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우는 문화적 완충지대 역할이죠" 음양사에서 만난 김영선, 최덕희 성우

인터뷰 | 이광진, 강은비 기자 | 댓글: 35개 |
해외 게임들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현지화의 일환으로 국내 성우를 기용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PC와 모바일, 콘솔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해외 게임들에서 국내 성우의 목소리로 우리 말을 들으며 익숙하고 몰입감 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올 8월 출시를 앞두고 현재 CBT를 진행하고 있는 '음양사 for kakao(이하 음양사)' 역시 현지화의 과정에서 약 40여명에 달하는 국내 성우와 함께했습니다. 메이킹 영상을 통해 세이메이 역에 김영선 성우, 카구라 역에 최덕희 성우, 히로마사 역에 박성태 성우, 야오비쿠니 역에 이주희 성우, 코하쿠 역에 정혜원 성우가 캐스팅되었음이 밝혀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김영선 성우와 최덕희 성우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릅니다. 두 성우 모두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기 때문입니다. 김영선 성우는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 원펀맨의 사이타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 등 유명 작품의 주연을 도맡았고, 최덕희 성우는 세일러 문과 마법소녀 리나의 목소리라고 하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정도죠. 두 성우 모두 애니메이션, 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기에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본 목소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 업계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영선 성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히어로즈 오브 스톰에서 인간 상태의 아서스, 스타크래프트2의 이곤 스텟먼, 최덕희 성우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연화린이나 창세기전3에 등장하는 얀 지슈카의 목소리를 상상하면 떠올리기 쉽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즐겼던 파랜트 택틱스3(파랜드 오딧세이)에서 각각 레오와 쉬엔카의 목소리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놀라우면서도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영선 성우와 최덕희 성우는 이번 음양사를 통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두 성우의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어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정해진 시간 30분이 훌쩍 넘어가 버렸죠. 두 성우와 나눈 즐거운 이야기를 현장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담아봤습니다.



▲ 왼쪽부터 김영선 성우, 최덕희 성우. 세이메이와 카구라의 소품을 들고 찰칵.



Q. 두 분이 함께 연기하게 된 것이 굉장히 오랜만인데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김영선 성우 : 예전에 제가 MBC에서 전속을 지낼 때, MBC에 가장 많이 오신 외부 성우분이 선배님이세요.

최덕희 성우 : 그랬나? (웃음)

김영선 성우 : 네, 제일 많이 오셨었어요. 같이 연기했던 부분도 많았죠. 그러고 보니 선배님, 낚시왕 강바다도 하셨었죠.

최덕희 성우 : 그렇죠. 낚시왕 강바다의 강바다 역을 했었는데 너무 기억에 남아요. 이게 강과 강 사이를 두고 대화를 하는 거라, 한 마디도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됐어요. 강 건너편에 있는 친구들과 소통을 해야 하니까. 그 작품이 36편 정도 되었는데, 마지막 녹음이 끝나고 내려와서 차에서 혼자 울었었어요. 그때 굉장히 목이 힘들 때였는데 겉으로 표현은 못 하고, 그러면서도 강바다 역을 하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다 보니 너무 힘들었거든요. 차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던 작품이 강바다에요.

그리고 MBC에서 녹음했던 외화 중에선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산드라 블록 역할, 또 롱 키스 굿나잇의 지나 데이비스 역을 했었어요. 이 두 작품도 기억에 남네요.

김영선 성우 : 시리즈도 많이 하셨지 않나요?

최덕희 성우 : 음... 글쎄요...

김영선 성우 : 제가 그때는, 선배님이 먼저 주인공으로 연기하시고 나서 행인 3, 관객 2, 경찰 3 같은 역할을 했어요. (웃음)

최덕희 성우 : 잠깐이었어요. 잠깐이었고, 금방 주인공으로 올라왔어요. 그 후 1~2년 뒤에 센과 치히로에서 만났어요. 굉장히 성장이 빠른 라이징 스타였죠.

김영선 성우 : 감사합니다. 하하. 센과 치히로에서 주인공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또 바로 이민을 가셔서 그동안 계속 추억으로만, 전설로만 계시다가 또 와주셔서 같이 연기하니까 굉장히 좋았죠. 조금 전에 녹음한 음양사를 잠깐 해봤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캐릭터 밑에 연기한 성우의 이름도 표시되더라구요. 그거 보면서 '오, 대박!'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좋았어요.



