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래의 게이머는 어떻게 게임 할까?

기획기사 | 정수형 기자 | 댓글: 7개 |



실사와 거의 흡사한 그래픽이 등장하고 PC와 성능이 비슷한 휴대용 게임기가 등장하는 요즘 상황을 보면 새삼 기술의 발전이 엄청나게 빠르게 느껴진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10년 전 게임기가 무엇일까?"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 '패미컴', '게임보이' 등 고전 게임기를 떠올렸지만, 정답은 '플레이스테이션 3'였다. 더 정확하게 따지면 최초 출시일이 2006년이니 10년 전이 아니라 16년 전 게임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

최첨단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게임 또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10년 사이에 고퀄리티의 그래픽에 관한 기준이 달라진 것만 봐도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2032년, 2042년에는 어떤 게임을 어떤 환경에서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현재 영화나 만화 속에 등장하는 기술이 단순한 망상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미래에는 그런 기술조차 너무나 당연하게 쓰이고 있을 것인가.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기술 세상에 사는 지금, 현재의 최신 기술과 먼 미래의 기술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한번 상상해볼까 한다. 단순한 망상에 불과하지만 이미 예전부터 꿈꿔왔던 기술이며, 기술의 초석이 될 발판도 마련되기는 지금, 과연 미래의 게이머는 어떻게 게임을 하고 있을까?


성능의 제약에서 벗어난 '클라우드 게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고사양 게임도 OK

2019년에 혜성처럼 떠올랐던 클라우드 게임을 기억하는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용자의 컴퓨터 사양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내장형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구형 노트북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해서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면을 선보여 떠오르는 차세대 게임 서비스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구글 스태디아,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MS의 엑스클라우드 등 굴지의 대기업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회사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플랫폼의 혁신이라 불렸던 것과 달리 현재 뚜렷한 입지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걸림돌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인 거리에 비례해서 동신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서버와 사용자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게임 중 지연이 발생하게 되니 반응 속도가 중요한 게임이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생긴다.




하지만 만약 미래에 데이터 전송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주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클라우드 게임의 이점만 생각한다면 충분히 플랫폼의 혁신이라 불릴 만하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고사양의 게임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사양의 게임을 하기 위해 굳이 비싼 컴퓨터를 살 필요도 없고 스마트폰으로도 고사양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지연 시간으로 인한 불편함이 사라진 시대라면 오직 클라우드 게임을 하기 위한 장비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고성능의 CPU나 GPU 등 비싸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부품은 제외하고 데이터 전송을 최적화하기 위한 부품과 고성능의 디스플레이, 컨트롤러를 탑재하고 휴대성을 강조하는 제품으로 바뀌지 않을까.

또한, 클라우드 게임이 업계의 기준이 된다면 그에 맞춘 새로운 구독 서비스는 물론이고 전용 게임도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살려 증강현실 게임이 고도로 발전하는 것이다. 실사 그래픽에 가까운 '포켓몬GO'라던지 증강현실로 길거리에서 즐기는 '콜 오브 듀티', '바이오하자드' 등이 출시될지도 모른다.



▲ 고사양 증강현실 게임이 등장한다면?

대다수의 게이머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게임을 개발할 때 권장 사양의 기준도 바뀔 수 있다. 현재는 대중화를 위해 게임 사양을 최신 그래픽 카드를 기준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한참 예전에 출시된 그래픽 카드를 권장 사양으로 맞추곤 한다. 만약, 모든 유저가 시스템 사양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굳이 권장 사양 그래픽을 낮출 필요가 없어지므로 전체적인 게임의 그래픽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적화의 기준도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클라우드 게임이 안정되기까진 생각보다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바일 기준으로 현재 5G 기술의 보급화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이므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막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연 시간이 많이 개선된 상태다. 아직 앞서 언급했던 거리 비례 통신 지연도 함께 늘어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서버를 분산해서 설치하거나 혹은 혁신적인 전송 방식이 등장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기술적인 안정도 필요하지만,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어필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의 최고 장점인 간편한 접근성과 구독 서비스로서 다양한 게임을 부담 없이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킬링 타이틀을 늘려간다면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초경량, 멀미 없는 진짜 'VR'
눈 앞에서 펼쳐지는 진짜 가상현실 게임

