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파스모포비아, 공포 게임이 '대중성'을 얻은 방법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6개 |

'공포' 게임은 게임을 구분하는 장르에서도 아주 독특한 케이스 중 하나다. 게임의 구조적인 형태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인간의 '감정'에 기반을 두고 구분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반대로, 호불호가 확실히 명확한 게임이자 접근성이 좋은 게임이라고 분류하기도 힘들다. 공포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단 1의 흥미도 이끌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포 게임은 근본적으로 '대중적'으로 다가가기가 매우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폴 가이즈'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한 달여간 크게 인기를 끌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게임 중 하나가 '파스모포비아(Phasmophobia, 유령공포증)'다. 거대한 관심과 성공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 게임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공포 게임'이라는 점이다.

공포 게임은 서두에 언급했듯이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장르다. 인간의 '불쾌함'에 속하는 감정에 기반을 하고 있으므로, 특정 선호층이 아닌 유저들에게는 끔찍한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공포 게임으로서 대중성을 챙기게 된, 아주 독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파스모포비아'가 대중성을 얻었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끈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고스트버스터즈 간다!


공포는 나누면 혼돈이 된다
파스모포비아가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



멀티는 최대 4인까지, 장비를 챙기고 준비를 할 수 잇다.

먼저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파스모포비아는 유령스팟을 조사해 유령과 유령의 증거를 찾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화 소금, 온도계, EMF, 적외선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를 통해 유령이 남긴 흔적을 찾으면서, 이 유령이 어떤 유령인지 특정하는 의뢰를 달성해 보수를 받는 게임이다.

파스모포비아는 근본적으로 유령이라는 공포를 소재로 삼았지만, 게임 플레이로 얻는 경험은 '공포' 자체에 주목하지 않았다. 심령현상과 공포스러운 연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연출로 플레이어를 의자에서 놀라 떨어지게 만드는 게 주력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공포는 파스모포비아가 추구하는 경험을 만드는 '환경'일뿐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가 심령 현상을 조사하고, 확인하는 등의 '목표'가 주어진다. 이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간단한 정보만 주어진다. 유령의 이름과 응답 여부 등등 이를 바탕으로 플레이어는 유령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네 가지 목표 중 하나만 달성하면 된다. 너무 무서우면 조사를 포기할 수도 있다.

여기서 파스모포비아가 계획한 멀티플레이의 첫 번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멤버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과정을 밟아나간다. 유령 스팟을 찾고, 유령이 내려버린 차단기를 올리면서 차근차근 유령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협동'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공포'는 나누면 '혼돈'이 된다. 심령현상과 연출이 '별로 무섭지 않다'라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기준이다. 인간의 본성은 극한 상황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그렇게 '공포'는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내면에 숨어있던 이기주의와 생존 본능을 이끌어내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당시 대화 : "ㅠ유유ㅇ려!" / "ㄴ나ㅏ가ㅏ" / "ㅇ어ㅓㅇ" / "ㅓㅓㅓ숨어!"



30초 후 사망한 A씨의 모습. 아ㅋㅋ이건 못 참지. 이건 유령의 증거다!

디지털 화면인데 뭐가 무섭냐, 귀신은 없다며 의기양양했던 친구는 이미 문 열고 튀더니 졸렬하게 EMF봐주겠다고 트럭에서 안 나온다. 헌팅 타임 점등이 시작되자 유령스팟에 사람을 가둔 이는 오도독 목이 돌아가 도게자를 하고 있는 내 시체를 보고 "야, 사진 찍으면 돈 줘, 사진부터 찍어"부터 외쳤다. 은근슬쩍 시작 물건 배부부터 무서운 건 안 하려고 하는 내면의 기저가 느껴지는 겁쟁이도 있었다. 그렇다, 공포에 질리면 인류애는 없다.

이를 겪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질리기보다는, 유쾌함과 재미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 게임이지만 무섭지 않다. 귀신이 무섭지 않고, 사람이 무섭다. 함께하면 재미없는 게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파스모포비아는 함께할 때 즐거움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UCC의 길을 정말 넓게 열어두었다.

유저들이 만드는 휴먼 드라마, 랜덤 기반의 시스템은 여기에 또 한 차례 힘을 싣는다. 또한 같은 맵을 플레이해도, 전원 차단기와 유령스팟 및 유령의 변화로 매번 다른 플레이가 나온다. 때로는 이러한 랜덤 배치로 인해 게임이 너무 쉬워질 수도 있고, 클리어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같은 맵이지만 다른 결과와 진행이 나오게 되므로 '경험이 풍부해진다'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멀티플레이에 기반을 둔 게임으로서는 최고의 결과다.