Q. 쟁쟁한 경력의 성우분들이신 만큼, 대표작과 맡으신 배역만 나열해도 인터뷰가 끝날 것 같습니다. 성우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배역은 무엇인가요?

최덕희 성우 : 김영선 성우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니까, 센과 치히로. (웃음) 둘이 함께했던 아름다운 영화.

김영선 성우 : 최고의 작품이죠.

최덕희 성우 : 제가 사실은, 감기가 들어서 한 2주 전쯤에 이비인후과를 갔어요. 이비인후과니까 아이들이 많이 오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비인후과에서 비디오를 틀어놨는데, 마침 센과 치히로가 나왔어요. 그걸 보고 있는데 얼마나 기쁜지. 내가 저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보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참 뿌듯했어요.

지금은 극장에 올라가는 만화를 녹음할 때 대부분 따로따로 녹음을 해요. 그런데 센과 치히로를 녹음할 때는 다 모여서 같이 녹음을 했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같이 보면서 호흡을 맞췄죠. 지금은 우리 둘이 주인공을 한다고 해도 얼굴도 못 보고 극장에 가서야 "아, 저렇게 했구나" 하고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같이 할 때라 밤을 새워서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

김영선 성우 : 맞아요 맞아요.

최덕희 성우 : 기존 방송들 다 끝내고 저녁부터 모여서 녹음을 시작해, 동이 틀 새벽 무렵에 끝났죠. 김영선 성우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녹음했던 센과 치히로를 잊을 수가 없네요.

하는 작품마다 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기에 모두 기억에 남지만, 특히 타이타닉도 빼놓을 수 없어요. 워낙 대작이기도 했고, 러닝타임이 긴 만큼 녹음도 길게 했어요. 오후 1시에 시작해서 밤 9시에 끝날 정도였죠. 쉬는 시간도 1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거의 8시간 동안 녹음을 했는데, 그 작품이 끝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마치 '내가 이제는 하산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한 작품을 8시간 더빙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때 타이타닉이란 작품을 녹음하고 나서 느꼈던 뿌듯함, 성취감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아요. 그때 강변도로를 타고 가던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처음 성우가 되고서부터 오늘 그 녹음을 할 때까지의 과정이 스쳐 가면서 '내가 이제 정말 정점을 찍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던 작품이 타이타닉이었어요.

김영선 성우 : 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센과 치히로죠. (웃음) 일이 끝나고 나서 저녁때 녹음을 하니까 그렇게 밤을 새워가면서 했던 것 같아요. 하쿠의 대사는 센이나 치히로 대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나오거든요. 초짜의 입장에서 긴장하고 있는데, 앞의 차례에서 선배님이 너무 잘하시니까 '와, 어떡하지?' 하면서 더욱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저는 녹음에 들어가서도 소리 때문에 NG가 많이 났었어요. "소리가 더 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남자 아역을 해야 하는데 소리가 자꾸 두꺼워지니까. 그것 때문에 계속 소리를 조여가면서, 손에 땀이 나게 녹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밖에 기억에 남는 작품도 되게 많은데, 최근에 재미있었던 작품 중 하나가 원펀맨이었어요. '아, 이런 외모로도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만화가 있구나' 싶었죠. 그리고 막상 캐스팅이 되어서 가보니까 '이미지 캐스팅'이라고. (웃음) 사실 오디션도 봤었거든요. 탈모인들도 용기를 갖고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SNS에 사진도 올리셨더라구요.

김영선 성우 : 너무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어요. 어느 날 캐릭터를 딱 보고 '오? 이거 찍으면 나랑 비슷하겠다' 싶어서 한번 찍어서 올린 적이 있는데, 많이들 좋아해 주셨어요.



▲ 출처 : 김영선 성우 SNS



Q. 그렇다면 연기하신 배역 중에 가장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있으신가요?

최덕희 성우 : 예전 작품 중에서는 마법소녀 리나의 리나가 가장 닮은 것 같아요. 요즘으로 치자면, 얼마 전에 영화 발레리나의 오데뜨 역을 더빙했었어요. 부상을 당해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발레리나의 꿈을 가진 아이를 발견하고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온전히 전수해주는 그런 캐릭터였죠. 제가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고, 성우로서도 30년 정도 일을 해서 그런지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제가 후배들에게, 혹은 앞으로 이 일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뭔가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이든 그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많이 나눠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작품을 하면서 지금의 내 처지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죠.

