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뇌의 상관관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7개 |



게임과학포럼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17일, 삼성동 서울 라마다호텔에서 게임을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1회 태그톡(T.A.G talk) - '게임은 뇌 친구' 행사를 개최했다.

태그톡은 'Think About Game talk'의 줄임말로, 인지, 정서, 사회성 등 게임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측정된 정보와 정확한 해석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행사를 개최한 게임과학포럼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인지과학부터 심리학, 교육학, 공학, 예술, 임상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게임을 바라보는 공정한 관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일(17일) '게임은 뇌 친구'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1회 태그톡 행사에서는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의 유제광 교수,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김상균 교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가 참여한 세 개의 세션이 마련됐다. 세션에서는 게임이 인간의 뇌 인지기능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각 분야별 연구 결과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이경민 인지과학연구소장 인사말 -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기"



▲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 이경민 교수

신경과 의사이자, 신경과학 연구자이자,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신경 생리학과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뇌와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까 오늘 행사에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 접하게 됐고, 이 내용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태그톡 행사를 마련했다.

태그톡은 게임이라고 하는 것에 관련한 과학적 기반을 탐색하고, 그것을 추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게임과학포럼이라고 명명했다. 게임에 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이런 의견들을 수렴해서 포럼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러한 논의들이 과학적인 근거하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 두 번째는 게임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공유 자원인데, 이 자원을 활용함에 있어서 공정성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포럼의 핵심 가치는 객관성과 공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추진하려 하는 연구들과 활동들은 오늘의 주제인 뇌에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1회의 주제는 '게임은 뇌 친구'로 잡아서 게임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 중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뇌'라는 중심 키워드에 담아 준비했다.

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보통 첫 번째, 뇌 발달에 관한 관심, 두 번째는 뇌를 잘 활용하고, 활용에 장애가 되는 스트레스 같은 것을 어떻게 제거할 지에 대한 부분, 세 번째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뇌기능의 퇴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있다. 인생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이슈들이 대부분 뇌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는 뇌를 지키는,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에서 게임이 어떤 영향을 가질 수 있는 지 알아야 한다.

단순히 뇌와 게임에 대해서 긍정적인 것만 보자는 취지가 아니다. 기존의 담론들이 부정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지만, 여기서 긍정적인 것만 이야기하기보다 어떤 이야기를 하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 바라보고, 여러 입장과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공정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유제광 교수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 GOOD GAME: 좋은 게임의 인지과학적 조건



▲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유제광 교수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의 유제광 교수는 ‘Good game: 좋은 게임의 인지과학적 조건’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세션을 진행했다. 그는 비디오 게임이 지각운동능력, 전략적 사고 등의 인지기능발달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밝힌 최근 학계의 발표에 주목하여 자신의 강연을 구성했다.

버블보블과 테트리스, 갤러그, 랠리X 등 추억의 고전 게임 BGM과 함께 발표를 시작한 그는 '전자오락'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했던 80, 90년대에는 게임이 단순한 여가 활동 중 하나로 치부됐다고 소개했다. 이때는 게임을 학업 성취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정도의 문제점만 제시됐었다.

당시의 주장은 인간은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게임이라는 무의미한 행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에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했다. 게임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더 나은 성취를 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게임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막대한 파급력을 지니기 이전의 논의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활발하게 e스포츠 리그가 운영되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결승전 경기 관람자 수만 1억 명이 넘고, 프로로 활동하는 '페이커' 선수는 3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게임이 단순한 여가,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다.



▲ 게임과 뇌인지 기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처럼 디지털 게임이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있고, 구성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노력은 무엇일까? 유제광 교수는 먼저 디지털 게임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양방향의 상호작용을 밀접하게 하여 이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게임 속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있으며, 디지털 게임은 이미 새로운 생활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게임에 대해 이해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며 게임 안팎에서 마주치게 되는 모든 경험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그는 끝으로 '좋은 게임의 조건'으로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사용자의 태도'다. 디지털 게임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사용자의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관심'이다. 이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다수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으로, 점점 현실 세계로 스며들고 있는 게임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계'라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끝으로 세 번째는 '개발자의 책무'에 있다. 그는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 때 바람직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 사용자의 주의를 끌어 오랫동안 게임을 하게 하기보다, 같은 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른 유저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회문제와 관련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 김상균 교수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 "당신의 삶을 42% 개선시키는 게임"



▲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김상균 교수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인생을 플레이하자! 당신 삶을 42% 개선시키는 게임’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세션을 이어갔다. 일상에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고 싶다고 밝힌 그는 강의에 재미를 더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현장에 참석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카드 게임 형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가 소개한 게임은 '메이플라이(Mayfly)'라는 카드 게임으로, 10장의 카드로 인생을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간단한 방식의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오직 다섯 개 뿐이다.