여기에 공포 게임으로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은 충실히 마련해두었다. 좁은 시야와 묵직하고 으스스한 사운드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다른 미디어에서 많이 볼 수 있던 점등 현상 및 입김 및 폴터가이스트 현상 등등. '공포 게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현상들을 잘 구현해두었다. 그래서 어지간히 공포에 면역력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오싹함'을 느낄 수 있다. 가끔씩 헌팅이 아닌데도 실체화하는 유령들의 모습도 좋은 공포 요소다.

그런데 이러한 오싹함과 섬뜩함을, 약간은 우스꽝스러우면서 답답할 수 있는 느릿한 캐릭터의 이동 속도와 어색한 모션으로 중화해 부담을 덜었다. 파티원들의 음성 채팅과 호들갑이 더해지면, 오싹함과 섬뜩함은 잠시뿐이고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양상이 주로 흘러가게 된다. 실제로 공포 게임을 정말 못하고 울기까지 한 지인도, 파스모포비아는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할래?"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을 받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경쟁 요소가 없고 협동과 혼돈, 그리고 이기주의(?)만 있는 상황에서 4인이라는 최대 플레이 멤버는 아주 적절한 설정이었다. 이러한 4인 플레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장비에는 한계를 두었고, 이를 통해서 전략적을 마련해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 분담과 협동을 계속해서 '공포'가 방해하는 구조를 반복한다.

이러한 콘텐츠 구성은 결국 '미래의 업데이트'에 제법 명확한 길을 만들어준다. 새로운 유령과 새로운 맵이나, 새로운 도구 등의 업데이트를 예상해볼 수 있고, 이는 한층 더 풍부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게다가 VR까지 지원하니, 스트리밍이나 체험용 콘텐츠로도 정말 안성맞춤이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음성 채팅이 필수적인 게임이지만, 현재 음성 인식에 버그도 있고 해서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음성 채팅'은 생각보다 높은 허들이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핑 등의 시스템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더 높은 대중성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 설정을 통한 '매칭 시스템'도 추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매칭 시스템을 통해서 편하게 멤버를 찾아서 유령 스팟을 탐험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지금 유저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거대한 맵, '정신병원'의 경우를 보아 랜덤에 대한 경우의 수 조정이 조금은 필요해 보인다. 게임에 있어서 어느 정도 경우의 수가 정해져있는 데다가 인간은 정말 자극에 빨리 적응한다. 이제는 정말 전문 고스트버스터즈처럼 순식간에 유령을 찾고, 헌팅 타임을 피해 도망가면서 귀신을 농락할 정도의 실력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경우의 수 조정을 통해 벌써부터 유유하게 귀신들을 놀려먹는 걸 즐기는 '고수'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키워드들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공포 게임?"
충실한 기본, 하는 이도 보는 이도 즐거운 게임.




파스모포비아는 '기본'에 충실했다. 오싹함을 주기 위한 공포 요소를 잘 구현했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협동하면서 달성할 목표와 과정을 제시했다. 그리고 앞서 잘 구현해둔 공포를 '협동'을 방해하고 혼돈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사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저들의 혼돈의 카오스는 배신과 증오가 범벅이 된 감동 드라마를 만든다. 게임 외적으로도 건드린 것 없이, 게임에서 제공하는 것과 플레이어들의 협동과 조작이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하는 이도 즐겁고, 보는 이도 즐거운 좋은 게임이다.

그래서 걱정도 있다. 이렇게 인기를 끈 게임들은 언제나 '아류작'에 시달려왔다. 본작이 가지지 못했던 편의성을 제공하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파스모포비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파스모포비아는 공포 게임에 있어서 '대중성'을 얻게 만드는 키워드 중 하나를 던진 것에 가깝고, 이를 토대로 또 다른 영감을 받은 새로운 게임이나 아류작이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기에, 파스모포비아도 이러한 아류작을 크게 경계하고, 본 게임을 강화해야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단위의 흥행작이 되었다고 할 순 없지만, 파스모포비아는 '공포 게임'으로서 새로운 키워드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대중성'을 얻은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 확실하게 핵심을 보여줬다. 그래서 발전이 더더욱 기대되는 '공포 게임'이다.

즐거운 공포 게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져 "이게 말이 되냐?"고 싶긴한데, '파스모포비아'는 이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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