했습니다.



▲ 독점작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SIE

닌텐도는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 매번 최고의 독점작들을 내놓았습니다. 2010년도에만 마리오 시리즈로 6 작품, 젤다의 전설이 6 작품, 대난투 2 작품, 파이어 엠블렘 2 작품, 제노 블레이드 1 작품이 메타스코어 90점 이상을 넘겼습니다. 닌텐도 자체 프랜차이즈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데요. 개발사에 자금을 지원해 독점 출시가 이루어진 '베요네타2'도 있죠. 서드 파티 개발사들이 잘나가는 퍼스트 파티 게임들에 기가 밀려 힘을 쓰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반면 XBOX ONE의 독점 게임 중 90점을 넘긴 게임은 포르자 호라이즌 3, 4편. 모토 스포츠 4편, 기간 한정 독점인 '트라이얼 에볼루션', 단 4개 뿐입니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 3편, 헤일로 시리즈 2편, 포르자 모터 스포츠 시리즈 3편이 90점을 넘겼던 XBOX 360 시절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죠.

사실 XBOX ONE 자체의 독점작 수가 PS4에 훨씬 못 미치는 것도 수가 높은 메타 스코어를 가진 게임이 적은 이유 중 하나인데요. 독점작이 기기 판매를 견인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PS3의 독점작 공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XBOX 360이 PS3에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8세대 게임기 시장에서는 독점 게임을 앞세운 PS4가 좋은 성과를 낸 만큼 그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 같네요.





이것저것 다 넣으면 하나는 걸리겠지
단일 장르의 약세

2010년대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고득점을 얻어낸 게임 장르의 변화입니다. 특히 액션 어드벤처, 액션 RPG의 강세가 어느 때보다 뚜렷했는데요. 일명 오픈 월드로 불리는 거대한 맵과 상호작용이 늘어난 게임들입니다.

2010년대 메타 95점 이상을 받은 게임 중 오픈 월드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게임은 '매스 이펙트2'와 '포탈2'뿐입니다. 90점 이상까지 기준을 넓혀도 단방향의 게임 이상으로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강조한 게임들이 지난 2000년대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AAA EA, 유비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대형 퍼블리셔의 지원으로 게임 개발에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고 이를 구현하는 능력은 한층 성장한 게 큰 이유로 꼽힙니다. 물론 단순히 맵이 넓은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채울 콘텐츠의 부재로 공허한 지역을 이동해야만 했고 이는 곧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됐죠. 이제는 많은 개발자가 하나의 게임에 투입, 게임 내 콘텐츠를 채울 수 있게 되며 과거에는 10년 가까이 걸려 만들어질법한 게임들이 수년 사이에 만들어집니다.




반면 시대의 흐름에 고득점을 얻지 못하는 장르도 등장했는데요.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정통 1인칭 슈터 게임입니다. 둠이나 퀘이크 등 단순히 쏘고 부수는 1차원적 FPS. 이후 스토리와 퍼즐 요소가 가미된 '하프라이프'의 등장은 2세대 FPS 시대를 열었는데요. 이제는 파밍과 성장, 혹은 오픈 월드에 슈터 형식만 더한 게임들이 슈터 게임의 기준이 됐습니다.

메타크리틱이 1인칭 슈터로 지정한 게임 중 메타 스코어 90점을 넘긴 게임은 2010년 이후 '엘더 스크롤5: 스카이림', '포탈2',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에디스 핀치의 유산', '파 크라이3','오버워치', '보더랜드2' 등 입니다. 이 중 오픈 월드 게임 '엘더 스크롤5: 스카이림', 퍼즐 요소가 강한 '포탈2'는 정동 FPS라 불리기 어려운 게임이며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워킹 시뮬레이터죠.