VR 게임은 분명 매력 넘치는 게임 장르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VR 게임은 분명 만족스럽지 못했다. 밸브에서 선보였던 '하프라이프: 알릭스'처럼 VR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시켜준 게임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대중이 VR 게임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VR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별도의 VR 기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이 꽤 비싼데다 아직도 무겁고 착용 시 답답함을 유발한다. VR 특유의 어지럼증도 무시할 수 없다. 짧게 끝내는 게임이 아닌 이상 이러한 답답함을 무릅쓰고 즐겨야 하니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쉽지 않다. 전신 트래커를 사용하려면 비교적 넓은 공간을 차지하므로 장소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또한, VR 기기를 구매했다고 해도 막상 할 게 많지 않다는 점도 크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제외한다면 딱히 비싼 돈을 주고 VR 기기를 구매할 까닭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에도 다양한 VR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플랫폼을 이끌고 갈 정도의 확실한 타이틀이 꾸준하게 등장하지 않는 한 VR의 흥행은 먼 이야기가 될 것이다.

▲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기하고 또 재미있어 보이는 '하프라이프: 알릭스'

하지만, VR 게임의 장점은 뚜렷하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동작으로 게임을 했을 때 얼마나 큰 재미를 줄 수 있는지는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의자로 날아오는 괴물을 막고 잡아서 던지고 엎드리는 행동을 실제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고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렇듯 VR 게임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VR 게임이 대중화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먼저, VR 기기의 경량화 그리고 휴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팔만 올려두고 사용하는 키보드, 마우스와 달리 신체에 직접 착용한 상태에서 쓰는 제품이니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이 부분은 최신 VR 기기로 갈수록 이전 모델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는 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VR 멀미 역시 완벽하진 않지만,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VR 멀미를 느끼는 대부분 원인은 감각 충돌인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에서 현실과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하거나 혹은 눈에 보이는 모습에 최적화를 맞추기도 한다. 지난 20년 11월, 국내에서 세계 최초 VR 멀미 분석 기술 개발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관련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보인다.



▲ 겉으로만 보면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긴 하다 (이미지 출처 - Omni One VR Treadmill)

풀 트래커를 사용하려고 할 때 장소를 마련하기 마땅치 않은 사람을 위한 장비도 존재한다. 마치 러닝머신을 뛰듯 신체를 고정하고 바닥을 움직이게 하는 트레드밀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최신 제품은 전후좌우 이동은 물론이고 점프와 숙여서 이동하는 것까지 구현할 수 있다. 아직 상용화되기엔 가격도 비싼 편이고 또 구현 가능한 게임에 제한이 생기는 등의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카메라로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 외에 또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 오큘러스의 창업자인 팔머 럭키는 지난 '소드 아트 온라인 -엑스 크로니클- 온라인 에디션' 행사에 특별 게스트로 초빙돼 "소드 아트 온라인의 풀다이브 기술은 앞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중에 등장하는 VR 기기는 뇌에 기계를 직접 연결해서 조작하는 방식(이하 BCI)으로 실제 현실에서도 이러한 기술이 연구 중이다. 다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므로 영화나 만화처럼 되기까지 많은 관문을 넘어야 한다. 팔머 럭키가 언급한 방법은 광학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시각 데이터를 사용자의 눈에 직접 보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지금처럼 디스플레이를 눈으로 보는 방식의 VR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의 VR 기기가 등장할 수 있으며, 어쩌면 VR 멀미 등에서도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 밸브가 OpenBCI와 협력해 개발 중인 갈레아 헤드셋

이 밖에도 지난 2020년에 밸브 코퍼레이션의 게이브 뉴웰 CEO가 BCI에 대해서 언급하며, 밸브가 어떻게 BCI를 게임 분야에 활용할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밸브는 오픈 소스 BCI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며, 누구나 헤드셋을 통해 뇌 신호 해독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짜고 있다고 전했다.

