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팬은 믿었고, 개발팀은 보답했다 '보더랜드3'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64개 |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지난 3월 28일 공개한 ‘보더랜드3’는 그간 정식 넘버링 타이틀을 기다렸던 팬들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타이틀이었다. 2012년 ‘보더랜드2’ 이후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출시되는 넘버링 작품이기에 기대감은 더욱 컸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게임 플레이 영상과 시연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개발사인 기어박스는 지난 5월 초, 약 1시간 분량의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게임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렸다. 보더랜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시간이 흐른 만큼의 발전도 함께 말이다.

전작들이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던 만큼, 적어도 전작만큼의 게임 플레이를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보더랜드라는 게임이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따라서 기어박스는 양과 질 모두에서 콘텐츠를 확장하는 기조로 이번 타이틀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 넓은 무대와 세계관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어떤 점이 강화되었고 달라졌는가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전작이 준수한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줬던 만큼, 거기서 유지만 되더라도 평작 이상의 평가는 차지할 수 있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행사에서 공개한 플레이 영상과는 별도로 ‘보더랜드3’의 플레이를 직접 진행해 볼 기회가 마련됐다.





그래픽과 캐릭터, 세계관의 강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니, 차이는 있다

그래픽 변화는 얼핏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플레이에서는 큰 체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텍스쳐와 아트 스타일 때문에 변화가 와 닿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그래픽 연출과 표현은 전작들보다 발전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특유의 아트 스타일이 보더랜드라는 타이틀을 대표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무언가를 더 개선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특유의 텍스쳐가 들어가지 않는 주위 오브젝트와 이펙트는 전작보다 많이 발전했다. 바닥의 질감 표현, 바람에 흔들리는 풀의 표현 모두 개선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요소다.



▲ 그래픽 스타일 때문에 티가 잘 나지 않을 뿐.

한층 나아진 이펙트는 플레이에서 더 나은 가시성을 제공한다. 원래 정신없는 게임이기는 했지만, 개선된 덕에 전투에서의 가시성이 나아진 편이다. 어떤 속성으로 공격하고 있는지. 멀티 플레이에서 동료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더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는 고스란히 유지되었다는 점도 반갑다. 판도라의 황무지 분위기는 여전하고 등장하는 사이코들의 디자인도 한층 더 기괴해졌다. 아트 스타일이 갑작스럽게 변했다면 보더랜드 답다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미친다.



▲ 이제 어떤 상황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세계관 또한 큰 폭으로 확장됐다. 한층 나아진 게임 플레이와 더불어 가장 많이 체감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시연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지만,)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된 게임 플레이에서는 더는 게임의 무대가 판도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설정으로 등장했던 보더랜드 세계관의 행성들을 탐험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행성으로의 모험은 곧, 새로운 적과 무기가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륨 면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려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적과 무기가 등장할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작에서 발전한 요소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마을이었던 생츄어리가 이번 타이틀에서는 전함이 되었으므로, 본편 외 DLC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시연 또한, 판도라가 아니라 '프로메테이아'에서 진행되는 미션이었다.


한층 강화된 전투 시스템
탄환 선택, 오브젝트 활용, 파쿠르

전투 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발사 방식을 선택하는 것', '오브젝트의 활용', '파쿠르'다. 첫 번째로 발사 방식의 선택은 무기 활용 폭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번 보더랜드3에서 일부 총기는 한 가지 발사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발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서 무기의 활용도를 늘린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전작에서 여러 총기를 가지고 때에 따라 대응했다면, 최신작에서는 소수의 총기로 여러 적을 상대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이 변했다. 일반 탄환 - 유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발사 방식에 따라서 속성이 변경되는 총기도 이번 작품에서 등장한다. 이렇듯 하나의 총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게임이 설계된 편이다.

작게는 여러 무기를 들고 다녀야 했던 전작의 불편함을 개선한 셈이며, 싱글 플레이에서 자유도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작이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 멀티 플레이가 요구되었다면, 이번 타이틀에서는 다양한 발사 방식으로 어느 정도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해답이지만, 변화는 크다.