1인칭 슈터인 파 크라이와 보더랜드 시리즈는 장비 파밍과 스킬 등 RPG 요소가 게임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3인칭 슈터인 GTA 시리즈는 거대한 오픈 월드와 다양한 퀘스트, 그리고 미니 게임 이상의 부가 콘텐츠로 슈터보다는 샌드박스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장르 결합이 대중화되며 정통 슈터는 수도 줄고 높은 평가를 받는 예도 그만큼 줄었습니다. XBOX 시리즈를 견인했던 헤일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평가도 전만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든 정통 슈터 게임

레이싱 게임은 2010년대에 들어 콘솔, PC 기기의 메타 90점 라인에서 한발 물러난 장르 중 하나입니다. 96점이라는 최상위권 메타 점수를 기록한 '그란 투리스모'와 그 후속 시리즈. 액션 게임을 방불케 하는 연출로 독보적 인기를 끌며 94점을 기록한 '번아웃3: 테이크다운'과 그 시리즈. 그리고 포르자 시리즈 등이 매번 팬과 매체들의 호평을 받으며 높은 메타 스코어를 기록했죠.

2010년대에 90점 이상의 메타 스코어를 기록한 레이싱 게임은 상술했던 포르자 시리즈 3개와 마리오 카트 시리즈뿐입니다. MS를 제외하면 그나마 DIRT 시리즈와 '그리드'로 80점대 중후반을 기록하며 레이싱 게임 전문회사로 거듭나는 중인 코드마스터즈와 프로젝트 카스, 아세토 코르사 시리즈 정도가 레이싱 게임의 자존심을 잇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레이싱 게임은 되려 모바일 게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예가 늘었는데요. 하드코어적인 RPG보다는 매 한판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주요 플랫폼 이전을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모바일 기기가 기존 휴대용 게임기 이상의 성능을 내며 레이싱 게임의 주요 강점이던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는 것도 한몫한 것 같네요.



▲ 그래픽성능이 큰 변화를 겪은 2000년대에는 레이싱 게임이 강세


그냥 내가 만들어볼까?
본격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인디 게임

퍼블리셔의 거대화와 기술력 및 표현의 발전은 다양한 요소를 담아낸 AAA 게임을 탄생케 했습니다. 더불어 이와 정반대인 인디 게임이 업계에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결과도 낳았죠. 언뜻 이해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기의 성능이 높아지며 고해상도의 높은 그래픽을 가진 게임 제작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작에 필요한 재원과 인력도 늘었죠. 또 많은 자원이 필요하니 흥행에 목을 매는 게임 개발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중소 개발사가 게임 개발에 도전할 여력은 점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자연스레 대형 퍼블리셔나 플랫폼 사에 편입하는 수밖에 없었죠. 이 과정에서 합류하지 못한 개발자, 혹은 수익성에 구애받지 않는 창의적인 게임을 내놓고자 하는 이들이 독립적으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더블 파인 스튜디오 등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2010년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 시기는 플랫폼이 개발자와 더욱 가까워진 때이기도 한데요. 스팀, itch.io, 모바일 마켓 등 큰 제약 없이 게임을 판매할 창구가 대중화됐습니다. 콘솔로 출시하기 위해 필요했던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도 필요 없이 판매 금액의 수수료만 내면 됐죠. 상술한 제작 비용 증가가 개발자가 인디 게임으로 뛰어들도록 등을 밀었다면 플랫폼 다각화는 개발자 스스로 인디씬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 인디 게임에 대한 관한 관심에 영화가 제작되기도

게임 출시가 간단해지며 저품질의 게임이 판매대에 올라오는 예도 있습니다만, 대규모 개발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참신한 게임들이 시장에 등장한 부분이 더 눈에 띕니다.

탐험하고 무찌르고 성장한다는 RPG 틀에서 벗어나며 게임 내러티브 개념을 뒤바꾼 '언더테일', 음산한 분위기와 독특한 아트로 이야기를 전달한 '인사이드'. 두 작품은 메타 스코어 9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연출과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레벨 디자인으로 플랫폼 게임의 인기를 되살린 '셀레스테'는 무려 94점을 받았죠.

이런 인기에 이제는 되려 대형 퍼블리셔와 플랫폼 사가 인디 게임 모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소니는 각각 92점과 91점을 받은 댓게임컴퍼니의 '저니'와 '플라워'로 훌륭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자체 퍼블리싱한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와 자원을 대며 개발을 지원한 '컵헤드', 둘이 88점을 기록한 MS도 있죠. 닌텐도는 2010년 초반부터 꾸준히 인디 게임 지원책을 발표한 플랫폼 사기도 합니다.