BCI 분야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된다면 지금까지도 자주 사용되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사라지고 뇌파만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해당 기술은 이미 작년 12월 23일에 BCI 개발사인 싱크론의 토마스 옥슬리 CEO가 키보드 없이 BCI만으로 트위터에 글을 적는 데 성공하면서 더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 VR이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상용화된 제품만 따지면 2015년을 시작으로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신생 사업이다. 초창기에 출시된 VR 제품과 최신 제품을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벽돌처럼 보이던 최초의 휴대폰이 30년 만에 현재의 스마트폰이 된 것처럼, 앞으로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한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도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래픽'
진짜같은 그래픽으로 시각 정보를 흔들다


TGA 2021에서 공개된 '매트릭스 어웨이큰'은 차세대 언리얼 엔진5로 제작된 테크 데모로서 거의 현실과 흡사한 퀄리티의 그래픽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해당 테크 데모는 차세대 콘솔 기기에서 다운받아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최적화에선 다소 부족한 부분을 보였지만 압도적인 그래픽 퍼포먼스와 물리 엔진을 보여주면서 정말 현실 같은 그래픽의 게임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앞서 언급했던 가상 현실은 구현하는 기기의 기술적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해당 기기로 플레이하게 될 게임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가상의 세계가 진짜 현실처럼 느껴지려면 해당 세계를 현실과 100% 똑같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인간은 감각 기관을 통해 획득하는 80%의 정보가 시각적 정보일 정도로 오감 중 시각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만약, 눈을 속일 수 있다면, 가상 세계를 진짜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늘날의 그래픽 기술은 이미 실제와 그래픽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단순히 게임 속의 그래픽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에 사용되는 CG 기술도 엄밀히 따지면 그래픽 기술이라 봐야 한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사용되는 CG 기술은 배우 없이 통째로 CG 처리를 해서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눈에 보이는 이 장면이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장면인 것을 알고 있어도 진짜처럼 보일 정도의 경지다.



▲ CG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진짜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지 출처 - @movies.effects)

다만, 앞서 언급한 CG 기술을 게임 속에 넣기엔 넘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다. 영화는 만들어진 영상을 재생하는 영상 매체에 속한다. 즉, CG 작업에는 엄청난 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지만, 일단 완성만 된다면 이후에는 재생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고도의 연산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게임은 영화와 다르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만지고, NPC와 대화하면서 전투까지 치르는 등 게임 세계와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영화처럼 단지 완성된 영상을 틀고 끝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그래픽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그래픽의 품질이 높아질수록 고도의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칼을 휘두르는 동작에도 복잡한 연산이 필요하며, 폴리곤의 수가 많을수록 동작은 부드러워지지만 반대로 연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만약, 영화에서나 사용하는 CG로 게임을 만든다면 최고 수준의 슈퍼 컴퓨터처럼 엄청난 성능을 갖춘 컴퓨터가 필요할 것이다. 오직 게임을 하기 위해서 집마다 슈퍼 컴퓨터를 둔다는 것은 사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이기 때문에 게임에 사용되는 그래픽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의 성능을 압도적으로 끌어 올리거나 그래픽 연산 방식 자체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 양자 컴퓨터는 일반적인 컴퓨터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차세대 컴퓨터로 떠오르는 양자 컴퓨터가 어쩌면 해답이 될 수 있다.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컴퓨터는 0과 1로 이뤄진 최소 단위 신호인 '비트'를 사용하며, 한 번에 하나의 '비트'만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된 상태의 '퀀텀 비트'를 기본 단위로 쓰며, 0과 1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론상 수억 개의 신호가 들어올 때 한 번에 하나의 일만 처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컴퓨터와 달리 양자 컴퓨터는 수억 개의 신호를 동시에 받아 처리할 수 있다.

아직은 양자 단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해 완벽한 성능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없지만, 양자를 제어할 수만 있다면 한정된 상황에서만 쓰이는 슈퍼 컴퓨터가 아니라 일반 가정용으로도 양자 컴퓨터가 보급될 수 있다. 만약, 양자 컴퓨터가 보급 된 세상이라면 영화에서 쓰이는 CG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불가능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아직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맞다. 슈퍼 컴퓨터에 버금가는 양자 컴퓨터가 보급화 될 정도의 세상이라면 현재의 기술을 아득히 뛰어넘었을 텐데 가상 현실이 아니라 가상 할아버지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저 이러한 기술이 개발 중이다는 것만 알아두도록 하자.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그래픽은 앞서 보여줬던 언리얼 엔진5의 차세대 그래픽이다. 이미 현실에서 공개된 기술이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해당 그래픽이 적용된 게임을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공지능'
누가 사람이고 누가 NPC인가



▲ 게임 속 NPC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안다면?

