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기획 ①] '게임 방송' 하고 싶다는 자녀, 부모로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요?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50개 |



2018년을 기점으로,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 5위로 '유튜버'가 올라왔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으시거나, 아이들과 접점이 있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명절에 가끔 보는 조카는 하루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고, 자녀가 있는 지인들은 방송하는 누구누구 사인을 구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가끔 하죠.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비슷합니다. 오늘날, 인터넷 방송은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놀이문화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부모들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고 노는 것 까지야 크게 거리낄 것이 없지만, 그것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나서는 순간 걱정이 됩니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바람을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의 고집으로 생각하고, 어떤 부모는 과연 그 직업이 생계를 보장할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 녀석이 진심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건지, 그냥 지금 당장 공부를 하기 싫어서 현실 회피용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가 '자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알고 있는 지식을 전수하고, 자녀는 부모의 지식을 기반 삼아 새로운 배움을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자연의 섭리입니다. 새도 나는 법을 어미에게 배우고, 사자도 사냥하는 법을 부모에게 배웁니다. 먼 옛날엔 그나마 쉬웠을 겁니다. 사회 발전상이 그리 급격하지 않던 조선 시대엔 글공부라는 왕도가 있었고, 제도의 한계로 인해 포기도 빨랐으니까요. 하지만 시대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 과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자식은 부모의 세대에 없었던 길을 가려고 하니 갈등이 생기죠.

결국, 방법은 자녀가 원하는 길에 대해 부모가 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다는 자녀에게 "그게 뭔지 잘 모르겠으니 난 반대다"라고 말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겁니다. 아이들이 부모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산업이든 긍정적인 면은 노출이 잘 되는 반면, 그림자는 잘 알려지지도, 보여지지도 않습니다. 인터넷 방송 산업 또한 마냥 희망차고 밝기만 한 산업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인터넷 방송은 취미가 직업이 되는 꿈의 산업으로 보이겠지만, 부모 세대만이 짚어줄 수 있는 산업의 허실과 어둠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부모의 도움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부모가 반대하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있을수 없는 성과라 할 수 있죠.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자녀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까요? 겉으로 보이는 환상에 젖은 자녀와 진지하게 길을 탐구하는 자녀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며, 정말 진지하게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자녀는 어떻게 응원해야 할까요?

※ 'JOB 기획'은 자녀의 장래희망과 진로를 고민하는 학부모님들을 위해 기획된 기사로, 추후 '프로게이머' 편과 '게임개발자' 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 본 내용은 전, 현직 인터넷 방송 업계 관계자, 유명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도움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하신 분들이 꽤 많으신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능성이 있을까요?
'방송'을 직업 삼겠다는 아이, 성공 가능성이 있나요?


어느 날, 아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생각해 봤는데, 내가 잘하는건 게임 뿐인 것 같아. 그래서 게임 방송을 해보고 싶은데 엄마는 모르겠지만 이거 어떤 사람들은 한 달에 몇 천만 원도 벌고 그러거든. 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데 좀 도와줄 수 있어?"

누구보다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던 부모 입장에선 당혹스럽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건 부모 입장에서 충분히 응원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 아이가 도와준다고 될 아인지도 잘 모르겠고, 섣불리 나섰다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학창시절을 날려먹고 나중에 원망만 듣는 건 아닌가. 저러다 잘 안되면 그때가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죠.

개인 방송이 충분히 먹고 살 만한 직업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쯤이야 부모들도 잘 압니다. 당장 뉴스만 봐도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의 고소득 소식이 간간히 들리니까요. 하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딱히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보편적 진리입니다. 어찌됐건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은 사회를 겪으며 쉽지 않은 경쟁을 헤쳐온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두 가지 고민이 부모를 괴롭힙니다. 하나는 "과연 아이가 말하는게 진심일까? 그냥 놀고 싶은데 이유를 만드는 것 아닐까?"이고, 두 번째는 "아이가 방송을 할 정도의 재능이 있는 아이일까? 그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닐 텐데..."입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문제는 한결 쉬워집니다. 적어도 도와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방향성은 잡을 수 있으니까요.