1. 가치 카드는 7장, 생명 카드 3장(기대 수명 = 70세+ 생명카드 수 X 5년)
2.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가치카드를 모으자.
3. 교환 조건 (가치와 가치, 혹은 가치와 생명을 교환. 1대1이 아니어도 된다. 상호합의는 필수)
4. 10분 동안 교환. 최소 4명 이상과 만나 카드를 교환하기
5. 플레이 종료 시 본인이 가진 가치카드를 간직하고, 기대 수명을 계산하게 된다.

'한국인은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을까?'라는 것을 두고 조사하여 만들어진 30개의 가치 중, 참여자 한 명에게 7개의 가치카드를 우선 제공한다. 여기에는 외모, 돈, 건강, 집 등이 포함된다. 함께 제공된 세 장의 생명카드를 계속 유지하면, 자신의 기대 수명을 85년까지 늘릴 수 있다. 모든 생명 카드를 전부 사용했다면 기대 수명은 70년에 그친다.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는?

그는 현장의 모든 참관객과 함께 메이플라이 게임을 진행한 후, 게임의 의도를 소개했다. 바로 정확한 목표 의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입력하는 작업을 통해 사람의 뇌에는 어떤 각인의 효과가 생긴다. 그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카드를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는 과정에서 꽤 깊은 각인이 생기는데, 이 게임에 참여하기만 해도 자신의 삶을 42% 이상 개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계속 카드를 지니고 다니면서 계속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기하면, 목표 달성률은 78%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균 교수는 미국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루에 2시간 이상 플레이한 의사들의 복강 수술 성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최근 게임이 여러 현실적인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바뀌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삶의 목표에서 어떠한 게임이 자신의 삶의 목표를 도와줄 수 있을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김경일 교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 인간이 만든 게임 VS 게임이 만든 인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세 번째 세션은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의 강의로 꾸며졌다. ‘인간이 만든 게임 vs. 게임이 만든 인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경일 교수는 IT와 모바일의 시대에서 '게임'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강조하고, 일상 속에 녹아있는 게임적 요소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정체성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AI는 지난 1997년에 체스로 인간을 꺾은 뒤, 2011년 IBM 퀴즈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김경일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경기 이후 부모님들이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어떤 학과가 취업을 잘할 수 있느냐?"에서 "어떤 과가 20년 후에도 없어지지 않느냐?"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예체능 분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고라고 꼽는 거장 렘브란트의 그림마저도 반복 패턴 학습을 거친 AI가 똑같이 복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AI가 경쟁했을 때 앞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A와 B라는 정보가 있을 때 그 안에서 평균을 찾는 AI와 달리, A와 B가 있을 때 C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강점이라며, 이러한 엉뚱한 발상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의 수 많은 변화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구글의 입사 문제 등에도 자주 활용되는 심리학자 칼 던커의 문제를 인용했다.

당신은 의사입니다. 당신 앞에는 위에 악성 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종양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 환자는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종양을 파괴하는데 사용 가능한 레이저가 하나 있습니다. 만약 그 레이저가 충분히 강한 강도로 그 종양에 도달하게 되면 그 종양은 제거됩니다. 하지만 이 강도로 레이저가 종양에 도달하게 되면 거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통과하는 다른 신체 부위도 마찬가지로 파괴됩니다. 반면 낮은 강도로 종양에 도달하면 다른 신체조직은 피해를 보지 않지만 종양도 제거되지 않습니다. 다른 신체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동시에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칼 던커의 종양 문제를 접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룹인지를 막론하고 구성원의 약 10%만 정답을 떠올린다. 하지만, '굳건한 요새를 여러 방향에서 공략하여 함락'하는 내용의 게임 동영상을 먼저 보여주고 난 뒤라면 약 30%가 답을 바로 떠올린다. 나머지 70%도 "아까 본 동영상이 힌트입니다"라고 말해주면 바로 정답을 알아낸다. 문제를 접한 사람들이 답을 떠올릴 때 사용한 것이 바로 '유추'다.

유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연결 다리가 많다면 유추는 더 쉬워지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은유'다. 하지만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은유'과 완전히 배제된 사전을 보고 지식을 공부하기 때문에, 갈수록 은유가 없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만약 은유가 없다면, 사람은 문제 직전에 본 동영상과 문제를 연결시키는 유추 능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김경일 교수는 책 중에서도 시와 음악, 미술에 은유가 가장 많이 들어있는데, 글과 음악과 미술을 같은 자리에 놓고 한데 버무린 것이 바로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분야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우리는 잊고 지내고 있던 은유를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그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계산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AI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후손들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AI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닌, 더 뛰어난 유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인간들은 AI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인 AI 연구자라며, 앞으로도 인간들은 '유추' 능력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에는 유추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가지 은유 요소가 있고,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둬서 사람과 신체에 호소할 수 있는 은유를 만든다면, 게임은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경일 교수는 끝으로 좋은 어린이집을 아이와 함께 찾고, 서점에 가서 좋은 책을 아이와 함께 찾듯,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을 아이와 함께 찾는 모습이 게임의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막는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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