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리듬게임 팬들을 위한 마스터피스로 만들겠습니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27개 |
리듬게임을 대표하는 말이 뭘까요. 하는 사람만 한다는 장르, 그렇지만 그 하는 사람들의 충성도만큼은 여느 게임 부럽지 않은 장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 마니아를 위한 이 장르에도 의미있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국산 리듬게임의 최전선이자 마지노선 위치에 있는 '디제이맥스'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콘솔게임 부문 우수상을 받은 겁니다.

팬들에게는 '벡스터'란 작곡가 닉네임으로 더 익숙한 백승철 실장을 만났습니다. 기쁘다기보다는 다행이라고 먼저 입을 떼었습니다. 팬들을 향한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정말 힘들게 쌓아올린 팬덤이에요.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스타트는 잘 끊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디제이맥스는 너무 내팽개쳐진 느낌이었습니다. 좋았던 기억, 좋았던 노래들을 잘 모아서 다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네오위즈 백승철 실장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콘솔부문 우수상을 받았어요. 축하합니다.

받으니까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그동안 부담이 컸어요. 너무 오랜만에 만드는 디제이맥스 시리즈이다 보니 팬분들도 냉소적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리스펙트가 기존 시리즈의 명예를 해치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시장 평도 괜찮고 이번에 상까지 받았습니다. 기쁘다기보단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작년에도 지스타에 방문했다고 들었어요. 상도 받았고 이번에 지스타 현장에서 e스포츠 경기도 하는 만큼, 올해는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은데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이미 출시된 패키지 게임이다보니 올해는 안 올줄 알았어요(웃음). 얼마 전에 진행한 리스펙트 팬 행사가 워낙 좋게 마무리된 덕에 올 수 있었다고 봐요. 행사 이후 e스포츠 게임 종목으로 지스타에 참가할 의향 있냐고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한 마음 뿐이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팬을 한 분이라도 더 만나는 게 좋으니까요.


팬 분들이 많이 찾으실 것 같은데(웃음). 이쪽 분야에서는 유명하시니까.

저희 게임 팬 분들이 착하고 내성적인 분들이 많아요. 막 몰려와서 저를 둘러싸고 그러지는 않았어요(웃음).



▲ 대한민국 게임대상 콘솔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한정판 물량도 5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정도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사실 한정판 좀 더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가 생각해도 수량이 작았거든요. 퍼블리셔 측에서 '오랜만에 나온 시리즈라서 인기가 예전같지 않을 수 있다'라고 해서 수량을 줄였는데, 뭐 결국 순식간에 다 나갔어요. 한정판이라 발매후 재생산도 안 되잖아요. 감사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개인적으로 전체판매량은 몰라도 한정판 만큼은 어렵지 않게 매진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워낙 고정팬 층이 두터운 게임이니까.

일본에선 한정판을 다르게 냈어요. 일단 주문 생산제였고, 수량 자체도 더 많았습니다. 출시된지 이제 약 7일 지났는데, 일본 아마존에서 19,000엔 가까운 금액으로 되파는 것도 봤어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판매 구조로 갔다면 저희나 팬 분들이나 더 좋지 않았을까요. 또, 일본 콘솔 시장이 우리나라보단 훨씬 크잖아요. 내년 초부터는 해외 시장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생각입니다.


실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구매한 유저들의 피드백은 주로 어떤 편인지 궁금합니다.

출시 직후에는 솔직히 체감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고맙다', '디제이맥스 다시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걸 다시 살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엄청 들었어요. 팬 분들이 저한테 계속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반대거든요. 이렇게 한참 지나고 다시 출시했는데도 다시 사주시고, 다시 플레이해주시는 거 자체가 너무 고마운데... 오히려 저한테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니 여운이 좀 길게 남았어요. 사실, 개발자가 게임 만들고 출시하고 유저분들한테 '고맙다'는 말 듣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번 팬 행사 때도 많이 와주시고, 정말 너무 감사하죠.


2차 DLC가 클래지콰이 에디션으로 정해졌습니다. 1차 DLC와 마찬가지로 약 20곡 정도의 볼륨인가요?

이번엔 24곡이에요. 수록곡이 늘긴 했는데, 그만큼 가격도 조금 더 오르긴 했어요. 1차 DLC인 트릴로지 팩은 사실 저희가 당초 생각했던 판매가보다 더 싸게 출시한 거예요. DLC 처음 내는데, 너무 상술 부리기도 싫었고, 팬 분들이 서비스 개념으로 봐주시길 원했죠. 이번에는 클래지콰이 에디션의 23곡이고, 신곡도 1곡 들어가요. 클래지콰이 노래도 거의 다 재개약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DLC로 추가되는 모드는?

클래지콰이 에디션의 '4BFX'가 추가됩니다. 클래지콰이 에디션 이후로 출시된 시리즈에 그 모드가 사라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들어가는 거예요.





PSP 버전 기준으로 본다면, 클래지콰이 에디션의 다음 작품은 '블랙스퀘어'였습니다. DLC 순서도 같을 줄 알았는데, '테크니카'를 차기 DLC로 낙점하셨어요.

