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컴의 짜릿함" 추억의 컴퓨터실, 그때 그 게임 10선

기획기사 | 정수형 기자 | 댓글: 60개 |



학창 시절, 제일 좋았던 수업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기자는 컴퓨터 활용 시간이 생각납니다. 윈도 95에서 98로 한창 넘어가던 시절, 컴퓨터 사용 방법을 배울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업이었지만, 당시에는 친구들과 PC방을 가는 기분으로 그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기준으로 꽤 사양이 좋았던 PC가 수십 대나 있으며, 인터넷도 쫙 깔린 그야말로 PC방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선배들의 흔적들이 쌓여있었죠. 그렇습니다. 누가 설치한 지, 언제 설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온갖 게임이 다 깔려있었습니다. 폴더 이름도 '선생님 몰래'라던지 '주의, 누르지 마시오'등의 온갖 이름으로 만들어져 꽤 찾기도 쉬웠습니다.

정식 게임의 용량을 압축해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던, 엄연한 불법인 립버전도 있었고 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동인 게임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있고, 안에 게임이 있으니 그저 친구들과 재미있게 즐기기만 했었죠.

지금은 한편의 추억이 되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와서 해도 꽤 재미있을 법한 게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간단한 조작 방식과 게임 플레이였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추억의 게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의, 30대 이하의 유저라면 다소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1. 스타크래프트(립버전)
전통민속놀이의 시작



▲ 쉬는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던 유일한 게임

용량을 최대한 줄여서 별도의 설치 없이 파일만 가지고도 실행이 가능한 립버전.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립버전으로 전통민속놀이라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가 있습니다. 서문에서 언급했듯 불법이지만, 당시 컴퓨터실에 안 깔린 PC를 찾기 힘들만큼 많은 인기를 구사했었습니다.

용량을 줄인 립버전이라 배틀넷 접속도 안 되고 때론 소리가 삭제된 버전도 있었지만, 같은 랜을 쓰는 학교 컴퓨터에서 친구들끼리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죠.

당시 컴퓨터 활용 수업을 가장 기다리게 했던 게임으로서,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놀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짜릿한 재미를 선사해줬습니다. 다 이긴 싸움도 선생님에게 들키면 끝인지라 게임의 실력보단 안 들키고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도 했죠.

가끔 스타크래프트를 즐기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쉬는 시간에 '반 vs 선생님 스타 한판'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기면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다고 했는데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2. 피카츄 배구
지우는 어디가고 피카츄끼리 이러는걸까?

▲ 동영상 출처 - HJ Jin 유튜브

1997년에 SACHISOFT/SAWAYAKAN Programmers에서 개발한 동인 게임입니다. 동명의 만화 캐릭터가 배구를 한다는 정말 별것 없는 게임이었지만, 출시 당시 포켓몬스터의 열풍과 맞닿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왜 포켓몬스터의 마스코트 캐릭터 '피카츄'가 배구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은 2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란 것이 핵심이었죠. 랜을 통한 멀티 방식이 아니고 에뮬레이터에서 2인 플레이를 지원하는지라 친구와 딱 붙어서 게임을 즐겨야 했는데요. 룰과 조작 방식은 간단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느릿한 피카츄의 모션이 합쳐지니 대환장 우정 파괴 게임으로도 이름을 날린 작품입니다.

특히, 컴퓨터실에 있는 대부분 키보드는 N키 지원을 하지 않던지라 한 명이 4키 이상을 눌러서 움직이면 나머지 사람은 키가 눌리지 않아 속절없이 패배의 쓴맛을 맛봐야 했었습니다.

3. 리에로
아, 바나나 폭탄 쓰지 말라고!

▲ 동영상 출처 - Hadley Canine 유튜브

실시간 지렁이 대전 게임으로 턴제인 '웜즈 시리즈'와는 다른 게임입니다. 총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슈퍼 지렁이로 1:1 대전을 펼치는데, 생각보다 뛰어난 액션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인기를 구사한 게임이었죠.

