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계묘년 맞이 게임 속 '토끼' 찾기, 그럼 바니걸은?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10개 |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육십갑자의 마흔 번째 해이자, `검은 토끼`의 해다. 계묘년을 상징하는 동물인 토끼는 포유강 영장상목 토끼목 토끼과에 속하며, 얌전하고 온화한 동물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치악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스트레스 여부에 따라서는 좀비 못지않은 광포한 공격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토끼의 특성 때문일까. 귀엽고 순하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게임 업계에서만큼은 `만렙토끼`, `보팔래빗`, `토끼공듀` 등 무시무시한 이미지와 강력함의 상징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상반된 실체에서 오는 괴리를 하나의 재미 포인트로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묘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게임 속에서 그려지는 토끼들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이때 섹시한 의상의 대명사인 `바니걸` 캐릭터를 게임 속 토끼 분류에 포함해야 할지 말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검정색 컬러링이 주를 이루는 바니걸의 헤어밴드와 넥 초커, 레오타드와 스타킹은 그야말로 검은 토끼 그 자체이며, `계묘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끼의 특성을 제외하고 단순히 의상으로써 소모된 바니걸 코스튬은 이번 기획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제외하기로 했으니 너무 노여워 말길 바란다.



▲ 그래도 블루 아카이브의 '바니걸 카린'은 짚고 가자. 정말 건전하고 건강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살아있는 공포 그 자체, 토끼가 '만렙토끼'로 그려진 경우



▲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1975)' 속 토끼

게임 속에서 `토끼`가 무시무시한 공포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것은 대부분 영국의 1975년 작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속 살인 토끼에서 따온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아서 왕 전설이야 워낙 게임의 소재로 사용하기 좋은 이야기이고, 중세 의복과 무장을 갖춘 기사들을 손쉽게 무력화시키는 토끼의 폭력적인 이미지는 수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살인 토끼는 영화, 소설,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창작물에서 패러디됐고,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하나의 고유명사 같은 개념이 됐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 다크문 토끼



▲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WoW와 하스스톤 속 '다크문 토끼'

첫 번째로 소개할 토끼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다크문 토끼`다. 다크문 축제 기간에만 만날 수 있는 이 토끼는 작고 왜소한 외모와 달리 필드 레이드 보스급의 높은 능력치를 지녔으며, 영화 속 킬러 래빗처럼 이쪽저쪽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치유 효과 100% 감소 및 공포 상태`로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토벌을 위해선 희생이 불가피했지만, 새로운 업적과 에픽 펫을 얻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수많은 와우저들의 단골 사냥감이 되곤 했다.

다크문 토끼의 인기는 워크래프트 IP를 활용하여 개발된 카드 게임 `하스스톤`에까지 이어졌고, 결국 `광기의 다크문 축제` 확장팩 업데이트에서 특급 카드로 추가되기에 이른다. 하스스톤 속 다크문 토끼 카드의 능력치는 '공격력 1, 체력 1'로 일견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카드를 꺼내자마자 속공 능력으로 필드에 깔린 하수인을 최대 세 마리까지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 물론, 10코스트라는 높은 비용 탓에 일반 덱에 채용되는 일 없이, 투기장에서나 가끔 사용되는 예능 카드가 됐다.


- 마인크래프트 : 살인마 토끼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도 다양한 종류의 토끼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엔 '살인마 토끼(The Killer Rabbit)'도 포함되어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살인마 토끼는 토끼들 중 유일하게 공격력과 방어 포인트를 지니고 있고, 빨갛고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이 특징이다. 초기 텍스처에는 입에 피를 묻히고 있는 버전, 입과 발 부분에 피를 묻히고 있는 버전도 존재했으나, 현재는 전체 이용가 게임다운 얌전한 모습으로 변경됐다. 평화로움 난이도 이상에서 공격성이 발동되며,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한 방에 12 대미지라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보여준다.

마인크래프트의 살인마 토끼는 다른 여타 토끼들과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생성되는 개체였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플레이어가 갑자기 공격당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여 이후엔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비로소 생성할 수 있는 특수한 개체로 수정됐다. 네 차례에 걸친 외형 수정부터 여러 사양 변경까지, 어쩌면 마인크래프트에 더해지기엔 너무 과격한 괴물이 아니었나 싶다.


