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라이빗 디비전 "한국어화? OK!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정받는 건 특권"

인터뷰 | 박태학,김규만 기자 | 댓글: 5개 |




지난해 출시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게임 중 하나가 '앤세스터'였다. 어쌔신 크리드1, 2편과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를 개발하며 시리즈의 기반을 다진 '패트리스 데질레(Patrice Désilets)'가 유비소프트 퇴사 후 처음 선보인 게임. 어쌔신 크리드가 서양 문명을 테마로 한 것처럼, 앤세스터 역시 인류의 역사를 조명한 게임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현생 인류보단 침팬지에 가까운 유인원을 주제로 한 게임이었기에, 그래픽이나 게임플레이에서 이미 기존 블록버스터 게임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거대 자본의 입김만으론 절대 나올 수 없는 마이너한 게임. 그래픽은 제법 좋은 편이었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기믹 하나 하나는 인디 게임에 가까웠다. 이미 검증된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이 모인 만큼 '앤세스터'는 만듦새도 제법 괜찮았다. 후반의 반복되는 플레이로 점수 많이 깎아먹었지만, 그들의 도전 자체는 박수받을만 했다는 데 기자도 동의한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프라이빗 디비전(Private Division)'은 이러한 독창성에 가치를 두는 퍼블리셔다. 그들이 앤세스터 이전에 퍼블리싱한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역시 웬만한 인디 게임 이상의 창의력을 보여준 바 있고, '아우터 월드'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을 강조한 RPG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저 개발자 혼자 수줍게 웃고 마는 단계를 넘어, 세계에서 통할만한 창의력에 주목하는 그들이 인벤과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을 때는 솔직히 의아한 감정이 앞섰다. 그들이 관심 가질만한 생태계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톰 배스(Tom Bass) 프라이빗 디비전 마케팅 부사장과 앨런 머레이(Allen Murray) 프로덕션 부사장이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왜 자신들이 최근 주목받는 퍼블리셔인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 가감없이 들어볼 수 있었다.





▲ 좌- 톰 배스 프라이빗 디비전 마케팅 부사장
우- 앨런 머레이 프라이빗 디비전 프로덕션 부사장





프라이빗 디비전은 테이크투 산하의 인디 게임 레이블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톰 배스(이하 톰): 프라이빗 디비전이 테이크투의 인디 레이블로서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좀 더 진화한 모습이다. 우리와 함께 작업하는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더 이상 독립 스튜디오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산하가 되었고,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2'는 현재 시애틀에 위치한 자사의 인하우스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이다.

하지만, 우리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불변의 공통점은 우리와 함께 작업하는 제작자들, '패트리스 데질레(어쌔신 크리드의 크리에이터)'나 '마커스 레토(헤일로 공동 크리에이터)', 옵시디언 등이 업계를 이끄는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는 점이다.

레이블로서의 우리의 목표는 결국 재능있는 게임 제작자들을 이끌며 그들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프라이빗 디비전이 퍼블리싱 하고자 하는 게임들에 특정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앨런 머레이(이하 앨런): 기본적인 기준은 있다. 최대한 많은 플랫폼을 지원하는 싱글 플레이 게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디스인테그레이션과 같은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으로 기준을 확장했다. 또한 제작비 규모도 기준으로 삼아 중간급 게임을 지원한다. AAA 게임이나 작은 인디 게임은 이미 너무 좋은 퍼블리셔들이 지원하기 있기 때문이다.

2015년도에 우리가 처음 회사를 창업할 당시, AAA급 게임 개발 경험이 있고 그 퀄리티를 작은 규모의 게임으로 가져오고 싶어하는... 그래서 농축된 게임 경험을 살리고 싶어하는 개발자를 물색했다. 패트리스 데질레나 마커스 레토가 대표적이다. 우린 늘 우리가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지금도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을 꾀하는 몇몇 인디 게임 제작자들과 협업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 더 자세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




▲ 본사의 프라이빗 디비전 멤버들


지금까지 퍼블리싱을 맡은 3종의 게임 중 2종(아우터월드, 앤세스터)이 지난 2019년 출시됐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톰: 이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2019년은 레이블로서 정말 기념할 만한 해였다. 프라이빗 디비전은 2019년 9월 PAX West에서 처음으로 부스를 설치했다. 행사 시작 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우리 프라이빗 디비전의 시그니쳐 다이아몬드와 첫 타이틀이 통로를 따라 쭉 진열된 걸 봤다. 닌텐도 부스더라. 그 때 처음으로 모든 게 실감나기 시작했고 이후 아우터 월드나 앤세스터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지금까지 프라이빗 디비전의 게임은 아주 작은 인디게임보다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인디 게임들 위주로 서비스한 느낌이 강하다. 프라이빗 디비전은 보다 규모가 작거나 레트로풍의 게임을 출시할 생각이 있나?

