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블리즈컨, 모든 정황은 '디아블로4'를 가리킨다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540개 |


[▲디아블로4가 과연 나올 것인가?]

블리즈컨 2018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벌써부터 올해는 어떤 게임이 메인 무대를 장식할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지요. 저희 또한 아무 생각이 없진 않습니다. 블리즈컨의 일정표, 요 몇 년, 몇 개월간 블리자드가 보여준 행보 등을 종합해 이번 블리즈컨의 메인 무대를 누가 장식할지 생각해보았죠.

사실 이 예측이라는 행위가 크게 의미있는 일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음식은 먹어봐야 알고, 행사도 시작해봐야 아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길게 말할 내용들이 사실은 큰 의미 없는 헛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황이 들어맞을때. 물질적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확실할 때, 예측은 생각보다 더 의미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이렇듯 여러 정황과 밝혀진 사실들을 기반으로 추론하는 이른바 '합리적 의심'입니다.

'디아블로2 리마스터'일까요? 그럴수 있습니다. '워크래프트3 리마스터'? 이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요. 하지만 이번 블리즈컨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가장 유력한 게임은 여러분의 시선으로부터 꽤나 빗겨난 곳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블리자드가 보여준 행보와 드러난 사실들은 올해 '블리즈컨'의 주인공으로 이 게임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아직 넘버링을 붙이는 것 조차 어색한 게임. 바로 '디아블로4'입니다.

※본 기사는 네이버 게임이슈콕에 소개된 기사를 업데이트해 작성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
심상찮은 블리즈컨 시간표...냄새가 난다 (상당히)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제부터 하나하나 말씀드리죠. 사실 여러 취재 경로를 통해 'D4'에 대한 그럴싸한 퍼즐 조각이 만들어진 건 사실이지만 블리즈컨 공개 여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추측 형태로 다루는점 양해 바랍니다. 자, 블리즈건의 일정 시간표를 살펴봅시다.



▲ 오프닝을 장식하는 디아블로

보시다시피, 디아블로와 관련된 세션은 단 둘 뿐입니다. 나머지는 오버워치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히어로즈오브더스톰 등 기존의 블리자드 게임들로 채워져 있죠. 중요한건 시간입니다. e스포츠 행사를 제외한 블리즈컨 메인 일정은 3, 4일 양일간 진행됩니다. 그리고 주요 이벤트를 진행하는 D홀의 MYTHIC 무대 스케쥴표를 보면 3일 첫 순서로 '디아블로의 신규 콘텐츠'를, 그리고 다음날인 4일의 마지막 발표에도 '디아블로의 신규 콘텐츠'를 배정해 두었습니다.

보통 발표회의 오프닝과 클라이막스는 해당 행사의 가장 메인이 되는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오프닝으로 충격을 주고, 클로징에서 여운을 주는 수미상관식 행사 진행이죠. 재미있는건, 이 두 개의 스케쥴 외에는 그 어느 곳에도 디아블로의 행사 스케쥴이 잡혀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말은 달리 말하면, 행사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밝히지 않겠다는 뜻이죠.

그렇다고 디아블로가 진짜로 꼴랑 오프닝과 클로징 두 스케쥴에만 배치될 게임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디아블로 시리즈 또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게임이며, 동시에 블리자드의 기둥 중 하나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IP니까요. 의도적인 스케쥴 은폐가 의심될 수밖에 없습니다.



▲ 중간중간 빈 시간들이 보이는데...

스케쥴을 다시 한 번 봅시다. 한국어 표기로 '디아블로: 신규 콘텐츠 예고'라고 적혀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정확한 넘버링으로 '스타크래프트2: 신규 콘텐츠 예고'라고 적혀 있는데 디아블로의 경우 '디아블로3'가 아닌 그냥 '디아블로'라고 적혀 있죠. 시리즈 중 하나의 작품이 아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신규 콘텐츠가 등장하리라는 암시입니다.


두 번째 이유
블리자드는 오래전부터 D4 경력직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블리자드는 올해 6월 5일자로 디아블로의 던전 아티스트를 채용한다면서 모집 공고를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놀랄만한 이슈는 아니었습니다. 블리자드가 'D4'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개발자를 알음알음 모은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 소식은 2015년부터였죠. 디아블로 신규 프로젝트가 가동된다는 것은 외신 기사로도 나왔었고요. 다만, 그 프로젝트가 'D4'라고 구체화된지 얼마 안됐습니다. 대중 앞에 공개되기 전까지 블리자드 신작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블리자드는 모바일을 비롯해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포인트를 짚어낸 기사도 종종 나왔습니다. 채용 공고에 '디아블로3'라는 넘버링 대신 시리즈명인 '디아블로'가 기재되었기 때문이죠. 기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채용공고입니다.

