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장을 이끌 콘텐츠가 절실, 차이나조이에서 한국 VR 개발사를 만나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VR 대중화는 그저 허상일 뿐이었을까. '차이나조이'에 앞서 상하이의 유명 VR 테마파크를 방문했지만 전부 망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문득 든 생각이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작으로 VR HMD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금방이라도 만화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상현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하드웨어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소프트웨어 역시 부실할 지경. 결국, 지금에 이르러선 대부분의 VR 콘텐츠가 한두 번 하고 말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가장 큰 VR 시장에서 경험한 VR 테마파크의 잇따른 폐업 소식은 미래 먹거리라는 VR이 그저 허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하기 충분했다. 이런 생각을 계속 머리 한구석에 품고 이번 '차이나조이' 행사장을 방문해서였을까 내 눈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VR 관련 부스가 먼저 들어왔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네비웍스 원준희 대표와 모션테크놀로지 양기혁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이 보기에 현재 VR 시장은 어떤 단계인걸까? 그리고 과연 VR은 허상에 불과할까? 대중화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인건지 그들에게 기로에 놓인 VR 시장에 대해 물어봤다.






▲ 네비웍스 원준희 대표

Q. 우선 네비웍스의 ‘리얼BX VR’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밀리터리 VR FPS로 군인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으로부터 탄생한 게임이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리얼 BX’가 실제 군사 훈련에 사용되고 있는 시뮬레이션인 만큼, 여타 VR 게임과는 차별화된 리얼리티가 특징이다.

일단은 스팀을 통해 싱글 버전을 출시했고, 우리 게임이 좀 더 알려진 후에는 대전 모드를 포함한 버전을 VR 테마파크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 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 다양한 피드백이 오고 있다.


Q. 중국 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VR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징으로 새로움이 있기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시장성이 확보되기 위해선 우선 정말 재미있는 VR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게임이든 영상이든 말이다.

실제로 많은 VR 테마파크가 나오고 망했는데 그 이유가 처음에는 호기심에 가지만 다시 갈 필요성을 못 느끼기에 그런 거다. 즉, 유저가 또 오고 싶어할 정도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킬러 콘텐츠인데, 이런 콘텐츠가 나오기만 한다면 시장성과 대중화는 자연스럽게 확보될 거라 생각한다.


Q. VR HMD의 가격이 대중화를 가로막는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VR은 테마파크를 통해 성장할 거란 얘기도 있다.

우선 킬러 콘텐츠가 확보된 상황에서라면 VR 테마파크를 통해 시장이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VR HMD가 비싼 것도 사실이고, 그 점을 VR 테마파크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VR 테마파크가 많아지면 점차 VR 수요도 늘어나고 수요에 맞춰서 가격도 점차 저렴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Q. 테마파크라고 하니 이번에 방문한 상하이 유명 VR 테마파크가 전부 망해있더라. 아무래도 테마파크를 통해 VR 시장이 성장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VR이 공개되고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시장은 걸음마 단계의 시장이다. 초기 시장이다 보니 시장을 이끌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을 가진 업체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끌어야 한다. 물론, 그런 업체의 경우 당장은 손해를 보겠지만 VR이 대중화되면 가장 크게 이득을 보는 업체가 될 것이다.


Q. 결국 현재 VR 테마파크들은 손해를 감수하는 입장이라는 건데 한국과 중국의 테마파크 시장성은 어떤가?

한국과 중국 모두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최신형 기기나 특이한 기기가 있는 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음마 단계임에도 현재 중국에는 몇천 개의 VR 테마파크가 있다고 하니, 잠재력만큼은 엄청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킬러 콘텐츠만 생긴다면 중국의 VR 테마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라 본다.



