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컬쳐] 회광반조,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기획기사 | 전세윤 기자 | 댓글: 40개 |

▲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2차 예고편
(출처: 네이버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채널)

“어머니, 제가 잘한걸까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한 건가요?”

이 말을 듣고 어른이 된 나이에 고작 만화에서, 그것도 오락 영화에서 그랬다는 부분이 매우 부끄럽지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 약점을 제대로 파고 들었던 대답이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요즘 힘든 것일까.

나는 이전에 잠깐 엇나간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엇나간 형태여도 나를 밀어주었다. 그런 어머니한테 감사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뒤늦게 깨닫고 망설일 시간도 없이 달려온 인생. 아직 긴 여정이 남아있지만 가끔씩은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한다. 아직 나는 한참 덜떨어진 바보 소년 그대로인 것 같은데 말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페이지)

그런 올바르게 살아가지 못한, 어떻게 보면 나이만 먹어버린 한심한 어른에게 있어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이하, 무한열차편)의 인물들은 너무 반짝여 현실에 있지 않을 법했다.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는 물론 본작의 다른 주인공을 맡고 있는 ‘렌고쿠 쿄쥬로’ 또한 선한 심성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혈귀를 멸한다. 사실 이런 부분은 만화인 만큼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굳이 현실을 여기서도 보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물론 ‘귀멸의 칼날’ 그 자체의 관통 포인트는 바로 ‘가족애’다.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런 가족들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사실 가족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누구한테나 통하기 마련이다. 연인과의 사랑이나 전쟁의 참혹함은 경험에 따라 실제로 와닿는데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을테니 말이다.

마치 치트키나 다름없는 소재지만 귀멸의 칼날 본작은 물론, 무한열차편도 이를 함축해서 잘 담아내었다. 꿈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죽은 가족과 만나는 탄지로나 의욕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잠시 뒤로 하고 동생에게 힘을 불어넣는 렌고쿠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며, 비정한 현실이어도 눈을 떠야 한다는 주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페이지)

전투씬과 작화는 딱 ‘유포테이블’이라는 느낌이었다. 3D와 2D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카메라 워크와 촬영기법을 이용해 어느 정도 약점을 숨긴 방식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작화의 질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었고, 전투씬 또한 이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결이 높아진 느낌이었다. 물론 TVA와 흡사한 느낌의 연속으로 매우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아베 노조무, 마츠시마 아키라 등의 스태프들이 귀멸의 칼날 TVA에서 이어져 왔으며, 훌륭한 작화를 보여주었던 애니메이터들 또한 다수 참여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정평이 나있는 카지우라 유키, 게임에서 정평이 나있는 시이나 고가 참여한 음악의 퀄리티도 좋았다. 특히 ‘시이나 고’의 곡을 게임 내에서도 들어봤던 만큼, 이미 인상에 깊게 남아있는 편이었다.




영화 자체로 판단하자면 딱 'TVA의 후속편'이며, TVA나 원작을 읽지 못한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힘들 법한 스토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연출이 화려하고 TVA에서도 얼마 등장하지 않은 렌고쿠 쿄쥬로의 이야기만 집중해서 보면 극장판을 먼저 봐도 나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래도 작중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애초에 극장판 자체가 귀멸의 칼날을 본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으니 말이다.

분명 우리나라의 시선으로 보기엔 귀멸의 칼날의 시대배경과 일부 소재는 어느 정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을 가리고 본래 작가가 전달하려고 한 의미와 순간을 관객에게 느껴지게 한 영화의 힘, 미디어의 힘을 크게 느끼게 된 부분이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페이지)

물론 영화 산업 전체로 보자면 한국 영화가 더욱 사실적이고 놀라운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살인의 추억’이나 ‘곡성’ 같이 말이다. 단순히 전개와 완성도로만 따져도 무한열차편은 국내나 일본, 해외의 예술적인 영화를 따라오기 어렵다. 오랫동안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회자되는 ‘시계태엽 오렌지’나 ‘현기증’ 같은 영화와 무한열차편을 어떻게 한 선에 넣고 비교할 수 있겠는가. 결이 다르다. 무한열차편은 어쨌건 오락 영화기 때문이다.

다른 상업용 영화는 물론, 같은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한없이 약점이 많은 영화지만,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영화 1위, 한국에서도 1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그 힘만큼은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현재도 일본에서는 ‘귀멸’ 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에서도 나름대로의 인지도를 얻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과연 게임으로 출시되는 ‘귀멸의 칼날: 히노카미 혈풍담’이 어디까지 흥행할 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분명 계속 기억에 남는 훌륭한 영화와 다르게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재미있게 봤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정도로 남아 잊혀질 수도 있겠지만, 짧은 순간에 느낀 감동까지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들의 혈투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한 순간 나의 마음의 약점을, 트라우마를 파고든 그 순간만큼은 잊혀지지 않을테니깐.





▲ 히노카미 혈풍담은 과연 제 2의 나루티밋 스톰이 될지 주목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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