작지만 큰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작에서 항상 고정되어 있던 드럼통은 이제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요소로 바뀌었다. 속성별 드럼통은 근접 공격으로 적에게 날려버릴 수 있다. 전작들에서 항상 고정되어 있고 다가오는 적을 상대하기 위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플레이어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요소로 취급된다.

사이코들이 달려오는 길목으로 드럼통을 날린 뒤 폭발시켜 큰 대미지를 줄 수도 있다. 이동하고, 쏘고, 죽이고, 드랍된 아이템을 획득하는 플레이는 유지되지만, 과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변수가 늘어남으로써 전투에서 고려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 기름, 냉각제 등 드럼통 종류도 많다.

소소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엄폐물의 파괴와 난간을 넘어가는 액션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이제 엄폐물은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공격을 위해 거쳐 가는 중간점이다. 좋은 위치의 엄폐물 뒤에서 공격하는 플레이를 지양하고, 엄폐물을 기준으로 이동하고 공격하는 형태로 전투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더불어 낮은 난관을 바로 올라갈 수 있게 되면서 전투 과정은 더욱 입체적으로 변했다. 전작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며,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유리한 위치를 생각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이동과 슈팅을 반복하던 전투에는 긴장감이 부여된다.



궁극기, 멀티 플레이의 개선
레벨 스케일링, 스킬 트리, 아이템 레벨

보더랜드 시리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아이템 파밍은 직관적이고 유연하게 개선됐다. 일방적으로 진행되거나 때에 따라 변경하기 어려웠던 요소들의 삭제이자 보완이다.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이템 파밍이라고 한다면, 이번 보더랜드3에서는 아이템 레벨을 표기하여 직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성능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게 되는 구조다. 굳이 직접 사용을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무기의 성능을 가늠하기 쉬워졌다.



▲ 아이템 레벨이 높다 = 종합적으로 강한 무기다.

세계관이 확장된 만큼, 새로운 무기와 제조사도 추가됐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일부 무기는 나사가 몇 개는 빠진 듯한 기괴함을 보여준다. 특히 테디오어(Tediore) 무기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장전 시에 무기를 던지는 것을 넘어서, 발이 달린 총기가 터렛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유의 센스는 더욱 강화된 모습이다.

스트리밍 영상에서 보여줬던 음파발사 무기 외에도 본편에서는 더 많은 무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연에서 체험한 일부 전설 무기들 모두 비범한 외관과 성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액션 스킬. 궁극기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강화하던 스킬트리는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전작들에서 하나만 이용할 수 있었던 궁극기인 '액션 스킬'이 이번 작에서는 총 3가지 제공된다. 실제 플레이에서는 스킬 트리의 변화가 더 와 닿는다. 게임 플레이 도중 액션 스킬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플레이는 더 유연해졌다.

전작들이 슈팅 더 무게를 두는 편이었다면, 보더랜드3는 캐릭터의 능력도 비슷한 비중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킬을 강화하고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게 육성할 수 있도록 스킬트리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제 스킬트리는 3가지 액션 스킬과 더불어, 플레이어가 추가적인 공격과 속성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게다가 육성한 액션 스킬은 플레이어가 세트를 구성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액션 스킬이 위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요소. 빠르게 적을 제압하는 요소이자 필살기의 개념이었다면, 최신작에서는 스킬을 자주 사용하는 흐름을 가진다. 선택지와 활용폭이 늘어났고 세부적인 조합에 따른 시너지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액션 스킬은 캐릭터마다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시연에서 플레이한 '제인'은 최대 두 가지 액션 스킬을 선택할 수 있다. 수류탄 자리에 두 번째 액션 스킬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던 전작과는 다르다. 게임의 템포는 보다 빨라졌고 전투에 흡입력이 강화됐다. 즉, 액션 스킬이 주던 쾌감이 더 빠르고 강하게 찾아온다고 할 수 있다.



