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힐다&나인' 황진욱 개발자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25개 |




스물 넷, 이제 막 복학한 대학교 3학년의 나이로 '로드컴플릿'에 입사한 학생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약 5개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팀원들과 함께 졸업작품으로 만든 '힐다&나인'은 콘솔 액션 게임 수준의 연출력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평소 '로드컴플릿'의 게임들, 특히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좋아했다는 황진욱 학생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었고, 자신이 꿈꾸던 회사에 입사한 학생. 말 그대로 꽃길만 걸었고, 앞으로도 꽃길만 걷길 바라는 새내기 게임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 로드컴플릿 황진욱 개발자





박태학 기자(이하 박태학) - 20대 초반의 나이에 '로드컴플릿'에 입사했다. 밖에서 보고 듣던 게임업계 이미지와 실제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이미지가 좀 다를 것 같은데.

황진욱 - 로드컴플릿이 특별한 경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분위기다. 입사 전에는 삭막하고 일에 차여 살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느낌은 거의 안 들었다. 직원들끼리 엄청 친하다고 해야 할까...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만큼, 직원들 간 소통도 풍부한 회사다.

박태학 - '로드컴플릿'에서 회사 소개 잘 하라고 미리 주문한건가(웃음).

황진욱 - 하하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박태학 - 회사에서 본인을 채용할 때 어떤 면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생각하나.

황진욱 -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봤다. 일단 내가 다른 학생에 비해 좀 더 작품 활동이 활발한 것, 그리고 팀장 역할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또, 내 그래픽 작업 스타일이 '로드컴플릿'의 방향성과도 잘 맞아서 뽑은 게 아닌가 싶다.

박태학 -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게임을 개발했나?

황진욱 - 대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프로토타입 만들고 하는 수업에선 팀장을 자주 맡았고, 게임 외 다른 팀 과제 수업들도 들으며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박태학 - '힐다&나인'을 개발하기 전에 게임을 몇 개 정도 만들었나.

황진욱 - 대학교 들어오고 나서 5~6개 정도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도 지방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의 게임 부문에 나가서 각각 금상, 은상을 받기도 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였고... 그 때 기능 익히려고 참 열심히 공부했다.

박태학 - 학교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과 게임사에서 일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개발 프로세스라던가, 업무 배분이라던가.

황진욱 - 가장 큰 건 개발자의 업무 스펙트럼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3D 파트 안에 있는 개발자가 애니메이션 작업도 하고 모델링 작업도 한다. 유동적이라고 해야 하나... 학교에서는 '나 이것만 할 줄 아니까 이거 할게'인데, 회사 선배들은 담당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모두들 캐릭터 개발 능력이 있으니 어떤 날은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이 관심있는 캐릭터를 선점해서 제작하기도 했다.(웃음). 이게 가장 큰 차이다.

박태학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발 스타일이라는 게 있지 않나. 누구는 혼자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걸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구는 딱 한 가지 역할만 하는 걸 좋아할 수 있다. 본인은 어떤 쪽이라 생각하나.

황진욱 -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대학생 때 난 모델링 담당이었지만, 크리쳐, 애니메이션까지 다 했다. 다른 팀원들도 서로 자기 영역이 아님에도 도움을 줬다. 스스로 이것 저것 해보려는 팀원들이 있었고, 덕분에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박태학 - '힐다&나인' 개발 과정도 들어보고 싶다. 일단 대학생들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전체적인 퀄리티가 매우 뛰어났다. 이펙트를 포함한 전반적인 그래픽, 연출이나 캐릭터 움직임도 그렇고.

황진욱 - 대학교 졸업작품인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게임 만들면서 이만큼 팀원이 많았던 적도 없었다. 좋은 일도 많았고, 좀 힘든 일도 있었다. 추억이 많은 게임이랄까. 작년 말에 겨울방학 시작하기 전에 프로토타입 만들면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데, 방학까지 포함하면 작업은 약 5개월 정도 했다.

박태학 - '힐다&나인'을 개발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쓴 부분이 어디인가.

황진욱 - 우리 팀엔 기획자가 따로 없다. 그래픽만 7명이었고, 한 명은 프로그래머였다. 이 친구도 이펙트 만들 줄 아니까... 어떻게 보면 아트만 8명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래픽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픽 담당만 7명인데, 그래픽이 안 좋으면 큰 문제 아닌가(웃음). 기획이 좀 약한 만큼, 시각적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캐릭터도 콘셉트가 자주 바뀌긴 했는데, '예쁘고 귀여워야 한다'는 전제를 걸고 디자인도 많이 신경썼다.

박태학 - 의외다. 기획자가 프로젝트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인데... 정말 기획 담당이 한 명도 없었나.

