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걸 누가 봐'라고? 유독 한국에서만 힘 못쓰는 e스포츠 4가지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52개 |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전통 스포츠만 해도 정말 다양한 종목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인기있는 종목 외에도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존재 자체를 모르는 스포츠 종목도 많다. 몇몇 종목을 제외하면, 지역별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종목에 어느정도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e스포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LoL과 오버워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하스스톤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외에도 정말 다양한 게임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지역별로 인기있는 종목 역시 크게 갈리는 추세다. 특히, 전세계적으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종목임에도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한 종목들도 많다. 한국 사람들은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종목들도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
전통과 역사의 FPS e스포츠





FPS 장르 e스포츠 중에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종목은 무엇일까. 오버워치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가 압도적인 규모와 인기를 자랑한다.

우선, CS:GO의 대회들 중에 가장 높은 상금이 걸렸던 대회는 WESG 2016이었다. 이때 총 상금 규모는 150만 달러였고, 1위였던 엔비어스가 80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이 상금 규모는 e스포츠 전체 대회 중 30위권에 머무는 정도의 수치다.

각 대회의 상금 규모로만 보면 낮지만,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CS:GO 대회 수를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지금까지 열린 GS:GO e스포츠 대회는 총 3,780개에 달하며 이 모든 대회의 총 상금 규모를 모두 합치면 약 6,880만 달러다. 이는 모든 e스포츠 종목들 중에 2위에 달하는 총 누적 상금이다.

선수들의 수도 엄청나다. CS:GO 프로게이머에 속하는 선수들은 전세계를 통들어 약 11,000명에 달한다. CS:GO는 e스포츠 종목 중에 가장 많은 프로게이머를 보유한 게임이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선수는 덴마크 출신 'Xyp9x'이다. 그는 현재 덴마크의 아스트랄리스 소속으로 총 132만 달러 상당의 상금을 차지했다. 이제 막 23살이 된 프로게이머가 거둔 놀라운 성적이다.

2018년에 밸브가 후원한 두 개의 메이저 대회, ELEAGUE Major(이하 ELEAGUE)와 FACEIT Major: London 2018(이하 FACEIT)는 언제나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Cloud9과 FAZE CLAN 간 ELEAGUE 결승전은 후반전 들어 트위치 시청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총 시청 시간으로는 e스포츠 모든 대회 중에 3위를 기록했다. FACEFIT 역시 모든 종목의 대회를 통들어 4위에 해당하는 시청 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 출처 : ESC.WATCH

이처럼 해외에서는 다양한 CS:GO 대회가 열리고 이에 참여하는 프로게임단과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국내에서는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MVP PK가 국내 CS:GO 프로게임단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CS:GO를 즐기는 유저 수가 적다 보니 프로게이머도 거의 없다. 그래도 MVP PK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하고, 국제 무대에도 출전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 ELEAGUE 2018 하이라이트 (출처 : HLTVorg 유튜브 채널)


도타2
인생을 바꾸려면 도전해야 하는 종목?





AOS 장르 게임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건 LoL이다. 하지만 그 전부터 AOS 장르 e스포츠를 책임졌던 게임이 있는데, 바로 도타2다. 특히, 도타2 대회 중에 가장 규모가 큰 The Invitational(이하 TI)는 엄청난 상금 규모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유명한 말이 있다. 'e스포츠로 인생을 바꾸려면 도타2를 하라.' 그만큼 TI는 예전부터 엄청난 상금을 놓고 대결하는 대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 명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TI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모든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높은 상금의 대회 순위 최상위권을 독식한 상태다. 매년 새로운 상금 기록을 갱신한 TI는 2018년 대회에서 총 2,553만 달러 정도의 상금 규모를 자랑했다.

도타2는 다른 인기 게임들에 비해 전세계에서 열리는 대회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모든 e스포츠 장르 게임 중에 총 상금 규모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유명한 TI의 상금 책정 방식 덕분이다. TI의 총 상금 규모는 '기록서 판매'라는 독특한 방식을 활용 중이다.



▲ 기록서 판매 수익의 일부가 TI 총 상금에 포함된다.

기록서는 유저들에게 판매되는, 게임 내 혜택이 많이 담겨있는 일종의 아이템이다. 유저들은 이를 구매함으로써 TI의 총 상금을 누적시킨다. 기록서 판매 수익의 일부가 TI 총 상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기록서는 많은 유저가 구매할수록 그 혜택이 추가로 공개되는데, 이를 통해 유저들 사이에서는 기록서를 많이 구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는 곧 TI 총 상금 규모의 거대화로 이어지고 있다.



▲ 출처 : ESC.WATCH

단순히 상금 규모로만 도타2 e스포츠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스포츠 대회 흥행 여부는 보통 시청 시간 등으로 따진다. 세계적으로 흔히 쓰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와 유튜브 시청 시간에서 도타2와 TI는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8년 한 해 동안의 도타2 전체 콘텐츠 시청 시간은 약 5,280만 시간, TI 시청 시간은 4,380만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LoL과 LoL 월드 챔피언십에 이은 2위의 기록이다. TI 외에도 도타2로 진행되는 대회는 총 1,040개가 있다.

