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직업만 40개! '엘소드'의 3차 전직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8개 |


▲ KOG 김인 아티스트

지난해 12월 초,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한 엘소드는 처음으로 3차 전직 업데이트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주인공인 '엘소드'와 '아이샤', '레나'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신규 공식 일러스트는 물론 새로운 스킬 시스템, 신규 하이퍼액티브 스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소식에 다시 게임을 찾은 유저들로 인해, 엘소드는 각종 온라인게임 지표에서 순위 상승 효과를 누리며 2018년 새 해를 맞이하기도 했다.

NDC 2018의 두번째 날에는 KOG에서 '엘소드'의 컨셉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인 아티스트의 강연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날 그는 10년 이상 서비스가 계속되고 있는 게임에서 새로운 개성의 직업을 40여 종이나 추가하는 업데이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또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새로운 캐릭터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참고해 볼 방법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들려주었다.







김인 아티스트는 먼저 '엘소드'가 3차 전직을 업데이트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엘소드'는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11살을 맞이했다. 여느 캐릭터 게임들이 그러하듯, 이 기간 동안 엘소드 또한 신규 캐릭터와 신규 전직이라는 공식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해왔고, 그러다 보니 2017년을 기준으로 74개의 전직을 갖춘 게임이 되었다.

이와 같은 업데이트가 계속되다 보니 게임의 콘텐츠는 점점 횡적으로 넓어지는 경향을 보였고, 신규 캐릭터가 나올수록 기존 캐릭터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등의 결과를 불러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토리의 공백이나, 캐릭터의 유대를 표현하기 위한 업데이트도 물론 진행됐다.

이러한 스토리 상 진행을 통해, '엘소드'의 등장인물들은 동료를 희생시키기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을 하는 등 내면의 성장을 이루기에 합당한 여정을 겪어왔다는 것이 김인 아티스트의 설명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만화 '원피스'에서 정상결전을 마치고 난 루피 일행과 같은 상태"라며, "캐릭터들의 정신적인 성장이 이뤄졌음을 표현하고,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3차 전직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3차 전직을 업데이트하기로 한 뒤에는,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김인 아티스트는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가 아닌 일정한 가이드라인만을 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정했다. 가이드라인은 가능한 최선의 선택지를 통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준선을 제시하는 용도로, 이후 정기적인 의도 공유와 피드백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목적 과제와 콘셉트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일정한 룰을 정하는 것으로 3차 전직 캐릭터 제작이 시작됐다. 여기서의 룰은 '이것만 하라'는 것이 아닌, '이것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해도 좋다'는 의미로 일종의 고려 사항으로서 작용했다. 김인 아티스트는 이러한 초반 의사결정이 캐릭터 제작 이후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피드백이 자유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김인 아티스트는 일반적인 피드백 구조와 3차 전직 캐릭터를 제작할 당시 선택했던 피드백 구조를 모두 소개하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일반적인 피드백 구조는 다소 수직적인 형태로, 중간 결정자가 가운데서 작업자와 최종 의사결정자 사이에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구조다. 해당 피드백 구조는 다양성보다는 단순, 매뉴얼 위주의 의사결정과정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최종 결정자와 작업자 사이의 소통에 장애가 생기거나, 절차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이 부족하고, 최종 결정자와 중간결정자 사이의 소통에 트래픽이 발생할 때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작해야 할 캐릭터가 약 40여 개에 달하는 3차 전직 작업에서는 단순함보다 다양성이 더욱 추구되었고, 한 사람의 취향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기 위해 창의성이 필요했다.




