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핀란드 게임 산업, 어떻게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됐을까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1개 |


▲ 쿠피 힐투넨 네오게임 핀란드 협회 디렉터(좌), 올리 시네르마 비즈니스 핀란드 선임 어드바이저(우)

핀란드는 전체 인구 550만 명 가량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슈퍼셀, 로비오, 레메디 등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게임사들이 있는 곳입니다. PC, 콘솔 게임이 주류이던 시절에도 게임업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했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대두하면서 더욱 더 주목받고 있죠. 이번 지스타에서는 브롤스타즈의 월드 파이널이 개최되기도 했고요.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PC와 콘솔, 모바일 고루고루 성과를 내고 있는 핀란드 게임산업계, 과연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번 지스타를 방문한 쿠피 힐투넨 네오게임 핀란드 협회 디렉터와 올리 시네르마 비즈니스 핀란드 선임 어드바이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지스타에 이번에 몇 번째 참여하시는 건가요?

힐투넨: 한국에는 전에도 여러 번 왔었는데, 지스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네르마: 그간 여러 컨퍼런스나 게임쇼를 가봤지만, 한국은 처음입니다. 지스타도 처음인데, 정말 흥미롭더군요.


Q. 핀란드에서 게임산업이 가지는 위치가 궁금합니다.

시네르마: 게임 산업은 핀란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3천 명 정도가 조금 넘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구성된 터라 규모는 좀 작지만, 모바일부터 PC 콘솔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큰 발전을 이루어왔죠.

힐투넨: 핀란드는 종종 글로벌 마켓으로 낼 게임을 개발하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핀란드 게임 산업계도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요.

수익을 놓고 봤을 때, 게임 산업은 핀란드에서 가장 큰 콘텐츠 산업입니다. 다른 분야를 합친 것보다 더 클 정도죠. 2015년 게임 산업의 수익 비중은 핀란드 전체 GDP의 0.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굉장히 중요한 납세자이기도 하죠.


Q. 핀란드에는 로비오, 슈퍼셀 등 유명 게임사들이 있는데, 그 외에 핀란드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게임사가 있다면 어떤 곳인가요?

힐투넨: 핀란드 게임 산업은 굉장히 활기차고,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개발자들이 글로벌하게 연결되는 허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비오와 슈퍼셀, 레메디 외에도 스몰 자이언트, 넥스트 게임즈 등도 있죠. 그리고 퓨처플레이와 핑거소프트도 유럽과 글로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게임 스튜디오들입니다.

핀란드는 분명 규모는 작지만, 유럽 3대 게임 개발국 중 하나입니다. 지난 10년 간 핀란드 게임 산업은 점차 발전했고,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잘 정착되고 육성되면서 연간 20억 유로 이상 규모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시네르마: 저는 최근 스팀에 케이브 슈팅 RPG, '노이타'를 출시한 놀라 게임즈라는 곳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들은 정말 인디 개발자의 마음가짐 그 자체인 팀이죠. 그 외에도 새로 생겨난 게임사와 인디 게임팀, 예를 들자면 시크릿 익싯이나 크리티컬 참, 마인드헤븐 게임즈 같은 곳은 프로페셔널하고, 또 게이머로서의 마음가짐도 갖춘 곳이죠. 그런 곳들이 앞으로 새로이 떠오를 별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네르마 비즈니스 핀란드 선임 어드바이저가 주목하는 게임, '노이타'


Q. 핀란드의 게임산업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많은 한국 게이머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있었나요?

시네르마: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이 있긴 했어요. 그렇지만 노키아가 꽤 큰 역할을 했었습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했고요. 핀란드는 날씨가 그리 좋지 않다보니까 사람들이 실내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놀거나 하기도 했죠.

힐투넨: 비즈니스 핀란드는 20년 동안 핀란드 게임 산업을 후원해온 가장 큰 단체입니다. 연간 5억 유로 이상의 에산을 확보하고 있는 공공 자금 운용 전문가 조직이죠. 1995년부터 비즈니스 핀란드는 최고의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회사와 연구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말이죠.

핀란드 게임 산업을 위한 비즈니스 핀란드 기금의 펀딩 금액은 1995년에서 2008년 사이에 1억 3천만 유로를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자금이 게임 산업 성장과 민간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핀란드에서도 지스타 같은 게임쇼가 개최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힐투넨: 핀란드에는 지스타처럼 큰 게임쇼는 없습니다. 아마 지스타와 유사한 북유럽의 게임쇼는 매년 5월마다 스웨덴에서 개최하고 있는 북유럽 게임 컨퍼런스일 것 같습니다.