완벽한 부할을 알리다
개발 침체기를 끝낸 일본 게임

일본 게임은 2000년대 중반 지독한 침체기에 빠집니다. 품질에 대한 집착으로 언제나 높은 점수의 게임을 내놓는 닌텐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훌륭한 작품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죠. 이는 메타 스코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0년 중반까지 일본 게임은 메타 스코어 상단에 게임 다수를 올려놨습니다. 특히 2001년에는 최고 점수 상위 10개 게임 중 5개가 일본 게임일 정도였죠. 하지만 XBOX 360과 PS3가 등장한 2007년부터 상황은 급변합니다. 서양에서는 제작사에 맞는 게임 엔진을 가다듬으며 공정을 간소화해 고품질 게임 개발에 최적화를 이뤄나갔습니다. 자유로운 개발 문화 덕에 의견 교류도 쉽게 할 수 있었죠. 반면 제작에 필요한 인력은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기술력과 혁신을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개발 문화 탓에 개발 기간 대비 품질은 점점 낮아져만 갔습니다.

2007년 26개의 90점 이상 게임 중 일본 게임은 닌텐도를 제외하면 '파이널 판타지 6 어드밴스'와 '레지던트 이블4: 위 에디션' 뿐입니다. 심지어 두 작품 모두 이미 높은 평가를 받았던 기존 작의 이식작이죠.



▲ 일본 게임의 부진이 눈에 띈 2010년대 초반

그나마 80점대에서 눈에 띄던 일본 게임들은 2009년에는 대부분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2009년 80점 이상의 게임은 210여 개. 그중 닌텐도 제외 일본 게임들은 10개 남짓, 90점 이상 게임으로 한정하면 '스트리트 파이터4' 고작 하나뿐입니다.

품질 저열화로 내리막길을 걷자 일본 게임 업계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게임 개발 능력 부족을 지탄하기도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업계 특성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캡콤의 개발 총괄 부장이었던 이나후네 케이지는 '일본 게임 산업이 해외에 비해 5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라며 쓴소리를 내기도 했죠.

이런 침체기는 2010년 중후반 들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까지는 서양 개발사들이 메타 스코어 상위 점수를 독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페르소나5', '니어 오토마타', '인왕', '파이널 판타지14: 홍련의 해방자' 등 신작과 프랜차이즈 후속작 가릴 것 없이 좋은 성과를 내며 일본 게임 부활의 신호탄을 쐈죠.

2018년에는 기존 작품의 아쉬운 점들을 개선하고 AAA급 게임으로 돌아온 '몬스터 헌터: 월드'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2019년에는 '바이오하자드 RE:2',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파이널 판타지14: 칠흑의 반역자', '몬스터 헌터: 월드'와 그 확장팩 아이스본 등 신작. '드래곤 퀘스트 XI S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니어: 오토마타 - 게임 오브 더 요르하 에디션' 등의 완전판까지 90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야말로 일본 게임의 완벽 부활 선언인 셈이죠.



▲ 2010년대 중후반에 들며 과거의 명성에 걸맞은 일본 게임들이 다수 등장

이런 변화에는 적절한 세대교체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독창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 게임은 1990년대 활약하던 개발진이 제작을 총괄하고 실제 개발은 그 뒤를 잇는 신진 개발자들로 꾸려지는 추세입니다. 이를 통해 부족한 경력은 채우고 창의적인 발상과 시대의 흐름도 함께 따라간다는 전략이죠.