▲ 적의 움직임에 재빠르게 반응합니다


▲ 나비웍스 리얼BX VR 시연






▲ 모션테크놀로지 양기혁 대표

Q. 모션 캡쳐를 이용한 VR 콘텐츠가 정말 놀라웠다.

고맙다. 자체 개발한 백팩형 PC에 총기 컨트롤러, 진동 기능 등 여타 VR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고자 노력했는데 체험한 모두가 재밌게 즐겨주는 것 같아 기쁘다.


Q. 이 정도면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은데 어떤가?

중국 시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 단언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중국 리셀러를 통해 알아보니 지금까지의 중국 VR은 대부분 어트랙션 위주였다. 즉, 단순 체험형 VR이란 건데 이게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금방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시간이 지나자 'VR이 이것밖에 안 돼?'라며 실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때에 우리 VR 콘텐츠가 등장해서인지 중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Q. 아쉬운 게 있다면 모션테크놀로지의 VR은 전형적인 테마파크형 콘텐츠라는 점이다.

우리도 VR 콘텐츠 개발을 시작한 2015년부터 계속 생각한 부분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에 따라 지금의 사업 방향을 정했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VR 콘텐츠는 다른 VR 게임들과는 다르다. 직접 움직이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해야 하고 모션 캡쳐를 사용하기까지 한다. 만약 가정용으로 만드려고 했다면 우리가 추구하던 형태의 콘텐츠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테마파크에 어울리는 VR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로인해 테마파크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VR 콘텐츠가 유통, 발전된다면 자연스럽게 VR 시장은 가정용 소비자에게 옮겨질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각각의 특징이 다른만큼, 향후 테마파크형 VR과 가정용 VR로 콘텐츠가 양분되지 않을까 싶다.


Q. 그렇다는 건 VR 시장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VR 테마파크의 성장이 선결과제라는 건가?

맞는 말이지만 그보다는 기기가 저렴해져야 하는 쪽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기기가 싸야 더 많은 테마파크가 생길 테니까. 그래서 우리도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모션 캡쳐 센서처럼 우리가 직접 생산하지 않는 제품도 있어 힘든 점도 있다.


Q. 바이브의 경우 룸스케일로 모션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런 제품을 쓰면 되지 않나.

룸스케일은 최대 4.5m x 4.5m밖에 인식하지 못해 넓은 공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공간이 넓어질수록 인식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Q. VR 시장은 현재 어떤 시기라고 생각하나?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방향성을 제시할만한 잘 나가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아직 VR에는 그런 콘텐츠가 없다. 이건 한국이나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에 VR 콘텐츠를 만든다는 곳은 전부 다 가봤는데 마찬가지였다. 모두 도전하는 측면에서 VR 콘텐츠를 만들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면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시장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를 넘어 방향성을 제시할 만한 콘텐츠가 나온다면 VR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다.


Q. 국내에서도 4차 산업과 관련해서 VR을 미래의 먹거리라고 말하곤 한다.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정부에서 VR 등의 콘텐츠를 육성하고자 정부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지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좀 민감한 얘기일지 몰라도 몇몇 업체들은 이런 정부 지원 사업에 따라 회사의 방침이 바뀌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을 지원하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모바일 게임을 지원하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 지원 사업만 계속 뒤쫓는 업체들이 생기면 업계에서도 온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 게임들의 퀄리티 역시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이런 식의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조잡한 VR 게임이 나온다는 인식만 심어주는 꼴이다.

그래서 정부 지원 사업이 금전적으로 개발비를 주는 직접적인 형태가 아닌, VR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식이 됐으면 싶다. 현재 VR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선 VR HMD가 필수인데 규제로 인해 일일이 수입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쪽에서부터 개발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형태가 된다면 정말 뜻있는 개발사가 VR 콘텐츠를 개발할 테고 그러다 보면 이른바 시장을 선도할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모션테크놀러지가 직접 제작한 모션 캡쳐 장비 + 백팩형 PC


▲ 모션테크놀러지 착용 + 좀비 서바이벌 시연


▲ 모션테크놀러지 블랙벳지 아웃라스트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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