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팀 유저들은 어떤 CPU로 게임을 즐겼을까?

기획기사 | 장인성 기자 | 댓글: 1개 |


▲ 20년 8월, 가장 사용률이 높은 사양들을 모아 만든 최고 인기 PC

뭔가를 살 일이 생겼을 때 자기가 잘 알거나 혹은 잘 안다고 착각하는 분야는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그냥 자기 마음에 드는 걸 사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혼자서 모든 분야를 잘 알 수는 없으니까 보통은 잘 아는 지인에게 묻거나 저 같은 친없찐은 검색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구매해야 할 제품의 가격이 비싸질수록 이런 고민이 길어지죠. 누구나 지갑은 소중합니다.

구매에 앞서 고민하는 이런 수많은 과정 자체가 의외의 즐거움이 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에 문의 남겨놓고 "그거 살 거면 차라리~"로 사다리를 타서 잠시나마 부자가 된 것 같은 꿈도 꿔볼 수 있고 일시불로 날려 빠르게 현자 타임을 맞이할지 아니면 할부로 몇 달을 더 후회할지 선택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수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고민이 길어질수록 지겹고 피곤합니다.

지인도 좋고 검색도 좋지만, 구매에 앞서 가장 쉽게 믿을 수 있는 정보는 결국 소비자들의 데이터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량만큼 정확한 지표가 없죠. 지르기 전에 제가 고민했던 수많은 정보와 제품들을 소비자들은 이미 몇 차례씩 겪고 지갑을 열었을 테니까요.

한국은 온라인 게임 중심이지만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만 즐기는 건 아닙니다. 밸브의 스팀(STEAM) 역시 이용자가 많습니다. 실제로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했거나 즐겼던 한국의 게이머들이 적어도 500만 명 이상이라고 하고, 전 세계 기준으로는 일일 동시 접속자만 1800만~2000만 명 정도 됩니다.

결국 스팀은 전 세계 모든 게이머들이 모이는 곳은 아니지만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스팀에서 공개한 데이터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한 정보가 됩니다. 특히 하드웨어 통계가 그렇습니다.



▲ 평일 13시인데 300만 명이 게임하고 있다고..?




■ 브랜드별 CPU 선호도 : 인텔 - 75% / 라이젠 - 25%






인텔 - 인텔코어




오랜 기간 쌓아올린 신뢰는 단기간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스팀 접속자들 사이에서 인텔의 강세는 약 75%로 여전합니다. 10세대가 사골 나노라고 놀림당하고 있어도 성능에 대한 신뢰는 여전합니다. 특히 10세대는 공정 변화 없이, 9세대의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해서 관계자들을 놀랍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점유율을 보고 약진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10세대 출시로 인한 도약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통계로 나올 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중순쯤은 되어야 10세대의 영향력이 통계에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 인텔 코어 CPU는 전체적으로 7~9세대 제품들이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AMD - 라이젠




소비자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점유율은 많이 상승했다고 하죠? 다만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점유율은 AMD 라이젠이 앞으로도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스팀의 게이머들이 라이젠을 선택한 비율은 약 25% 정도가 됩니다.

다만 이건 정말 놀라운 수치입니다. 잠깐 시계를 되돌려 지난 2018년 1월에 AMD 라이젠의 점유율이 얼마였을까요? 두 자리도 아닌 약 8%에 불과했습니다. 2년 반 만에 무려 3배가 성장한 점유율입니다. 구매층이 쉽게 바뀌지 않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점유율을 3배나 끌어올렸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죠.

특히나 스팀 통계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정보는 AMD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의 CPU 중 2위를 차지한 '3.7Ghz 이상의 CPU 클럭'입니다. 성능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구매가 발생하는 제품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도 AMD 라이젠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CPU 자체의 성능도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 라이젠 CPU는 3.7Ghz 이상의 제품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 CPU 코어 : 6코어와 8코어(4C8T)의 약진



▲ 코어 수에 따른 게이머들의 CPU



4코어(4C8T) : 최신 게임을 즐긴다면 멀티쓰레드로!

게임에서 요구하는 사양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게임 시장의 약 50%를 지배하던 쿼드코어(4코어) CPU 이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양이 낮은 게임에서는 쿼드코어도 충분히 현역이지만 PC 사양 진입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스팀 대작 게임들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4코어를 사용하는 게이머의 수가 급감하지 않는 이유, 다름 아닌 4코어 8쓰레드 CPU의 등장입니다.