그렇게 3차 전직 캐릭터를 제작할 때는 일반적인 피드백 구조가 아닌, 각각의 작업지들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피드백 구조를 선택하기로 했다는 것이 김인 아티스트의 설명이다. 시니어는 조언자로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돋는 역할을 맡았으며, 프로젝트 폴더를 통해 레퍼런스나 진행 상황을 갱신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또한, 구성원 모두 2D 그래픽에 뛰어난 인력들이다 보니, 가능하면 피드백을 이미지로 주고받도록 유도한 것도 특징이다. 작업물에 대한 결정권은 각각의 담당자들에게 있었기 때문에 피드백의 방향성을 집계하면 어느 정도 여론을 파악하는 데 보탬이 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피드백이 수정을 필요로 한다면 해당 부분을 수정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작업물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 또한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인 아트스트는 또한, 캐릭터는 개인의 창작이 아닌 팀 전체의 창작이라고 전하며, 콘셉트 단계에서 빠질 수 있는 '삐뚤어진 애착'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콘셉트의 역할은 캐릭터에 대한 제안과 가이드라인이 주된 개념이며. 캐릭터가 제작되는 과정에서는 신뢰와 위임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솔루션이나 아이디어 등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캐릭터 제작을 '협업의 예술'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엘소드'의 3차 전직 캐릭터는 1라인 13종, 2라인 13종, 3라인 14종으로 총 40종의 캐릭터가 업데이트되었다. 오랜만의 전직 업데이트로 당시 '엘소드'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되기도 하는 등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위에서 3차 전직 캐릭터들의 개발 과정을 설명했지만, 이들 하나하나를 '개성있는 캐릭터'로 제작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들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차 전직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서 10년 동안 형성된 '엘소드' 팬덤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미 많은 전직 캐릭터가 존재해 '레드오션'화 되어버린 캐릭터의 개성, 매력 포지션을 찾아내야 했다. 물론, 40종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작업량과 한정된 인력, 짧은 마감 시간도 작업을 어렵게 했던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업데이트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엘소드'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다고 전한 김인 아티스트는 3차 전직 캐릭터를 제작에 적용했던 캐릭터 구상법에 대한 소개로 강연을 이어갔다.

'캐릭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캐릭터 구상법에 대한 강연을 시작한 그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것을 얻기 힘들어하는 이야기 속의 인물'을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에 대입해 본다면 '무언가'는 게임의 목적이 되고, 얻기 힘들어하는 상황은 게임 플레이에 대입할 수 있다. 인물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 스토리를 발생시킨다.

여기서 김인 아티스트는 해당 인물이 장애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그 인물의 '캐릭터'가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저돌적인 캐릭터라면 장애물을 정면으로 상대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캐릭터라면 좀 더 유연한 방법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캐릭터의 구성 요소를 외형과 목적, 행동의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전한 그는 '같은 캐릭터에게 목적은 같지만 다른 행동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질문이 엘소드의 전직 분할의 토대가 된다고 전했다.

김인 아티스트는 엘소드의 '이브'캐릭터의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이브가 가지고 있는 목적은 자신의 종족인 '나소드'의 부흥이다. 이러한 목적을 길을 가로막는 존재를 제압하고, 굴복시켜 나가는 모습을 통해 이뤄나가는 모습이 하나의 전직 라인을 갖게 되며, 반대로 창조와 공존을 통해 목적을 이뤄나가는 모습이 또 다른 전직 라인으로 나타나게 되는 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3차 전직 업데이트는 기존 라인들을 한단계 심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었던 셈이었고, 이미 다른 전직 캐릭터들로 인해 매력 포지션에 포화상태가 찾아왔다는 점과, 같은 캐릭터 내부에서조차 전직을 했어도 전직한 상태인지 알 수 없는, 경쟁 상태가 찾아왔다는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보다 3차 전직 캐릭터를 위한 보다 명확한 콘셉트가 필요했다는 것이 김인 아티스트의 설명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콘셉트 키워드'였다. 이는 캐릭터를 시각적 연상이 가능한 단 한줄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작업자 스스로도 이 문장만 봤을 때 어떤 캐릭터인지 연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인 아티스트는 콘셉트 키워드 또한 게임 내 캐릭터인 이브의 전직을 사례 들어 설명했다. 이브의 1라인 3차 전직인 '코드: 얼티메이트'의 경우 나소드의 부흥을 위해 보다 궁극적인 힘을 추구한 이브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해당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콘셉트 키워드는 '전장을 지배하는 강철의 여신'이라고 소개했다. 2라인 3차 전직인 '코드: 에센시아'의 경우 '자애로운 나소드의 성모'라는 콘셉트 키워드를 토대로 창조의 힘을 추구한 이브의 모습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김인 아티스트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기 보다는 특정 수요를 만족시키는 콘셉트의 캐릭터를 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전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제작하는 자신이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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