순서를 정하기 쉽지 않았는데요. 전 시리즈 순서대로 DLC 출시하면 너무 뻔하지 않나 싶어서 '테크니카'로 결정했습니다. 블랙스퀘어 팬분들은 섭섭하실 수 있는데, 너무 걱정 안 하셨으면 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DLC로 선보일 거예요.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시리즈가 결국 DLC로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 개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한두달 전부터 그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를 쭉 계산해보니, 내년까지 해도 DLC로 다 못 낼 것 같아요. 그거 다 출시하고 언제 신곡 준비하나... 신곡으로만 구성된 DLC 기다리는 팬분들도 계시니까요. DLC를 꾸준히 내는 것도 서비스지만, 다음 신작이나 신곡을 선보이는 것도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고, 머지 않아 알려드릴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개발 실장으로 계시지만, 작곡가 '벡스터'로 기억하는 팬분들도 많고, 아무래도 그게 더 친숙할 것 같아요. 혹시 요즘도 작곡 하시나요?

정신없어서 못해요(웃음). 출시 이후 거의 매달 DLC 내고, 시스템 업데이트 하고, 행사 준비도 있다 보니까 다른 일 할 시간이 없어요. 사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만들 때 제 신곡 넣는 건 포기했어요. 너무 바빠서 도저히 곡 쓸 시간이 안 나올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시간 지났는데 못 받은 곡이 몇개 있었고, 다른 방법이 없어 막판에 제가 엄청 열심히 만들어서 채웠습니다. 지금은... 곡 작업 전혀 못 하고 있고요.


작곡가로서 '마음 편하게 작곡에 집중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법도 한데.

특히 개발자 출신 리더들이 많이 그러시더라고요. '아, 코딩만 할 때가 좋았다'라던가, '그림에 집중할 때가 좋았지'라던가. 관리자가 하는 업무는 이전에 했던 업무와는 영역이 다르니 그런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고충이 있기는 한데, 뭐 또 나름대로 관리자 일 하면서 얻는 것도 많습니다. 개발팀을 대표해서 무대 올라가 박수받고 하면 저도 당연히 기분 좋죠.

이런저런 생각 많이 들어요. 제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지는 않거든요. 다른 일 할 때도 곡 작업하는 모습 조금씩 그려보고 있기는 합니다.








일본에 런칭한 버전에는 길티기어 OST를 비롯한 몇몇 음원이 DLC로 추가되었는데, 이후 한국 버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한국 버전도 빠른 시일 내 추가될 예정입니다. 아마 DLC 팩 형태가 될 거예요. 참고로 일본에는 아직 트릴로지 팩이 출시 안 됐습니다. 순서가 바뀐 거라 보시면 돼요.


아직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꼭 넣고 싶은 음원이 있다면?

전 오히려 인기가 좀 적었던 곡들에 관심이 가요. 인기있는 곡은 DLC로 어차피 들어가니까(웃음). 모든 수록곡이 다 제 자식 같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에 포터블 1편, 2편 곡 다 수록한 이유가 인기곡 아닌 곡을 좋아하는 분들도 분명 계시기 때문이에요.

전 최초의 디제이맥스... 그러니까 '디제이맥스 온라인'에 들어간 곡들이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 버전에만 있고 이후 시리즈에 안 들어간 곡들이 있거든요. 그걸 리스펙트에 담고 싶은데 어떤 방법으로 넣을지 아직 해결이 안돼서 고민입니다. 언젠가 넣긴 넣을 거예요. 데이터가 잘 남아 있다면.


아마 국내 리듬게임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일텐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스팀으로도 출시할 생각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디제이맥스는 제작비용이 꽤 드는 작품이에요. 작곡가나 아티스트도 대부분 몸값이 높은 분들이라 일반적인 리듬게임 개발 비용의 2~3배가 들어요. 그렇게 비용 들이는 것에 비해 아직은 국내 리듬게임 시장이 작고, 수익구조가 잘 갖춰진 편도 아닙니다. 결국, 디제이맥스 역시 플랫폼을 확장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기는 해요. 오랫동안 건강한 프로젝트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이루어져야 하죠.

스팀이든 스위치든 플랫폼 다양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는 해요. 스팀 버전 개발이 결정되었다거나 출시 시기를 이야기하긴 이르지만, 일단 개발팀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여러 DLC가 출시될텐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최종 모습이 있다면?

모든 타이틀을 빠짐없이 내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디제이맥스를 사랑하는 팬분들이 리스펙트를 소장함으로써 모든 시리즈를 간직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드리고 싶어요. 마스터피스에서 오는 그런 느낌이요.

정말 힘들게 쌓아올린 팬덤이에요.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다행히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디제이맥스의 모든 걸 담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시리즈 최고의 타이틀이었다고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디제이맥스는 너무 내팽개쳐진 느낌이었습니다. 좋았던 기억, 좋았던 노래들을 잘 모아서 보여드리려 합니다. 일단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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