AMD에서는 CPU 업그레이드를 부담스러워하는 게이머를 위해 신선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멀티 쓰레드 기술이 적용된 R3와 R5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말이죠. 인텔에서는 이번 10세대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습니다만, 작년 AMD의 평가가 좋았던 이유는 저가 라인업에서도 멀티 쓰레드 기술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4코어 8쓰레드 CPU는 물리적으로 쿼드코어지만, 멀티 쓰레드 기술을 통해 각 코어마다 가상의 코어를 하나씩 탑재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당연히 옥타코어(8코어)보다 성능이 좋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선택하기 좋은 게임용 CPU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통계에 제품명이 잡히지 않아 명확하진 않지만 쿼드코어 점유율 50%가량의 주인공은 이전 세대 제품인 인텔의 '인텔 코어 i3-9100F', AMD의 '라이젠 3 3200G'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4코어 8쓰레드에 해당되는 제품은 올해의 신제품 '라이젠 3 3300X' 일 수도 있겠네요. 더 오래된 제품을 다루기엔 내용이 너무 방대해지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추측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성비란 단어가 정말 잘 어울렸던 9100F



▲ 그래픽카드 없이 롤을 하는 영상으로 이슈몰이를 했던 라이젠 APU, 3200G



▲ 올해의 생태계 교란(?) 제품, 3300X. 형제들까지 압살해버리는 성능을 자랑한다





6코어 : 허리를 담당하는 메인스트림 CPU

통계 상 쿼드코어(4코어)의 1위 자리를 무서운 추격으로 쫓아가고 있는 헥사코어(6코어)는 IT업계에서 언제나 논란의 중심입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작년에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역시 '단일 6코어' vs '4코어 8쓰레드' 간의 라이벌 구도겠지요. 어쨌건 스팀 대작 게임에서 쿼드코어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성비의 타이틀은 헥사코어 CPU에게 오고 있습니다.

기계는 비쌀수록 좋습니다. 특히 고성능과 최고 성능 간의 점수 차이는 압도적이지 않지만 가격 차이는 어마 무시합니다. "차라리~"하다가 벤츠를 산다는 얘기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만 더 투자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존재합니다. i5와 R5 제품이 그 효율의 극대화 지점에 해당되는 CPU입니다.

이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통계가 증명합니다. 이 상승세는 아마 AMD의 '라이젠 5 3500X'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형제들(?)에게 위상을 양보했지만 출시 당시부터 올해 초까지 가성비를 대표하는 CPU였습니다. 그 뒤는 '인텔 i5-9400F'가 뒷받침하지 않았을까요.

현재 시점으로 중급용 게이밍 PC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제품은 인텔의 10세대 CPU, '인텔 코어 i5-10400'입니다. 내년 중반기 안으로 10400의 선전이 통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 3500X는 이 이미지가 더 익숙하다



▲ 9세대인 i5-9400F는 이리저리 많이 치였었다





8코어 : 이제는 플래그십 라인!

이 전의 옥타코어(8코어)가 하이엔드 게이머에 어울리는 CPU였다면 이제는 약간 내려왔습니다. 다만, 현존하는 최고의 CPU는 아닐지라도 게임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스팀 통계에서는 8코어 CPU의 이용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i5와 R5에서 기본적으로 8코어를 제공하며, 기존 제품에서는 상급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라인업의 CPU로 게임만 하기엔 너무 과하다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쾌적한 게임을 즐기기 위한 최고점, 일반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의 CPU가 이 제품들입니다.

옥타코어에 해당되는 제품은 게이밍의 원탑, 인텔의 '인텔 코어 i7-9700F'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원컴 방송을 하는 스팀 게임 크리에이터 같은 경우엔 AMD의 '라이젠 7 3700X'도 많이 선택했겠네요. 현재 기준으로 '인텔 코어 i7-10700'의 인기가 좋습니다. i5의 통계와 마찬가지로 10700의 도약이 내년 통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 최고의 오락기 CPU로 평가됐던 9700F. 그 명성은 10세대의 10700로 이어졌다



▲ 3700X는 만능형 CPU다. 큰 육각형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제품





■ 마치며



▲ 이번 달 공개된 30시리즈는 게이머들이 놀랄만큼의 성능을 자랑한다

제품 사양이 명확하게 표기되는 그래픽카드와 달리, 스팀의 CPU 통계는 게이머가 사용하는 CPU의 클럭으로 산출됩니다. 사실 앞서 말한 4코어 8쓰레드 이용이 제일 많은 CPU는 '인텔 i7-7700', '인텔 i7-8700'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이용률이 높다고 해당 제품을 구매하라고 할 수는 없으며, 게이머가 매년 CPU를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최신 제품으로 추측했습니다.

가장 의미 있는 내용은 역시 양 CPU 제조사의 경쟁구도, 그 안의 수치들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쿼드코어에서 헥사코어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내용도 있겠네요. 엔비디아에서 이번 달 공개한 30시리즈의 반응이 역대급인데 VGA 통계엔 어떻게 산출이 될지, CPU 통계엔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여러모로 내년 초쯤엔 더 재밌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텔 10세대가 출시된 이후, AMD에서도 새로운 제품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명확한 날짜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또 어떤 경쟁구도가 벌어질지 IT 팬으로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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