AOS 장르의 대표주자로 LoL과 쌍두마차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도타2. 하지만 국내에서는 도타2의 인기가 크게 식었다. 넥슨 주도하에 한국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스포티비게임즈에서 진행됐던 KDL이 도타2 대회 중에 가장 큰 사랑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도타2 프로게임단도 여럿 등장했다. 가장 유명했던 건 MVP 피닉스였다. 이들은 '도타2 불모지 한국'이라는 이미지에도 TI 2015에서 8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대회가 잇따라 막을 내리면서 MVP 피닉스는 자연스럽게 해체됐고, 국내에서 도타2 e스포츠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스매시 브라더스
격투 게임 e스포츠의 커다란 축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진 못하지만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장르에는 격투 게임도 있다. 격투 게임 매니아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챙겨 보는 대회 EVO가 대표적일 것이다. 익히 알려진 철권 시리즈와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 드래곤볼 시리즈 등 정말 다양한 격투 게임 e스포츠 대회가 EVO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스매시 브라더스다.

스매스 브라더스는 닌텐도에서 개발한 캐주얼한 감각의 격투 게임이다. 닌텐도에서 개발한 게임들의 캐릭터 다수가 등장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상대를 화면 밖으로 밀어내면 승리하는 방식이며 상대에게 피격당한 정도에 따라 캐릭터가 날아가는 범위가 늘어난다. 나는 조금만 맞고 상대를 많이 때린다는 승리 공식은 기존 격투 게임과 동일하지만, 상대를 장외로 날려 버려야만 승리한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프로게이머 및 프로게임단이 전무한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든 e스포츠 종목을 통들어 총 상금 규모는 약 284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24위에 그치는 정도다. 하지만 스매시 브라더스 프로게이머는 약 1,640명에 달하며 대회 역시 2,425개가 진행되고 있다.

▲ EVO 2018 스매시 브라더스 결승전 영상(출처 : RawFoe 유튜브 채널)

그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건 미국의 '헝그리박스'다. 그는 EVO 2016에서 스매스 브라더스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 진행된 스매시 서밋 5 밀리 싱글즈에서도 우승의 기운을 이어갔다. '헝그리박스'는 현재까지 총 31만 6천 달러의 상금을 차지했다. 그와 함께 스매시 브라더스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는 '아르마다'로 총 상금 순위에서 '헝그리박스'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EVO 2018에서는 TSM 소속 '레펜'이 '아르마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TSM의 스매시 브라더스 프로게이머 '레펜'(출처 : TSM 공식 홈페이지)

격투 게임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그중에서도 인지도가 더 낮은 스매시 브라더스는 e스포츠에 대한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팀 리퀴드나 TSM, Cloud9에서도 일찍부터 스매시 브라더스 게임단을 갖추고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한 상황인 점과는 상반되는 일이다.


로켓 리그
미니카로 하는 축구, 상상해본 적 있는가





흔히 직관성이 좋은 e스포츠 종목으로 레이싱 게임과 격투 게임을 꼽는다. 게임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 관람하더라도 누가 이기고 있는지, 누가 잘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는 이유다. 카트라이더를 잘 몰라도 누가 1위로 골인했는지, 철권을 할 줄 몰라도 체력바 상태만 보면 누가 이겼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스포츠 게임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코어 보드만 볼 줄 안다면 누가 이기고 있는지 쉽게 파악 가능하다.

로켓 리그도 직관성이 뛰어난 e스포츠 종목이다. AOS 장르처럼 철거한 포탑 개수나 킬, 어시스트 포인트, 데스 포인트, 글로벌 골드 등 다양하고 복잡하며 미묘한 지표들을 분석할 필요가 없다. 로켓 리그는 쉽게 말하면 미니카들이 펼치는 축구 게임이다. 매력 포인트는 일반 축구 게임처럼 선수들이 공을 다루는게 아니라 미니카들이 공을 몬다는 점이다.

위의 스매스 브라더스처럼 얼핏 보면 어린이들만 좋아할 만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로켓 리그 역시 해외 e스포츠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켓 리그는 e스포츠 대회 중 총 상금 규모 19위(약 43만 1천 달러)를 기록 중이고 총 449명의 프로게이머가 245개의 대회에서 활약 중이다.

▲ RLCS 시즌6 결승전 (출처 : MUCHOE 유튜브 채널)

로켓 리그의 메이저 대회는 RLCS다. RLCS는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열리고 있는 대회로, 수많은 로켓리그 프로게임단과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규모있는 행사다. RLCS 역시 다른 e스포츠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높은 수준의 팀워크를 보는 재미가 풍부하다. 또한, 벽을 타고 달리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컨트롤하는 장면과 모든 과정을 거쳐 터져 나오는 골 장면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한국에서는 로켓 리그 e스포츠는 커녕 이를 즐기는 유저들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세계적으로 4천만 명 이상의 유저가 즐기는 게임이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현저히 낮다. 유저 수가 적고 인기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e스포츠 대회와 프로게임단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북미 프로게임단 CLG 로켓 리그 팀이 한국 기업인 기아의 후원을 받기도 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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