▲ 무작정 아이의 앞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방송을 주업으로 삼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이 질문을 똑같이 여러 사람들에게 해봤습니다. 대부분 현재 방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죠. 이름을 밝혀도 된다고 말해주신 '침착맨' 이병건 작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해야 할 일 다 하면서 남는 시간에 해보라고 할 것 같아요. 재미가 있으면 그렇게 해도 반응이 오는데 재미가 없다면 전업으로 해도 반응이 없거든요."

게임업계에서 15년 가깝게 일했고, 최근 몇 년 간 방송 플랫폼에서 일한 익명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저 아이가 친구가 많은지 적은지부터 살펴본 후에, 친구가 많은 편이면 도움을 주면서 숙제 하나를 내줄 것 같아요. 정해진 기간 안에 구독자나 시청자 몇 명 돌파 이런 거로요. 목표치를 달성하면 전적으로 도와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포기하라는 단서를 달아야겠죠. 6개월 정도 시간을 주면 실패하더라도 인생의 깨달음 하나 정도는 챙길 수 있지 않겠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답변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위에서 나온 두 가지 대답으로 갈음됩니다. 이병건 작가의 답변은 '재능'을 판별하는 방법입니다. 얼마 전, 김성회 개발자가 'G식백과' 채널을 통해 말했듯, 게임 방송과 콘텐츠 크리에이팅이라는 산업에서는 성실함보다 더 우선되는 소양이 '재능'입니다. 이병건 작가의 말을 빌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재미에 대한 재능'입니다.

이 '재미에 대한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특별함이 아닙니다. 남들은 못 하는데 나는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곧 '재미'의 씨앗이 되는 거죠. '게임 방송'을 하는 이들은 굉장히 많지만, 성공한 이들은 모두 비결이 있습니다. 게임을 압도적으로 잘 하거나, 입담이 굉장히 좋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컨셉을 유지하는 끈기가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굉장히 잘생겼죠. 이런 '자신만의 장점'이 바로 재미의 씨앗입니다.



▲ 방송을 시작하기 앞서 자신만의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답변은 아이가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꿈을 말하는지, 그리고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방법입니다. 인터넷 방송은 수많은 시청자를 대하는 만큼 굉장한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현재의 교우관계로 증명됩니다. 숙제의 달성 여부는 잠재력에 대한 검증이 될 것이며, 숙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아이가 얼마나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살펴보면 두 답변 모두 '일단 해보게끔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부모가 걱정과 만류의 의사를 밝힐 때 아이가 가장 자신만만하게 이를 받아치면서 하는 말이 바로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이니 말이죠. 부모가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아이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가 겪은 벽과 한계를 전혀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모릅니다. 드물게 아이가 진짜로 재능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겠죠.




아이가 진지해요!
진심으로 도전하려 하는 아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교우 관계도 그냥 평범하고, 성적도 모나지 않게 중간만 가는데, 유튜버나 스트리머가 되고 싶다고 고집하는 경우죠.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 자꾸 무언가를 공부하고, 해보려 합니다. 그만 두라고 만류하니 잠을 줄이면서 혼자 영상 편집을 공부하고, 유튜브에 빠져 삽니다. 적어도 열정만큼은 진짜인 아이입니다.

제 주변에서 실제로 여럿 목격한 케이스입니다. 문제는 부모로서 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다양한 업계 관계자분들께 다른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 진심으로 1인 미디어를 하려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아이가 진짜 열정을 갖고 있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한데, 아이에게 필요한게 무엇일까요?"

답변을 먼저 보겠습니다.

유튜버(구독자 8만 명 대) A(익명): 저라면 영상 편집 기술을 배우게 해줄 것 같아요. 나중에야 편집자도 쓰고 하겠지만 처음엔 본인이 알아서 다 해야 하거든요. 일단 배워 두면 나중에 안되도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고요.

