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실태조사 ②] '해외 진출, 스트리밍, 은퇴' 프로게이머의 선택 엿보기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26개 |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프로게이머의 삶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게이머가 된 후에도 여러 선택의 갈래에 선다. 국내 리그에서 계속 활동할지, 해외팀으로 둥지를 옮길 것인지부터 시작해 언제 은퇴를 하고, 은퇴 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갈 지도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직업의 수명이 짧은 만큼 한번의 선택이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해외 진출은 많은 프로게이머들에게 제 2의 시작이 될 수 있어 많은 선수들이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고액 연봉을 위해 해외 무대로 나갔다면, 지금에 와서는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진 국내를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기 위해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프로게이머의 해외 진출은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 리그 오브 레전드는 중국, 오버워치는 북미로

이제는 중국,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은 물론이고 터키, 일본, 필리핀 등 비주류 지역에서도 한국인 선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러 e스포츠 종목 중에서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다.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는 91명, 오버워치는 61명의 선수가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두 종목의 선수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조금 차이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은 중국에서, 오버워치 선수들은 북미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에서 해외 진출의 시발점이 바로 중국의 거대 자본이었는데, 그런 흐름과 가깝다는 거리적 이점이 작용한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오버워치는 주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 참가 팀들이 북미에 주로 기반을 두고 있어 이런 수치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미 여러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줘 왔다.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출전한 선수들 중 한국인 선수는 해외 진출 선수 16명을 포함해 총 34명이었고, 2018 롤드컵 챔피언 IG의 승리 일등 공신이 바로 한국인 용병 '루키' 송의진이었다. 오버워치 리그 초대 우승팀인 런던 스핏파이어는 감독, 코치, 선수 전부가 한국인이기도 하다.



■ 스트리밍의 양대 산맥, 트위치TV vs 아프리카TV

e스포츠가 발전하면서 함께 떠오른 여러 산업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스트리밍이다. e스포츠 종목 자체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팬 연령층 역시 10대와 20대가 주를 이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트리밍 산업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방송사 역시 2017년 기준 케이블을 기반으로 한 방송사의 매출은 전년대비 5% 감소한 반면, 인터넷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 방송사의 매출액은 28%나 증가했다.




또한, 스트리밍은 프로게이머의 중요한 수익원이기도 하다. 연봉과 대회 상금을 제하면 스트리밍 수익의 비중이 가장 크다. 2018년 8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트위치TV와 아프리카TV에서 스트리밍을 하고 있는 선수는 총 50명이었다. 트위치 TV를 이용하는 선수는 27명으로 54%의 비율을 차지했고, 나머지 23명의 선수는 아프리카TV에서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은 스트리밍을 시청하는 팬의 비중이다. 50명의 선수는 도합 약 330만 명의 팬(트위치TV 팔로워+아프리카TV 애청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비율이 트위치TV 75.54%, 아프리카TV 24.46%로 트위치TV에 크게 쏠려있었다. 이는 전체 팬 비율의 59.62%를 차지하는 상위 세 선수 '페이커' 이상혁, '피넛' 한왕호, '프레이' 김종인 중 '페이커'와 '피넛'이 트위치TV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은퇴는 언제쯤... 프로게이머들의 생각은?

LCK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를 통해 프로게이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8개 팀 51명의 선수가 해당 설문에 응답했다. 먼저, e스포츠 시장의 전망과 프로게이머로서 본인의 미래에 대해 대부분의 선수들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e스포츠 시장에 대해서는 무려 88.3%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인 6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LCK 선수들은 해외 진출에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64.7%가 해외팀에서 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선호 지역으로는 북미가 57.6%로 가장 높았고, 유럽과 중국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의견이 앞서 언급한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과 맞물려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많은 선수들이 은퇴 시기를 자신의 경기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시점으로 잡았다. 52.9%의 비중을 차지했다. 비슷하게 7.8%의 선수들이 팀 계약이 어려워지는 순간을 은퇴 시기로 생각했다. 군 입대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13.7%가 군 입대 시기에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다. 은퇴 후에는 대부분 코칭스태프, 스트리머, 해설 및 캐스터 등 e스포츠 관련 업무에 종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 넓어진 아마추어 시장, 아마추어 선수들의 최대 고민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프로 데뷔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도 많아졌다. 2016년과 2017년에 리그 오브 레전드 3부 리그 이상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56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마추어 선수의 평균 연령은 19.3세로 다소 높게 측정됐다. 다양한 대회를 기준으로 삼아 20대 중반에서 많게는 32세 선수까지 설문에 참여했기 때문.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층은 10대 후반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연습량도 눈에 띄는 지표다. 연습량이 꽤 많은데, 일주일에 평균 5.4일 동안 연습한다. 매일 연습한다고 응답한 선수는 53.6%나 됐다. 하루 평균 연습 시간은 무려 6.6시간. 14시간 이상 연습하는 경우(5.4%)도 있었다. 소속팀이 있다고 응답한 28명 선수들은 평균 3.4일을 팀 연습에 투자하고 있고, 평균 연습 시간은 3.9시간이었다.

반면, 2017년 동안 아마추어 선수 활동으로 얻은 수입은 굉장히 적었다. 과반수 이상에 해당하는 58.9%의 선수들이 수입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35.7%는 연 200만 원 미만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아마추어 선수 생활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수 만족도를 살펴보면, 보통이라고 답한 선수들이 41.1%로 가장 많았다. 다만, 열악한 훈련 환경과 불투명한 향후 진로라는 문제는 여전히 큰 고민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 관련기사 : [e스포츠 실태조사 ①] LCK 선수 수입과 나이, 그리고 관람객

※ 자료 출처 : 2018 e스포츠 실태조사(한국 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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