게다가 필요한 인재상이 던전 아티스트입니다. 디아블로3의 업데이트에서 이제 아트가 필요한 영역은 많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신규 던전도 기존 던전을 끊고 끊어 짜깁기한데다 색조만 조금 바꾸는 수준이었습니다. 딱히 아트팀이 활약했다고 보긴 어려웠어요. 게다가 아트는 개발 프로세스에서 비교적 전반부에 손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도 하지요.



▲ 네 달 전 게시된 모집 공고

새로운 개발 인력을 모집하는데, 정작 모집 대상이 된 게임은 몇 달째 업데이트가 없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기존의 개발팀이 거의 대부분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는 거죠. 이는 앞서 말한 1번 이유의 블리즈컨 시간표와도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3의 업데이트가 정체된 이후, 게이머들의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디아블로만 주구장창 돌리던 단골 PC방 주인 아저씨는 고스톱 게임을 깔았습니다. 블리자드가 이를 모를리 없는데 진짜로 아무 소식 없이 블리즈컨을 마무리할까요? 제 생각엔 아닙니다.


세 번째 이유
J. 알렌 브렉 신임 대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타이틀이 필요하다(아주 큰 걸로)

자 이제 세 번째 이유입니다. 바로 며칠 전, 27년간 블리자드를 이끌어온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사임했습니다. 1991년 '실리콘 앤 시냅스'를 설립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웬만한 게이머의 나이보다 오래 이 거대한 회사를 이끌어온 사람이 자리를 뜬 것이죠. 그리고 그 자리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 당시 수석 디렉터이자, 입사 13년차인 '알렌 브렉'이 선임되었습니다.



▲블리자드 J. 알렌 브렉 신임 대표

이 빅뉴스가 블리즈컨 시작부터 불과 한달 전에 발표되었습니다. 모두가 '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점이죠. CEO 승계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아파트 부녀회장도 인수인계를 하는데 블리자드라는 공룡의 머리 자리를 이어받는 건 한두달 고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사임과 알렌 브렉 신임 대표의 승계는 이미 한참 전부터 논의된 사안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승계가 이뤄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대표의 위치는 가진 권한만큼이나 그 책임도 막중한 자리이지요.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지난 27년 간 늘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블리자드를 꾸준히 성장시킨 명군이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 새 대표가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하려면 구관 못지않은 업적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알렌 브렉 대표 체제의 블리자드 또한 순항하려면 블리자드의 수익 증대와 인기를 동시에 끌 수 있는 강력한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오래 이끌어왔던 알렌 브랙 대표

뭔가 한방을 가지고 있다면 블리즈컨은 너무나 좋은 자리입니다. 대표가 된 후 첫 공식 무대인 만큼, 충분히 강력한 임팩트가 필요한데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시선을 크게 주지 않는 '디아블로'가 더 눈에 띕니다. 디아블로의 새로운 콘텐츠가, 알렌 브렉 대표의 입에서 나올 확률이 높지요.


이유 정리, 모든 정황은 '디아블로4'를 가리킨다.

그럼 정리해 봅시다. 지금까지 제가 기술한 근거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블리즈컨 시간표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디아블로'가 차지하고 있다.
2. 그 두가지 시간을 제외한 디아블로의 일정은 없다. 일정의 은닉이 의심된다.
3. '디아블로3'가 아닌 '디아블로'라는 워딩을 사용해 시리즈 전체 규모의 콘텐츠를 암시했다.
4. 근 1년 간 디아블로3는 뚜렷한 업데이트가 없었다. 이는 해당 팀이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음을 암시한다.
5. 대표가 교체되었고, 신대표 체제의 안착과 신규 부양 동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섯가지 근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쯤에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하는건, 이 기나긴 글이 어쩌면 그저 '헛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설득력을 더하고자 정황과 근거를 확보했고. 근거없는 망상보다는 합리적 의심에 가깝도록 만들었습니다.



▲ 빈 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만약 '디아블로'의 신규 콘텐츠가 공개된다면 어떤 작품이 될 것인지에 대한 다소 즐거운 망상이죠. 물론 이또한 증거 없이 쓸 수는 없으니, 몇 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봅시다.