스트리머(평균 시청자 500) B(익명): 일단 컨셉을 어떻게 잡을지 제대로 정해야죠. 남들 다 하는거 하면 망하지도 못해요. 일단 떠야 망하는데 절대 못 뜨거든요.

전 개인방송 플랫폼(트위치) 종사자 C(익명): 라이브 방송이냐 녹화 편집이냐에 따라 다를건데, 일단 자신감을 많이 줘야 할 것 같아요. 세상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도 알려주고... 방송하는 분들 보면 못 떠서 그만두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잘 하고도 멘탈 관리가 안되서 상처만 받고 그만두는 분도 봤어요.

많은 분들은 A, 그리고 B와 비슷한 답변을 말했습니다. C의 답변은 대다수의 발언과는 조금 다른 부분을 말했는데, 따로 적어둔 이유는 밑에 설명하겠습니다.

'영상 편집 기술'은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분입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영상 편집 기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였죠. 급속도로 성장하는 채널의 영상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템포가 굉장히 빠르고, 조금이라도 지루한 구간은 모조리 소거한다는 것이죠. 이제는 유튜브를 넘어 TV 예능도 이와 같은 편집 기법을 사용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영상 편집에 들어가는 노력이 굉장히 크다는 거죠.

똑같은 소재로 영상을 만들어도, 편집의 퀄리티에 따라 조회수는 굉장히 큰 차이가 납니다. 때문에 준전문적인 수준의 편집 기술이 필요한데, 문제는 이 역할을 대신해줄 편집자는 유튜버 개인이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수익이 전혀 없는 처음부터 쓸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유튜버가 처음엔 스스로 영상 편집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단 배워 두면, 영상 편집 기술은 딱히 유튜버가 되지 못하더라도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좋은 기술이죠.



▲ 오늘날 영상 편집 기술은 각계각층에서 요구하는 기술입니다.

'방송 컨셉'은 유튜버와 스트리머 모두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입니다. 많은 분들이 방송을 생각하기 전에 이것부터 정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죠. 컨셉은 자신의 방송, 채널에 대한 정체성입니다. 아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남들에게 보였을 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여러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건 부모가 함께 해줄 수 있는 부분이겠죠.

가령 아이가 '먹방'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가정합시다. 아이가 평균 식사량의 서너배를 우습게 먹을 정도라면 큰 고민을 안해도 될 겁니다. 그건 재능이니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비위가 엄청 좋은지 생각해봅시다. 개구리나 메뚜기도 아무렇지 않게 으적거릴 수 있는가? 있다면 그건 재능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매운것을 잘 먹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특정 식품에 대한 기막힌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음식의 맛을 굉장한 입담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와 같이 여러 조건을 대입해보며 독창적인, 내 아이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 합니다.



▲ 아이와 함께 콘텐츠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멘탈 관리'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산업이 대개 그렇지만, 개인 방송은 엄청난 강도의 감정 노동입니다. 여기서 '침착맨' 이병건 작가의 사례를 들어 보죠.

"사람이 예민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마이크가 너무 커서 게임 소리가 안들리니 조정해주세요 하는 당연한 요청이 오는데 평소같으면 아 그렇구나 하고 조절하거든요. 이건 시청자들이 당연히 할 수 있는 합당한 요구잖아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어디까지 맞춰줘야 해?' 이 생각이 드는 순간 퍼뜩 깨달았어요. 아 내가 뭔가 좀 이상해졌구나"

간단한 예로 지상파 3사를 포함한 TV 방송을 생각해봅시다. 지금이야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지상파 방송은 굉장히 까다로운 검열을 거칩니다. 비속어, 은어는 당연히 안되고, 시청자를 부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배제한 상태로 방송에 임하죠. 그러고도 굉장히 많은 비난 댓글이 달립니다. 개인 방송은 사고를 편집할 수도 없고, 시청자의 의견을 댓글이 아닌, 방송 도중 바로 듣게 되며, 이들의 의견에 딱히 필터링이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웬만한 정신 상태로는 오래 하기 힘들죠.