특히,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이동 속도를 보조하기 위해 로프와 땅 파기 등의 기술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데요. 이거 컨트롤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고수들처럼 현란하게 로프를 쏘려고 해도 땅에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하수와 고수를 가르는 장벽 중 하나였죠.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기본 총만 가지고 싸우자느니, 로프는 쓰지 말고 움직이자 등의 룰을 세우고 싸웠지만, 전투가 과열되는 순간 기관총을 갈기고 사기 무기였던 바나나 폭탄을 던지는 등 온갖 편법이 난무했습니다. "승패에 편법이 어디 있어! 이기는 사람이 장땡이지"를 제게 일깨워준 게임이었습니다.


4. 퀸오브하트 99
콤보 짤짤이 세번이면 친구 우정도 하늘 나라로

▲ 동영상 출처 - SORAYUNI 유튜브

와타나베 공작소에서 동명의 게임의 캐릭터들로 만든 동인 대전액션게임입니다. 귀여운 여학생들이 박터지게 싸우는데, 콤보도 있고 꽤 화려한 액션으로 나름의 인기가 있던 게임이었죠.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그런 장르의 주인공들이었단 걸...

시리즈는 98과 99가 있으며, 99의 경우 고퀄리티의 게임 오프닝과 캐릭터 간 나름의 밸런스도 잡혀있어 잘 만든 동인 게임의 대명사 중 하나입니다. 콤보 위주의 대전액션게임으로 콤보만 잘 외워서 내지르면 불리한 상황도 한 번에 역전할 수 있었죠.

문제는 이 콤보가 특정 사기 캐릭터 손에서 펼쳐질 때였습니다. 기자가 다니는 학교에선 우정파괴 콤보라고 불렸죠. 아니, 캐릭터가 콤보를 맞으면 지면을 밟지 못하고 계속 공중에 떠있는데 콤보가 끝나질 않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싸우는 온라인에서도 당하면 화가 나는데, 얼굴 마주 보는 오프라인에서 이런 짓을 하면 바로 현실 싸움이 나는 겁니다.


5. 미스틱 아츠
찰진 타격감이 일품이었던 통칭 '조폭 마누라'

▲ 동영상 출처 - 마왕성금새우 유튜브

1998년에 발매된 지오컨플릭트 시리즈의 외전작으로 지오컨플릭트 3에 등장하는 세이니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이름은 세이니가 사용하는 권법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본래 이름보단 격투가 게임, 태권소녀, 조폭 마누라 등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스테이지 형식의 액션 게임이다 보니 친구들과 즐기기보단 시간이 길게 남을 때 혼자 하던 게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나 학기 말쯤 자율 시간 때 가장 많이 즐겼었죠. 지금 봐도 괜찮은 타격감과 모션을 갖춘 게임입니다. 현란한 발차기와 주먹질, 잡기 등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난이도가 당시엔 꽤 어려운 편이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공격키만 누르기보단 적절한 회피와 몹몰이 등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타격감이 워낙 좋다 보니 그저 몬스터 두들겨 패는 맛에 스테이지 클리어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격키를 남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6. 프리셀
컴퓨터실에 가면 한번쯤은 해봐야 한다는 근본 게임



▲ 가운데 왕의 시선처리가 예술이던 그 카드게임

윈도 95, 98, XP 시절에 기본으로 제공되던 카드 게임입니다. 현재 주류인 윈도 10에선 볼 수 없는 게임이죠.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솔리테어의 일종으로 게임의 룰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모든 카드를 등급에 맞춰 쌓아가면 끝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룰과 달리 생각보다 많은 지능을 요구하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랜덤으로 배치되는 카드들을 제한된 프리셀 구역의 남은 공간에 넣을지 말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카드를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를 계산해야 하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어릴 적에는 그냥 그림 맞추기 게임 정도만 생각했었습니다.

한번은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더 빠른 시간안에 프리셀을 깨는지에 대한 시합이 열린 적이 있는데, 시간 단축은 고사하고 클리어조차 못해 누가 먼저 깨냐로 대회의 노선을 변경한 적도 있는 게임입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또 다른 게임인 지뢰찾기와 함께 킬링 타임 게임으로 쌍벽을 이뤘죠.


7. 스노우크래프트
눈에 돌을 넣은 듯한 찰진 타격감과 사운드

▲ 역시나 자비없는 후반 스테이지

캐릭터를 클릭 앤 드래그하며 상대편을 모두 쓰러트리면 승리하는 눈싸움 게임입니다. 마우스 하나만 있어도 플레이할 수 있는 심플한 조작 방식과 귀여운 그래픽 덕분에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스테이지도 6까지밖에 없어서 쉬는 시간 틈틈이 할 수도 있었죠.

