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크레토스'의 컨셉 아티스트가 전하는 상징적인 캐릭터 만드는 법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7개 |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에이브 타라키 리드 컨셉 디자이너

슈퍼마리오, 세일러문, 다스 베이더... 어떤 캐릭터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으며, 코스프레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굿즈는 물론, 그들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원작 게임이나 영화, 만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아, 저거!"하며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캐릭터들. 이러한 상징적인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금일 개최된 'NDC2018'에서는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의 에이브 타라키(Abe Taraky) 리드 컨셉 디자이너가 나와 어떻게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지, 이러한 캐릭터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이브 타라키 디자이너는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선임 컨셉 아티스트로서 '갓오브워'의 주요 컨셉 아트를 담당한 바 있으며, 루마 픽쳐스의 컨셉 아티스트로서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데드풀' 등의 캐릭터 및 배경 컨셉 아트를 제작했다. 그는 이날 강연을 통해 게임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이야기와 잘 결합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성공적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상징적인 캐릭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상징적인 캐릭터의 특징은?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요소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다. 먼저 캐릭터가 스토리를 대변하고 있어야 하며,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소통 되어야 한다. 또한, 게이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어야한다. 강연에서는 이 세 가지가 무슨 의미인지, 사례를 통해 오늘날 소비하는 미디어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소개되었다.

먼저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스토리를 대변하고 있어야 한다. 좋은 캐릭터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함께 발전하며, 아무런 해석을 요구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는 아주 친숙한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남루한 옷을 입고 있으며, 평범한 지팡이를 짚고 있고, 모자를 쓰고 있는 나이 든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간달프가 그의 임무인 반지 원정대를 이끌면서 이야기와 함께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의 남루했던 회색 옷은 하얀 로브로 변화하며, 평범했던 지팡이는 마법적인 힘을 보여주는 물체가 된다. 외형변화와 함께 간달프는 강력하고 신적인 모습으로 강력한 신뢰도를 가진 존재로 변화한다. 이야기와 함께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점에서 간달프는 상징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이어 타라키 디자이너는 톨킨이 간달프를 구상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일러스트를 소개했다. 톨킨이 일러스트에서 집중했던 것은 ‘평범하다’는 점이었다. 간달프의 첫인상이 평범했기 때문에 이야기와 함께 진화하는 그의 아트는 더욱 극적으로 표현된다. 캐릭터의 디자인이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알고 디자인한다면 유저들에게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두번째로 중요한 점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유저에게 공감이 되는 캐릭터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저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기 때문이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다스 베이더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다스 베이더는 악역으로, 공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스 베이더는 ‘보자마자’ 공포의 이미지로 비친다는 것이다. 잘못한 것도 없고 말도 없이 마치 동상같이 서 있지만, 다스 베이더는 한눈에 악당으로 느껴진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그 이유를 다스 베이더의 포식자와 같은 디자인에서 찾는다. 다스 베이더는 거의 정면으로만 비치며, 측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포식자는 주로 앞만 보고 있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눈과 망토는 박쥐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또다른 다스 베이더의 디자인 특징은 사람의 얼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이라기보다는 조각이나 로봇, 외계인 같은 다스 베이더의 얼굴은 감정을 담지 않는다. 캐릭터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동정할 수 없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두 사례 속에 들어있는 디자이너의 ‘의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캐릭터가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지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표와 의도가 있어야 한다. 디자인의 의도를 담고 있는 분석적이고 묘사적인 모든 요소가 서로 보완하며 어우러져 다스 베이더를 상징적인 캐릭터, 악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문화를 뛰어넘는 요소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이미지를 통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악당으로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상징적인 캐릭터는 디자이너 본인을 투영한다. 효과적인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공포와 꿈, 그리고 경험을 녹여내야 한다.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한다. 따라서 개인의 경험을 녹여냈을 때 최종사용자, 유저는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삶의 요소를 담은 캐릭터는 제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인크레더블’의 바이올렛을 예시로 들었다. 바이올렛은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이지만, 간달프, 다스 베이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신감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다.

바이올렛의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 디자인은 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청소년의 성격을 잘 나타낸 헐렁한 옷, 다른 이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성격이 드러나는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 타라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친구와 가족을 관찰해 지식과 경험을 얻고, 이를 캐릭터에 담아 교감할 수 있는, 친밀감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징적인 캐릭터, 왜 중요하고 어떻게 만드나?
디자이너의 삶을 녹여낸 캐릭터는 많은 이에게 공감받는다

그럼 상징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이너는 간달프나 다스 베이어와 같은 메인 캐릭터만을 구상하지는 않는다. NPC를 디자인할 때도 있고, 배경 캐릭터를 구상해야 할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역할의 캐릭터를 디자인할때 사용할 수 있는 기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타라키 디자이너는 그가 작업한 캐릭터를 짚어보며 설명했다.




그가 만든 캐릭터는 정적이고 지혜로운 캐릭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근엄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작은 키를 가지고 있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이처럼 상충하는 요소를 이용하라고 설명했다. 초능력이 있지만 수줍은 바이올렛, 존재감 있으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다스 베이더처럼.