유일하게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성장하는게 정신력입니다. 어릴적 우리가 '아빠는 슈퍼맨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떤 일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 어른만의 의연함 때문이니까요. 이 부분은 충분히 자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일단 떠야 멘탈 관리도 필요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3주간 공들여 첫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댓글로 폭행당하고 유튜브를 접어버린 가련한 전 지망생도 있으니까요.



이건 문제가 있는데...
개인 방송을 '쉽게' 보고 핑계 삼아 놀기만 하는 아이는?


가장 골치가 아픈 경우입니다. 아무리 봐도 아이가 방송을 할 그릇은 아닙니다. 딱히 재치있는 아이도 아니고, 친구들을 우르르 끌고 다니는 골목대장 스타일도 아니며, 게임을 준프로 수준으로 하는 영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림을 잘 그리거나 악기를 잘 다루지도 못합니다. 외모조차도 평범합니다. 그냥 흔한 게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성실하게 학업에 힘써 나중에 평범하게나마 행복을 찾았으면 싶은, 어쩌면 이시대 학생의 대다수를 이루는 그룹이죠. 뭐 저도 그랬으니까요.

방송의 컨셉, 타겟 시청자층, 다른 이들과 다른 나만의 매력 포인트 이런건 당연히 생각도 해본 적 없을 겁니다. 필터 없이 표현하자면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그냥 공부는 하기 싫은데 딱히 핑계거리가 없어서' 방송을 하겠다고 고집부립니다. 방송은 아니었지만 저도 그래봐서 압니다. 아버님께 귀싸대기 두 대 맞고 끝났지만 귀싸대기로 모든게 해결되면 그게 더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이 점점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 부모의 걱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사실, 저 단계에 접어든 아이를 그냥 힘으로 굴복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아이는 자신의 꿈이 부모의 의도로 좌절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나중에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번 해봐라'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아이가 한 번 시도는 해보게 하되 아이가 결과에 납득할 수 있게끔, 그리고 이때다 싶어 부모에게 하는 무리한 요구를 합리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보통 아이가 말하는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방송을 하려면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를 마련해 달라. 사달라는건 아니다 나중에 아르바이트해서 갚겠다.

2. 게임을 하거나 방송을 보는 것도 결국 공부의 일종이다.

3. 방송하는 사람들이 돈 얼마나 많이 버는 줄 아나? 충분히 방송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


먼저 1번 항목부터 봅시다. 가장 흔하면서도 부모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패턴이죠.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한 번 해봐라 하면 온라인 견적 사이트에서 온갖 장비 카탈로그를 가져와서 사달라고 합니다. 다 합치면 3백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죠. 좋은 마이크, 좋은 컴퓨터. 가끔은 방송과는 전혀 상관 없는 장비까지 들어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훨씬 저렴한 장비로도 방송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여러번 말했다시피, 개인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재미없는 영상은 아무리 화질이 좋아 봐야 고화질 노잼영상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상은 화질이 아무리 구려도 다시 돌려보게 되죠. 진짜 열정이 있어 방송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열악한 장비로도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듭니다. 이후에 부모를 설득하려 하죠.



▲ 있으면 좋지만, 더 싼 장비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컴퓨터 하나로 방송해 성공한 스트리머 '소니쇼'가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해진 '딩셉션'도 한동안은 인풋 디렉터를 이용해 장비의 열악함을 커버했죠. 컴퓨터 하나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장비 얘길 할 수도 있으나, 멀쩡히 집에서 게임을 했음에도 장비타령을 하는 경우 대부분은 이 참에 고급 컴퓨터 한 대 뽑겠다는 겁니다.

2번을 봅시다. 솔직히 말해서 뻔히 속이 보이는 내용이긴 합니다. 쉽게 말해 놀 때 잔소리하지 말라는 거죠. 하지만 가끔은 알고도 당해주는게 필요합니다. 경험 상, 노는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한다고 공부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놀지도, 공부를 하지도 않고 멍하니 있을 뿐이죠. 차라리 놀 때는 놀게 하는게 여러모로 낫습니다. 노는 것까지 못하게 하면 아이는 그저 원망만 품습니다.