▲ 상황에 따라서 액션 스킬을 바꾸는 것도 자유롭다.



▲ '제인'은 심지어 액션 스킬이 2개다.

그간 전투 흐름을 총을 쏘는 '슈터'와 액션 스킬을 발동하는 '스킬'로 구분해서 생각해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작에서는 클래스에 따라 다르지만, 액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약 30초 정도의 시간이 요구됐다. 액션 스킬이 하나뿐이고, 효과가 고정되어 급박한 상황에 대응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 스킬 사용 면에서 템포를 올리기보다는 등장하는 적들의 숫자와 강함에 따라서 조절되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타이틀은 스킬을 더 자주 사용하면서 전투의 템포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다. 시리즈 정체성 자체는 유지하면서, 편의성과 전투 템포를 더 빠르게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 거기다 적들도 많이 나올 때가 많다.

실제 시연에서 받았던 인상 중, 가장 크게 체감되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투에서 늘어지는 부분은 거의 없고, 시종일관 높은 텐션이 유지된다.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얻은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보더랜드3를 준비하며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지향한 것은 '빨라진 전투 템포'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멀티 플레이에도 레벨 스케일링을 넣어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보더랜드2 멀티 플레이에서 지적되었던 문제의 개선이기도 하다.


멀티 플레이를 신경 쓴 게임임에도, 보더랜드2의 멀티 플레이는 태생적인 한계 또는 문제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퀘스트 진행에 격차가 있거나, 레벨 스케일링이 멀티 플레이에서 적용되지 않았다. 싱글 플레이 2회차에서 레벨 스케일링이 적용되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할 때에는 확연한 격차 때문에 비슷한 콘텐츠를 즐기기 어려웠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테지만, 보더랜드3의 멀티 플레이 레벨 스케일링은 환영할 만한 요소로 보인다. 진행과정이나 레벨을 굳이 맞추지 않아도 같은 세션에 참여하여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의 레벨이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션 소유자에 맞춰서 플레이어의 레벨이 조정되는 방식이다. 아이템 루팅도 개인별로 제공되니, 분쟁의 여지도 없다.

해당 기능은 온오프가 가능하며,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다. 전작들처럼 저레벨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레벨 스케일링 기능을 끄면 된다. 이번 시연에서는 멀티 플레이가 지원되지 않아 체험할 수 없었지만, 게임 소개에서 강조할 정도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큰 변화는 없다. 그렇기에 장점이다.
무엇이 보더랜드를 보더랜드답게 만드는가.

2012년 넘버링 타이틀 '보더랜드2'가 출시된 지 햇수로 어언 8년. 외전격 타이틀이 아닌 정식 넘버링 타이틀 '보더랜드3'는 전작에서 큰 변화는 보여주지 못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새로운 그래픽과 캐릭터를 선보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의 큰 줄기는 여전히 같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크게 변하지 않았기에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자, 발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었던 기본적인 틀들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그래픽은 여전하거니와 개성적인 캐릭터들 악역, 스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보더랜드란 이런 게임'이라고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정체성이 유지됐다.

동시에, 기존에 불편함으로 지적되었던 요소는 개선되고 장점은 강화하는 선택을 보여줬다. 전작을 플레이했던 사람이면 더 편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고,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최근 게임에 맞는 편의성을 가진 타이틀이 될 것이다. 시스템적인 완성도만을 보자면, 팬들에게 아쉬움은 남지 않으리라 본다.

이번 시연에서 공개했던 분량을 고려하면 앞으로 정식 출시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공개된 분량만의 완성도는 준수한데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콘텐츠까지 아직 선보이지 않은 것들이 많아 보인다. 외부적인 이슈를 차치하면, 하반기 기대작이라 말하기 충분한 타이틀임은 분명할 것이다.



▲ 새 탈것, 총기, 행성. 보여줄 것이 아직 산더미다.



▲ 오는 9월 13일, 자막 및 음성 한국어화를 거쳐 정식 출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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