주어지는 3개의 캐릭터를 조종해서 적들을 쓰러트려야 하는데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는 한 개밖에 없으니 보통 첫 시작하면 구석으로 캐릭터 3개를 안전하게 옮겨놓고 게임을 시작했었습니다. 혹은 친구들끼리 캐릭터 1개씩 고른 뒤 죽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게임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적을 3번 맞추면 쓰러트릴 수 있는데 눈송이치곤 찰진 타격감과 으악! 하는 타격음이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 영감을 받아 겨울철에 눈이 오면 친구들과 진영을 맞춰 리얼 스노우크래프트를 했었는데, 전투가 격양되면 항상 끝마무리가 육탄전으로 가더군요. 게임에 그런 시스템은 없었는데 말이죠.


8. 리볼트
달려! 아스라다...가 아니라 RC카!

▲ 동영상 출처 - ya ha 유튜브

1999년, 어클레임 런던에서 개발한 RC카 레이싱 게임입니다. 당시 국내에는 RC카보단 미니 모터를 탑재한 미니카가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어쨌든 장난감 자동차가 달린다는 공통점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게임입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재미있던 것도 있습니다.

게임에는 4단계로 구분되는 난이도와 싱글 레이스 모드, 컵 대회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제공했었습니다. 내 실력 혹은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 게임을 즐길 수 있었죠. 제일 쉬운 난이도에서는 적절한 스피드와 조작 방식을 보여줬지만, 가장 기본적인 난이도에 들어서면 물리 엔진이 적용되면서 빠른 이동속도와 세밀한 조작 능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게임 내 구현된 RC카도 굉장히 많고 맵도 많았던 지라 친구들끼리 번갈아 가면서 타임어택을 하거나 1등을 몇 번 하는지 등의 내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 차량 조종을 잘못하면 도중에 차가 터져버리는데 누가 더 빨리 터트리나 등의 이상한 조건도 많이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9. 공튀기기
그 시절 피지컬 테스트 게임

▲ 쉬워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정말이다

CraftM에서 개발한 프리웨어 게임으로 정식 명칭은 'BOUND'지만, 공튀기기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게임입니다. 자동으로 폴짝폴짝 튀는 공을 화살표키로 조종하며,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면 되는 굉장히 심플한 게임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옆에서 구경할 때만 하더라도 엄청 간단해 보이는 게임 방식에 친구가 죽으면 "야 비켜봐! 이것도 못 깨냐"란 소리와 함께 자신 있게 나서지만, 특유의 구린 조작감과 생각보다 세밀하게 조종해야 하는 공을 한번 만져보면 '어?'하는 속마음이 저절로 입 밖에 튀어나오게 됩니다.

그 때문에 당시 피지컬을 논하기 전에 한 번쯤은 거쳐 가는 게임이 바로 공튀기기 게임이었습니다. 한 번도 죽지 않고 마지막까지 깨야 어디 가서 게임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영상을 촬영하면서 오랜만에 해봤는데, 예나 지금이나 전 게임 잘하는 부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10. 건물부수기
부셔부셔! 건물 부셔! 성적표 부셔!

▲ 선생님 몰래 부시다 걸리면 내 손바닥이 부서졌던 추억

일본의 호리, Liku, sweet tast란 개발자가 만든 미니게임으로 본래 명칭은 '키루비루(빌딩베기)'입니다. 하늘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는 건물을 졸라맨 같은 캐릭터가 부수는 게임인데, 호쾌한 액션과 효과음으로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으로 불렸습니다.

캐릭터는 세 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으며, 건물에 깔릴 때마다 목숨을 한 개씩 잃게 됩니다. 건물은 칼질로 부술 수 있는데 연속해서 때리면 콤보가 쌓이고 쌓인 콤보 게이지를 통해 X키로 필살기까지 쓸 수 있는 꽤 현란한 액션을 갖춘 게임입니다.

이거 따라 하겠다고 친구들끼리 머리 위에서 분필 떨어트리고 자로 때려 부수는 게임을 많이 했었는데, 한번은 선생님에게 걸려 손바닥이 건물처럼 부서질 뻔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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