3번입니다. 여기서 다시 유일하게 이름을 밝혀주신 '침착맨' 이병건 작가의 말을 들어 봅시다. 제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방송을 처음 시작하는 상황이에요. 장비를 갖추고 1년 간 방송을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예상 수입이 어느 정도 될까요?

0 이요.

아예 0원이요? 한 푼도?

아... 장비값 생각하면 마이너스일수도 있겠네요.

위에서 한 번 말한 사례가 있습니다. 키즈 유튜버인 '보람튜브'의 얘기죠. 2016년에 개설해 현재 메인 채널 구독자가 424만 명, 전체 구독자는 1,700만 명에 달합니다. 조회수는 영상 하나당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억 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청담동에 빌딩을 사서 뉴스에도 나왔죠. 1년 수입이 400억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 정도면 돈 많이 번다는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사실 이정도 돈이면 현실을 안다는 어른들도 흔들 수 있는 돈이긴 합니다. 보람튜브 뉴스가 나온 이후 유튜브 채널에 온동네 여섯살 아이들 영상이 죄다 올라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큰 금액 때문에 세상 좀 살아본 분들도 눈앞이 흐려진 거죠. 보람튜브의 성공이 운이라는 배아픔 섞인 해석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수천만 원 투자한 드라마보다 보람이가 삼촌 몰래 끓여먹은 짜장라면 조회수가 더 높으니 말이죠.

어른들마저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면서 아이들 영상을 찍어대는 마당에 떵떵거리는 방송인들을 매일같이 보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될까요? 충분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만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생각하듯, 실제로 전업으로 방송을 할 정도로 소득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절대적인 수로는 꽤 될 수 있으나, 도전하는 전체 사람 대비 비율로 보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내용은 나중에 기사 말미에서 한 번 더 다루도록 하죠.



▲ 현실적으로 오히려 손해만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잘 통하는 방법은 첫 번째 주제에서 이미 얘기한 바 있습니다. 세상에 쉽게 볼 수 있는 직업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스스로 알게 하는 겁니다. 그냥 해 보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물어보세요. 두 달 정도 하면 몇 명까지 구독자(시청자)를 늘릴 수 있냐고 말이죠. 아마 본인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수를 제시할 겁니다. 너무 적은 수를 제시하기엔 스스로 부끄럽겠죠. 간단한 캠이나 마이크는 얼마 안 하니 그냥 사주셔도 됩니다. 비싼 장비는 목적을 달성 하면 사준다고 하세요.

그럼 결과는 세 가지로 나옵니다. 80%는 목적 달성에 실패합니다. 애초에 진지하게 덤벼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실패하게 되어 있죠. 19% 정도는 달성에 실패했지만, 마치 된 것 처럼 기만전술을 폅니다. 수치를 포토샵으로 살짝 수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부모도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에 대해 기본적인 것은 알아두시는게 좋습니다. 아이가 방송을 어떻게 하는지 가끔 봐 주고, 아이가 만드는 영상이 어떤 것인지도 한번씩 봐 주세요. 결과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지, 숨길 수 있는 성적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부모를 속이려 든다면, 부모가 전혀 그 분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1%의 아이들은 목표 달성에 성공하고 그 다음을 바라볼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님도 아이를 한 번쯤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편견에 찬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본 것은 아닌지, 이 녀석이 생각 이상의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재고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만약 본인이 기준을 정하고, 실패했음에도 납득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린다면... 이건 이미 유튜브나 게임 방송과 관련된 문제를 넘어선 다른 성격의 문제입니다. 소재가 유튜브고, 게임 방송이었을 뿐, 다른 어떤 것도 핑계가 될 수 있는 상황이겠죠. 뭐라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군요.



