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시대의 변화, 기업은 게이머를 원한다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3개 |


  • 주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e스포츠의 가능성은?
  • 강연자 : 아그데르 대학 '토비아스 숄츠(Tobias Scholz)' 교수
  • 발표분야 : e스포츠, 산업, HR
  • 강연시간 : 2024.4.11(목) 13:00 ~ 13:30
  • 강연 요약: e스포츠의 개념 재정의, 그리고 게이밍으로 함양된 소양에 대한 현 산업의 시선 변화

  • 2024년 4월 11일 오후 1시,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e스포츠'라는 주제의 게임과학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노르웨이 아그데르(Agder) 대학의 토비아스 숄츠 교수와 게임과학연구원 안효연 박사, 연세대학교 이병주 교수를 비롯한 석학들이 연사로 참석했으며, 시대 전환에 따른 e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행사는 게임과학연구원 윤태진 원장의 개회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이후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전환 가능한 역량 개발'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비아스 숄츠 교수의 키노트 강연으로 이어졌다. 토비아스 숄츠 교수는 노르웨이 아그데르 대학에서 인적 자원 관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e스포츠 분야의 부교수이며, 20년 간 1세대 e스포츠 연구자 중 한 명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AI와 자동화의 시대에 e스포츠가 기업에게 있어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기술을 갖춘 개인을 양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며, 빠른 의사 결정과 팀 협업, 전략적 사고 능력의 배양을 통해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e스포츠 플레이어는 단순히 '게이머'가 아니다

    개회사에서 윤태진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e스포츠에 대한 고찰을 충분히 해 왔기에 그 의미를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실 테지만, 당장 문 밖만 나서도 e스포츠는 레저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e스포츠가 가진 레저, 엔터테인먼트 혹은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은 많은 자리에서 다뤄졌지만, e스포츠와 다른 산업을 연결짓는 건 아직 시도되는 단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현실에서, e스포츠와 타 산업의 관계는 단순히 비즈니스적 관계로만 남지 않는다. e스포츠를 통해 만들어진 경쟁적 세계에 익숙한 인적 자원들이 충분히 여러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게임을 하고, 사람들과 엮이며 플레이어는 다양한 소양을 기르게 된다

    'HR(Human Resource)'의 개념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인적 자원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학력과 경력을 중시하는 건 그것이 정확하기 때문이라기보다, 가장 수집하기 쉬우면서 기본적인 평가 기준이 되기 떄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기업은 보다 자세히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고, 각 개인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토비아스 숄츠 교수는 먼저 e스포츠를 재정의했다. '플레이어가 존재할 것', '게임이 존재할 것', 그리고 '경쟁적일 것'. 이는 통념상 생각하는 프로 e스포츠 선수들의 개념을 넘어 게임을 하는 이가 존재하고, 그 사람이 경쟁적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e스포츠 플레이어에 해당한다는 형태의 보다 광의적인 정의다.



    ▲ e스포츠를 프로 단계 뿐만 아니라 광의적 기준으로 재정의한 숄츠 교수

    나아가 그는 캐주얼 플레이어부터 아마추어, 준프로, 프로에 이르는 4단계로 e스포츠의 단계를 구분했는데, 이 중 프로 티어만 고려할 때의 경제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캐주얼 단계까지를 e스포츠로 정의할 경우 경제 및 인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음을 말했다. 비단 맞붙어 싸우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이와 얽히는 모든 게임적 요소들을 e스포츠의 범주에 넣은 것이다.

    숄츠 교수는 이와 같은 개념적 인식의 변화가 현재 유럽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임을 말하며, 이에 따라 e스포츠 플레이어들이 단순히 게임만 하다 은퇴해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영역에서 쌓아온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말했다.



    ■ e스포츠를 플레이하며 빚어내는 소양

    가령 이런 형태다. 우리는 좋은 e스포츠 종목을 말할 때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를 강조한다. 입문은 쉬우나 통달하기는 어려운 게임. 좋은 게임이 가져야 할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요소다. 토비아스 숄츠 교수는 이와 같은 좋은 e스포츠 게임의 핵심 속성이 '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e스포츠와 교육의 연계가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다.



    ▲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는 교육 분야에서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메타게임 또한 비슷한 결이다. 현실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패치와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함양되는 소양은 '게임 실력'뿐만 아니라 변화에 순응하고 이에 적응하는 그 자체다.

    이 밖에도, 경쟁적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쌓게 되는 소양은 다양하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개척 정신, 미지를 탐구하고자 하는 탐험심, 한 가지 분야를 진득하게 파고드는 집념과 열정도 그 소양이 될 수 있다.

    세계 경제 포럼에서는 2025년 기준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 10가지를 선정했다. 목록은 다음과 같다.

    - 분석적이면서 혁신적인 사고
    - 능동적인 학습과 학습 전략
    -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
    - 비판적 사고와 분석 능력
    -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주도적인 태도
    - 리더십과 원활한 대인 관계
    - 기술에 대한 활용과 관측, 조작 능력
    - 기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능력
    - 탄력적인 스트레스 조절 능력과 유연성
    -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문제 해결 능력



    ▲ 세계 경제 포럼에서 제시한 2025년에 중요한 10가지 소양

    그리고 우리는, 이 중 대부분을 경쟁적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숄츠 교수는 'MMORPG 공대장 출신이니 팀을 잘 이끌 것 같다'라는 문장이 이전에는 다소 비약적인 농담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사회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말하며, 몇 가지 예시를 더했다.

    '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라인'과 같은 게임이 실제 도시 설계 공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좋은 교재로 쓰임과 동시에 이들이 도시 설계 공학에 입문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FM(풋볼 매니저)를 실제로 플레이하며 전술을 시험해보는 축구 감독이나 선수들 또한 적지 않고, '이브 온라인'을 통해 거래와 외교로 시작되는 타인과의 합리적 교류를 배우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며 말이다.



    ▲ 실제 게임을 통해 직업적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 실제로도 그러할까?

    이후 숄츠 교수는 실제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프로 게이머들이 은퇴 후 지금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를 도표로 보여주었다. 그는 33인의 전 프로게이머 중 8인만이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9명은 총괄 매니저의 역할을, 12명은 기술 및 과학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10명은 산업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을 말했다.

    이들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쌓은 개인적인 숙련도와 경험이 실제 팀원으로서, 혹은 팀을 이끄는 이로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빠른 의사 결정과 효율적인 선택, 나아가 다른 이들과의 협력이나 원활한 관계 형성에서 충분히 훌륭한 소양으로서 발휘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소양은 너무나 많고, 이를 측정하는 기준 또한 다양하다

    강연의 막바지에서, 숄츠 교수는 시대 전환의 과도기에서, 이제 지식의 축적 정도와 전통적 평가 기준의 결과 외에도 인간 그 자체의 소양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기조가 발생하고 있으며, 유럽권의 HR 개념은 이미 이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는 것. 성적과 학벌, 자격증만으로 보여줄 수 없지만 분명히 지니고 있는 개개인의 기질과 능력을 찾아내기 위해, HR 분야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다른 시선을 가질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 취업 면접에서 가장 열심히 한 게임은 무엇인지 묻는 날이 올 날이 아마 머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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