게임을 하다 보면 간혹 NPC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어떨까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자유로운 오픈 월드 게임이나 자유도가 높은 게임에서 이러한 생각을 품게 되는데 간혹 사람보다 더 악랄하거나 기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NPC가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게임을 소재로 한 다양한 미디어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는 게임 속 NPC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웨스트 월드', '프리가이' 등이 있다. 작품 속 NPC들은 모두 자아를 깨닫고 주어진 프로그래밍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NPC는 Non 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쉽게 말해 게임 속에서만 살아가는 주민을 칭하는 단어다. 오직 플레이어 캐릭터만 등장하는 이례적인 게임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게임 속에는 반드시 NPC가 존재하며, 플레이어가 게임에 적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 NPC는 주어진 명령만을 따를 뿐, 영화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진 못한다. 가령,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NPC는 명령받은 프로그래밍에 따라 할당된 아이템만 판매하며, 플레이어가 대화를 걸어도 주어진 대사 외에 다른 말을 하진 않는다.

실제로 NPC가 스스로 생각하면서 활동하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되겠지만, 그저 프로그래밍한 대로만 움직이는 NPC를 볼 때마다 어딘가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0% 완벽하게 자율적인 생각을 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혹은 진짜 같은 리액션을 취해준다면 게임이 보다 현실감 넘치게 다가오지 않을까.

▲ 실제 사람과 그래픽으로 만든 인공 인간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영상 출처 - Good Content 유튜브)

지난 CES 2020에서 삼성전자의 산하 조직인 스타랩스는 개발 중인 인공지능 프로젝트 '네온'을 공개했다. 영상 속 인물들은 모두 실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여줬으며, 특히 불쾌한 골짜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내놓았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인공인간, 혹은 인공지능 기술은 차세대 기술로서 많은 개발이 이뤄지는 중이다. 앞서 보여준 삼성의 '네온' 뿐만 아니라 LG의 '김래아' 등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준 기술 사례가 많으며, 매 해가 지날 때마다 진짜 사람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인공인간 외에 스스로 생각하고 발전하는 기술을 꼽는다면 아마 '알파고'가 떠오를 것이다. 한때 프로 바둑 기사들과 인공 지능의 바둑 대결로 주목받은 '알파고'는 딥 러닝을 통해 초기에는 가벼운 산수를 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점차 발전해 나중에는 프로 바둑 기사와의 대결에서 74전 73승 1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 기계가 스스로 학습한다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례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 기술과 실제 사람처럼 만드는 인공지능 기술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실제 사람처럼 감정을 갖고 능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계가 어떻게 사람처럼 행동하게 만들지는 과학적으로도, 또 도덕적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사람과 완벽하게 똑같은 감정을 갖는 인공지능은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특정 상황에 반응하거나 학습을 통해 점차 바뀌는 방식의 인공지능이라면 충분히 근시일 내에 상용화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게임에서도 사용자의 패턴을 도출해내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인공지능의 기술이 극한으로 발전한다면, 플레이어를 웃고 울게 하는 진짜 같은 NPC가 등장할지 모른다. 그때가 된다면 플레이어가 NPC에게 뒤통수 맞는 장면도 연출되지 않을까.





기술 발전 사례를 찾아보면 '무어의 법칙'이나 '기술적 특이점'과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기술 발전이 특정 한계를 넘어서면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전보다 더 빠르게 발전한다는 말이다. 인류가 불을 피우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농경 사회에 접어들고 산업화가 이뤄질수록 엄청난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1980년에 최초로 제작된 '팩맨'이 나올 당시만 해도 게임계의 혁명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이 즐겼지만 30년이 흐른 지금은 실사에 가까워진 그래픽의 게임이 매년 등장하고 있다. 먼 미래가 아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을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죽기 전에 가상현실 게임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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