D4가 나온다면?
설마 MMORPG? 일단 행복회로를 돌려봤습니다

1. 시점을 바꾼 액션 RPG

먼저 생각해볼건 '시점'의 변화입니다. 디아블로는 오랜 세월 쿼터뷰 액션 RPG의 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별이었죠. 패스 오브 엑자일이나 그림던 등 비슷한 쿼터뷰 액션 RPG는 많이 등장했지만, 디아블로를 뛰어넘는 쿼터뷰 RPG라고 공인받은 작품은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디아블로 시리즈는 이미 쿼터뷰 액션 RPG 장르에서 끝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생각해볼수 있는건 아예 시점을 바꾼 디아블로입니다. 이미 비슷한 변화를 겪으며 대박을 친 작품도 있습니다.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가 개발한 '갓오브워'죠. 디아블로와 유사한 고정 시점에서 주인공의 등 뒤에 카메라를 두는 3인칭 시점으로 변경했고, 대박을 쳤습니다. 디아블로 또한 이런 변화를 꾀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은 없지요. 마침 갓오브워의 최초 공개가 2년 전인 2016년 E3였기 때문에, 이때 영감을 얻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시점을 바꾸고 대박을 낸 '갓오브워'

비슷한 시점을 가진 액션 RPG 게임은 이미 사례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오래 서비스된 '마비노기 영웅전'이 일례고, 더 찾아보려면 얼마든지 많습니다. 수많은 몬스터와 악마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파밍한다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핵심 재미는 놓칠수 없는 가치기 때문에 스토리 비중을 크게 높인 RPG로의 변경은 사실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만, 시점의 변화는 충분히 상상할 가치가 있습니다.


2. 설마 월드 오브 디아블로? MMORPG!!

두번째 가능성은 아예 장르를 바꿔 MMOPRG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디아블로3의 경우도 고단 파티플레이는 파티원들의 역할 배분이 필요하고, 이에 맞춰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MMORPG로서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점이죠.



▲ '월드오브디아블로'도 나쁘지 않지요.

이런 상상이 가능한 것은 앞서 말씀드린 알렌 브렉 신임대표의 경력에 있습니다. 알렌 브렉 대표는 그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프로젝트에서 꾸준히 일해왔고, 정액 요금제의 수익성과 MMORPG의 운영 면에서 달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입지를 세우고, 체제를 안정시킨다는 가정 하에서 MMORPG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언제 신작이 상상한 대로 나온 적이 있던가요?


3. 뭐 그냥 '디아블로4'...핵앤슬래시의 끝을 본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지금 그대로, 더욱 진화된 모습의 MORPG입니다. 블리자드의 스타일상 미려한 비주얼보다는 직관성을 선호하는 디자인이니, 지금보다 더 나아진, 그러나 엄청나게 변하진 않은 디아블로가 나오게 되겠죠. 사실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변화도 이것입니다. 장르나 시점이 변하려면 지금껏 블리자드가 만들었고, 쌓아온 것들을 뒤집는 셈인데 이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요. 디아블로4 좋습니다. 이걸로 하시죠.



▲디아블로4라면 뭐든 좋다 나와만 다오


4. 디아블로M...

아 제발 하느님.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디아블로3보다 더 좋은 비주얼의 게임들이 모바일로 속속 등장하는 마당에, 디아블로3를 모바일로 이식하지 못할리 없습니다. 물론 모바일 전용 디아블로보다야 디아블로 신작이 발표되고 포트나이트처럼 PC, 콘솔, 모바일, 스위치(휴대용 콘솔) 등 아예 멀티플랫폼을 생각하고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이건 나쁘지 않네요.


5. 디아블로3 스위치 버전, 끝.

역시나 최악 중 하나입니다. 블리자드가 생각이 있다면 이거 하나로는 끝내지 않으리라 믿고 또 믿습니다만, 이또한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실 디아블로3가 스위치로 발매된다는 소식은 이미 한참 전에 공개된 소식이고, 심지어 출시일이 블리즈컨 기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불행한 결말은 오프닝과 클로징을 장식할 두 작품이 디아블로3 스위치 버전과 모바일 버전인 것이고, 두 번째로 불행한 결말은 디아블로3 스위치 버전 하나뿐인 겁니다.



▲ 아 설마 이게 끝은 아니지.


'예상'의 다른 말, '기대'

희망회로 한번 돌려봤습니다. 추측이지만, 달리 말하면 '기대'입니다. 저 또한 블리자드의 게임을 오래 즐겼고, 디아블로3는 랭크 순위권을 넘나들 정도로 열심히 플레이했습니다. 이 기사도 결국 한 명의 블리자드 게임 팬보이가 막연한 추측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여러 자료를 모은 끝에 탄생한 글이지요.

어쨌거나, 시간은 지금 이 순간도 흐르고 있고 블리즈컨도 점점 더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 운명의 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지요. 여러분도 함께 즐겨 주시면 되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래 음식은 먹을 때보다 먹기 전이 더 가치있습니다. 만찬이 나올지, 새우깡에 소주가 나올지는 까봐야 아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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