2019 최다 GOTY 경쟁 중인 '바이오하자드 RE:2'는 2002년 갓 대학을 졸업해 캡콤에 입사한 칸다 츠요시가 개발 총괄로 게임을 제작했죠. 그는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의 프로듀서로 시리즈 부활에 한몫하기도 했습니다. 액션 거장으로 불리는 이츠노 히데아키는 '데빌 메이 크라이5' 제작을 진두지휘하며 2010년 입사한 매튜 워커와 2007년부터 본격적인 게임 디자인에 나선 오카베 미치테루를 PD로 두고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부터 시리즈 프로듀서를 맡았던 츠지모토 료조는 시리즈의 기획자였던 토쿠다 유야를 메인 디렉터로 세워 '몬스터 헌터: 월드'를 다시 한 번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성장시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 개발자들이 가진 특유의 장인 정신을 성공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의 디렉터 요코오 타로는 일본 게임의 침체 원인으로 모방을 이야기했습니다. 세계 시장에 게임을 팔아야 할 때 리얼함과 현실성을 우선시하는 서구의 게임을 모방하기만 했다는 거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라비티 러쉬'나 '더 라스트 가디언' 등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게임, 이미지와 분위기를 전달을 우선했습니다. 요코오 타로는 이런 게임들이 성과를 내며 다른 개발자들도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게임이 서양에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미즈구치 테츠야나 이가라시 코지 등 경력이 긴 개발자들은 'REZ 인피니트'와 '블러드 스테인드'와 같은 자신들의 장점을 살린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죠. 특히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데스 스트랜딩'으로 코지마가 아니고서야 만들 수 없는 게임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게임 자체는 호불호가 크게 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최다 GOTY 경쟁에서 선전하는 등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2019년 최다 GOTY 경쟁 중인 '데스 스트랜딩', '바이오하자드 RE:2','세키로' 모두 일본 작품이다

잠깐 언급했듯 일본 게임이 큰 부침을 겪었지만, 이 회사는 지난 2010년도에도 꾸준히 세계 최고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젤다의 전설과 슈퍼 마리오 메인 시리즈는 신작이 출시된 해 어김 없이 한해 메타 스코어 최고 점수를 노려왔죠.

이미 닌텐도는 '마리오 갤럭시 2',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등 95점 이상 받은 게임을 3작품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리오 카트, 대난투, 파이어엠블렘, 제노 블레이드 등 탄탄한 프랜차이즈 게임이 일본 게임 침체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5년 등장한 '스플래툰'도 신규 프랜차이즈라는 호칭이 무색한 높은 평가를 얻었고 포켓몬스터라는 든든한 아군도 보유한 상태입니다. 닌텐도의 이런 꾸준한 성과는 자사 기기와 게임 본질의 재미를 이해하는 개발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듯합니다.



▲ 일본 개발사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나라를 따로 집계해야 할 수준


재미를 위해 죽을 준비를 하다
게임 씬에 불어온 소울라이크

2011년 등장한 '다크 소울'은 일본시장 침체기에 빛을 낸 작품이라는 특징 외에도 게임 자체로 2010년대 등장한 가장 영향력을 크게 발휘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소울 시리즈의 첫 작품인 '데몬즈 소울'의 정신을 이어받은 '다크 소울'은 메타 스코어 89점이라는 신규 프랜차이즈로는 뛰어난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2편이 91점, 3편이 89점을 받았고 PS4 독점으로 출시된 '블러드본'은 92점을 기록하는 등 훌륭한 성적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높은 평가 외에 중요한 점은 특유의 게임 스타일인 소울라이크를 대중화시켰다는 점인데요. 흔히들 단순히 어렵기만 한 게임, 혹은 게임오버 장면이 인상적인 게임들을 소울라이크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사실 명확히 따지면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 훌륭한 게임 평가와 함께 레벨 디자인, 전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 소울 시리즈

소울 시리즈는 메트로바니아에 가깝지만, 음울한 분위기와 괴기스러운 형태의 적,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배치된 트랩, 사망 시 소지한 재화 드랍, 그리고 장비나 레벨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정도로 지독하게 높은 난이도 등의 특징을 가졌는데요. 프롬 소프트웨어 외에도 이런 특징을 다양한 개발사가 이어받아 게임을 내고 있습니다.

'인왕', '더 서지', '코드 베인' 등은 누가 봐도 소울라이크에 가까운 게임들입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은 전투 시스템과 레벨 구성이 소울 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렘넌트: 프롬 디 애쉬즈'는 슈터 장르에 소울류로 꼽힙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디 개발사들이 소울 시리즈 다운 게임들을 내놓았는데요. '데드 셀'과 '할로우 나이트'는 각각 메타 스코어 91점과 90점을 얻을 정도로 게임 자체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출시를 앞둔 소울라이크가 앞으로도 많이 남은 만큼 아마 2020년대에도 소울 시리즈의 정신을 잇는 게임은 계속 유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 장르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소울 시리즈에 영향을 받은 게임들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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