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선은 기본, 당신의 눈빛까지 읽는다" PSVR2 미리보기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14개 |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가 곧 출시될 차세대 콘솔의 사양에 맞춰 새로운 VR HMD를 준비 중이라는 예측이 지난 몇 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SIE가 준비 중인 차세대 VR 기기의 정확한 명칭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이번 기사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의 정식 후속기기라는 의미를 담아 'PSVR2'로 명명하겠다.

SIE의 R&D 담당 수석 부사장인 도미닉 맬린슨(Dominic Mallinson)은 지난 2019년 5월, 한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PSVR2에 적용될 기능들을 소개한 바 있다. 그의 소개에 의하면, PSVR2는 전작인 PSVR과 비교했을 때 시야각은 120도로 더 넓어지고, 2배 이상의 해상도와 HDR을 지원하며, 무선 기능이 적용된 고성능 기기가 될 예정이다.

그는 PSVR이 가지고 있던 '다른 하이엔드 VR HMD 대비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PSVR2가 입문자용 저가 모델과 전문가용 고가 모델로 나뉘어 출시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입문자용 모델의 경우 기기 성능은 대부분 유지한 채 무선 기능만 제외한 형태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도미닉 맬린슨 부사장이 언급한 몇 가지 실마리들 이외에도 지난 1년간 PSVR2를 예고하는 상당히 많은 단서들이 공개되어 왔다. 최근 소니 측에서 공지한 '차세대 VR HMD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 부문 정규직 채용 공고' 역시 PSVR2의 출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단서 중 하나다.

스탠드얼론 VR인 '오큘러스 퀘스트' 등의 신형 VR HMD의 등장으로 인해 PSVR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지금, SIE에서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VR 기기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 앞서 공개된 단서들을 되돌아보았다.


케이블 없이 간편하게, 무선 연결 기능




먼저 PSVR2는 무선 연결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편한 착용감은 아직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VR HMD의 고질적인 숙제이며, 그중에서도 VR 기기와 PC(혹은 콘솔) 사이를 연결하는 기다란 케이블은 쾌적한 VR 경험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꼽혀왔다.

기존의 PSVR 역시 케이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무브봉과 듀얼쇼크는 무선 기능을 제공했지만, HMD 본체는 여전히 별도의 유닛에 연결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과격한 움직임이 없는 좌식형 콘텐츠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기업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 없이 사용하는 스탠드얼론 VR에 도전했고, 어느샌가 기기를 쓰는 것만으로 VR 체험을 할 수 있는 '무선 연결'은 차세대 VR HMD가 갖춰야 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이는 PSVR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분명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었고, SIE 역시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여 VR HMD의 무선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SIE가 공개한 특허 내용에는 VR용 유닛과 HMD가 60GHz의 주파수로 무선 연결된 모습이 담겼다.


전용 컨트롤러 등장? 장갑형부터 손가락 움직임 추적까지




기존의 PSVR 조작에는 과거의 산물인 PS 무브와 PS4 컨트롤러인 듀얼쇼크가 활용됐다. VR 경험을 위해 새로운 컨트롤러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초심자들이 느낄 수 있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크게 이바지했으나, VR 전용 컨트롤러를 갖춘 여타 하이엔드 VR HMD들에 비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무브 봉을 이미 보유하고 있던 유저가 아니라면 이것을 새로 구매해야만 했으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완전히 우세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안마기처럼 생긴 이것이 'PS 무브'

PSVR2에서는 더 사실적인 VR 경험을 위한 전용 VR 컨트롤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예상 후보는 장갑형 VR 컨트롤러다.

SIE는 PSVR 공개 이전부터 장갑형 컨트롤러에 대한 특허를 취득해둔 상태였다. 장갑 형태의 컨트롤러는 복잡한 버튼 조작을 손의 움직임이 대체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입력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여기에 관절의 굽혀진 상태를 감지하는 굽힘 센서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표현한 제스처를 가상현실 속에 그대로 반영할 수도 있다. VR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되지 않은 PS 무브보다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컨트롤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예상 후보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이 적용된 신형 컨트롤러다. 이 컨트롤러에는 여타 VR 컨트롤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버튼들 외에도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긴 센서가 포함됐다. 내구성부터 보관, 세척 등 여러 방면에서 관리가 어려워 보이는 장갑형 컨트롤러보다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형태의 컨트롤러가 신형 VR 헤드셋에 정식으로 적용될 것인지 아무런 정보도 밝혀지지 않았으나, 'VR 경험을 위한 선택지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PSVR 때도 그랬듯 PS5의 신형 컨트롤러인 듀얼센스를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무브 봉 역시 제한적으로 다시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어지럼증 대책으로 부담 없이 사용하는 VR 헤드셋