앨런: 위에서 언급한대로, 작은 규모의 게임들만을 지원하는 퍼블리셔들이 업계에 많고, 그들이 매우 잘 지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업계에서 창의적이고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 작은규모의 게임 제작팀들과 늘 소통하고 투자하려 한다. 그들과 파트너를 맺어 몇몇의 게임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 '앤세스터' 게임플레이 영상


프라이빗 디비전이 다른 인디게임 레이블과 비교해 갖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앨런: 세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로는, 테이크투의 산하로서 투자 기회를 고려하거나 게임 제작 퀄리티와 연관 지을 때 자본의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테이크투의 퍼블리셔 중 하나로서 프라이빗 디비전 뿐만 아니라 2K나 락스타 게임즈 등 다른 자회사들과 협업하는 최고의 배급팀과 함께 일하며, 수많은 경험에서 습득한 비즈니스 노하우를 우리 게임들의 배급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와 같은 레벨의 다른 퍼블리셔들이 절대 갖지 못하는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수상 경력이 빛나는 우리 마케팅 팀이 있다.


톰: 마케팅팀은 네가지 원칙을 따른다.

하나, 개발자들과 협업하여 싱크를 맞출 것. 우린 구석에서 마케팅 플랜을 만들어서 개발팀에 제안하지 않는다. 각 게임의 특장점을 완벽히 이해하여 게임에 충실히 임한다.

둘, 철저한 리서치와 전략을 통해 마케팅 플랜을 수립한다.

셋, 리서치나 미디어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이 때 데이터는 테이크투 전체의 막대한 데이터 리소스와 마케팅 기술을 활용한다.

넷, 우리는 파트너사의 작업을 치하할 수 있도록 창작물을 수상으로 이끈다. 이와 같은 원칙을 4년전에 수립했고 지금까지 잘 적용되어 왔다.



최근 출시된 앤세스터, 아우터 월드 등의 게임은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여 한국에서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프라이빗 디비전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톰: 프라이빗 디비전은 한국어 공식지원을 통해 한국 시장과 한국 게이머에 지대한 존경을 표한다. 우리 레이블이 성장하면서 한국은 늘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었으며, 한국 게이머들의 수준에 걸맞는 관심과 존경을 표하려 노력해 왔다.


프라이빗 디비전이 올해 '디스인테그레이션'과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2'를 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게임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톰: '디스인테그레이션'은 헤일로의 공동 크리에이터인 V1 인터렉티브의 마커스 레토와 그의 팀에 의해 개발됐다. 미래의 지구, 기근과 이상기온으로 인해 인류는 뇌를 로봇의 몸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게 되었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결합된”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되며, 이 캐릭터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반란을 일으켜 적군에 대항하는 캐릭터다. 그레이브 사이클이라는 무장 비행선을 타고 지상의 동료 무법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러한 공중전과 지상전의 전략적 조화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이며, 싱글 플레이나 멀티플레이 모두 적용된다.

그리고 전작의 속편으로 출시된 우주 항공 게임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2'는 별난 커벌들이 우주를 탐사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우주선을 디자인하고 구축할 수 있고, 이번 시리즈에선 식민지 건설 및 차세대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전작인 1편이 현재의 우주 비행에 집중했다면, 속편인 2는 현재를 벗어나 과학 소설의 끝자락을 탐험한다 볼 수 있다.


[시연기]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한 슈팅 액션, '디스인테그레이션'

▲ '디스인테그레이션' 트레일러


'디스인테그레이션'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지만, 아직 한국어 버전 출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스팀에서도 한국어 지원이 안 되는 것으로 나와서 약간 걱정이다.

톰: '디스인테그레이션'은 영문판 출시 이후 한글화가 적용될 것이다. 지금 스팀에서 지원 언어 리스트에 한국어가 없는 이유다. 개발사 V1 인터렉티브는 30명 남짓의 작은 팀이기 때문에 출시일에 맞춰 우리가 원하는 모든 언어를 지원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한국어 버전 업데이트하는 날을 우리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는 정말 독특한 게임이다. 외국에서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한 바 있지만, 한국에선 크게 알려진 게임이라 부르기 어렵다. 후속작인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2'를 한국 유저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계획인지, 그리고 한국 유저들이 게임의 어떤 측면에 주목해주었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톰: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신규 유저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게임 내 구조적인 프로세스를 매우 발전시켰다.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한 게임의 깊이는 유지한 채, 새로운 애니매이션 튜토리얼을 삽입했고, UI를 향상시켰으며 우주선 조립 프로세스를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한국 유저들은 한국 우주항공 연구원이 만들고 있는 누리호를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2에서 재연할 수도 있다.

▲ 참신한 게임플레이로 수많은 팬을 확보한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한국에서도 굵직한 규모의 인디 게임들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중에서 특히 관심 가는 작품이 있나.

앨런: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다. 우리도 한국의 몇몇 개발팀과 컨택은 하고 있지만 아직 발표할 만한 건 없다. 나의 소망은 우리 게임의 인지도가 한국에서 더 커지고 인벤의 기사를 통해 우리를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만약 인벤 독자 중 게임 개발자가 있다면, 우리에게 제안을 줬으면 좋겠다. 전세계에서 이런 제안들이 날아든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톰: 한국은 우리 레이블의 성장에 더할 수 없이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환영받는 것은 퍼블리셔로서의 특권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현재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 중이다.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인벤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


앨런: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여러분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프라이빗 디비전의 모두가 여러분의 지지에 고마워하고 있다. 전 세계에 있는 프라이빗 디비전 팀들과 함께 안전한 환경에서 지속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 멋진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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