- 던전 앤 파이터 : 토끼 뽀뽀




던전 앤 파이터에도 킬러 래빗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몬스터 '토끼 뽀뽀'가 등장한다. 조안 페레로의 항해 던전 중 '내성'을 방문하면, 낮은 확률로 '토끼' 마크가 그려진 추가 구역에 입장할 수 있는데, 토끼 뽀뽀는 오직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희귀 몬스터다.

각종 보물이 가득 쌓여 있는 보물 방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으로 배회하고 있는 이 토끼는 플레이어를 마주한 순간, 마치 `소닉`처럼 빠르게 이동하며 출혈과 기절 등 다양한 디버프를 순식간에 쏟아붓는 광포한 모습을 보여준다. 공격 시에 흉포하게 일그러지는 얼굴과 빠른 움직임은 영화 속 킬러 래빗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나, 저레벨 던전의 몬스터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대부분의 모험자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토끼 뽀뽀를 처치하면 확정적으로 레전더리 소울을 획득할 수 있지만, 내성은 한주에 딱 세 번만 입장할 수 있으므로, 운이 나쁘다면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계묘년을 맞이하여 올해의 운을 시험해볼 겸, `토끼 뽀뽀`를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


- 포 아너 : 치명적인 토끼




유비소프트에서 개발한 중세풍 액션 게임 `포 아너`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앞서 소개한 토끼들처럼 플레이어와 대적하는 몬스터가 아닌, 하나의 무기이자 도구 같은 느낌으로 활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포 아너에서는 상대와의 전투에서 약 공격과 강 공격을 섞어서 사용할 수 있는데, 마무리 일격을 강 공격으로 넣을 시 각 캐릭터별 독특한 처형 모션이 발동된다. 상대의 부활을 저지하고 리젠 시간을 늘리는 대신 잠시 움직임이 봉해지는 양날의 검 같은 기술인데, 포 아너의 토끼는 이 처형 모션 중 하나로 추가됐다.

`치명적인 토끼(Deadly Hare)`라는 이름으로 추가된 이 처형 모션을 사용하면,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토끼를 꺼내 상대의 시선을 끈 뒤, 이내 쏜살같이 발사되는 토끼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린다. 마냥 공포의 존재로만 여겨졌던 킬러 래빗을 길들여 애완동물처럼 활용하는 연출이 다른 어느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 눈토끼




중세 판타지 세계관의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명작 중 하나인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이하 위쳐3)'에도 킬러 래빗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선 흔하디 흔한 '눈토끼(Snow Hare)'로 등장한다.

벨렌 동부의 작은 마을인 '베넥(Benek)' 주변엔 동굴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플레이어는 눈토끼 한 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게롤트에게 덤벼드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으나, 동굴 입구 주변에 흩뿌려진 선명한 핏자국과 유골들을 통해 이 눈토끼가 영화 속 '킬러 토끼'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토끼에겐 그간 갈고 닦은 위쳐 검술이나 마법은 일절 통하지 않고, 당연히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도 일어나지 않는다. 위쳐3의 눈토끼는 중세 세계관과 영화, 그리고 RPG 팬들에게 작은 웃음을 주기 위해 개발자가 준비한 이스터에그 개념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 드래곤즈 크라운 : 킬러 래빗



▲ 모험가 하나쯤은 순식간에 삭제시키는 '드래곤즈 크라운' 속 킬러 래빗의 위력

정통 중세 판타지를 표방하는 바닐라웨어의 2D 액션 게임 '드래곤즈 크라운'에서도 귀여운 토끼를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기사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는 미궁 던전의 보스로 등장하는 이 토끼는 그 이름부터가 '킬러 래빗'이다.

