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게임장애, 그 기원은 어디이며 어떻게 봐야 할까?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5개 |
작년 게임업계를 강타한 최대의 화두는 WHO 게임장애 등재 소식이었다. 당시 소식을 접한 국내외 전문가와 게임업계는 즉각적으로 여러 입장을 밝혔다. 개중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거라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게임장애라는 명확하지 않은 요소를 질병으로 등재한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도대체 게임장애가 뭐길래 질병으로 등록한다는 걸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25일, NDC 강연에 나선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를 통해 게임장애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부터 흔히 게임장애를 도박과 같이 분류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 게임장애의 기원은?




게임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문제적 인터넷 사용(인터넷 중독)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문제적 인터넷 사용(인터넷 중독)은 1996년 킴벌리 영 박사가 미국정신의학회에 보고하면서 최초로 언급된다. 그는 43세의 중독, 정신과 병력이 없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인터넷 채팅에 빠져서 직업을 잃고 부부관계도 나빠진 사례를 보고 알코올 중독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학회에 발표한 거다. 정식 논문은 아니었지만, 인터넷 사용자의 행동을 병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사례였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저 주부의 행동이 중독이었나 싶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채팅방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당시로선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덕분에 이후 인터넷 중독은 엄청난 연구가 이뤄졌다. 특히 한국, 중국 등 인터넷을 국가 정책으로 삼은 나라가 생기면서 이러한 연구는 더욱 많아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히 인터넷 중독이 뭔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진 못했다. 누군가는 일주일에 10시간 하는 걸 중독으로 본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20시간을 중독으로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면서 저마다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것도 간과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고 검색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걸 뭉뚱그려서 인터넷 중독으로 본다는 건 말도 안 됐다.




그래서 정확한 기준을 정하고자 했고 그때 목표가 된 게 바로 게임이었다. 이렇게 게임장애, 게임중독이란 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설픈 점은 넘쳐났다. 학회에서는 게임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없었다. 게임이 뭐냐고 물으면 도박(Gambling)이 게임이지 않냐는 어이없는 얘길 할 정도다.

한편, 이렇게 게임중독이 탄생했지만 혼자서 즐기는 것도 중독인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 결과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표현이 바뀌고 종래에는 인터넷 게임장애라고 하더니 이를 기점으로 온라인 게임을 주로 하던 우리나라를 타겟으로 삼기 시작했다.



■ 게임장애, 도박중독과 어떻게 다를까?




현재 인터넷 게임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 이하 게임장애)는 DSM-5 섹션 3에 포함된 상태로 진단 기준과 진단 역치를 평가중이다. WHO에 정식 질환으로 등재하려고 하는데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주일에 90시간을 해야 중독인지 80시간을 해야 중독인지부터, 게임을 직접 하는 것과 구경하는 것의 차이, 금단증상과 내성에 대한 증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중독과 땔 수 없는 내성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한 잔만 마셔도 취했던 게 시간이 지나면서 두잔, 세잔으로 늘어나는 걸 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게임을 보자. 1시간만 해도 재밌던 게 2시간, 3시간을 해야 재밌나? 아니다. 오히려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금단증상도 마찬가지다. 보통 게임장애에 대한 금단증상으로 게임을 할 수 없을 때 화를 내는 걸 금단증상의 예로 든다. MBC의 황당했던 게임중독 방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그런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짜증과 화는 금단증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외에도 DSM-5 정식 질환에 오르는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진행된 연구들의 단점들이 너무 많고 공존 질환과 너무 많이 관련됐다. 게임장애인 사람의 75%가 우울증이고 57%가 불안장애, 60%가 강박증에 ADHD는 100%에 달한다. 해당 질환 때문에 게임중독이 됐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인터넷 게임과 도박을 같다고 보고 게임중독을 질환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은 그 이유에 대해 확률, 경우의 수 등 랜덤성과 현저성(Salience), 돈,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들며 도박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랜덤성의 경우 게임의 재미 요소다. 랜덤하기에 재미를 느끼는 거다. 흔히 말하는 기능성 게임의 경우 이런 랜덤성이 없기에 재미를 못 느낀다고 볼 수 있다.

현저성의 경우 보고 또 봐도 즐거워하는 요소라고 보면 된다. 알코올 환자는 술에 대한 현저성이 높다. 일반인은 과음 후 다음날 술을 보면 진저리를 치겠지만 알코올 환자는 바로 마실 것이다. 게임은 이런 현저성이 높다. 재미있으니까 해도 또 한다. 돈의 경우 랜덤성으로 인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는데 이를 도박과 똑같다고 본 것이다.

이 의견을 반박하기 위해 인터넷 게임을 하는 사람과 인터넷 도박 게임을 하는 사람의 뇌를 머리를 쓰면 활성화되는 CogNet과 보상을 바랄 때 활성화되는 Reward Ct, 멍때릴때 활성화되는 DMN 3개 영역으로 나눠서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했는데,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DMN은 게임과 도박 모두 활성화돼 차이가 없었고 Reward Ct 영역은 게임보다 도박을 할 경우 더욱 활성화됐다. 하지만 CogNet은 게임이 훨씬 활성화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게임에는 스토리텔링이 있기에 뇌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활동한 거였다. 이는 단순히 게임과 도박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뿐 아니라 게임이 게임으로 남을 수 있는 강력한 방패를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CogNet에서 게임과 도박이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개발자분들도 캐릭터를 조금 더 이쁘게 만드는 데만 신경 쓰지 말고 스토리텔링에 더욱 공을 들였으면 좋겠다.



■ 게임장애, 이제는 개발자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아무튼, 논란은 있었지만 게임장애를 질환으로 등록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는데 작년 WHO에서 게임장애를 질환으로 등록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WHO는 세계 진단분류(ICD-11)에 게임장애를 1) 게임 사용 시 통제력이 약화된 게임 행동 패턴을 말하는데, 2)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활동보다 게이밍이 우선시 되고, 3)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지속적인 혹은 증가된 게이밍을 하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4) 또한, 게임 장애가 진단되기 위해서는 행동 패턴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해야 하며 적어도 12개월 동안 분명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 기준을 만족하면 게임장애라고 분류하자고 해 학회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이 조건에 안 들어맞는 게임은 통제력이 유지되며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하고 난 후에 즐기는 게임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더는 하지 않아야 했다. 과연 이런 게임이 나올 수나 있을까? 여전히 논란이 될 부분이 산재한 게임장애다.




한편, 게임장애가 게임 플레이 자체인지 아니면 게임 방송을 보는 것도 포함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게임과 관련된 오프라인 활동을 부정적으로 볼지 긍정적으로 볼지도 말이다.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는데 사회공포증으로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아이가 사라져서 부모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납치된 건가 해서 찾아봤는데 알고 보니 게임에서 만난 친구와 의기투합해 직접 만나러 나간 거였다. 이런 활동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명확지 않다.

여전히 게임장애와 관련해 질환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질환이 아니라는 의견이 계속 대립하고 있다. 그러니 게임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이야말로 개발자들이 직접 나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에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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