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펍지가 시도하는 이색적인 e스포츠 마케팅이란

기획기사 | 이형민 기자 |



기자의 저녁은 '수류탄'이었다.

평화로운 주말, "배 깔고 종일 영화나 볼까"라는 주중에 세운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급작스레 취재가 생겨 서울 성수동에 방문하게 됐다. 장장 2시간에 걸쳐 도착한 성수에서 끼니도 해결하지 못한 채 주린 배를 잡고 찾은 식당. 근데 이곳, 분위기나 메뉴가 특이하다. 인싸플레이스는 뭐가 달라도 너무 다르네.

다름 아닌 성수동 테이스트앤테이스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크래프톤의 PNC 2023 팝업 스토어다. 크래프톤 PNC 2023(펍지 네이션스 컵 2023) 개최를 기념하여 콜라보레이션을 맺은 것.

음식 이름이 참으로 익숙했다. 무쇄팬 이겼닭 스테이크, 아란치니 수류탄, 달콤한 보급상자.. 배틀그라운드 유저라면 이미 눈치채고도 남았을 거다. 콜라보 메뉴 외에 일반 선택지도 있었지만 기자의 결정은 조금 달랐다. 오늘 저녁은 수류탄이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손님들(대부분 커플..)이 식당으로 하나 둘 들어섰다. 펍지 IP에 익숙한 유저들이 크게 관심을 보였으며, 아예 게임을 접해본 경험이 없던 손님도 특별 메뉴에 호기심을 보이며 주문하는듯 했다. 특히 남성 고객의 관심도가 높았고 저마다 배틀그라운드 경력 무용담을 늘어놓는 등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펍지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였다.



▲ 성수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 저녁 식사 준비에 분주한 매장






▲ "아....아란치니 수류탄이랑 달콤한 보급상자 주세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매장 곳곳에는 배틀그라운드 아이템들이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아이콘 3레벨 헬멧, 일명 '삼뚝'은 물론이고 AWP 저격소총, HK416 돌격소총, 보급상자 등 인게임 아이템으로 수놓았다. 매장을 방문한 게이머들은 신기해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영상으로 담는 등 호응을 나타냈다.

매장 한 켠에는 PNC 2023을 기념한 여러 굿즈를 판매 중이었다. PNC 2023 반팔 티셔츠, 기념 컵, 응원 타올, 게이밍 장패드 등 다양한 굿즈가 마련됐다. 또한, 특별 포토존이 마련되어 음식이 나오기 전, 또는 매장을 떠나기 직전에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손님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 태극 삼뚝 어딨어



▲ 식사도 가능하고 주류 구매도 가능한 레스토랑&그로서리 샵이다.



▲ 매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흔적



▲ PNC 2023 굿즈



▲ 매장 내 위치한 포토존



▲ 배그의 인기가 실로 실감나는 수많은 인증 사진들

매장을 한참 둘러보다 앞서 주문한 수박 화채 에이드가 나왔다. 직원이 서비스라며 라거 맥주 한 캔도 건네줬는데, PNC 2023 대회와 관련된 내용이 프린팅되어 있었다. 대회 기간 동안 진행하는 이벤트라고 여겨진다.

이 식당의 진풍경은 저녁부터 시작됐다. 매장 직원이 빔프로젝터 스크린을 설치하더니 이내 PNC 2023 유튜브 생중계를 키고 손님들이 관람을 할 수 있었다. PNC 2023은 서울 상암 콜로세움 (전 OGN 스타디움)에서 9월 15일(금)부터 17일(일)까지 3일 간 18 매치가 진행되는 배틀그라운드 대회다. PNC 2023은 전 세계 16개국 대표 팀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e스포츠 국가대항전이다.

작년에 PNC 2022에 이은 PNC 2023의 인기는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지난해 6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PNC 2022는 오프라인 참관객이 2만 6천여 명에 달했으며, 12개 언어로 전 세계에 생중계돼 539만 명의 일간 최고 고유 시청자 수를 기록할 정도로 e스포츠 팬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 수박 에이드와 서비스 맥주가 먼저 제공됐다.






▲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저녁 식사와 함께

이후 아란치니 수류탄이 나왔다. 생김새는 세열 수류탄보다는 교란 수류탄에 가까웠는데, 그래도 수류탄 안전핀까지 구색을 갖춰놓은 걸 보니 사진부터 찍게 되더라. 아란치니 수류탄을 반으로 가르자, 속에 가득한 모짜렐라 치즈와 보리 리조또 향이 퍼져 나와 코를 강타하며 식욕을 돋궜다.