앙증맞은 외모와 대비되는 빠르고 날렵한 움직임, 강력한 즉사기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공격 패턴, 여러 기사들이 동시에 몰려들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과 결국 '폭탄'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구성까지,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 속 킬러 래빗을 게임 속에 구현하기 위해 개발진이 특히 더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패러디나 이스터에그에 그치지 않고 알찬 구성으로 채워진 드래곤즈 크라운 속 킬러 래빗은 여러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솔로 혹은 파티로 한 번쯤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좋은 도전과제가 됐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 영화 속 킬러 래빗을 직접 상대해보고 싶은 유저라면, 드래곤즈 크라운의 킬러 래빗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PS3로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은 이후 PS VITA, 그리고 PS4 플랫폼으로도 정식 출시됐다.



토끼의 모습을 한 무언가? 게임 속 토끼 스타일 캐릭터들



▲ 영화 '더 씽(1982)'

게임 속에는 킬러 래빗의 경우를 제외하고도, 토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게임 제목부터 토끼인 `재즈 잭 래빗`이나 포켓몬 시리즈의 이어롭, 마릴리, 파트로 같은 누가 봐도 토끼인 캐릭터들이 있는가 하면, 토끼의 특징 하나를 대충 붙여 넣고는 `일단은 토끼 캐릭터`라고 우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슷한 형태의 기획을 통해 매번 소개됐던 토끼 캐릭터들이나 너무 오래된 것들을 제외하고, 2023년에 걸맞게 조금 최신화된 게임 속 토끼 캐릭터들의 사례를 모아보았다.


- 리그 오브 레전드 : 벡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복실복실 티모나 전투 토끼 리븐 등 토끼 코스튬을 착용한 챔피언이 가끔 있었지만, 토끼 그 자체를 컨셉으로 만들어진 챔피언은 단 하나도 없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157번째 챔피언이자 우울한 요들인 `벡스`는 컨셉 단계부터 토끼 마법사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진짜 토끼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벡스의 컨셉을 만든 개발자는 토끼들이 상징하는 것들을 캐릭터에 녹여냈고, 그에 맞춰 외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벡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자`가 탄생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방을 약 올리기 위해 토끼 코스튬을 뒤집어쓴 가짜들과 달리 `진짜` 토끼의 강력함으로 무장한 요들 마법사 벡스는 오늘도 미드 라인 1티어 챔피언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 동물의 숲 시리즈 : 토끼주민




'동물의 숲' 시리즈에는 토끼를 모티브로 한 주민들이 대거 등장한다. 총 22마리의 토끼 주민이 있는데, 이는 30종 이상에 달하는 전체 동물군 중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주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동물의 숲 속 토끼 주민들은 놀랐을 때 눈이 빨개지는 모션이나 살랑살랑 흔들리는 귀, 통통 튀듯 맑고 경쾌한 실로폰 멜로디 등으로 토끼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발랄한 이미지를 담아낸 듯 아이돌 성격의 주민도 모든 동물군 중 가장 많은 편이다. 미첼과 릴리안 등 시리즈 팬들이 뽑은 인기 주민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는 등, 동물의 숲 시리즈를 대표하는 간판 동물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명일방주 : 토끼 수인족 '카우투스'



모바일 게임 `명일방주`에도 다양한 동물을 모티브로 삼은 종족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카우투스` 족은 토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토끼 종족이다. 명일방주의 마스코트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아미야` 역시 카우투스 종족을 대표하는 오퍼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아미야는 간혹 당나귀로 오해받고는 하지만, 분명 카우투스족이 맞다.

명일방주의 카우투스족 설정에는 기본적으로 야행성 동물인 토끼의 습성들이 여럿 반영되어 있다. 조심스러운 성격이나 토끼 사육장 형태의 판잣집 아티펙트 등 토끼와 연관된 설정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설정이나 스토리를 중시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가장 특징이 되는 `토끼 귀` 하나로만 분별하게 되지만 말이다. 게임 내 토끼 귀를 가진 캐릭터는 모두 카우투스족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현재 아미야를 포함하여 총 11종의 카우투스족 오퍼레이터를 게임 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블루 아카이브 : 래빗(RABBIT) 소대



'블루 아카이브'에 등장하는 동아리 중 하나인 '래빗 소대' 소대원들 역시 토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래빗 소대는 블루 아카이브 메인 스토리의 네 번째 장인 '카르바노그의 토끼' 편에서 처음 등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카르바노그의 토끼는 위에서 소개한 '살인 토끼'의 또 다른 이름이다.