황진욱 - 고등학생 때는 2인 팀으로 게임을 개발했는데, 그땐 내가 기획 겸 그래픽을 담당했다. 전문 기획자 없이 게임을 만들어본 게 '힐다&나인' 작업할 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다른 수업 때 기획만 맡아본 적도 있는데... 졸업 작품 만들 땐 그냥 내가 기획도 같이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박태학 - 이유가 뭔가.

황진욱 - 우린 학생이다. 아직 기획자의 생각을 100% 구현할 실력은 안 된다. 그래픽을 담당하는 학생으로서, 다른 데서 온 기획자보다 우리 팀의 한계치를 더 잘 안다고 생각했고, 차라리 기획자 없이 우리 역량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보았다.






박태학 - 퀄리티가 좋으니 학교에서 작업할 때 교수님들도 관심이 많았을 것 같다.

황진욱 - 정종필 교수님께서 우리 팀 작업물 보시더니, '너희는 내가 안 봐줘도 되겠다'고 하셨다. 우리가 알아서 해보고 싶은 거 하라고. 엄청 뿌듯했지(웃음). 다만, 우리 팀에 기획자가 없다보니 이쪽은 김광삼 교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박태학 - 게임 개발하면서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나.

황진욱 - '힐다&나인' 콘셉트 잡으면서 5주 동안 고생했다. 졸업작품 수업 중에 라운드테이블이라는 게 있는데, 교수님들 모셔 놓고 우리가 일주일 간 어떤 작업을 했는지 발표하는 거다. 당시 반응이 별로 안 좋았다. 콘셉트는 정해졌는데, 그래픽 풍이나 설정 등에서 문제가 많았다. 더 좋은 그래픽, 설정을 찾으려고 5주를 날렸다.

그리고 결국 원점으로 왔다. 이런저런 설정을 덧붙이니 점점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걸 느꼈고, 안 되겠다 해서 처음으로 돌아간 거다. 아무런 구속 없이 만든 프로토타입이 제일 재미있어 보였으니까. 교수님도 그때서야 말씀하셨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박태학 - '힐다&나인'을 만들 때 영감을 받은 게임이나 다른 영상물은 없었나.

황진욱 - 작년 말에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정확히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차는 망토를 보고 '우리 게임에도 저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외 제 2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지. 이후 망토를 만들어서 게임에 넣어 봤는데, 펄럭임 등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그래서 망토 대신 요정 형태의 펫을 넣었다. 그 이후로도 배운 게 많아서 지금 만들어 넣으라고 하면 넣을 수 있다(웃음).



▲ 왼쪽의 요정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박태학 - '힐다&나인' 개발 멤버 중 상당수가 이미 게임사에 채용됐다고 들었다.

황진욱 - 8명 중 4명이 채용됐다.

박태학 - 그렇다면, '힐다&나인'을 완성까지 끌고 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개인적인 아쉬움은 없나.

황진욱 - 당연히 아쉽다. 지금까지 한 것도 프로토타입 수준이니까. 조작감이나 라이팅은 잘 다듬어서 언뜻 보기엔 퀄리티가 좋아 보이지만, 사실 게임플레이의 가치를 놓고 보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픽으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다보니, 보스전 연출도 더 다듬고 싶고.

박태학 - 완성되었다면 플레이 타임이 얼마나 됐을까.

황진욱 - 당초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게임이 아니다보니 플레이 시간은 짧다. 지금 버전이 한 20분 정도 될 거다. 만약 완성이 되었더라도 전체 플레이 타임은 1시간이 좀 안 됐을 것 같다. 스토리모드 인트로 영상이라던가, 기타 자잘한 연출을 좀 다듬었다면 한 편의 작은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보스전 연출은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박태학 - 대학생 때는 이런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고, 저런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막 들지 않나. 게임사에 입사하면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 그런 개인적인 창작욕을 어느 정도는 지워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황진욱 - 아쉬운 게 없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내가 지금 '로드컴플릿'에서 하는 게 평소 원해왔던 업무라서 만족도는 높다. 그렇지만, 계속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작업만 하다 보면, 다시 학교가 그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일단, 지금 당장 아쉬운 건 아니다.

박태학 - 이후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황진욱 - 내가 머리 쓰는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은 잘 못한다. 주로 액션 게임을 즐겼고, 이 장르로 계속 도전하고 싶다. 정확히는 '힐다&나인' 개발 전에 시도했던 프로토타입의 발전형이랄까. 다른 유저들과 실시간으로 대전하는 액션 게임.

박태학 - 이제 새내기 게임인으로써 첫 발을 내디뎠다. 어떤 개발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황진욱 -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같은 장르를 만들더라도 좀 색다른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또, 내가 그래픽 담당이다 보니, 사람들이 게임 그래픽만 보고 '어, 이거 황진욱이 만든 게임이네'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클래시 로얄' 보면 자신만의 그래픽 표현 방식이 있지 않나. 그런 걸 연구해서 발전시키고 싶다.

▲ 힐다&나인 플레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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