최근에는 원피스에서 오토히메 역을 연기하게 되었어요. 오토히메라는 인물도 자기 자신보다 어인 족들의 삶을 위해 굉장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결국은 세상을 떠나잖아요? 그런 것들이 요즘은 저에게 많이 와닿는 것 같아요. 뭔가 이제는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좋은 길을 먼저 가주는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캐릭터라 기억에 남아요. 어제 원피스 녹음이 끝나고서도 내내 오토히메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했었어요.

김영선 성우 : 외모적으로 가장 닮았다고 하면 역시 원펀맨이겠죠. (웃음) 닮고, 또 편하게 연기했던 캐릭터는 이번에 맡은 음양사의 세이메이라고 생각해요. 나루토의 사스케라든지,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들은 대부분 어린 역할이 많았어요. 하지만 세이메이는 제 연령대의 목소리로 편하게 할 수 있는, 여태껏 쌓아왔던 캐릭터에 내 소리를 붙이면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캐릭터였죠. 긴 시간 동안 녹음했지만 연기를 편하게 풀어낸 것 같아서 세이메이라는 역할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음양사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덕희 성우 : 카구라는 12살 정도 되는 소녀인데, 어떠한 이유로 제물로 바쳐졌었어요. 그러고서 다시 부활하게 되었죠. 처음 부활하자마자 눈을 떠서 만난 사람이 세이메이였어요. 마치 오리가 처음 본 사람을 어미라 생각하고 따르듯 세이메이를 향한 절대적인 사랑과 충성이란 감정을 갖고 있죠.

하지만 감정 표현이 세련된 아이는 아니에요. 세이메이와 감정을 나누고, 감정이 자라면서 유려하게 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통령술도 쓰고 있고, 그 외에도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지만 자신이 왜 그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몰라요. 그렇지만 그 힘을 세이메이를 위해 쓰고 싶어 하죠. 제가 생각하기엔 '카구라는 아직 어리지만, 세이메이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어요.

김영선 성우 : 저는 세이메이와 흑 세이메이 두 가지 역을 맡았습니다. 선배님처럼 세이메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생각한 것은 없고요. '음양사'라는 일본 영화가 있어서, 그 영화에 등장하는 음양사 캐릭터를 참고했죠. 20~30대 정도, 신비롭고, 시크하고, 다정할 땐 다정한 캐릭터를 잡고 세이메이를 연기했어요. 흑 세이메이는 악당이기 때문에, 조금 더 악함에 집중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 김영선 성우가 맡은 아베노 세이메이.


Q. 캐릭터를 연기하실 때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최덕희 성우 : 아무래도 목소리 톤을 조금 더 신경 썼어요. 카구라는 소녀지만 약간 소년 같기도 하고, 기존의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또랑또랑하고 예쁜 요정 스타일의 소녀가 아니기 때문에 저의 목소리 톤을 기본으로 카구라가 가진 분위기가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것, 신비스러움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동안 제가 연기했던 소녀들은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 많았었지만, 가끔 에스카플로네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깊이 있는 소녀들을 연기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카구라는 그것과도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카구라를 표현하면서 저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불편한 배역이 가끔 있거든요. 표현하기 불편하다거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 카구라는 그런 것들이 없었어요.

김영선 성우 : 저는 캐스팅이 되면서 선배님과 같이한다는 걸 듣게 되었고, 센과 치히로를 가장 먼저 떠올렸어요. '선배님과 어떻게 잘 어우러질까' 같은 것들을 많이 생각했죠.

그 당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맡았던 하쿠는 나이가 어린 아역이었지만, 음양사의 세이메이는 조금 더 성장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내 소리'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배님과 그 전에 함께 했던 것들이 계속 생각났고, 그것들이 이번 기회에 다시 재현될 거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Q. 세이메이, 카구라 역을 녹음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영선 성우 : "때가 됐다, 깨어나라!" 하는 대사였어요. "물러나라, 정화되어라, 급급여율령!"이란 대사도 있었죠.

맞아요, 그 대사는 게임 내에서도 상당히 자주 듣게 되는 대사였어요.

김영선 성우 : 사실 가장 기억에 남은 대사가 바로 "급급여율령"이에요. 발음,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기다 힘까지 줘야 하니까 더욱 힘들었어요.