SRT 특수학원 학생들로 구성된 이 소대의 소대원들은 모두 토끼 귀 모양의 머리띠, 혹은 헬멧을 착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농성을 위해 점거한 공원에도 '캠프 래빗'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소대 로고에도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기저기 토끼를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귀여운 외모와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아쉬운 소대라는 평을 받고 있다.


- 라핀 : 리베와 토끼 탐험대




국내 인디 개발사 스튜디오 두달에서 만든 2D 플랫포머 게임 '라핀(LAPIN)'은 토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이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얼리억세스 빌드이지만, 게임 속 주인공인 토끼 탐험대의 모습은 현재 버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다섯 마리의 '토끼'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게임에서는 토끼의 움직임을 구현한 다양한 액션이 등장한다. 토끼가 온순한 초식동물이라는 점에 착안해 게임 내 전투 콘텐츠를 지웠고, 대신 기민한 움직임과 점프를 중심으로 짜여진 플랫포머 액션이 게임을 채우고 있다.

토끼 귀를 하고 있는 수인 캐릭터 대신 몽실몽실한 '토끼'의 귀여움에 집중한 게임이 궁금하다면, '라핀'을 주목해보자. 개발사 스튜디오 두달은 라핀의 얼리억세스를 2023년 1분기까지 마칠 것이라며, 다가오는 2월 28일에는 이지모드를 포함한 신규 업데이트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 비에라, 레포릿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종족인 `비에라`는 토끼의 귀를 가진 토끼 인간 종족이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어드밴스를 통해 처음 등장했고, 이후 파이널판타지14에서 플레이어블 종족으로 더해지며 인지도를 크게 키웠다.

사실 토끼를 연상시키는 귀와 코, 얼굴 생김새를 제외하면 토끼의 특성이 녹아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은 편이다. 마치 고양이처럼 뛰거나 앉고, 꼬리를 움직이는 종족 `미코테`와 비교해보면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앞서 소개한 슈퍼 버니맨이 토끼의 `깡충깡충` 요소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면, 비에라족은 여리여리하고 날렵한 외모 하나에 집중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외모에 모든 스탯을 부어 넣은 종족답게 비에라는 파이널판타지14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종족들보다 더 비율이 좋고, 여성과 남성 모두 패션모델처럼 날씬한 체형을 가진 종족으로 등장한다. 어떤 옷을 입혀도 찰떡같이 소화하지만, 토끼처럼 길게 뻗은 귀 때문에 착용할 수 있는 치장형 모자 아이템의 개수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파이널판타지14에는 비에라 외에도 토끼를 컨셉으로 하는 종족인 `레포릿`이 등장한다. 토끼의 요소들이 하나씩 섞인 수인 캐릭터였던 비에라와 달리, 레포릿은 토끼의 이미지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달에 살고 있다는 달토끼를 컨셉으로 만들어졌으며, 사람보다 토끼 쪽에 더 가까운 외모와 귀여운 토끼 꼬리까지 모두 달린 것이 특징이다. 이야기의 최종장인 '효월의 종언'을 통해 처음 등장했으나, 모그리나 초코보에 필적하는 귀여운 외모로 시리즈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캐릭터로서 그 입지를 키우고 있다.


- P의 거짓 : 검은 토끼 형제단



▲ 2023년 기념 축전을 통해서도 소개됐던 P의 거짓의 '검은 토끼 형제단'

'검은 토끼 형제단'은 네오위즈 산하 개발사인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신작 게임 'P의 거짓'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세계적인 아동 문학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답게, 원작 이야기 속 등장인물인 '네 마리의 검은 토끼' 역시 게임에서 '검은 토끼 형제단'이라는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원작 소설 속 검은 토끼들은 피노키오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관짝을 옮기는 지옥의 사자로 표현되는데, 액션 RPG인 P의 거짓에서는 주인공 피노키오를 위협하는 중간보스 격의 집단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칼과 창, 지팡이, 망치 등 각기 다른 무기를 활용하는 네 마리의 토끼 캐릭터가 동시에 협공을 가하는 독특한 스테이지 구성은 액션 RPG 장르의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검은 토끼 형제단은 원작 속 토끼를 모티브로 삼아 창조된 토끼 가면을 쓴 코스플레이어일 뿐, 진짜 토끼 캐릭터로 분류하기는 다소 애매한 편이다. 다만 다른 토끼들과 달리 2023년의 상징인 '계묘' 그 자체를 형상화하고 있으므로 이번 목록에 망설임 없이 포함시키게 됐다.