시네르마: 그나마 가장 비슷하다고 하면, 1년에 두 번 열리는 '어셈블리'라는 규모가 큰 랜파티일까요? 그때 핀란드에서 가장 큰 하키장 혹은 박람회장을 대관하는데, 약 3천 명의 사람들이 자기 컴퓨터를 갖고 와서 게임과 관련된 이벤트를 즐기거나 게임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 핀란드에서 매년 2회 개최되는 거대한 랜파티, '어셈블리'


Q. 핀란드는 규모가 작지만, 아기자기하지만 독특한 느낌부터 영화 같이 화려한 액션을 자랑하는 게임까지 다양하게 소화해내는 곳입니다. 그런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힐투넨: 핀란드 게임 산업의 역사는 꽤 오래 됐습니다. 1979년 출시된 체스 게임 '체스맥'이 핀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게임이었죠. 그 이후로는 개인 혹은 소규모 개발팀이 소소하게 만드는 양상이었는데 90년대에 하우스마크나 레메디 등 개발사들이 창립되면서 점차 프로페셔널하게 바뀌어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대표작을 보자면 레메디의 '맥스 페인' 등이 있겠죠.

그렇지만 2000년대 초에는 게임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기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투자가 일순 중단되기도 했었죠. 그러면서 개발자들이 PC와 콘솔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기류가 바뀐 것이 모바일의 대두, 그리고 스팀 같은 디지털 배포 방식의 확장이라고 보고 있어요.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스토어, 그리고 스팀 같은 플랫폼 덕에 기존에는 퍼블리셔를 거쳐야만 원활하게 진행됐던 과정이 개발사나 팀의 자체 역량만으로도 어느 정도 소화해낼 수 있게 됐죠. 물론 수익에서 수수료를 빼야겠지만요. 무엇보다도 해외 시장에 내기가 더 쉬워졌고,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투자를 받기도 쉬워졌습니다. 해외의 게임사나 투자사들이 그간 개발력을 키우고 있던 핀란드 개발사들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점차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2009년에는 대략 8,700만 유로였던 매출 규모가 2011년에는 1억 6,500만, 즉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모바일에서 자리잡은 F2P 모델을 잘 활용한 슈퍼셀 등의 사례는 이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는 1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죠.

그때부터 모바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레메디 등의 개발사들은 꾸준히 PC와 콘솔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앨런 웨이크, 퀀텀 브레이크 등이 그 예죠. 그런 과정을 거쳐왔고, 유럽 내에서 3위권에 달하는 게임 산업을 일궈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이를 안정화시켜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Q. 핀란드 게임 개발자과 게임사들이 갖고 있는 강점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힐투넨: 핀란드에는 전세계에서 온 많은 인재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핀란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27% 정도의 핀란드 게임 업계인들은 해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네르마: 높은 기술력이죠. 그리고 굉장히 직설적이고, 성실하다는 것도 강점이라 꼽겠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다고 할까요. 회사의 위계 질서 의식이나 그런 것도 크지 않고, 어떤 유리 천장이 있다거나 그런 게 없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봅니다.


Q.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대두되고 있습니다. 교육과 게임을 결합하거나, 게임의 이론을 다양한 곳에 활용하는 방식인데요, 핀란드에서는 어떤가요?

힐투넨: 핀란드 역시도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걸 당장 비즈니스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의미는 아닙니다만. 아마 근미래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네르마: 제 의견이지만 교육용 게임은 별로 재미있지 않다거나, 교육적 가치가 낮다고 보고 있어요. 아마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교육용으로 가장 성공적인 것은 실제로 교육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문명 같은 게임이지 않을까 싶어요. 놀이가 가장 훌륭한 교육의 형태라고 보고 있고, 여기에 큰 가치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Q. 최근 WHO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면서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힐투넨: 아마 그와 관련된 논의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는 오스트레일리아 국회의원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그곳에서도 게임이용장애에 대해서 한국처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의 관점을 따르고자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에게 해당 문제에 대해 게임 업계에서 보는 시각을 전달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련해서 아주 격한 논쟁이 있거나, 논란이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시네르마: 아마 당신이 삶을 살면서 뭔가 하나만 엄청 많이 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 원래 좋은 것,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죠. 인생을 즐기고, 스포츠를 즐기고, 건강하게 먹고 마시고 가족 및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면 게임을 하는 시간도 더 즐거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11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9가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plxE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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