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옛 감성 그대로 환골탈태! 리메이크 찐하게 거친 명작 4선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18개 |



남자 셋이 모이면 꼭 군대 얘기가 나오고, 학생 셋이 모이면 시험 점수 얘기가 나오듯, 게이머 셋이 모이면 꼭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왕년에 본인이 어떤 게임에서 얼마나 잘 나갔는지, 그리고 그때 게임의 어떤 점들이 굉장했는지 마치 지금 그 게임을 하듯 생생히 읊어대죠. 여기서 "요즘 게임은 그런게 없어"까지 나오면 화룡점정입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게이머들조차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게임은 과거였기 때문에 대단했다는 것을 말이죠.

지금은 재미있는 게임이 너무나 많습니다. 10년 전의 게임 시장이 한 끼에 5,500원, 식권 열 장 해서 5만원 받는 동네 한식뷔페였다면, 지금의 게임 시장은 5성급 호텔 뷔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에 더해진 시장의 발달로 게임의 재미 뿐만 아니라 가짓수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많죠. 이런 요즘 할 게임이 없다고 느끼신다면, 본인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 말이 과거의 그 대단한 게임들을 폄하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픽은 촌스럽고, UI는 구식이며, 조작감도 영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당시의 전설적 게임들은 지금의 게임들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무언가가 꼭 있으니까요. 그런 게임들을 우리는 '명작'이라 부릅니다. 5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 목소리는 기억이 안나는데 10년도 더 전에 들었던 보스 몬스터의 목소리는 기억나는 게임. 게이머들끼리 모이면 "그것도 안 해봤냐?"하고 허세 한 번 정도 부릴 수 있는 게임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때의 추억을 다시 되살리고자 하는 움직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몇몇 게임은 텍스처를 다시 만들고, 해상도를 손봐 다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리마스터' 작품입니다. 하지만, 리마스터도 결국 옛날 게임을 지금 플레이하기 편하게 만든 정도입니다. 오늘날 출시되는 게임들과 비교하면 손색이 없을 수 없죠. 그래서 몇몇 개발사는, 아예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듭니다. 게임의 핵심 시나리오와 컨셉만을 남겨둔 채, 밑뿌리부터 새로 만든 게임. 우리는 이런 제작 방식을 '리메이크'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렇듯 새로 만들어진 명작을 몇 종 소개해볼까 합니다. 게임이 좋다 나쁘다는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십수년의 세월 동안 검증되었기 때문에 게임 내적으로는 제가 평가를 하고 말 건덕지가 없지요. 그저 너무 옛날 게임이라 건들기 뭐했던 작품들을 다시 해보고자 하는 게이머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RPG 시리즈의 전설입니다. 각 넘버링 작품들 대부분이 다른 세계관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 시리즈로서의 정체성은 게임 시스템과 UI 정도이지만, 나오는 족족 좋은 평가를 받아온 전통의 시리즈죠.

그리고 그 중에서도, 7편은 단언컨대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파이널 판타지를 전혀 모르는 이들도 어디선가 티파와 클라우드를 한 번쯤은 봤을 정도지요. 원작은 1997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에 출시되었고, 당시 'PS1'으로 선출시되어 플레이스테이션이 경쟁 콘솔이던 '세가 새턴'을 짓눌러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가 E3 현장을 통해 최초 공개되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중계하던 패널들이 탁자 위로 올라가 춤을 줬고, 개발사인 스퀘어의 주식도 덩달아 춤을 춰 한 시간만에 시가총액이 한화로 약 1,430억 원 증가했죠. 이 발표 하나만으로 E3 2015는 레전드가 되어버릴 정도였습니다.

4월 10일 PS4로 출시를 앞둔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현재 베타판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기존의 작품을 쪼개서 판매한다는 점일까요? 분할 편수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할 판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러모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대받는 작품이라는 뜻이기도 하겠죠.


◈ 바이오 하자드 RE2, RE3


지난해 1월, 캡콤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영문 시리즈명은 '레지던트 이블')의 명작인 '바이오 하자드2'를 리메이크한 '바이오 하자드RE2'를 출시했고, 이 작품은 메타크리틱 스코어에서 21년 전 출시된 본작을 오히려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본작만 해도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었는데, 더한 걸 만들어버렸죠.