마무리
격랑의 레드오션, 부모는 산업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허위, 과장광고 혐의로 공판을 기다리는 몸이 되었지만, 먹방으로 유명했던 '밴쯔'의 전성기 시절을 사례로 들어 봅시다. 오죽하면 인터넷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으신 제 장인어른도 밴쯔의 이름은 아실 정도입니다. 당시 대중에게 밴쯔는 채팅창만 통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있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밴쯔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죠. 그 생각이 커지면 '나도 장비만 있고 좀만 노력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됩니다.

그는 어렵던 시절 음식 값이 없어 막노동을 뛰었고, 그 돈으로 음식을 사서 먹방을 진행했습니다. 4-5인분의 음식을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다 먹을 정도로 엄청난 식사량을 보여주고, 그로 인해 섭취한 열량을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운동으로 소모하며 체중 관리를 할 정도로 성실합니다. 동시에 깔끔한 방송 매너도 살뜰히 챙겼죠. 노골적으로 말해 밴쯔가 기울인 노력의 크기라면, 다른 직업을 택했어도 충분히 성공을 거두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의 아이들은 밴쯔가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바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에게 보이는 건 언제나 환하게 웃고, 맛있게 음식을 먹고, 많은 돈을 벌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모습 뿐이죠. 아이들이 유튜버와 스트리머라는 직업에 혹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지금의 밴쯔는 그런 우상이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가 문제없이 방송을 이어가던 시절엔 말이죠.



▲ 성공한 사람보다 수백배 많은 이들이 실패의 고배를 마십니다.

부모의 역할은 수정과 보완입니다. 아이의 꿈 자체를 막진 않되, 이면에 놓은 현실을 알려주고 아이 스스로 이 산업이 만만하게 도전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것을 깨닫게끔 해야 합니다. 유튜브, 그리고 개인 방송은 뛰어들기만 하면 꿈을 잡을 수 있는 보물섬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성실함과 노력을 기본으로, 각종 재능과 번뜩이는 재치, 창의력까지 요구하지만 그럼에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산업이죠.

몰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어느 시장과 비교해도 비할 데 없는 레드오션이지만, 그 와중에 또 곳곳에 미개척 블루오션이 숨어 있는가 하면, 트렌드에 따라 물살도 제멋대로 바뀌는 등 어지럽기 짝이 없습니다. 성공한 이들의 빛이 굉장히 강렬해 누구나 그 빛을 볼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수많은 도전자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격랑의 바다가 지금의 1인 미디어 시장을 말하는 현주소일 겁니다.

말하기 전에 아셔야 합니다. 1인 미디어는 이미 단순히 특정 계층의 취미를 넘어선, 사회의 중요한 일각이 되었습니다. 진지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가 꿈을 이야기할 때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초적인 지식은 알고 계시는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아이에게 길을 제시해주고, 이에 필요한 도움까지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도 않고, 답안지도 존재하지 않는 과정일 겁니다. 게다가 힘들기까지 합니다. 제 어머님은 아직도 절 볼 때마다 '너 키우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라고 하십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반박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를 보살피는 이유는 자녀를 너무나 사랑하고, 나아가 평생 걱정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정답이 없듯, 이 글 또한 모든 아이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인 미디어는 종사자조차 앞날을 가늠하기 힘든 변화무쌍한 산업입니다. 똑똑하고 열정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부모님만이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길을 잃고 게임과 인터넷 방송으로 도피하는 아이들, 부모님의 대응이 이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먼 훗날, 아이들은 반드시 기억합니다. 부모님께 무엇을 받았고, 어떤 말을 들었고, 그것들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회상하고 이를 다시 부모에게 말합니다. 지금의 고민은 쉽지 않겠지만, 부디 슬기롭게 이겨내시고 먼 훗날, 자녀분들이 행복하게 그 날을 다시 되뇌이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 JOB 기획기사
[①부] '게임 방송' 하고 싶다는 자녀, 부모로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요?"
[②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전하는 현실적 조언"
└[③부]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우리 아이! 어떻게 말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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