수류탄의 맛은 상당히 좋았다. 바삭거리는 먹물 빵가루와 쫄깃한 치즈는 물론이고 주변에 플레이팅 된 붉은 라구 소스와 레드 프릴을 함께 섞어 먹으니 풍미가 더해졌다. 내용물 양이 꽤 많은 덕분에, 허기진 배에 어느 정도 포만감을 채울 수 있었다.

식사 도중 중계 화면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경기 중간에 터져 나오는 함성 소리와 흥분한 중계진의 목소리가 더해져 맛난 음식에 보는 맛까지 챙겼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 또한 대회 명장면이 발생할 때마다 대화를 멈추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국 팀을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기자의 맞은편에 파트너가 존재하지 않아 더욱 경기 관람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절대 아니다.



▲ 오호 수류탄 안전핀까지 구현했다니




수류탄을 다 먹고 나자 마지막으로 디저트 '달콤한 보급상자'가 서빙됐다. 외형은 육면체이며 상자 옆면은 빨간색, 뚜껑은 파란색으로 인게임 보급상자와 비슷하게 생겨 실소를 자아냈다. PNC 2023이라고 적힌 뚜껑을 열자 각종 스낵이 첨가된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상자 내부에는 프레첼, 초코 쿠키와 아이스크림 하단에 샌드 쿠키가 들어 있어 여러 가지의 달콤한 맛을 봤다. 상자 옆면 또한 빨간색 쿠키로 이루어져 이 부분도 먹을 수 있었다.






▲ 보급 따는 건 못 참지



▲ 어라 이것도 쿠키네



▲ 저녁 먹으랴 사진 찍으랴 하다 보니 승자가 나왔다.






▲ 서울 성수 테이스트앤테이스트 PNC 2023 팝업 스토어

PNC 20232 팝업 스토어는 PNC 2023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펍지의 오프라인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러한 콜라보는 펍지 IP를 활용해 e스포츠 게임 팬들과 오프라인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게임 자체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좋은 수단이 된다.

성수동 오프라인 콜라보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성수 메가박스 내 메타그라운드에서 '배틀그라운드 IN 성수'를 진행한 바가 있다. 미디어 아트존, 플레이존, 포토존으로 구성된 현장은 많은 관람객들을 불렀으며, 스탬프 미션 등으로 경품을 제공했다. 서울 성수의 유동 인구 대부분이 MZ 세대로 형성되어 있어 펍지 IP를 더욱 친숙하게 느낄 것이라는 전략으로 읽힌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엔 서울 마포서 열린 서울 물총축제 2023에 함께했다. 배틀그라운드 체력 바 테마를 적용한 '워터그라운드'를 진행했다. 배틀그라운드 특유의 건플레이를 물총 싸움으로 녹여내 불볕더위를 시원하게 날리기도 했다.

펍지의 협업은 단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친 여러 영역에서도 활동을 종횡무진 이어가고 있다. 21년에는 배우 마동석, 축구 선수 손흥민과, 22년은 아이돌 블랙핑크와, 올해는 영국 스포츠카 전문 업체 애스턴 마틴, 만화 드래곤볼과 손잡고 대대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단순 게임을 넘어서, 자사 게임 이용층인 젊은 세대들의 최대 관심사를 관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며 유대감을 만드려는 펍지만의 몸짓이 아닐까.



▲ 어쨌든 나는 일을 하고 있다. 맥주는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e스포츠 팬으로서, 이번 콜라보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맛깔나는 저녁, 그리고 시원한 맥주 그리고 PNC 경기가 어우러진 오늘 저녁은 경기장 직관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UEFA 리그를 보기 위해 축구 팬들이 펍(Pub)에 모여 간단한 식사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경기를 시청하는 영국의 전통적인 펍 문화와 흡사하지 않은가.

영국인들에게 펍이란 '네 집도, 내 집도 아닌' 제 3의 공간(Third Place)라고 불린다. 펍을 들르지 않고는 영국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 특히 UEFA 축구 리그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인기 절정을 달린다. 응원하는 팀이 득점을 하거나, 골키퍼의 선방이 보이면 환호한다. 영국 스포츠 팬들에게 펍이란 맛집이자, 휴식처, 응원장소나 다름 없으니까.

산업을 불문하고 다양한 장르에서 협업을 잇는 크래프톤. 펍지라는 대형 IP를 적극 활용한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접목하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게임의 확장 가능성을 마련한다는 포부를 응원하며, 다음 콜라보레이션 또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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