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만평] "잘 차리고 있던 밥상에.." HGC 중단과 정식 스포츠화에 대한 우려

기획기사 | 석준규 기자 | 댓글: 23개 |




이번 만평은 HGC의 갑작스런 중단과, 이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에 대한 우려를 담은 내용입니다.

지난 14일, HGC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그 후폭풍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팀과 해설자 등 많은 관계자들의 슬픔은 물론, HGC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사랑했던 많은 팬과 유저들의 분노 역시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미지 쇄신에 힘써야 할 타이밍에 또 한 번 커다란 아쉬움을 준 블리자드에 대한 실망감 역시 점점 더 커져가는 상황입니다.

많은 이들은 오늘도 이스포츠 산업의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이스포츠의 스포츠화'를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화'에 왜 그렇게 사활을 거는 것이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으면서도 말이죠. 어찌 되었든 올해는 이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멋지게 활약했고, 이로 인해 차기 아시안 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직은 여러 의미로 올림픽의 기준에는 부합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과거에 비해선 비교할 수 없이 고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결정은 잘 차리고 있던 밥상에 재를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이 보였습니다. '이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되지 못하는 가장 큰 한계'에 대해 '가장 믿었던 게임사'가 확실한 선례를 남겨버린 듯한 모습이었죠. 하루 아침에 아무런 고지 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이스포츠 종목에 과연 누가 인생을 걸고 선수가 되며, 혹은 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여태껏 어느 스포츠 종목이 한 회사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아무 대책도 없이 분해된 적이 있었을까요? 지나친 비약일 듯 싶지만, 정식 스포츠화를 앞두고 신뢰의 경계에서 설득과 공감에 한참 힘써야 하는 이스포츠 산업에 있어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자본의 질서에 의해 종목의 존망마저 쉽사리 결정될 수 있는, 갑자기 드러나버린 이스포츠의 가벼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수한 팀과 선수들의 작별 인사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희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짜잔!'과 함께 튀어나올 갑작스러운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겠죠. 모쪼록 상심한 팀과 선수들이 부디 다시 멋진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길, 그리고 앞으로 그 어떤 이스포츠 종목에서도 이런 부정적인 사례를 다시 맞이하게 되지 않기만을 한번 더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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