최덕희 성우 : 저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없고요. (웃음) 주로 카구라가 세이메이를 많이 불러요. 그런데 그 세이메이가 "세이메이" 하고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애절하게, 또 어떨 때는 강하게, 또 어떨 때는 슬프게도 부르죠. 여러 감정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가끔 흑 세이메이를 부를 때도 있죠. 뭔가 세이메이의 기운을 느끼지만, 동시에 또 다른 존재감을 느꼈을 때 부르는 "흑 세이메이!" 같은 대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Q. 김영선 성우님은 세이메이 역을 하면서 목이 쉴 정도로 대사가 많아 고생하셨다는 내용을 SNS에 올리기도 하셨습니다. 두 캐릭터를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영선 성우 : 여태껏 모바일 게임을 맡아서 연기하면 대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었어요. 액션이 들어가거나 하면 성우가 해야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고, 대부분 1시간 이내에 작업이 끝났죠.

그런데 이번 음양사는 대사가 상당히 많았어요. 대작 영화를 3~4편 하는 것 같을 정도의 대사량이 들어가 있어서, 이 안에 여러 가지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연기하면서도 그렇게 느꼈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게임을 할 때 그냥 게임이 아니라 웅장한, 스펙타클하고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애니메이션을 여러 편 보게 되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이메이라는 캐릭터와 흑 세이메이라는 캐릭터는 선과 악의 개념과 비슷한데, 세이메이도 이야기하거나 할 때 가끔 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그런 모습들이 어떨 때는 악의 캐릭터랑 비슷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흑 세이메이를 할 때 그 부분을 되게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흑 세이메이를 연기할 때 어떤 어투를 쓸 것인지, 소리 자체를 굵거나 거칠게 할 것인지 등을 많이 생각했었어요. 그 안에서 연출하시는 분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순조롭게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최덕희 성우 : 저는 오히려, 조금 다른 편이었어요. 다른 게임을 녹음하러 갔을 때는 앉아서 녹음하기 힘들 정도로, 일어서서 액션을 크게 하면서 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공격적인 대사들이 많거나 할 때는 움직임을 실제로 하면서 녹음해야 그 대사의 '맛'이 나거든요.

그런데 카구라는 감정을 집중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앉아서 녹음했어요. 카구라는 흥분을 했을 때 더욱 톤이 낮아져요. 그리고 공격을 할 때도 소리를 지르면서 하지 않아요. 약간 속삭이듯이 공격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감정을 응집시키고, 쉽게 터트리진 않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같은 것을 만들어내야 했어요.

정적이면서도 내면에 강함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녹음하면서는 김영선 성우처럼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를 많이 쓰진 않았어요. 그래서 김영선 성우에 비하면 녹음은 굉장히 평화롭게 했던 것 같아요.



▲ 최덕희 성우가 연기한 카구라.



Q. 해외 게임들이 현지화 과정에서 국내 성우분들을 기용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김영선 성우 : 저는 작년에 중국 애니메이션을 녹음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습성과 우리의 습성이 전혀 다르더라구요. 예를 들어 우리는 "와, 좋다!"라면, 그들은 연달아 감탄사를 연발하는 경우가 있었죠. 웃음 코드도 전혀 달랐어요. 이러한 것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런 문화적인 차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게 저희 성우라고 생각해요. 물론 작가분들이 현지화의 과정에서 다른 말로 바꿔주고, 다른 재미있는 유머로 바꿔주는 것도 있지만, 느낌이나 그런 것들을 표현할 때 문화적인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성우라고 저는 보거든요.

최근에는 더빙이란 걸 싫어하시기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모국어에 대한 사랑, 내지는 문화적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성우라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덕희 성우 :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긴 게임을 더빙한 게 음양사가 처음은 아니에요. 그런데 녹음을 할 때 우리 문화와 감정표현이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원음을 들으면서 번역된 대본을 녹음할 때, '이게 이 원음이 맞나?' 싶은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어째서 이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지? 혹시 성우가 아직 서툰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랐죠.

아무래도 우리의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다른 외국어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정서와는 조금 다를 수 있거든요.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도 정말 많이 활성화되어서 성우들이 게임에서 더 많이 활약하기를 바라죠. 너무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음양사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덕희 성우 : 음양사를 기다리고 있는 오천만 팬 여러분에게. (웃음) 저나 김영선 성우나 게임 녹음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음양사는 기존의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시작하지 않는 분들은 있지만 한 번만 하시는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고, 빠져들면 나올 방법을 찾기 힘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도전해보시고, 이 이야기 속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김영선 성우 : 목이 쉬어라 녹음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플레이해 달라는 안내가 나올 정도로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요. 음악도 그렇지만 성우들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현장감 있게 들으실 수 있는 게 이번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운드에 집중해서 음양사의 바다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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