VR로 제아무리 멋진 경험이 가능하게 될지라도 VR 멀미와 같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겐 말짱 도루묵인 법이다. 체질상 3D FPS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금방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러한 이들을 위해 PSVR2에는 멀미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SIE는 여러 생체 인식 센서들을 VR 헤드셋에 적용하여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게 되는 순간을 금방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허를 공개한 바 있다. 온도계와 습도계, 그리고 헤드셋에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사용자의 '부정적'인 생체 반응을 금방 감지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끔 안내해주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멀미가 나지 않게 하는 법'이 아닌 '멀미를 겪는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해하기 쉽게 술로 예를 들어보자. SIE는 술을 마시면서 취하지 않는 방법 대신, 사용자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빠르게 분석해주고, 숙취 때문에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멀미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IPD, 즉 동공 사이 거리 조절 기능과 시선추적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VR 헤드셋에 시선추적 기능이 갖춰지면, 시선이 향하는 부분의 렌더링 디테일을 올리고, 그렇지 않은 부분의 해상도를 낮추는 '포비티드 렌더링'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최적화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VR 콘텐츠 체험 중에 쉽게 느낄 수 있는 멀미를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VR 컨트롤러 조작은 낡았다? 눈과 몸 전체를 사용하는 새로운 추적 기능




멀미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서 언급했던 시선추적(Eye Tracking) 기능 역시 PSVR2에 도입될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다. 시선추적은 지속적인 응시, 깜박임 등 사용자의 특정 안구 운동을 추적, 분석하는 UI 기술로, 사용자는 이 기능을 활용하여 자신의 눈을 직관적인 컨트롤러처럼 사용할 수 있다. SIE는 지난 2019년 4월에 해당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시선추적 기능은 '바이브 프로 아이'처럼, PSVR 이후에 발매된 여러 하이엔드 VR HMD에 꾸준히 적용되어 왔다. 시선추적 기능이 적용된 VR HMD로 FPS 게임을 플레이하면, 사용자는 목표물을 보는 것만으로 정밀한 겨냥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앞서 소개한 '포비티드 렌더링(Foveated Rendering)' 기능을 통해 초점을 맞춘 객체 혹은 영역을 중심으로 그래픽 파워를 분배하여 더 선명한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된다.



▲ 멀미와 최적화, 해상도까지 잡을 수 있는 포비티드 렌더링 기능

또한, 시선추적 기능을 위해 PSVR2에는 자체적으로 2대 이상의 외부 카메라가 내장될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의 PSVR은 별도의 카메라 장치를 이용자 정면에 배치해야만 하는데, 설치 과정 자체가 번거로운 것은 물론, 카메라가 바라보는 중심 범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추적이 잘되지 않는 불편함도 있다.

SIE는 VR 헤드셋의 정면과 후면, 그리고 컨트롤러에도 외부 카메라를 장착하여 보다 원활한 추적을 가능케 하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PSVR2에 해당 기능이 적용되면 VR 경험을 위해 필요한 사전 준비가 크게 간소화되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움직임 추적도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SIE는 지난 5월, 사용자의 전신 움직임을 추적하는 새로운 방식의 특허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특허에는 PS 무브처럼 보이는 일반적인 VR 컨트롤러 이외에도 머리와 양쪽 발에 착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무선 컨트롤러 이미지가 포함됐다. 착용해야 하는 부품이 많아지기에 정식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이나, 이러한 소식들이 모여 향후 공개될 PSVR2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PSVR2는 VR 시장에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까?




PSVR2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던 SIE 도미닉 맬린슨 부사장은 "전세계의 PS4 유저들을 PSVR 이용자로 전환하고 싶다"라는 원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가 해당 발언을 했을 당시 PS4 판매량이 9,600만 대 정도였는데, 현재는 1억 만대를 훌쩍 넘긴 상태이니,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원대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혁신은 '비트세이버'나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같은 또 다른 킬링 타이틀이 될 수도 있고, PS5 이후에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세대 VR 기기 'PSVR2'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년간 PSVR2를 암시하는 여러 가지 단서들이 계속 있었지만, 그 공개 시점은 상당히 불확실환 상황이다. PS5의 PSVR 대응이 확실해졌기에,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놀라운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PS5 사양에 맞춰 새로운 VR 기기를 다시 구매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중한 유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신규 VR 유저를 계속 늘려가려면, 앞서 공개한 여러 기능들에 플러스 알파가 되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5년 내에 공개될 PSVR2가 전세계 1억 명 이상의 유저들이 VR 게임을 함께 즐기는 꿈 같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도 새롭게 공개될 정보들을 계속 주목해보자.



▲ PS5의 디자인에 맞춘 PSVR2 가상의 컨셉 이미지도 공개됐다. (이미지 출처: VR4Player)

▲ 당신이 꿈꾸는 PSVR2는 어떤 모습인가? (영상 출처: VR4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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