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가 인정한 명작, '리턴 오브 디 오브라 딘'의 제작자를 만나다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6개 |



작년 10월,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1비트 그래픽으로 표현된 3D 공간, 불친절하고 복잡한 퍼즐, 그리고 강렬한 서사가 인상적이었던 '리턴 오브 디 오브라 딘(Return of the Obra Dinn, 이하 오브라 딘)'이 그 주인공이죠. 출시 직후 평단과 게이머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 게임 관련 시상식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작품이 '1인 개발'이라는 점입니다. 무려 5년간 프로그래밍부터 아트, 사운드까지 혼자 개발해 온 작품이죠. 그렇다면 이 엄청난 실력을 갖춘 개발자는 대체 누굴까요? 바로 '페이퍼 플리즈'로 출사표를 던졌던 '루카스 포프(Lucas Pope)'입니다.

세상이 주목하는 1인 개발자 루카스 포프, 그와 함께 '오브라 딘'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리고 한국 유저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오늘(19일)부터 '오브라 딘'에 공식 한글 번역이 추가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에서 확인하시죠.







▲ 루카스 포프, 1비트 사진을 보내왔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한다.

인디 게임 개발자인 루카스 포프다. 주로 혼자 일한다. 2013년에 출시한 '페이퍼 플리즈', 그리고 작년 말에 출시한 '오브라 딘'을 대표작품으로 두고 있다.


Q. 굉장히 다양한 상을 수상한 걸로 알고있다. 수상목록을 알려줄 수 있을까?

'페이퍼 플리즈'는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BAFTA에서 전략&시뮬레이션 부문을 수상했고,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에서도 두 번 수상했으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문화적 혁신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Games for Change에서도 두 번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몇몇 상을 거머쥐었다.

'리턴 오브 디 오브라 딘'은 역시나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두 번의 BAFTA 수상, Game Developers Choice Award에서의 베스트 내러티브 부문 수상, The Game Awards에서의 베스트 아트 디렉션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Q. 오브라 딘은 정말 독특한 게임 스타일과 내러티브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우선 칭찬해줘서 고맙다. 내 첫 아이디어는 저해상도와 2가지의 색깔만 사용해 현대적인 3D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건 1980년대 맥킨토시 초기 흑백 컴퓨터가 지니는 한계점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비주얼 스타일을 정립한 뒤 1인 개발자로서 가능한 선에서 게임 메카니즘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흥미롭게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Q. 오브라 딘의 개발 기간은 꽤나 길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맞닦뜨린 어려움은 없었나?

오브라 딘은 내게 꽤나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3D 게임에 도전한다는 건 내가 3D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 툴을 익히고 충분한 스킬을 갖추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아울러 게임 메카니즘에 관해서도 수차례 고민을 거듭했다. 핵심 컨셉은 확고했지만, 전체적 메카니즘이 어떻게 어우러질지는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아 고생했다.

그리고, '페이퍼 플리즈'로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존재했다.


Q. 그래픽 스타일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작 '페이퍼 플리즈' 역시 비슷한 느낌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별도의 대규모 아티스트 팀 없이 나 스스로 작업할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했던 게 가장 큰 이유인 거 같다. 기본적으로 나는 여타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비주얼을 좋아한다. 이를 위해선 비주얼에 관한 몇몇 테크닉을 극단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게임 개발자들이 피하는 방법이지만, 이러한 제한이 게임의 비주얼을 유니크하게 만들어준다.



▲ '오브라 딘'의 독특한 아트



▲ 전작인 '페이퍼 플리즈'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Q. 위의 질문과 흡사할지도 모르겠다. 루카스의 모든 작품은 어느 정도의 공통적인 감각을 제시한다. 그게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건 꽤나 객관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거 같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게임들이 지루한 업무에 기반해있는 작품이라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나는 그저 최대한 간단한 메카니즘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엮어 게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서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을 뿐이다.


Q. 모든 작품이 아주 특징적이고 강렬하다. 루카스 포프란 인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Q. 오브라 딘은 플레이어에게 왠지 모를 불편함을 제공한다. 분명 이건 공포가 아니다. 하지만 어둡고, 우울한 무언가가 게임 속에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어떤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는가?

좋은 질문이다. 난 분명 '공포 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게임 속에는 플레이어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시체를 찾으면 즉각 배를 떠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과거 게임 제작을 위한 조사의 일환으로 복구된 선박을 방문해 관찰한 바 있다. 당시 난 모종의 불편감과 고립감 그리고 위협감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선원들의 희망과 모험심이 마음에 와닿기도 했다. 나는 당시의 그 느낌을 그대로 오브라 딘에 담아내고자 했다.



▲ 어둡지만, 공포는 아니다


Q. 오브라 딘의 퍼즐을 푸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본인에겐 어땠나? 이런 난이도는 의도적이었나?

하하, 물론 게임 전체를 내가 만들었으니 내겐 어렵지 않았다. 이러한 난이도는 어느 정도 내가 의도한 게 맞지만, 마지막에는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 거 같다. 일단, 오브라 딘의 난이도는 각 등장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고, 점차 많은 단서를 모으며 자연히 조절되게끔 설계했다. 플레이어들이 각 인물의 운명과 정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옆 길로 새지 않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Q. 사운드는 어떻게 해결했나? 이 역시 혼자 제작한 것인가?

사운드 작업은 내게 꽤나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일단 각 장면에 대한 구성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태였기에 사운드 이펙트를 어떻게 배치할 지가 관건이었다. 또한, 아주 재능있는 성우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덕에 각 장면의 사운드가 한층 풍부해지기도 했다.


Q. 질문을 이어갈 수록 '루카스 포프'란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져 간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말해줄 수 있나?

난 게임을 만드는 걸 정말 사랑한다. 프로그래밍, 아트, 뮤직, 오디오, 디자인, 스토리 등의 요소가 내겐 너무나 즐거울 뿐이다. 게임은 이러한 요소들의 결정체이고, 나는 이 작업에 시간을 쏟는 게 행복하다.

가끔, 내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아내와 두 아이들 덕에 게임 밖의 삶 역시 충분히 즐기고 있다.





Q. 오브라 딘은 정말 세련된 게임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그 개발 과정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까?

솔직히 처음엔 게임 디자인에 대한 별 계획이 없었다. 오브라 딘에 관한 첫 컨셉은 한 사람이 제작하기엔 너무나 방대하고 어려웠다. 이에 나는 규모를 축소하고,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 구조만을 남겨놨다. 결과적으로 이 축소된 구조가 오늘의 오브라 딘을 만들어냈다.

물론 개발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수정이 이루어졌다. 완성하는 데 거의 5년이 걸린 작품인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계속 시도해왔다.


Q. 오브라 딘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을까?

지금 당장 크게 떠오르는 건 없다. 매번 수상을 하던 순간도 늘 짜릿했고, GDC에서 플레이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즐거웠다. 작년에 게임을 마무리하는 게 정말 힘들었기에, 솔직히 올해는 조금 휴식을 취하며 쉬고 싶은 마음이다.


Q. 오늘(19일) 공식 한글 번역이 오브라 딘에 추가된다. 이를 오래 기다려왔을 한국 팬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글 번역을 추가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여러분이 꼭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드디어 한글 번역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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