캐릭터가 스토리를 잘 나타내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캐릭터 브리핑에 자세한 내용이 없을 때도 있고, 가끔은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때 캐릭터와 관련된 특정 스토리는 없더라도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디자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의 술집 주인을 디자인한다고 가정해보자. 가게 주인에 대한 배경이야기는 없다. 술집의 주인일 뿐이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디자인이 직접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들과 싸우다 얼굴에 흉터가 났을 것이라며 일부러 상처를 만드는 등의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유저가 캐릭터를 볼 때 어디부터 보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의 캐릭터를 볼 때 사람들은 얼굴부터 보게 된다. 따라서 얼굴에 그의 성격을 잘 담도록 권위적이고 경직된 느낌을 담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상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을 재생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모습과 경험을 투영하면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과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징적인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대변하고 문화의 경계를 넘어 공감 가는 캐릭터가 되며, 게임 개발에 있어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캐릭터의 디자인이 보여주는 콘셉트를 통해 스토리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한다.

상징적인 캐릭터, 왜 관심을 가져야 하나?



▲사랑받는 캐릭터는 여러 세대가 교감하고, 시공간을 초월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캐릭터 콘셉트 디자이너로서 게임 개발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발자의 목표는 게이머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여러 세대가 교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교감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하며,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툴이 될 수 있고, 게임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캐릭터라며 캐릭터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게이머들은 게임 플레이의 혁신만큼이나 게임과 교감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기존 게임 산업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은 게임 플레이의 혁신이었다. 게임 플레이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제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게임과 세밀하게 교감할 수 있는 요소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복잡하면서도 깊이 있는 캐릭터가 교감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게임의 스토리를 잘 알고, 관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디자인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모습이 투영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개발자에게뿐만 아니라 유저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의미있는 디자인은 개발자와 유저 모두에게 의미있는 경험을 가져다준다


Q&A

Q. '갓오브워'에서는 어떻게 위의 요소가 적용되었나?

‘갓오브워’에서 우리는 크레토스가 우리의 삶의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코리 디렉터는 아들이 있다. 따라서 크레토스를 만들 때 자신과 같은 삶의 경험을 담도록 구상했다. 크레토스에게도 아들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디렉터의 사적인 내면 요소들도 포함되어있다. 캐릭터도 인간처럼 발전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계속해 적용해 발전시켜나갔다.


Q. 문화마다 공감하는 것은 다르다. 글로벌 시장을 위한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나?

훌륭한 질문이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고, 각국 시장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시장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갓오브워’를 만들 때 정말 많은 연구를 했다. 북유럽과 독일권에 대한 세부적인 요소를 연구했다. 유적지와 언어, 신화까지 요소를 조사해왔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많았다. 독일 유적지에 대한 의미가 변화한 것이다. 좋은 의미를 지녔던 유적지였지만 후에 인종차별의 의미를 담은 유적지가 되기도 했다. 과거의 의미만을 이용하다 보니 우리가 이용했던 유적지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경구도 있었다. 따라서 3D모델이나 스토리에서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자면 글로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구글에 검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적을 찾아보거나 문화를 잘 알고 있는 현지인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특정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연구하고 정보를 많이 모아야 한다.


Q. 나쁜 캐릭터의 예를 들어달라.

민감한 문젠데(웃음). 내가 생각했을 때 나쁜 캐릭터 디자인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무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업계는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유산이 있다. 그리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다. 나쁜 캐릭터는 아무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저 폭력성과 선정성만을 내세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갓오브워’의 캐릭터도 호불호가 갈린다. 게임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이상이 높아지면서 우리 게임도 발전해왔다. ‘갓오브워’의 역사를 보면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갓오브워’도 극복해야 할 과제고, 여러분도 직면할 과제일 텐데, 의도하지 않은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Q.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언제나 승인되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디자인을 보고하고 승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이디어가 사라지기도 한다. 유저들이 좋다고 하는 부분은 강조하고 싫어하는 부분은 제외될 테니까. 내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콘셉트 디자이너도 낯짝이 두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시안 1번, 2번을 만들고 3번은 대안으로 승인될듯한 시안을 만들어 제출한다. 그럼 꼭 세 번째 시안이 채택되더라(웃음). 말하고 싶은 것은 되도록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해야할 것이다. 작업에 사랑을 가지고 할수 있을 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캐주얼 SD 캐릭터로는 어떻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가?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디자인 특징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전통 애니메이션을 보면 캐릭터는 적당량의 정보를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 게임을 보면 정말 여러 가지 요소를 담은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큰 그림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고 캐릭터의 중요한 아이디어 두세 개에 집중하라. 만약 내가 캐주얼 캐릭터를 만든다고 하면 두 개 핵심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작업할 것 같다.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AAA 게임도 마찬가지다. 기술이나 효율성의 문제는 있기 마련이니까. 이때 아트워크에서 최소한의 요소를 가지고 명확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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