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나는 왜 자꾸 오른쪽으로 돌까?" 인간의 본능을 활용한 FPS 레벨 만들기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 넥슨지티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지만, FPS 게임에 있어 레벨 디자인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1인칭 시점인 만큼 플레이어가 어떤 경로로 이동해야 하는지, 또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한 장치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등 고려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겠다.

특히, 여러 사람이 다투게 되는 온라인 FPS라면 양 진영의 밸런스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원형 경기장이 아닌 이상 덩그러니 맵만 만들어 놓아서는 플레이어가 언제 적을 만나 전투를 치를지, 스폰되자 마자 어떤 경로로 이동하게 되는지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일일이 표지판을 세워 "이쪽으로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맵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할까?

NDC 2018의 첫째 날 강연을 맡은 넥슨지티의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는 '인간의 본능'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FPS에서 큰 벽을 마주했을 때,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본능에 의한다는 것. 그밖에 FPS 레벨 디자인에서 고려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은 무엇이 있는지,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인간의 '좌회본능'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영상출처: CJ E&M 유튜브 채널)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XTM에서 방영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국가가 부른다'의 한 장면을 공유했다. 해당 TV쇼는 전역한 특수부대원들이 출연해 여러 가지 미션을 통해 승리자를 뽑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해당 쇼에서 진행했던 '킬박스' 미션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것.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가 공유한 영상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특수부대원을 상대로 7초 만에 승리를 거두는 장면이었다. 백골부대를 전역한 초등학교 교사는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정면으로 향했고, 큰 벽을 우측으로 돌아 상대방의 뒤를 노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짤막한 인터뷰에서는 경기에 승리한 교사가 큰 벽을 우측으로 돌았던 이유를 들어볼 수 있었다. 바로 총을 겨냥한 상태에서는 벽에 몸을 숨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돌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며, 이를 역이용한다면 상대방의 뒤를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해당 계획은 정확하게 들어맞았고, 초등학교 교사는 특수부대원을 상대로 빠르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다음으로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는 위 사례와 같은 인간의 ‘본성’을 온라인 FPS 게임의 레벨 디자인에 적용한 사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레벨을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동선을 통한 레벨 제작과 사원, 비행기, 잠수함 등 환경 콘셉트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법이 있다고 설명한 그는 무엇보다도 재미와 함께 자연스러운 플레이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레벨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자연스러운 플레이 흐름’을 가진 레벨 디자인이란 화살표 표지판 같은 요소 없이, 유저가 개발자가 의도한 바대로 이동할 수 있는 레벨이라는 것이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이어 김필원 디자이너는 인간이 위기 상황에서 발휘하는 다양한 대피심리를 소개하며, 이 중 FPS 레벨 디자인에 적용이 가능했던 여섯 가지 본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해당 여섯가지 인간의 본능은 좌회 본능과 향광성, 향개방성, 일시 경로 선택성, 직진경로 및 위험회피본능이다.




먼저, '좌회본능'이란 오른손잡이, 오른발잡이의 특성상 좌측으로 회전한다는 본능이다. 사람이 왼쪽으로 돌 때 발생하는 원심력 때문에 오른쪽으로 나가려는 힘이 생기고, 이를 지탱하기 위해 오른 다리에 더 강한 힘이 들어가는데, 오른다리가 더욱 강하게 타고났기 때문에 왼쪽으로 도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좌회본능'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된다. 그 예로는 관람객의 75%가 전시장을 좌측으로 회전하면서 관람한다는 멜톤의 전시공학이나, 입구를 우측에 위치시키고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장을 보는 소비자의 심리를 활용한 마트 진열대 전시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국가가 부른다’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좌회 본능이 나타난 사례 중 하나다.

국방일보에서도 이러한 '좌회본능'을 소개한 바 있다. 시가지 전투나 근접 전투에서는 장애물의 모서리 방향에 따라 총격전시 우수사에서 불리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를 FPS에 적용해볼 경우 모서리를 두고 우측으로 둘 경우에는 피격 판정 범위가 더욱 많이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부분은 플레이 시 전명에 큰 벽이 있을 경우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향광성'과 ‘향개방성’또한 레벨 디자인시 고려해볼 만한 요소다. 향광성은 밝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인간의 본능으로, 두 가지 길을 제작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앞부분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향개방성’ 또한 같은 맥락으로, 더욱 열리고 넓은 쪽으로 이동하는 인간의 본능을 뜻한다.

'일시 경로 선택성'이란 최초로 눈에 띈 곳, 눈에 잘 띄는 장소로 이동하는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이를 FPS 레벨 디자인에 적용한다면, 최초 스폰시 캐릭터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정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의 이동 경로를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직진경로' 또는 직진성이라고 불리는 본능은 인간이 구부러진 곡선형 구간보다는 직선 구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이성적 안정 지향성’은 인간이 안전하다고 믿는 장소로 이동하려는 본성을 뜻한다. 지저분하고, 위험해 보이는 공간과 비교적 관리된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 존재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관리되어 있는 듯한 공간으로 이동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인간의 대피 본능을 설명하며, 김필원 레벨 디자이너는 이러한 요소들은 하나하나 사용하기보다는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심리학적 요소 외에도, 온라인 FPS 게임의 레벨을 디자인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양 팀 간의 밸런스다. 그는 다양한 게임 모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팀 데스매치 레벨을 만들 때 밸런스를 맞추기 쉬운 것은 대칭형 레벨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대칭형 레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 팀의 스폰 포인트를 설계하고 나아갈 이동경로를 제작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당 레벨과 대칭되도록 상대방 진영의 레벨을 제작하는 것인데, 이때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Y축만 대칭시켜서는 양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김필원 레벨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좌우 대칭으로만 하나의 레벨을 디자인할 경우 앞서 설명한 좌회본능을 생각해본다면 같은 장애물이라도 양 팀의 플레이어들의 피탄 면적이 달라지게 되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전투 흐름과 밸런스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필원 레벨디자이너는 대칭형 레벨을 제작할 때에는 좌우 뿐 아니라 X축 또한 대칭을 적용하면 양 팀 모두 밸런스 측면에서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좌우 대칭의 레벨은 양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 Y축 뿐 아니라 X축에도 대칭을 두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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