게임 내적으로도 꽤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고정 3인칭이던 시점은 숄더뷰로 바뀌었고, 그래픽 사양이 올라간 만큼 과거엔 그냥 붉그죽죽했던 선혈과 고어 묘사가 바이오 하자드7 수준으로 농밀하게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그만큼, 공포 게임을 어려워하는 게이머들에겐 더 힘겨워지긴 했습니다만, 팬들은 그저 좋았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캡콤은 2편의 외전격이자 다음 넘버링 작품이던 '바이오 하자드3'의 리메이크 사실도 알렸습니다. 레온과 클레어에 이어 질 발렌타인도 현대적 감성으로 다시 만들어진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20년 전 상황에서 3편은 2편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모자란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보면 꽤 괜찮은 작품이라 할 수 있죠.

덕분에, 시리즈 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큰 감흥이 없지만, 시리즈의 오랜 팬이던 동료 기자는 바이오 하자드 여섯글자로 즉석 노래를 만들어 업무 시간 내내 읊어대더군요. 바이오 하자드 RE3는 오는 4월 3일,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보다 1주일 이른 시점에 양대 콘솔과 스팀을 통해 출시될 예정입니다.


◈ 하프 라이프 - 블랙 메사


앞선 두 타이틀이 일본 게임 황금기의 명작들이라면, 이번 작품은 북미 게임의 자존심이자 모든 현대 FPS의 선구자인 '하프 라이프'의 리메이크입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원작 개발사인 벨브가 직접 개발을 맡은 것이 아니라, 별도의 개발 팀인 '크로우바 콜렉티브'가 개발했다는 점이지요.

이는 주인공의 시그니처 무기에서 따온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프 라이프 시리즈의 진성 팬이 하프 라이프2의 엔진인 '소스 엔진'을 이용해 원작을 모드로 만들다가 정식 개발팀으로 인정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이름 또한 당시 모드 이름이던 '블랙 메사'를 그대로 가져왔죠. 그런 만큼 약간의 아마추어적인 감성도 남아 있고, 리메이크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울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 원작과의 비교(출처: 유튜브 채널 Nick930)

소스 엔진 자체도 이미 15년을 훌쩍 넘긴 엔진이다 보니 막 엄청난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원작에 비해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 원작의 수준 높은 레벨 디자인과 퀄리티를 그대로 살려내면서도, 몇몇 챕터의 경우 원작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주며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작 개발을 맡았던 '게이브 뉴웰'이 직접 아쉬웠다고 언급한 'XEN' 챕터의 경우 완전히 현대적인 감성으로 레벨을 새로 만들어놨죠.



▲ 외계 느낌 물씬 나는 XEN 챕터

하프 라이프 또한 20년 전 게임이긴 합니다만, 당시로서는 혁신에 가까웠던 레벨 디자인과 연출, 시나리오는 지금 플레이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예 현대적 감성으로 리메이크된 '블랙 메사'라면 더 낫겠죠. 한 가지 아쉬움은 음성 한글화는 물론, 한국어 자막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원작이 한국어 더빙으로 수없이 많은 밈(장비를 정지합니다 등)을 만들어냈음을 생각하면, 아쉽긴 합니다.


◈ 스타크래프트: 매스 리콜


앞선 세 종의 게임이 오픈 마켓을 통해 정식 출시되는 게임이기에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하다면, 이번 작품은 아마 알고 계신 분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게임보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게임이죠. '스타크래프트: 매스 리콜'은 정식 게임이 아닌 모드 프로젝트입니다. 스타크래프트1의 캠페인을 스타크래프트2 사양에 맞춰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죠.

"맵 에디터로 그런거 다 만들 수 있는데 별거 아닌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매스 리콜'의 경우 인게임 컷신부터 미션 브리핑 화면, 별도 모드까지 고려하면 유닛 모델링까지 1편에 가깝게 만들었죠. 심지어 레이너도 풍성하지 않고 빡빡이 시절의 모습으로 나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시 "유저 자체 제작으로 리메이크 하던건 어떻게 하냐?"라고 언급되던게 바로 이 매스 리콜이죠. 리마스터와 리메이크는 상당히 다르고, 스타크래프트 2 엔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실제 게임 감각도 매우 다릅니다.



▲ 옛 감성 그대로의 캐리어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스 리콜은 스타크래프트2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설치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 면에서 원작보다 꽤 어려워져 이 부분에 대한 구현은 완벽하다 할 수 없지만, 과거 너무 어린 나머지 스타크래프트1의 캠페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클리어했던 게이머들에게는 당시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정식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상기한 '블랙 메사' 또한 수년을 모드로 개발해오다 게임을 정식 출시한 사례입니다. '게임의 재탄생'에 초점을 맞추면, 이곳에 끼어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죠. 매스 리콜은 인터넷에서 몇 번의 검색만으로 손쉽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미 캐리건은 젤나가가 되어 저 멀리 날아갔지만, 현대적 감성으로 그녀의 흑역사 시절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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