- 슈퍼 버니맨 : 버니맨



▲ 정신나갈 것 같은 특유의 BGM과 오프닝 댄스가 압권

인디 플랫포머 게임 `슈퍼 버니맨(Super Bunny Man)`은 스팀에서 버니, 또는 래빗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노출되는 인디 게임 중 하나다. 제목부터 대단한 토끼 남자고, 등장하는 캐릭터 또한 토끼뿐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2명 이상의 친구들과 함께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우정 파괴 게임`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사실 슈퍼 버니맨도 토끼 코스튬을 뒤집어쓴 남자일 뿐 진짜 토끼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깔끔하게 차려입은 토끼 코스튬과 오직 뒷다리로만 추진력을 얻어 깡충깡충 뛰어오르는 이동 모션, 여기에 `당근`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게임 속 모습은 앞서 소개한 그 어떤 게임들보다도 `토끼`에 진심인 모습이다.

2017년에 처음 출시된 후 아직도 얼리억세스 상태이지만, 개발사인 카토바이트(Catobyte)는 가까울 시일 내에 새로운 업데이트와 반가운 소식을 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토끼의 해를 기념하여, 슈퍼 버니맨의 새로운 모습도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번외 : 장면을 채우는 씬 스틸러, 게임 속 인상적인 토끼들




게임이라고 토끼가 무조건 흉포한 괴물이나 토끼 귀, 토끼 탈을 쓴 토끼 코스튬의 캐릭터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토끼 그 자체의 매력에 집중한, 그야말로 실사 그대로의 토끼가 그려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빈번하다. 단순히 여러 야생 동물 무리 중 하나인 '동물 1'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 게임 속 서사의 흐름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로 사용된 '명품 조연' 토끼들을 찾아보았다.


- 둠 시리즈 : 데이지




`데이지`는 1993년작 클래식 둠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둠가이가 키우는 애완동물로 처음 등장했다. 지구의 애완동물 가게에서 둠가이가 직접 데려온 데이지는 둠가이의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으나, 복수를 위해 지구로 찾아온 악마들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둠가이는 `데이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다짐한 뒤, 다시금 악마 학살에 나서게 된다.

데이지는 우주해병 둠가이가 왜 지옥의 악마 군단에 혈혈단신으로 맞서고, 악마만 보면 찢고 뭉개려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더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악마들에게 죽임을 당한 데이지는 이후의 둠 시리즈에서도 이스터 에그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대부분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데이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둠가이가 데이지의 환각을 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 둠 시리즈 전반에 그려지는 데이지의 흔적들. 이터널의 일러스트에서도 데이지를 찾아볼 수 있다.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 숲 속의 눈토끼




너티독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등장한다. 개와 말, 사슴, 토끼는 물론, 원숭이나 기린까지 볼 수 있는데, 특히 토끼는 게임 속 시간의 흐름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동물이다.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것 외에도 여행 중 중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조엘을 홀로 보살피게 된 어린 엘리가 어느덧 한 사람의 전사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장치로도 쓰인다. 대학교 파트 이후에 경직된 이야기를 부드럽게 이완해주는 귀여운 토끼의 사실적인 움직임이 궁금하다면, PS3로 처음 출시된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작으로 불리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직접 플레이해보기 바란다.

지난 2022년 9월엔 신형 콘솔인 PS5를 통해 더욱 일신한 그래픽으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이 발매됐고, 다가오는 3월에는 PC에서도 리메이크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을 예정이다. 그런데 슬슬 2편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버전의 토끼를 비교해보는 것도 즐겁다 (출처: 'GamePLAY'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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