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환경 귤껍질 컨트롤러 제작기

기획기사 | 정수형 기자 | 댓글: 26개 |
▲ 두 눈을 의심했던 바나나로 다크소울 하기 (동영상 출처 - Super Louis 64 - Controller Bender 유튜브)

시작은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었습니다. 습관처럼 들어간 유튜브의 추천 영상에서 유독 눈에 띈 한 영상. 해당 영상은 하드코어 한 난이도로 악명이 자자한 다크소울을 플레이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무시무시한 다크소울 앞에 선 게이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바나나'였습니다.

네. 노란색에 길쭉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인 과일 바나나 맞습니다. 위에 영상도 달아뒀으니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란 것 정도는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평범한 컨트롤러로도 깨기 힘든 다크소울을 바나나로 한다는 게 뭔가 웃겼지만, 그것보다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나나 컨트롤러였습니다. 뭔가, 기존에 알고 있던 컨트롤러에 대한 정의가 무너진다고 해야 할까요.

위 영상에서 나온 바나나 컨트롤러는 당연하겠지만, 정식 출시 제품은 아니고 아두이노 보드를 활용한 DIY 컨트롤러입니다. 이미 프로그래밍이 끝난 보드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컨트롤러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이거, 한 명의 게이머로서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계 회로라고는 1도 모르는 기자가 직접 만들어본 DIY 컨트롤러. 세상에 1개 밖에 없는 나만의 컨트롤러! 줘도 안 쓸 거 같은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췄지만 만들고 보니 왠지 뿌듯했던 그 느낌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Chapter 1. 구성품과 작동 원리 살펴보기
컨트롤러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약간의 손재주와 창의력



▲ 아이들 교육용으로 쓰이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기자가 구매한 키트는 '메이키메이키'라는 제품입니다. 아두이노에 이미 프로그래밍이 끝나 있는 제품인지라 기본 구성품으로 주어지는 전선을 잘 연결하면 아주 손쉽게 컨트롤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서문에서 언급했던 동영상에 나오는 제품과 같은 겁니다.

구성품은 메인이 되는 보드와 악어 클립, 점퍼선과 케이블, 전도성 테이프와 게임 도안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컨트롤러를 만들어야 하는데 솔직히 안에 설명서도 없다 보니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살짝 헤맸습니다.

본격적으로 컨트롤러를 만들기 전에 메이키메이키의 작동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이 키트는 보드에 전도성 물질을 전선으로 연결한 뒤, 해당 물질을 만졌을 때 입력 신호가 인식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쉽게 말해 전기가 흐르는 물체라면 무엇이든 컨트롤러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보드에는 전선을 연결할 수 있는 부위마다 어떤 키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지 표시되어 있으니 만들 때 헷갈릴 걱정은 없습니다. 또한, 기본으로 제공되는 전선은 수량이 넉넉한 편이라 하나의 컨트롤러를 만들기엔 충분합니다.



▲ 전선만 잘 연결해주면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연결한 전선을 만지기만 해도 불빛이 나면서 작동!


Chapter 2. 실제로 만들어보기
영상 속 과일 컨트롤러, 직접 만들어도 과연 잘 될까?

간단한 테스트는 모두 끝났습니다. 직관적인 구조에다 이해하기 쉬운 작동 방식인지라 초보자도 이것저것 만져보면 10분 안에 감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구조를 이해했으면 이제 직접 만들어볼 차례입니다. 시작은 간단하게 가야겠죠. 영상 속에 나오는 과일 컨트롤러,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영상에서는 바나나를 사용했지만, 아쉽게도 집에 바나나가 없어서 대신 귤로 만들어봤습니다. 귤도 전기를 흘릴 수 있는 과일인지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더군요.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필요한 키를 생각하며, 보드와 귤을 전선으로 연결해주면 완성입니다. 참 쉽죠?

1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귤 컨트롤러!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컨트롤러가 키보드의 모든 키를 지원하지 않다 보니 제대로 만들기 전에 허용 가능한 키의 개수와 전선의 양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자는 귤 컨트롤러로 최근 스팀으로 출시한 '스컬'을 플레이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세팅했습니다. 4개의 귤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6개의 한라봉 껍질로 공격과 점프, 스킬 등의 기술을 사용하도록 말이죠.



▲ 컨트롤러에 사용한 귤은 끝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귤 컨트롤러 한줄평 - 게임 한 판 하고나니 손 끝에서 단내가 난다


Chapter 3. 심화학습
자신감이 붙자 창의력이란 것이 폭발했다

불안했던 첫 시운전이 대성공으로 끝나자 자신감이 붙어버렸습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 느낌, 어서 다음 컨트롤러의 제작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인 귤 컨트롤러가 메이키메이키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판이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스와 철사, 면봉, 절연 테이프로 다음 작품을 만들어 보죠



▲ 박스에 구멍 뚫어서 전선 연결하고 절연 테이프 잘 붙이면



▲ 짜란, 리듬 게임 전용 드럼 컨트롤러가 완성되었습니다!

네모난 박스 위에 절연 테이프를 붙이고 그 밑에 철사를 깔아 전선을 연결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 선이 보이지 않으니 뭔가 완성도가 높아진 느낌이 드는군요. 면봉과 절연 테이프를 활용해 징도 표현해봤습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충만했던 자신감은 게임 몇 판 하자마자 무너졌습니다. 전기 신호가 절연 테이프와 철사라는 2단계 구조의 장벽을 넘지 못했고, 철사 부분을 정확히 눌러야만 정확히 작동하더군요. 아쉽지만 절연 테이프에 직접 악어 집게를 연결해 2단계 구조를 1단계로 바꿨고 이제서야 안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약한 전기 신호를 보완하기 위해 절연 테이프에 악어 집게를 바로 연결했습니다



▲ 깔끔했던 디자인보다 다소 흉해졌지만, 잘되니까 괜찮습니다


박스 드럼 컨트롤러 한줄평 - 오락실에 온 듯한 느낌




▲ 마지막 컨트롤러의 재료는 피자 박스와 절연 테이프

마지막으로 평소에 정말 가지고 싶었던 컨트롤러를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FPS 좋아하시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보셨을 거에요. 총 모양의 컨트롤러인데, 실제 총처럼 방아쇠를 당기면 총을 쏘고 총구를 움직이면 화면도 같이 움직이는 등 온갖 로망은 다 가진 제품이죠.

하지만 막상 만들려고 보니 문제가 좀 많더군요. 총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이라 이걸 버튼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캐릭터와 마우스 움직임, 총 쏘는 등의 기능을 총 안에 다 넣기가 애매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한가지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원래 사람은 다리로 움직이고 손으로 총을 쏘는 법이죠. 총 안에 그 기능을 다 넣을 필요는 없었던 겁니다.



▲ 상체를 담당하는 총과 하체를 담당하는 발판



▲ 아쉽지만 전선이 모자라서 장전키는 없습니다



▲ 원래 사람은 다리로 움직인다!


권총 컨트롤러 한줄평 - 답답하긴 해도 재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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